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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제주 여행

제주 비경, 사려니 숲길과 사려니 오름

by 이윤기 201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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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된 2박 3일간의 연수회를 마치고 육지로 돌아오는 날, 저녁 늦은 시간 비행기를 예약해두고 한 나절 제주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원래는 스쿠터를 타고 제주를 돌아다니고, 마라도를 다녀올 계획이었습니다만,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 마라도 가는 배를 탈 수 없었습니다.

 

2박 3일 일정 중에서 첫 날과 둘째 날은 비가 내렸지만, 셋째 날은 햇볕이 쨍쨍하고 맑았습니다. 그런데도 바다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마라도가는 배가 결항이라고 하더군요.

 

서귀포 바닷가에 있는 강정마을에서 한라산 정상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날씨였지만, 바다 날씨는 육지와 또 다른모양이더군요.

 

당초 계획했던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연수 프로그램을 맡은 동료가 '사려니 숲길과 오름'을 다녀가라고 초대해주었습니다.

 

원래는 둘째 날,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사려니 숲길과 오름탐방 일정이 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이틀 전에 사전 예약( http://jejuforest.kfri.go.kr/index.do)야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전날 탐방 예약을 했다가 폭우로 탐방객을 받지 않아 못갔다고 했더니 탐방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연수에 참가한 일행 중에 '우도'여행을 가는 동료들이 렌터가로 탐방안내소 입구까지 태워주었습니다. 평소에는 탐방안내소 입구까지 승용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인데, 전날 폭우로 길이 많이 파여서 800미터쯤 전방에서 내려 걸어올라 갔습니다.

 

제주에 사려니 숲길은 두 군데가 있는데, 비자림 쪽에 있는 숲은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갈 수 있지만, 사려니 오름쪽 숲길은 사전 예약이 필수라고 하더군요.

 

탐방 안내소에서 멧돼지, 들개 등이 나타났을 때 행동요령과 탐방코스에 하여 설명을 10여 명의 동료들이 함께 출발하였습니다.

 

 

삼나무 전시림(박물관)으로 향해 올라가는 길입니다. 삼나무를 비롯한 키가 큰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었고 파란 하늘이 싱그럽고 상쾌하였습니다.

 

 

 

 

구름이 지나가는 하늘도 정말 멋지더군요. 나뭇가지들이 태양을 향해 경쟁하듯이 뻗어올라가 나무꼭대기에서 가지를 뻗혔습니다. 태양 빛을 받기 힘든 아래쪽에는 가지가 없어졌더군요.

 

이 길을 걷고 있는데 일본 에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숲이 자꾸 생각나더군요. 제 기억에는 이웃집 토로로를 만든 감독의 다른 에니메이션 작품에도 이런 멋진 숲들이 많이 등장하였던 것 같습니다.

 

사려니 숲길을 다녀 온 며칠 후에 받은 아침 편지 '합포만의 아침'에 삼나무에 관한 글이 있어서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삼나무는 가지가 크고 뿌리가 얕은데도
강한 폭풍우와 거친 바람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
비밀은 단순하다.
군락을 이루며 사는 삼나무는 얕은 뿌리를 한데 얽는다.
삼나무 한 그루의 뿌리는 모든 나무의 뿌리이다.
모든 나무의 뿌리가 땅속에 서로 얽혀 있어
아무리 강한 태풍이 지나가도 서로를 지탱해 줄 수 있다. 


- 린다&리처드 에어의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중에서

 

 

 

 

이곳에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이끼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나무 기둥 전체를 이끼들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나무와 이끼가 공생하는 관계일까요?

 

 

숲속에서 신기하게 생긴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열매일까요? 옥수수알갱이 모양의 파란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삼나무 전시림은 1933년도에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거대한 삼나무들이 하늘 높이 빼곡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나무데크에 누워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모기가 없어 오랜 시간 앉아 있기에도 좋았습니다.

 

 

 

삼나무 전시림에서 아랫쪽으로 내려와 세심정 정자를 지나서 사려니 오름을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세심정은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면서 쉬는 곳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세심정에서 숨을 돌리고 사려니 오름을 올랐습니다.

 

270여개(기억이 분명치 않음)의 계단을 지나야 사려니 오름에 오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계단을 다 오른 후에도 숲길을 좀 더 걸어야 오름 전망대가 나오더군요.

 

 

사려니 오름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 옆에서 신기한 모양을 하고 서 있는 버섯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름도 모르지만 모양이 신기하여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여기는 독새기 쉼팡입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삶은 달걀을 먹으며 쉬는 곳"데, "사려니 능선 품에 안겨 삶은 달걀을 까먹으면 10년이 젊어진다"고 안내판에 씌어 있습니다.

 

10년이 젊어지지 않더라도 탐방로를 따라 2시간쯤 걷고나면 배도 촐촐 고프고 삶은 계란 같은 간식을 먹으면 딱 좋겠더군요. 그런데 안내판에 씌어진 것과 다르게 정작 이곳 숲길을 탐방할 때는 물 외의 간식을 지참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세심정에 앉아 쉬면서 "삶은 달걀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눴습니다. 숲 사이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한라산입니다.

 

 

사려니 오름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이 끝나면 짧은 구간이지만 이런 숲길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휴대전화 기지국을 지나면 곧장 사려니 오름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사려니 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 동쪽, 남쪽 해안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전날 저녁때까지 많은 비가 내린 후에 날씨가 맑아져 시계가 참 좋았습니다. 뒷쪽으로는 한라산이 훤히 보이고 동쪽, 남쪽 바다까지 훤이 보이더군요.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전망대에 앉아서 한 참 동안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초록빛 연두빛 제주를 바라보면서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라도 여행은 숙제로 남겨 놓고 왔습니다만, 사려니 오름에 올라보고 제주 오름 여행의 매력을 느끼고 왔습니다. 다음에는 꼭 한라산이 아니어도 멋진 오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더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낮잠이라도 한 숨 자고나면 정말 더 행복할 것 같았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더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였습니다. 사려니오름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일행이 있었지만 렌터가에 자리가 모자라 제주시내로 나오기 위하여 택시를 불렀는데, 소형차 1일 렌터비보다 택시비가 더 많이 나오더군요. 제주도에서는 한나절을 머물더라도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시간 활용 측면에서도 이익이고 금전 부담도 별로 더 커지지 않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