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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저축은행 특별법 공감 안 되는 이유

by 이윤기 201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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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18개 저축은행에 은행에 예금을 맡기거나 후순위채에 투자하였다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6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지난 9일 국회정무위원회에서는 이들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겼다고 합니다. 오늘은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조치법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국회정무위원회가 통과시킨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조치법’은 부실경영으로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에 예금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해 예금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55~60%를 보상하도록 하자는 법안입니다.

여야는 지난해 8월에도 특별법을 제정해 5천만 원 이상 개인 예금주와 후순위채 투자자까지 피해를 보상해주기로 합의했으나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결정’이라는 여론의 거센 후폭풍이 일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였습니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를 하고도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처리하지 못한 법을 총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정무위소속 여야국회의원 대부분이 찬성하여 이 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이 법률 통과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부산 출신 허태열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은 포퓰리즘이 아니며 나쁜 선례가” 결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오류와 감독부실이 있는 만큼 자연재해가 있을 때 지방정부의 과실로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지방정부가 피해의 일정부분을 보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였답니다. 한마디로 대부분 고령자이고 저소득층 서민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5개 금융협회 그리고 경제관련 교수들은 일제히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합니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과거에 발생한 피해를 소급 입법하는 것 자체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 보상재원의 90%이상이 국민이낸 예금보험료이기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 그리고 2008년 9월부터 법시행일까지 영업정지된 18개 저축은행 피해자들만 특정해서 보상하기 때문에 형평성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또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될 경우 보상과정에서도 또다른 형평성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구제 대상인 18개 부실 저축은행 중에서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고객들에게 보상액의 64%가 집중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라고 합니다.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자 경제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100여명의 전문가 집단들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이해를 위해서라면 경제원칙과 금융질서마저 교란시키는 인기 영합적 발상”이라고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고 사실상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양측의 주장을 보면 어느 쪽도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주장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살펴보면 쉽게 딱집어서 어느 쪽이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서민들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으로만 해결하라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국회의원들의 주장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경제원칙과 금융질서 무너뜨리고 소급 입법을 할 뿐만 아니라 형평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 역시 결코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부산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한 이 법안에 대하여 야당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것도 피해자 대부분이 저소득층 서민들이고 이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라고 보상해자는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실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보상해야한다는 큰 원칙을 반대할 수는 없지만 국회의 입법과정이나 정부의 무책임한 반대는 양쪽 다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민이낸 1000억 원이 넘는  예금보험료를 사용하는 법안을 만들면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력은 전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저축은행의 부실 책임이 ‘정부의 정책 오류와 감독부실’에서 비롯되었다면 국회가 졸속입법을 하기 전에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한편 국회 역시 졸속입법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저소득층 고령자들이 대부분인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구제하자는 것을 대놓고 반대할 국민들은 별로 없지만, 부실저축은행 사건이 터진 이후에 책임자 처벌이나 문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감은 적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권력을 가진 정치권 인사들이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몇몇 로비스트와 정치권 인사들이 구속되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부실을 눈감아준 정치권과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의 실체가 밝혀졌다고 믿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회의 특별법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하였어야 합니다. 권력개입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회가 국정조사도 제대로 하고, 검찰수사가 미흡하였다면 특검이라도 도입하여 책임자 처벌과 문책을 철저히 하였어야 합니다.

아울러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피해사례를 제대로 수집하고, 흔해빠진 공청회, 토론회라도 개최하여 국민적 합의를 모아나가는 노력을 하였어야 합니다. 자신들에게 입법 권한이 있다고 하여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는 노력없이 마음대로 법을 만들었으니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정부와 금융당국, 검찰 그리고 국회가 부실책임과 정치권 연루설과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 부실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책임을 나누어지라는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입니다. 피해보상도 중요하지만 책임자 처벌과 정치권 연루설 등에 대한 의혹해소가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