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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누구찍는지 남편도 몰라, 과연 옳은가?

by 이윤기 201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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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하루 앞날로 다가왔습니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에게도 누구를 지지하는지,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어봅니다. 그럼, 모두가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비밀투표인데 왜 그런것을 물어보냐?"
"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남편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선거의 4대 원칙에 비밀투표가 있는 것 모르냐?"
"누구를 찍든지 내 마음인데 왜 물어보냐?"


뭐 이런 반응들입니다. 작은 모임 같은 곳에서 "나는 누구누구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 마치 선거운동원이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비밀투표'의 원칙이 있는데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운동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비밀투표 원칙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하기전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지지 후보를 고를 것인지, 어떤 사람이 시장이나 시의원에 당선되어야하는지, 이번에 출마한 사람들은 각각 어떤 사람인지 가족이 모여서, 친구들과 모여서 이웃 사람들과 모여서 의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밀투표 아~니~죠?, 토론하고 투표 합시다 !

후보자에 대하여, 그가 속한 정당에 대하여, 그리고 정책과 살아온 삶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내가 가진 생각과 소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가진 생각과 정보도 들어보고 서로 토론하여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밀투표는 내가 누구를 찍을 것인지,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아닙니다. 비밀투표는 투표로 인하여 유권자에게 정부나 국가기관이 어떤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자는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비밀투표는 '기명투표' 혹은 '공개투표' 의 반대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구에게 투표할지, 누구에게 투표하였는지를 권력자가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되다는 원칙인 것입니다. 친구와 토론할 수도 없고, 아내에게도 비밀로 해야하는 원칙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독재권력 시대에 3인 1조로 짝을 지어 투표하게 하던 그런 나쁜 관행을 없애기 위하여 비밀투표가 소중한 가치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이젠 내가 누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고 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좌우익 대립과 분단 그리고 독재정권을 거치는 동안 여당 후보나 독재권력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들어낼 수 없는 암울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역사적 경험 때문에 여전히 여론조사에서는 여당 지지가 실제 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하고, 여론조사 응답률이 20%를 밑도는 것에도 그런 이유가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는 민주주의는 배우고 토론하는 가장 좋은 학습기회입니다. 지금 시기에 정책과 공약을 토론하고 후보자에 대하여 토론하지 않으면, 앞으로 4년내내 또 다시 한탄과 후회를 하면서 살아야할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생각을 드러내놓고 토론해야만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이제는 내가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에게 반대하는 떳떳하게 말하고 토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하는 투표에 대하여 책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당당하게 밝히고, 4년 후에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에 대하여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겁니다.  우리 다같이 '커밍아웃' 합시다.

오늘 저녁은 우리집 100분 토론?

6.2 지방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선관위에서 보내온 '선거공보'를 꺼내놓고, 가족이 함께, 이웃과 함께,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함께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찍을 것인지 토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무려 8번이나 투표를 해야하기 때문에 혼자서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게 투표할지를 모두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토론을 하면 훨씬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론을 하다가 부부싸움이 날지도 모른다구요? 그럴수도 있겠지요. 자녀를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구요?  그렇다면, 싸우지 않고 토론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엄마, 아빠가 100분 토론 처럼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워낙 투표율이 낮으니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꼭 투표하러 가시라고 전하는 숙제(?)를 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거에 관심이 생긴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누구를 찍을 것인지 물어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몰라도 돼 ! 공부나 열심히 해라 !"
"비밀이야, 넌 알 필요없어"


이렇게 말하며 아이들 관심의 싹을 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일제고사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높다고 하더군요. 이번 기회에 일제고사에 찬성하는 후보는 누구고,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두발자유화, 교복폐지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토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선택 기준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친환경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서민과 약자들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인지 함께 토론하고 나와 우리 가족의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후보를 골라서 투표장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