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도시에서는 낙엽도 쓰레기 취급

by 이윤기 2010. 11. 2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남이섬에서는 낙엽도 문화상품입니다. 낙엽만 문화상품이 아니라 낙엽을 밟는 소리와 푹신한 느낌 그리고 낙엽을 태우는 냄새마저도 문화상품입니다.

가을 남이섬에는 서울시내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은행잎)을 가져와 가을 정취를 연출한다고 하더군요. 남이섬을 벤치마킹 하였는지, 제가 사는 창원 성산구 일원에도 낙엽거리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가을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을 그냥두었다가 11월말에 한꺼번에 치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도시에서 낙엽은 '쓰레기' 취급을 당합니다. 

흙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낙엽은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 정상입니다만, 도심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은 순환하는 사이클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도시에는 가로수가 서 있는 좁은 공간을 제외하고는 땅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힌 도시에는 떨어진 낙엽이 흙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흙이 있는 곳에서 떨어진 낙엽은 썩어서 거름이 되고 영양분이 되고 다시 나무가 되고 잎이 되는 순환의 삶을 이어가지만, 도시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은 쓰레기 봉지에 담겨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가게됩니다.



요즘은 제가 일하는 유치원 마당에도 가을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봄에 하얀 벚꽃을 활짝 피웠던 벚나무, 건물 벽을 감싸고 오르는 담쟁이, 그리고 감나무, 포도나무 등 마당에 서있는 모든 나무들이 겨울 준비를 서두르는지 앞을 다투어 잎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치워도 돌아서면 어느새 마당 가득 낙엽이 떨어져 있습니다. 마당에 떨어진 낙엽은 하루에 한 번씩만 치워도 되지만 골목길에 떨어져 바람에 쓸려다니는 낙엽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를 해야합니다.  아침마다 선생님들이 모두 비를 들고 나가서 낙엽을 치우는 것이 하루 첫 일과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깨끗히 청소(?)를 해도 휭~ 바람만 한 번 세게 지나가면, 언제 낙엽을 치웠냐는듯이 마당 한가득 낙엽이 다시 쌓이곤합니다. 마당에 떨어지는 낙엽을 치우면서 생각해보니 순환하는 싸이클에서 벗어나면 자연도 결국 쓰레기가 되고마는 것이더군요.


공원이나 산에 쌓이는 낙엽은 '가을 정취'를 전해주지만 도심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쓰레기 봉투를 채우는 '애물단지'입니다. 낙엽도 돈을 주고 버려야한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합니다. 요즘은 하루에 떨어지는 낙엽만 모아도 50리터 쓰레기 봉투를 가득채우곤 한답니다.

마을 어르신들 중에는 낙엽이 떨어져 있으니 가을 정취도 느껴지고 좋은데 뭐하러 날마다 청소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낙엽을 얼른얼른 치우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마당에 있는 벚나무가 너무 크다고 가지를 좀 자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유치원 마당에 서 있는 벚나무에는 아직 잎이 많이 붙어있습니다. 저 잎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는 아침마다 비를 들고 낙엽을 치워야합니다. 도시에서는 다른 곳이라 하여도 별로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는 시내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 잎들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노란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길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분들도 있지만, 거리 청소를 하시는 분들은 매일 힘겹게 은행잎을 치운다고 하시더군요.



흙이 있는 숲속이었다면 자연의 흐름을 쫓아 순환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멀쩡한 낙엽도 도시에서는 노란 봉투에 담겨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권정생선생님이 쓴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보면, 보잘것 없다고 여기는 강아지똥도 자연의 순환하는 흐름에 따라 예쁜 민들레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힌 도시였다면, 강아지똥이 민들레로 피어나는 순환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겠지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힌 도시와 땅이 있는 숲은 낙엽을 치우는 도구부터 다르더군요. 위에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는 저희가 아침마다 마당을 치울 때 사용하는 빗자루입니다. 철물점에서 사왔습니다. 아래에 있는 대빗자루는 상주 경천대에서 사진으로 찍어왔습니다.

도시에서 사용하는 빗자루는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폐기물입니다. 숲에서 사용하는 대빗자루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서 순환하는 삶을 이어가겠지요. 도시에 밀집하여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방식이 과연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