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OO생명 21세기 암보험 피해구제 활동
1998년 7월, 10년 전 OO생명에서 10년 만기의 변동형 상품 21세기 암보험을 판매하면서 설계사와 가입자들에게 ‘확정형 상품’으로 교육하면서 판매하였다는 상담이 접수되었다. 즉, 1988년 무렵에 판매한 보험상품의 10년 만기가 도래하였는데, 당초 확정형으로 약속하였던 이자의 1/10에 정도밖에 안 되는 터무니 없이 낮은 만기환급금을 지급하고, OO생명 측에서는 21세기 암보험을 만기 확정형 상품으로 판매한 사실이 없다며 발뺌하였다.
당시 YMCA 시민중계실에 OO생명 출신 보험설계사들이 먼저 OO생명 21세기 암 보험 피해사례를 상담하였으며, 10년 전 자신들도 같은 보험에 가입하였고 고객들에게도 회사의 교육과 설명을 믿고 만기확정형으로 판매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한 시점에 회사에서는 확정형으로 판매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었고, 설계사들로부터 확정형이라는 설명을 듣고 가입한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일부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확정형으로 판매하였다고 인정하는 사례가 나오자 회사 측에서는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하여 설계사들이 확정형으로 과장하여 판매하였으니 설계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였다.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부당 판매를 주장하는 설계사들에게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구상권을 행사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박하였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다수의 OO생명 전·현직 보험설계사와 21세기 암보험 가입자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상품설명서나 광고전단 같은 직접 증거물은 없지만, 회사가 확정형으로 판매하였다는 것에 대한 일치된 증언을 확인하였다. 다수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상담을 근거로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 OO생명 측에 소비자 피해보상을 요구하였으나 OO생명 측에서는 당시 계약서와 약관에 모두 변동형 상품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고객들과 설계사들의 주장만으로 확정형 상품으로 판매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으며 확정형 상품에 맞는 만기환급금을 지급할 수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였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추가 피해사례를 확보하고 10년 전 확정형 상품으로 판매했던 회사가 만든 홍보물을 찾기 위하여 언론을 통해 OO생명 암보험 피해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하였다. 당시 경남매일(이OO 사회부장, 김OO 기자) 신문사와 단독, 특종으로 보도하는 대신 OO생명의 로비가 있어도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보도해줄 것을 약속받고 피해자 인터뷰와 보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경남매일을 통해 OO생명 21세기 암보험 피해사례 보도 이후 마산, 창원, 통영, 고성, 진주 등지에서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의 피해접수가 쇄도하였으며, 피해사례 100여 건이 추가 접수되었다. 한편 경남매일 보도 이후 마산MBC(김OO PD)에서 OO생명 21세기 암보험 피해사례를 시사기획 프로그램(르뽀11)으로 제작하여 방송하였다.
경남매일과 마산MBC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지만, OO생명 측에서는 확정형으로 상품을 판매한 적이 없고,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설계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확정형으로 판매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설계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방송과 보도가 잇따르면서 피해소비자 중 한 명이 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찾아내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즉,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 최초로 피해접수를 하였던 OO생명 퇴직 설계사의 고객 중 한 사람이 10년 전 21세기 암보험에 가입하면서 회사로부터 받았던 상품 안내장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인 결과 이 상품안내서에는 ‘확정형 상품’이라고 인쇄되어 있어, 당시 남마산 영업국에서 이 상품 안내장을 복사하여 상품소개 전단으로 활용하였다는 설계사들의 증언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자 당초 소비자들의 피해 주장에 발뺌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던 OO생명 측에서는 남마산 영업국에서 21세기 암보험에 가입한 피해자 중에서 확정형으로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에게만 ‘확정형 금리’에 맞추어 만기환급금을 지급하겠다고 책임을 수용하는 보상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전국의 OO생명 영업점에서 21세기 암보험에 가입한 모든 소비자들, 그리고 소비자가 이 같은 사실을 몰라서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선제적으로 손해배상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편 마산지역의 21세기 암보험 피해사례가 지역 언론보도를 통해 다른 지역에도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유사한 피해를 당하였다는 사례가 접수되기 시작하면서 회사측이 적극적으로 피해보상 협상에 참여하였다.
21세기 암보험 피해소비자 대표들의 위임을 받은 마산YMCA 시민중계실 강재현 위원장(변호사)이 OO생명 마산지점장, OO생명 본사 법무 담당 상무와 만나서 협상을 진행한 끝에 OO생명 측에서 전국적인 피해 조사는 할 수 없고, 회사 측의 책임을 입증할 증거가 나온 당시 OO생명 남마산 지점의 모든 21세기 암보험 가입자들에게 소비자들의 피해 주장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확정형 금리를 적용하여 원금 100%를 만기 환급금 지급을 합의하였다. OO생명 측에서는 만기 환급금 차액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으나 회사 관계자의 비공개 전언에 따르면 남마산 영업국(마산, 통영, 거제, 고성, 진주 등) 관할 지역에서 약 420여 억원의 환급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건은 지역소비자단체가 지역 언론과 협업을 통해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막아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최초 언론보도 이후 OO생명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마산YMCA와 경남매일, 마산MBC에 집요한 로비를 시도하였으며, 하루 종일 언론사 간부들을 쫓아다니는 등 다양한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 그러나 진실 보도와 시민저널리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론인들이 있어 회사의 회유에 손해배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두 달 넘게 진행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피해구제 활동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당시 남마산 영업국 산하 각 지점에서 OO생명 21세기 암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 모두가 확정형으로 환급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0년 전에 받은 보험상품 설명서를 보관하고 있었던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 30년 동안 진행해 온 소비자 피해구제 활동 중에서 가장 피해 금액이 큰 사건이었으며, 자원상담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소비자단체로서 마산YMCA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표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