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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 분양이 아니다?

by 이윤기 202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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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 10 방송분)

 

최근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업지를 둔 한 지역주택조합이 마치 아파트 분양 광고인 것처럼 오해할 만한 홍보물을 도심 곳곳에 마구잡이로 부착하고 있습니다. 마산 합포구 원도심 지역에 3.3㎡(평)당 800만 원대의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하여 공급하겠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주말에만 시내 곳곳에 불법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였다가 일요일 저녁이면  자진처거하는 게릴라식 홍보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역주택조합의 위험과 문제점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시내 곳곳에 부착된 현수막과 온라인 커뮤니티 광고 내용을 보면, 마산합포구 오동동 3-3일대의 토지 약 8800㎡에 아파트 478세대를 건설한다는 계획인데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3.3㎡(평)당 800만원대의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홍보입니다. 최근 마산지역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 롯데캐슬 분양가가 1119만원, 교방동 푸르지오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평균 105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평)당 200~400만원이나 저렴한 값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광고입니다. 

하지만, 마치 일반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처럼 불법 광고물을 시내 곳곳에 부착하고 있지만, 실은 아직 지역주택조합 결성 조차 되지 않은 곳입니다. 현재까지는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하기 위한 추진위원회 정도만 구성되어 있고, 이 추진위원회가 정식 지역주택조합으로 인가가 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지역주택조합이 설립되려면 토지 소유지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사업 대상지 15% 이상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불구하고 마치 사업이 확정된 것처럼 광고하면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만든 홍보물을 보면 국내 굴지의 대형 아파트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짓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여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앞으로 단순히 MOU를 체결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홈페이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공예정사’라고 표시해 놓았는데, 실제 시내 곳곳에 붙어 있는 광고물에는 마치 시공사가 확정된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시내에 붙어 있는 광고물에는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이라는 문구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일반 아파트 분양 광고로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공개된 사업계획 역시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용적율입니다. 실제로 용적율에 따라서 같은 면적의 땅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느냐가 결정나기 때문인데요. 이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용적률이 719%라고 되어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산호지역주택조합이 건설한 칸타빌 오션뷰의 용적률이 508%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200% 이상이나 높게 되어 있습니다.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용적률을 200% 이상 높게 잡아서 800만원대 분양가를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앞으로 사업시행과정에서 용적률이 인근 아파트와 비슷하게 적용되면 분양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조합준비위원회의 주장처럼 용적률 719%가 적용되면 주거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 창원에는 올해만 1만 8342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고, 앞으로 4년 동안 5만 6561가구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용적률 700%가 넘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가진 주택조합 아파트사업 추진은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설립하고 함께 돈은 내서 땅을 사들인 후에 시공사를 정해 집을 짓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직접 땅을 매입하고 건설 공사를 주도하기 때문에 시공사의 이윤 만큼 싼 값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은 2015년, 2016년 무렵 진동에 1300여세대 아파트를 짓겠다고 대대적으로 조합원 모집 광고를 하고, 모델하우스까지 만들어서 홍보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던 분들 중에는 계약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분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지난해 12월에는 창원무동지역주택조합 관련자인 조합장과 부동산매매업체 대표, 토지매입 용역업체 대표 등 3명이 배임 혐의로 3년~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조합원들 몰래 땅을 비싸게 산 것처럼 부풀리거나 부당하게 급여를 받아가는 등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입니다. 

지역 주택조합피해자들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창원동읍지역주택조합에서 사고가 있었는데요.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대표가 짜고 조합원들에게 164억원의 피해를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합장이 자신이 소유한 건설사와 아들명의로 사업지를 98억 여원에 구입하여 조합원들에게 255억에 판는 수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으며, 조합원 47명에게는 중도금 대출사기까지 저질러 20억 7800만원의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2010년에는 김해에 있는 율하이엘주택조합에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합원가 같은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조합원으로 모집하여 손해를 끼쳐 28억여원을 배상하였으며, 조합운영과정에서 용역계약을 중복체결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돌려 받고, 토지를 저가에 매입하여 비싼 값에 되파는 수법 등으로 조합에 모두 340억원의 손해를 끼쳤으며, 결국 업무대행사 대표 징역8년, 조합이사 지역 1년 6월,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 징역 5년 등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법을 어긴 사람들이 처벌을 받기는 합니다만,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생긴 손해가 온전히 보상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격게 되는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마산 합포구 지역주택조합의 경우에도 아직 땅도 매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를 짓는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이 곳에 살고있는 주민들은 멀쩡한 남에 땅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광고를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YMCA 시민중계실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그 지역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아파트를 짓는다고 막무가내로 집을 팔라고 압박을 하고 있는데, 정신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실제로 주거 불안에 시달린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의 경우는 함께 사는 사람들이 그 지역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인데, 지역주택조합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남에 땅을 사서 집을 짓겠다고 홍보하면서 원주민들을 주거불안에 시달리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역주택조합은 성공률이 20%에 불과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여 실제 입주로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20% 내외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의 주택조합은 집을 짓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창원시는 허술한 법과 제도 때문에 제대로 감독과 규제를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일반 아파트 분양광고나 재개발로 오해 할 수 있는 편법, 과장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불법 광고물과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피해를 막을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소비자들과 무주택 서민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주의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고쳐서 위험과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