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마산YMCA 시민중계실 소비자운동 사례와 성과
마산YMCA 시민중계실 개소 이후 30여년 동안 4만 8,721건의 소비자 상담을 접수하여 일상적으로 피해구제 활동을 하였는데, 그중에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소비자운동 사례를 따로 고찰하였다. 이 사례들 중에는 미흡한 제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소비자 보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마산YMCA가 최초로 소비자운동을 펼친 사례로 세입자보호조례 제정운동, 마라톤대회 참가비 환불 규정 마련 운동이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거나 고액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였던 사례로는 OO생명 21세기 암보험 피해구제 활동, 신용카드 불법 복제 사건 소비자 소송, JM글로벌 부당채권 추심 피해구제 활동, 헤나염모제 피해구제 활동이 있다. 또한 공공요금의 부당한 인상이나 잘못된 요금 산정으로 시민 대부분이라고 할 만큼 소액다수 피해가 발생한 사건으로 마산종합유선 부당요금 환불운동과 OO에너지 도시가스 요금 부당 인상분 환불운동이 있다. 교복공동구매 지원운동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활동으로 진행되었지만, 창원과 경남지역에서 교복구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획기적인 소비자운동 사례이었다. 이상 여덟 가지 사례는 언론보도를 통해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매년 발간하는 사업보고서에 주요한소비자운동 사례로 선정되었던 활동이며, Ⅳ. 연구결과, 제3절 9의 소비자운동 성과요인 분석(인터뷰)에도 ‘가장 인상 깊은 활동’으로 평가되었다.
1. 세입자보호조례제정 운동
세입자보호조례제정 운동은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여러 활동 중에서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소비자운동이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이 개소한 1989년 12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민사소송법 및 경매법에 의한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 시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시행되어 물권에 준하는 권리가 확보되었다(이윤기, 2005). 그러나 1997년 당시 마산YMCA시민중계실이 실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내용인 대항력의 개념을 이해하는 응답자는 35.0%, 대항력의 효력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29.4%, 대항력의 요건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29.4% 뿐이었다. 확정일자의 효력을 묻는 질문에는 55.9%가 옳게 응답하였으나, 최우선 변제권에 대해서는 44.8%가 정확히 답하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정확히 응답한 경우는 15.4%뿐이었다. 확정일자부여제도가 생긴 후 9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1998년까지 세입자보호조례제정 운동이 시작될 때까지도 확정일자 부여 제도가 잘 정착되지 못하였다(마산YMCA, 1998).
정부와 대법원은 임차인들이 확정일자 부여를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97년 9월 1일부터 종전 법원 등기소 또는 공증사무소에서만 받을 수 있던 확정일자를 읍·면·동사무소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였다. 그러나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실제 읍·면·동 사무소에서 확정일자 부여 제도가 잘 정착되지는 않았다. 1997년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 32개 읍·면·동 사무소에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직원의 경우 50%가 읍·면·동 사무소 확정일자 부여 제도를 알고 있었고, 확정일자 부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중에서도 단순히 확정일자 부여 사실만 알고 있는 공무원이 9명, 구비서류와 수수료를 정확히 아는 경우는 18명, 확정일자 부여에 따른 세입자 보호 범위를 아는 경우는 3명뿐이었다. 아울러 김종대 시의원의 서면질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 9월 1일부터 1998년 6월 30일까지 마산시에 전입신고를 한 시민은 3만 2,826명인데, 이중에서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경우는 1,881명(5.7%)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읍·면·동 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할 때 공무원이 세입자 여부를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마산시세입자보호조례’제정 운동을 시작하였다(이윤기, 2005).
주택임대차 문제 상담은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모델이 된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개설 20년 동안 가장 많은 상담이 접수된 분야로 5만 건이 넘는 상담이 접수되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활동을 살펴보면, 1982년 주택임대차 피해사례 조사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촉구운동, 1984년 주택임대차보호법 부분 개정 및 ‘전세입자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가?’ 책자 발간, 1985년 전세보증금 실태조사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건의, 1986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촉구 시민대회 및 청원서 채택, 1987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는 전세입주자대회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청원서 제출, 88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시안 마련,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정당 초청 토론회 개최, 1990년 전세금 폭등 실태조사 및 임대료 분쟁신고센터 개설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서울YMCA, 1993).
서울YMCA가 주도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후 1989년 7월 21일에 개소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개소 초기부터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실태조사, 홍보 전단 제작 배포, 주택문제 토론회 개최, 주택분과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세입자보호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였다(이윤기, 2005).
바로 이러한 세입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1998년 세입자보호조례제정 운동으로 연결되었는데, 1997년 읍·면·동사무소 확정일자 부여 제도 시행에 맞춰 전입신고를 할 때 확정일자부여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조례로 개정하는 세입자 보호 운동을 펼친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설문조사, 읍·면·동 사무소 지방자치 조례 제정을 통한 세입자보호 방안 토론회를 거쳐 1998년 7월 30일 마산시의회에 청원대표 강재현 외 214명의 주민청원을 모아 김종대 의원을 소개의원으로 하여 조례를 청원하였다. 당시 치 청원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세입자보호제도를 보완하려는 전국 최초의 시도로 평가받았다. 시의회 전문위원의 반대 의견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권한을 벗어났다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논란 끝에 8월 27일 마산시의회 제3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세입자보호조례가 지방자치법을 위반하였다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마산시장은 조례 공포를 거부하고 시의회에 재의를 요청하였다. 마산시의회는 1998년 10월 19일 제3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28명중 27명이 찬성하고 1명이 기권함으로써 세입자보호조례를 재의결하였다. 그러나 마산시의회의 재의결에도 불구하고 마산시장이 조례 공포를 거부하여 1998년 11월 3일 전국에서 최초로 마산시의회 의장이 ‘직권공포’하는 사례를 남겼다(이윤기, 2005).
마산시의회가 논란 끝에 세입자보호조례를 제정하자 창원, 진주, 김해를 포함하여 익산, 여수, 순천, 강릉, 광명, 부산, 대구 등에서 세입자보호 조례 제정이 추진되었고, 마산시의회에는 전국 39개 기초 및 광역의회로부터 관련 자료 요청이 쇄도하였다. 그러나 마산시의회 의장의 직권공포 후 나흘만인 11월 7일 마산시장은 대법원에 ‘조례 무효 소송과 조례 집행정지 신청’을 하였고, 시의회가 제정한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최초의 소송이 진행되었다. 대법원 행정 소송은 1999년 4월에 원고 승소(조례 무효)로 판결이 났다.
김성천(1994)은 지방자치단체가 소비자행정을 독자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비록 국가로부터 상당한 국가보조를 받아 기관 위임사무와 같이 중앙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은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인 소비자 행정을 할 수 있어야 하는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소비자 행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마산시의 재의요구와 대법원 행정 소송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을 제한하고 포기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사례라 할 것이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당초 조례안이 ‘기관위임사무’라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조례의 명칭과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하였다. 또한, 전국 20여 군데 기초, 광역의회를 통한 전국 동시 세입자보호조례 제정 청원을 추진하기 위하여 1999년 7월 21일 마산시의회에서 제2차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국의 시민단체와 시도의원들은 8월 20일 전국 동시 청원을 결의하였는데, 7월 24일 행정자치부가 주민등록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세입자보호조례를 모두 받아들였다. 결국 세입자보호조례로 제정하려고 했던 세입자 여부 확인, 확정일자부여 권고는 주민등록법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졌다. 비록 대법원 소송에서 무효가 되었지만 세입자보호조례는 주민청원으로 발의되어 마산시의회에서 조례로 제정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이윤기, 2005).
또한,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마산시, 읍·면·동별 확정일자부여 현황을 조사하여 공개함으로써 확정일자부여 비율을 평균 50%까지 끌어올렸다. 1998년 6월 기준 마산시 전체의 전입신고 대비 확정일자부여 비율은 5.7%에 불과하였지만 2005년에는 50.0%까지 증가하였으며, 확정일자부여 비율이 80%가 넘는 읍·면·동도 등장하였다(이윤기, 2005).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세입자보호조례제정운동은 주민등록법시행령 개정을 통한 실질적인 세입자보호제도 적용 확대, 확정일자부여 비율의 획기적 증가, 자치입법권 확대, 주민참여 확대, 중앙정부에 대한 입법선도 기능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표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