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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눈덩이처럼 증가, 자전거 보험료 어쩔건가?

by 이윤기 201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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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자전거 보험에 가입한 후 여러 지방정부들이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최근 양산시도 LIG생명과 자전거 보험 가입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합니다. 양산시 자전거 보험은 '양산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시민 모두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험 계약이라고 합니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 시 4500만원이 지급되고, 자전거 사고 후유장해는 장해 정도에 따라 최대 4500만 원까지 보장받는다고 합니다. 또 자전거 사고로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도 20만원 에서 최대 80만원까지 지급된다고 합니다.

 

자전거 사고 벌금은 한 사고 당 2000만 원 한도, 자전거 사고 변호사 선임 비용 200만 원 한도, 자전거 사고로 검찰에 기소돼 형사 합의를 봐야할 경우에도 피해자 1인당 3000만 원 한도로 보장이 가능하도록 하였답니다.

 

한편 사고 접수도 간단해서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하면 LIG생명보험으로 전화 접수를 하면 보험 계약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양산시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인구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이에 따른 자전거 사고 발생 시 시민들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은 물론,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명실 공히 양산시가 자전거의 천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지방정부가 자전거 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보탬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왜냐하면 창원시나 양산시 같은 지방정부가 체결하는 보험 계약은 사후약방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가가 사고가 나면 민간보험회사를 통해 보상을 해주는 것일 뿐 자전거 사고를 줄이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고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시민 누구나 보험료 한 푼 부담하지 않고 시가 체결한 보험 계약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적지 않은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 대비'를 게을리 하거나 '방어 주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전거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책임의식이 옅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내도 지방정부가 다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보험 가입이 정부가 할 일인가?

 

사실 자전거 사고를 줄이기 위하여 지방정부가 할 일은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로 여건을 개선해주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교통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함께 각종 법규를 개선하여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바로 이런 조치들이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에 해당됩니다.

 

양산시 관계자는 지방 정부의 보험 가입으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고 합니다만, 그런 논리라면 자동차 보험도 지방정부가 들어주고 암보험이나 상해보험도 지방정부가 들어주면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자전거 보험이라고 해서 자동차보험이나 상해보험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전거가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이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교통법규와 교통문화를 바꾸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보면 지방정부들이 보험회사에게 발목을 잡힐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은 보험사 간에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기 위하여 경쟁을 하고, 자전거 이용이 저조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액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전거 보험 때문에 자전거 사고율 증가하면?

 

그러나 앞으로 모든 지방정부가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고 자전거 사고 접수가 늘어나면 지방정부의 보험료 부담액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때가서 지방정부가 '자전거 보험 가입'을 중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방정부가 보험가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자전거를 이요하는 시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공짜 자전거보험에 시민들이 길들여지고 나면 보험회사는 지금처럼 저렴한 보험료에 보험계약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간보험 회사들이 '시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방정부가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면 사고 접수가 많아질 것이고 사고 접수가 증가하면 보험료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창원시는 2008년 9월에 보험료 1억9309만2000원을 부담하고 LIG 손해보험(주)과 전국 최초로 ‘자전거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전거 사고 발생 접수가 늘어나면서 2011년에는 창원시가 부담한 보험료의 2배가 넘는 금액이 보상금으로 지급되면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창원시는 2012년 9월에 LIG손해보험 등 3개 보험사와 '창원시민 자전거보험' 계약을 새로 체결하였지만, 보상금 지급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새 보험계약은 자전거를 타다가 4주 이상 부상을 당할 경우 지급하는 상해위로금을 20만원부터 60만원까지로 정하였는데, 종전 계약의 80만~140만원에 비해 위로금이 대폭 줄어든 것입니다.

 

전국 최초 창원시, 보험료 부담 매년 증가하는 악순환 시작

 

실제로 창원시 사례를 보면 지난 2008년 공영자전거 ‘누비자’ 도입 때부터 가입한 ‘자전거 보험’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시민자전거보험 가입 이후 총 1530명에게 16억2200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는 것입니다.

 

창원시의 계약금액 대비 총 보험금 지급률은 123%이며, 지난 2009년 86%, 2010년 137%, 2011년 214%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년 보험회사에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보상금으로 탔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적자보는 장사를 한 것입니다.

 

결국 2012년 보험계약액은 2008년 최초 계약 금액인 1억 9309만 원의 1.7배가 넘는 3억 3700만 원을 보험료를 지불하고 3개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사고 발생(또는 접수)이 많아지면서 보상금 지급이 늘어났지만, 마찬가지로 창원시가 매년 부담하는 보험료도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보험회사와의 계약이기 때문에 사고율(사고접수율)이 증가하거나  이런식으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보상 범위가 줄어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보험 회사를 탓 할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방정부가 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 보험을 들어주는 대신에 자전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