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 교통

녹지형 중앙분리대 여론조사, 믿기 어렵다

by 이윤기 2012. 7. 1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창원시가 녹지형 중앙분리대를 만드는 것에 대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몇 차례하였습니다. 

 

특히 183억 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부어 창원대로 10.8km 구간에 멀쩡한 자전거도로 폭까지 좁히면서 화단형중앙분리대는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왜냐하면 창원대로의 자전거 도로는 국내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이기 때문에 그 자전거 도로를 훼손하면서까지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창원대로는 도로 양편으로 넓은 녹지 공간이 있기 때문에 굳이 180억원이나 들여 도로 가운데 화단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창원대로 화단형 중앙분리대 공사는 1단계 사업이 완공되어 소계광장에서 차량사거리(2.13km) 구간의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창원시가 화단형 중앙분리대 공사에 대한 시민만족도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모르긴 하여도 아마 최근 화단형 중앙분리대가 무단횡단 교통사고를 증가시킨다는 언론과 여론의 지적을 다분히 의식한 여론조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 포스팅>

2012/06/27 - [세상읽기 - 교통] - 죽음 부르는 중앙분리대, 창원 랜드마크 만든다더니...

2011/07/27 - [세상읽기 - 교통] - 화단형 중앙분리대 대신 버스 중앙전용차로제는?

2011/07/26 - [세상읽기 - 교통] - 자전거도시 랜드마크는 최고의 자전거도로

2011/07/20 - [세상읽기 - 교통] - 자전거도로 만들지 화단형 중앙분리대는 왜 자꾸?

 

창원시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창원대로 녹지형중앙분리대 조성(1단계) 은 잘했다”, "사업전반에 대해 10명중 6명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시민들이 좋게 평가하였다는 것이지요.

 

1단계 구간 공사 결과에 대하여 시민들의 긍정적이기 평가를 받아야  나머지 구간 공사도 당초 계획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창원시는 지난해 착공한 1단계사업(소계광장~차룡사거리, L=2.13㎞)이 순조롭게 준공됨에 따라 창원대로 녹지형 중앙분리대 조성사업 전반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범시민 시설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다고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 창원시민 10명중 6명 이상이 사업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긍정적 평가(63.2%)가 부정적 평가(20.3%)보다 42.9%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녹지형 중앙분리대 1단계 사업구간 전반적 평가: 긍정(63.2%), 부정(20.3%)

▲교통안전사고 예방정도 평가: 긍정(68.0%), 부정(25.8%)

▲대형나무(느티나무)식재 평가: 긍정(58.0%), 부정(31.1%)

▲사업의 지속적 필요성: 긍정(59.0%), 부정(30.1%)


 

이번 여론조사는 전문기관인 (주)경남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창원시민((구)마산, 창원, 진해) 19세 이상 남녀 1000명(지역, 성별, 인구구성비 비례배분)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이라고 합니다.

 

창원시가 이 같은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자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화단형 중앙분리대가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아울러 창원시는 시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창원대로 녹지형 중앙분리대 조성사업을 계속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2단계사업(차룡사거리~삼동공원, L=2.95㎞)은 올 7월중 발주해 2013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것입니다.

 

창원시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시민설문조사의 질문지가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높고 또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질문지도 함께 공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창원시는 그런 상식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여론조사 결과만 발표하면서 시민의견을 물어보니 60% 이상이 창원대로 녹지형중앙분리대 공사에 대하여 긍정적 평가를 하였다고 보도자료를 내보낸 것입니다.

 

만약 창원시가 질문지를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면 절대 창원시가 발표한 것과 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단순히 녹지형 중앙분리대를 만드는 1단계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하는 것과 이 공사에 무려 18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를 해달라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 있는 창원시의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 전화 설문조사 문항을 아래와 같이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1)창원시가 180억원의 예산을 들여서(쏟아부어) 창원대로에 녹지형 중앙분리대를 만들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사업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요?

 

2)도로 중앙의 녹지형 중앙분리대는 중앙선 침범 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보행자의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무단횡단 욕구를 자극하지 않고 중앙선 침범 사고를 줄이려면 화단 대신 철재 중앙분리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녹지형중앙 분리대가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3)녹지형 중앙분리대에 대형 나무를 식재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선생님께서는 180억 원이나 투입되는 화단형 중앙분리대는 예산낭비라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창원대로 녹지형 중앙분리대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질문을 했다면 절대로 60% 이상의 시민들이 창원대로 중앙분리대 공사에 긍정적 평가를 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산이 180억 이나 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였다는 것이지요. 여론자사 결과를 내세워 정책수행의 정당성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여론조사는 과학으로 보일 때가 많지만, 세밀하게 준비하고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때가 많이 있습니다. 마침 예전에 쓴 글이 있어 링크 걸어둡니다.

 

<관련기사>2009/12/11 - 제비뽑기 보다 못한 여론조사 후보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