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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멈춰도 풍요롭게 살수 있다면?

[서평] 더글러스 러미스, 쓰지 신이치로 대담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이라크 파평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역사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을 알면서도 원칙과 소신을 접고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에 이르게 한 숨겨진 본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국익’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에 오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선택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익을 위해 국민을 희생할 수 있는가, 이는 인간과 국가의 역사에서 영원히 풀어가야 할 수수께기 같은 문제”이지만, “현재의 국가들이 보이는 보편적인 행동양식”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국익이란 또 무엇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우호와 외교정책을 언급하였지만 국익의 본질은 결국 경제적 이익이었을 겁니다. 경제적 실익을 위해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정당성이 있느냐는 질문이 묻혀버린 것이지요.

노무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에게 ‘경제성장’은 절대절명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명분으로도 막을 수 없는 지상과제입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전쟁이나 환경파괴를 비롯한 온갖 폭력이 정당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쟁도 자연파괴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일찍이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경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더글러스 러미스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평화’와 ‘자연환경’ 같은 말을 ‘성장’, ‘발전’, ‘진보’, ‘풍요로움’과 같은 말들과 분리시키고자 노력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경제적인 풍요로움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전쟁과 자연파괴를 정당화하는 현실을 고발하였습니다. 아울러 독자들에게 왜 자꾸 발전하여야 하는가, 얼마나 더 발전하여야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꽤 오래전에 그가 쓴 책을 읽으며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되었지요.


자연속에서 놀아야 창조적인 어른이 될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와 <경제성장이 안되면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의 대담집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입니다.

미해병대에 입대하여 오키나와에 근무한 인연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일본으로 돌아와 활동을 하고 정년퇴임을 한 더글러스 러미스의 회고록에 가깝습니다.

쓰지 신이치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국 서해안에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오키나와에서의 군생활, 일본과 미국을 건너다니던 생활과 반전운동, 평화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글러스씨의 아버지는 미국 최대의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에서 운영하는 산장의 관리인을 지냈다고 합니다. 원래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기 위하여 3년 동안 산장 관리인 생활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아이들의 놀이와 장난감에 관하여 이야기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논다는 것은 원래 관리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죠. 아이들 놀이를 통해 사물의 가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력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시중에 팔고 있는 아주 잘 만들어진 기계적 장남감은 아이들에게 처음에는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어른들이 만든 매커니즘을 관찰하기만 해서는 금방 질리고 말죠. 그럼 아이들은 일부러 장난감을 고장냅니다. 고장을 냈을 때 비로소 놀이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거든요.”

또한 컴퓨터 게임이란 것은 “만든 사람의 상상력의 범위”를 벗어 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만든 사람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놀이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풀밭이나 모래밭에서 더 많이 놀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공부는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모래놀이는 어릴 때밖에는 못하는 거니까요.”

그는 창조적인 어른은 분명 어릴 때 ‘놀이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성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비약하는 능력이 있어야 창조적인 발견이나 발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는 ‘비약적인 힘’은 놀이에서 키울 수 있는 인간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헌법은 왕권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더글러스 러미스는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른바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에 대한 논의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 헌법이 강요된 헌법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헌법은 원래 강요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헌법은 정부의 권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유럽의 절대왕정시대로부터 국왕의 권력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헌법을 만드는 주된 동기였어요.”

영국 대헌장 마그나카르타는 존 국왕에게 강요된 것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일본정부에 헌법을 강요하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본국민이 점령군(미군)과 한패가 되어 강요하였다고 평가합니다. 아울러 미국정부는 얼마 후 헌법 9조를 만든 것을 후회하였지만 일본국민들이 인권이나 주권재민과 같은 조항과 함께 지켜내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그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이 이루어진 것은 20세기 최대의 범죄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미국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 번도 반성한 반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이 사과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도 핵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미국국민 다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미국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더글러스 러미스는 지금 오키나와에 살고 있습니다. 흔히 오키나와는 일본 속의 일본이라고 부릅니다만, 더글러스 러미스는 오키나와를 ‘식민지’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오키나와의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단어라고 말합니다.

“일본의 식민지인지 미국의 식민지인지, 어느 쪽이 더 강한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아주 복잡한 상황의 식민지입니다.......오키나와에는 미군의 오키나와 사람에 대한 차별이 있는데, 일본인의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도 있습니다.......살다보면 오키나와를 차별하는 본토의 얼굴이 보입니다. 노골적인 차별이 아니라 미묘한 곳에서 편견이 보일 때가 있어요”

일본 영토의 0.6% 오키나와에 미군기지 75%

그는 오키나와 기지 문제와 관련지어 보면 일본 헌법 9조 역시 허수아비와 다름이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 밑에서, 미군의 군사력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평화헌법은 사문화된 문장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전쟁에 반대한다면서 미군기지는 그대로 두자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는 겁니다.

대신 미국의 핵우산과 군사력으로 보호 받는 대신에 감당해야 하는 차별과  불이익은 대부분 오키나와 사람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영토의 0.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데 75퍼센트의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헌법 9조를 지키자고 주장하려면 미군기지의 오키나와 현외 이전에도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정말 안전하다면 ‘신주쿠’에 세우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비폭력 평화운동,인도에는 왜 평화헌법이 없을까?

간디의 비폭력운동으로 독립을 이끌어낸 인도에는 왜 평화헌법이 없을까요? 더글러스 러미스는 간디와 함께 위대한 비폭력 운동으로 독립을 이끌어낸 ‘인도국민회의’가 왜 평화헌법을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인도를 독립시킨 세력은 비폭력 세력인데, 독립후에 인도가 어떻게 ‘보통의 나라’가 되었을까요? 인도 헌법작성위원회 의사록을 모두 검토하였지만, 비폭력 사상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평화헌법에 대한 논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간디의 헌법안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간디 자료관과 델리의 헌책방에서 찾아낸 자료에는 간디의 헌법안이 기록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평화 헌법으로 이어지는 간디 사상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인도에는 70만개의 마을이 있다. 영국이 70만명을 인도로 파견한다고 해도 각 마을에 한 사람씩이 고작이고, 마을의 평균 인구는 700에서 800명이다. 그런데 어떻게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수 있는가?”

간디는 인도 사람들이 협력해주기 때문에 영국이 지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군대에 가고 경찰과 관료가 되고 재판관이 되고 아이들을 영국학교에 보내고 영국의 천을 구입하기 때문에 지배당한다는 것이지요.

“협력을 그만두면 영국의 권력이 사라진다 - 이것이 간디 사상의 기본”이라는 겁니다. 간디는 독립 이후 인도의 “70만 마을이 제각기 주권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간디의 평화헌법 사상입니다.

“당시 세계의 주권국가 수가 57개 정도였는데, 70만을 늘리겠다는 거잖아요. 각각의 마을이 독립주권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독립’으로 번역되는 ‘스와라지’라는 말은 독립뿐만 아니라 자급자족, 경제자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거지요. 각각의 마을에 주권이 있다는 주권재민의 가장 진보적인 형태라는 것입니다. 인도의 전통적 마을조직을 활용하면 인민이 권력을 지속적으로 장악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간디의 생각이었답니다.

오늘날 소수의 지배자나 권력자가 65억이라는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것도 그 지배에 우리가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배자에게 협력할 때 권력이 생겨나고 협력을 그만두면 권력이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에콜로지와 환경의 교차점을 강조하면서 환경운동가들이 우유팩 재활용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군수산업을 포함한 경제 그 자체가 일종의 전쟁이라는 인식은 놓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구를 형광등으로 바꾸는 정도의 실천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성장’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들을 필연적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하며 풍요로움을 포기해도 미래에 ‘행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면 ‘풍요로움’ 숭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을 찾는 이 책에서 읽은 가장 충격적이었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아동노동은 강제적이고 부당하다고들 말하는데, 그럼 어른들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위해 일생의 대부분을 낭비하는 것은 과연 강제노동일까요? 아닐까요?”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 10점
C. 더글러스 러미스.쓰지 신이치 지음, 김경인 옮김/녹색평론사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10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녹색평론사








Trackback 0 Comment 4
  1. 여강여호 2010.12.20 09:10 address edit & del reply

    성장이냐 안정이냐를 두고 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행복한 하루 시작하십시오

    • 이윤기 2010.12.21 09:14 신고 address edit & del

      늘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장이냐, 안정이냐 하는 논란을 넘어서 이제는 지금 보다 더 성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희 단체에서 1월에 오키나와에 가서 더글러스 러미스 교수의 특강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녀와서 블로그를 통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2. 산지니 2010.12.20 22:39 address edit & del reply

    국가는 경제성장에 목숨 걸지만, 정작 경제성장의 열매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이윤기 2010.12.21 09:12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지요?

      아울러 저자는 언제까지,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성장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대담을 하는 두 사람은 이제 더 성장하지 않아도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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