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교육

독일학교, 어떻게 꼴찌도 행복할 수 있나?

by 이윤기 2010. 5. 8.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 저자, 블로거 무터킨더 마산 강연회

<꼴찌도 행복한 교실> 출간을 기념하여 한국에 와서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강연을 하고 계신 블로거 무터킨더님을 마산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지난 4월 30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개최된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교육 이야기’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강연회가 개최되기 몇 일전에 <꼴찌도 행복한 교실> 서평기사를 포스팅하였기 때문에 강의 내용 중 대부분은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저자를 통해 직접 들으니 그 생생한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관련기사>
2010/04/26 - 예습하고 와서 수업 방해하면 공무집행 방해?

2010/05/04 - 학원, 과외, 선행학습 없앨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우연히 경험한 독일 학교 이야기를 책으로 쓴 줄 알았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작심하고 쓴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유치원부터 10년 동안 아이들을 독일에서 교육시키면서 한국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썼다. 책만 쓴다고 해서 출판이 되는 것이 아니어서 먼저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 ‘독일 학교 이야기’는 책을 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 작심하고 쓴 책이다

독일 교육은 기본적으로 히틀러시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고 하더군요.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는 것도 모두 이런 반성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수학 빼고 모든 과목에 히틀러에 대한 비판과 2차 대전에 대한 반성이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으며 교육과정의 절반은 지식교육, 나머지 절반은 인성교육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성적순으로 아이들을 나누지 않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1등과 꼴찌가 친구다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돈과 성적으로 또래 집단을 나누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입식 교육의 단점은 인격 교육이 되지 않은 사람도 암기만 잘하면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생각의 깊이가 없어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주입식 교육이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를 만든다.”

독일 학교 교육이 인성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주입식 교육이 획일적인 독재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1학년이 되어도 영어, 철학, 체육과목을 똑같이 주당 3시간씩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국, 영, 수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국영수 잘하는 것을 공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영수를 못해도 자신이 잘 하는 다른 과목 시험을 쳐서 대학에 입학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문학, 종교, 철학 중에서 한 과목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이런 수업을 통해 “어떻게 삶을 바람직하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주입식 교육 대신에 생각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획일적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강연을 듣는 동안 국민들이 모두 반대하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4대강 공사’와 같은 일을 하는 지도자가 생기는 것도 ‘주입식 교육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대학 차정인 교수는 4대강 소송을 일컬어 '상식있는 사람들과 상식없는 자들의 싸움'이라고 하였는데, 주입식 교육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경쟁없는 교육, 대학평준화가 출발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쓴 무터킨더는 독일 교육이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히틀러시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대학을 평준화 시킨 것이 핵심이라고 하더군요.

대학평준화가 경쟁 없는 교육을 만들었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꼴찌에게도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돈을 벌고 싶으면 대학 대신에 마에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일찍부터 직업 교육을 선택하여 마에스트의 길을 걷는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마에스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과 비슷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고 합니다.

경쟁을 배제하는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학교 수업이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에게 맞추어져 있는 한국 달리 기본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맞추어 진행된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수’, ‘우’를 받는 아이들에 맞추어 교육하지 않는다, 독일교육은 기본적으로 미양 수준에 맞춰서 교육한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성적 순서로 등수를 매기는 일은 없다.”

실제로 ‘무터킨더’가 사는 도시에는 페인트공 출신이 시장에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페인트공 출신이 시장이 되어도 전혀 특별한 뉴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페인트공 출신이 시장이 되어도 한국처럼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랍니다. 독일에서는 페인트공 출신이 시장에 당선되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에 뉴스거리조차 못 된다는 것이지요.

강연회가 끝난 후에도 가장 긴 여운으로 남는 것은 바로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대목입니다. 50년 이상 지속되는 주입식 교육이 만든 결과물이 오늘의 한국사회이고, 그 주입식 교육이 지금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자들을 길러냈다는 것이지요.

"결국 주입식 교육이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