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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길 걷기④, 맛있는 집

지리산 능선을 따라 걷는 종주길과 지리산 둘레를 걷는 지리산길은 여러가지 차이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먹는 음식의 차이다. 능선길을 걸으며 먹는 밥맛이야 뭘 먹어도 꿀맛이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결국 어느 정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둘레길에는 곳곳에서 맛있는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다.

지리산길 걷기, 네 번째 포스팅은 운봉 - 벽송사 구간을 걷는 동안 먹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내 입맛을 기준으로 제일 맛있는 집을 첫 번째로 소개한다. 참고로 번째부터는 맛있는 순서와 아무 상관이 없다.

창원마을 민박집(하여사 밥상)



2박 3일 지리산길을 걸으면서 먹었는 밥 중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창원마을 민박집에서 해주는 저녁밥이었다. 민박집 밥맛이야 그렇고 그렇겠지 하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 사진이 없어 여간 아쉽지 않다. 딱 한 마디로 말 하자면, 도시에서 온 아들을 기다리며 지은 시골 고향집 밥상이다.

우선, 식당 밥그룻과는 크기와 모양이 전혀 다른 보통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큰 공기에 기름기 자르르 한 흰 쌀밥을 한 그릇씩 담아준다. 커다란 비게가 있는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넣은 김치찌게, 고등어 조림,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 고구마줄기무침, 깻잎김치, 나물무침........

시골 고향집 밥상이라고 어른 입맛에만 맞는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생, 고등학생 두 아들 역시 밥 한공기씩을 뚝딱해치웠고, 반찬을 몇 번씩 더 받아다 먹었다. 물론 모든 반찬과 밥은 무한 리필이다. 혹시, '시장이 반찬'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저녁밥 먹기 직전에 동동주 한 병과 안주로 커다란 아삭고추를 막된장에 찍어 대여섯개나 먹었기 때문에 밥 먹으로 가면서 '배가 불러 밥맛이 없겠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갔기 때문이다. 모든 민박집 밥맛을 보증할 수는 없지만, 창원마을에서 먹었던 저녁밥은 최고였다.

 
인월 어탕전문 식당 - 어탕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는 인월에 있는 소문난 맛집이다. 이혜영이 쓴 <지리산 둘레길 걷기 여행>에도 소개된 집이고 KBS, MBC, SBS 방송에 나온 집이라고 크게 붙여놓은 곳이다. 오후 1시간 넘어 갔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빈테이블이 별로 없을 만큼 손님이 많았다. 메뉴에는 붕어찜도 있고 메기탕도 있었지만, 대표 메뉴인 어탕과 어탕국수를 시켜 먹었다.

대게 식당에서  어탕, 추어탕이 6000원인데, 이름난 집이라 그런지 7000원을 받았지만,
과연 소문난 맛집의 명성에 걸맞게 어탕맛은 나쁘지 않았다. 걸쭉한 국물 맛도 좋았고, 국물을 한 숟갈 목으로 넘긴 뒤에 베어나오는 민물고기 특유의 냄새가 오히려 맛을 더해주었다. 국수를 말아 먹는 어탕국수도, 밥을 말아 먹는 어탕 둘다 추천할 만한 메뉴다.



그런데, 이 집이 강추가 아닌것은 아주 인색한 밑반찬과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시는 밑반찬이 4인 식사에 나온 밑반찬이다. 물론, 그냥 주는대로 먹은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반찬을 더 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은 그냥 무시당하고 왔다.

"어~ 반찬 양이 너무 적은데요. 좀 더 주세요"
"(귀찮은 억양으로) 먹어 보고 더 달라고 하세요. 더 줄께요"

사진에서 보듯이 한 사람이 한 젓가락씩 집어 먹었더니 금새 접시가 비었다.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분명큰소리로 말했다)

손님이 많아 바쁜 것은 분명했지만 못들은 건지, 못들은 척 하는건지 대답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 근처에는 새로 들어온 손님이 없으니 가까이 한 번 와보지도 않는다.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내가 나섰다.김치와 깍두기 접시만 남겨두고 빈그릇을 들고 주방입구까지 가서 그릇을 내려놓으며 "반찬 좀 더 주세요"하고 분명히 말을 했다. 가까이 있는 일하는 사람은 "네" 하고 짧은 대답을 했다.

그리고, 다시는 우리 테이블 근처로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옆 테이블에 단체 손님들이 나가고 나서 설렁탕집 처럼 집게로 들어 먹을 수 있도록 큰 그릇째 가져다놓은 김치와 깍두기 그릇을 옮겨와 먹으며 식사를 끝냈다. 밥을 먹으며 둘러보니 손님이 많아서 바쁜 것은 분명하였다. 그러나 일 하는 분들의 무뚝뚝함과 불친절 역시 분명하였다. 어탕국수를 시키고 '사리'를 추가주문 하면,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국수를 삶아 낼 수 없어서 안 됩니다. 그냥 공기밥 시켜서 밥 말아 드세요"
 
물론 손님이 많고 바쁘면 주문을 다 못 받아낼 수는 있지만, 아주 귀찮은 듯한 느낌으로 당당하게 대답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름휴가 철에 갑자기 손님이 많이 몰려서 준비해 둔 밑반찬이 부족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 그랬다면 정중히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도 결론은 딱 하나다.



결국 이 집에 손님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결국, 손님이 좀 줄어들면, 정상적인 서비스를 하는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길 걷기 여행을 위해 '인월'에 가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손님들 많이 줄어 이 집이 좀 더 친절한 맛집이 될 수 있도록....

청솔회관 - 순두부



남원추어탕을 먹어보자고 숙소를 나섰다가 아들녀석의 강력한 주장으로 메뉴를 순두부로 바꿨다. 그동안 내가 먹어 본 것은 고추기름을 넣어 붉고 매콤한 국물에 계란과 두부를 한데 넣어 끓인 순두부찌게였다. 작은 뚝배기 그릇에 1인분씩 담아나오는 분식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순두부찌게 말이다.



그런데, 이 집 순두부찌게는 2인분이 한꺼번에 작은 냄비에 담아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서 먹을 수 있도록 나온다. 맑은 국물에 두부와 버섯, 파 양념을 함께 넣어 끓여준다. 맛깔스럽고 정갈한 밑반찬은 기본이다. 밑반찬 가지수가 좀 많다 싶었지만 모두 맛이 좋았다. 두부를 직접 만든다고 하는 이 집은 순두부와 두부전골 같은 두부요리가 주 메뉴라고 한다.

인월장터 - 김밥


지리산길 걷기 여행을 하면서 점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셋 중 하나다. 직접 밥을 해 먹거나, 도시락을 준비해 가거나 걷는 길에서 그냥 사 먹는 방법이다. 직접 밥을 해 먹는 경우는 마땅한 취사 공간이 없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녀야하는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밥을 사먹는 경우 배낭 무게를 줄이고 가볍게 길을 나설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신에 구간 중간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식사시간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 구간 중간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김밥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인월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몇 백미터만 걸어가면 인월 장터가 나온다. 장터 안으로 들어가면 김밥, 라면, 튀김, 팥빙수 같은 것을 파는 분식점이 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김밥집이다. 첫날 운봉에서 인월 구간을 걸을 때, 이 집에서 김밥을 사가지고 갔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을 만큼 맛있는 김밥은 아니었지만, 오이가 들어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좋았고 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목이 메이지 않는다. 여행객을 위한 김밥 속재료로 오이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날 인월 - 창원마을 구간을 걸을 때도 이 집에서 김밥을 주문해 라면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인월 - 창원마을 구간에는 등구재를 넘어가는 곳곳에 요기할 만한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 그냥 가도 큰 상관은 없을 듯하였다. 그러나, 그냥 먹고 싶을 때 먹고, 걷고 싶을 때 걷기에는 미리 도시락을 주문해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김밥 도시락을 준비할 요향이면, 인월 장터에 있는 김밥집을 추천한다. 만약 인월에서 걷기 여행이 끝났다면, 이 집에서 파는 저렴의 가격의 팥빙수로 더위를 시키는 것도 좋다. 역사가 깊은 인월 장터 구경은 덤이다.

간식 - 옥수수, 동동주, 식혜

옥수수는 계절은 타는 간식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리산길 곳곳에는 마을 할머니들이 삶아 나온 옥수수를 파는 '가판대'가 곳곳에 있다. 한 봉지에 2 ~ 3천원이면 옥수수 3~4개씩이 들어있는데, 금방 삶아 나온 옥수수는 알이 말랑말랑하여 먹기에 좋다.



마을 어귀마다 옥수수를 파는 곳이 있으니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첨가물 잔뜩 들어간 과자, 사탕, 초콜릿 대신 지리산길에 파는 자연에서 나온 먹을거리를 간식으로 선택해보시기 바란다. 특히, 등구재 구간에는 막걸리, 도토리묵, 식혜와 같은 전통 먹거리들을 맛 볼 수 있다.

 






Trackback 0 Comment 2
  1. 조민정 2009.09.23 23:1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등구재 고개 넘어서 갈때 쉼터에서 파는, 국화를 띄어서 만든 '구절초 식헤' 가 유명해서 마셔봤는데요, 감기약 맛이 나면서 특이하더라구요...^^ 남자분들은 좋아하시던데 제 입맛엔 그냥 그랬어요~ ㅋ

    • 이윤기 2009.09.24 08:31 신고 address edit & del

      전, 식혜 못 먹어봤어요. 주인아저씨가 공짜로 나눠주는 방울 토마토만 먹고 돌아와서 후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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