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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5.06.04 김일성 독립운동 사실이지만 '개자식'이오 (1)
  2. 2015.05.15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기독교? (1)
  3. 2014.05.15 책 읽기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2)
  4. 2013.03.04 진보를 자처하는 당신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5. 2010.08.27 소설, 재미로만 읽는 책이 아니더라 (4)
  6. 2010.02.01 다섯 권의 책으로 만난 진보적 지식인 하워드 진 (5)
  7. 2009.12.30 메마른 청춘들이여, 늙어 '최강'이 되고 싶나? (12)
  8. 2009.09.05 ‘세대차이’야 말로 진보를 위한 동력이다
  9. 2009.02.02 ‘오바마’는 미국을 바꿀 수 있을까? (2)
  10. 2008.10.01 짧은 글, 깊은 번뇌... 그의 일기 꽃 피웠네

김일성 독립운동 사실이지만 '개자식'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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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국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연초에 <한겨레>에 실린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걸 잘 봐 두어라" 인터뷰 기사 덕분입니다. 


<분노하라>를 써서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노인 스테판 에셀에 감동 받으며, 우리나라엔 왜 저런 분이 없을까 하던 차였습니다. 그런 때에 국내언론을 통해 채현국이라는 뉴 페이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일찍부터 익히 채현국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던 지인들과 동지들도 적지 않았겠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한겨레> 인터뷰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해방 이후 줄곧 친일파 후손과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동안,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은 곳 모두에서 많은 사람들이 맞서 싸웠습니다. 


그 중에는 백기완 선생이나 리영희 선생 혹은 젊은 시절의 김근태, 이부영, 황석영처럼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도 여럿 있었던 모양입니다. 


채현국 선생 역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강호의 고수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이 중 한 명이었더군요. 채현국 선생의 이력이 알려진 후에 여러 매체를 통해 그 분의 인맥이 드러나는 걸 지켜보니, 소위 민주화 운동의 고수들과 '유유상종'하는 분이었습니다.


채현국 선생은 그 중에서도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호기심 때문에 김주완 <피플파워> 기자가 기록한 <풍운아 채현국>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사놓고 다 읽기 전에 창원대학에서 열린 '풍운아 채현국 북 콘서트'에 가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


채현국 선생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재산을 모았으면서도, 노동자의 고혈을 빠는 재벌기업이 되는 길을 버리고, 사람답게 사는 삶을 선택한 분입니다. 


"한때 24개 기업을 경영하며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부였으나, 지금은 특별한 소득이 없는 신용불량자"로 살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는 맘에 맞는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며 헤어질 때 차비를 쥐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셋방살이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조그마한 집을 한 채씩 사주는 파격의 인간이다." - 본문 중에서


"서울대 철학과 출신 채현국은 그 당시 표면에는 일절 나서지 않으면서 군사정권의 지명수배를 받거나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그 탄광에 받아서 그들에게 호신처를 제공하고, 또 음양으로 반독재의 노선을 추구하는 지식인들과 학생들 그리고 문인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준 훌륭한 분이오." - 본문 중에서


채기엽, 채현국 부자는 1952년 서울에서 시작한 연탄 공장을 필두로 삼척과 저성선 일대의 탄맥을 개발하여 흥국탄광을 설립했습니다. 이어 흥국화학, 흥국해운, 흥국조선 등의 여러 회사를 운영하였다고 합니다. 장항에 있던 흥국조선은 우리나라 최초로 1000톤이 넘는 컨테이너 전용선을 두 척이나 건조했답니다.


하지만 1973년 즈음에 잘 나가던 회사들을 모두 정리하여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고 사업을 정리해 버립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하기 어려운 큰 결단을 한 것이지요. 사람은 흔히 돈을 벌면 더 많은 돈을 벌려다 돈의 노예가 되기 십상인데, 채현국 선생은 그 때까지 모은 재산을 조건 없이 나눠줘 버리면서 노예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재벌 부럽지 않은 부자에서 신용불량자가 되기까지 


그는 광부들과 노동자들에게 나눠 준 것이 아니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장까지 팔아서 광부들에게 돌려 준 것도, 탄광에서 생긴 이익금으로 농장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그 돈까지 돌려주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무튼 그 때 회사를 모두 나눠주고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던 탓에, 1980년 즈음 회사가 부도난 이후로 지금까지 신용불량자로 살고 있다 했습니다. 젊은 시절 대부호로 살았다가 중년 이후에는 신용불량자로 살고 있는 것이지요.


채현국 선생은 김일성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아울러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벽초 홍명희가 북한에 가서 부수상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단호하게 반박합니다. 


"부수상이란 자리. 김일성 그 자식이 딸년 데리고 살았어요. 그놈 개자식이요. 독립운동한 건 사실이지만, 이 나라에서 나처럼 그놈을 개새끼라고 부르는 사람도 별로 없을거요." - 본문 중에서


"내가 알기론 북한에선 이미 마르크시즘이 금서가 되어 있다. 저 자들은 절대로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공산주의라는 이름으로 지금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자이지, 그럴싸한 수작만 하는 자이지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창원대학교에서 개최된 북 콘서트 때도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동시에 남한에서 진보 세력을 종북좌파 빨갱이로 덧칠하는 것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 개념은 북조선에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김일성 그 일당으로 제한시켜야한다. 실직적인 권력, 무력을 가지고 북조선의 그 세력을 지지하고 추장하는 자들에게만 빨갱이라는 단어를 써야지, 전 세계가 사상의 자유가 있는데 그러지 않으면 우리만 바보 된다." - 본문 중에서


따라서 이런 기준을 놓고 보면, 인혁당이나 남민전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절대 북한 추종자들이 모인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겠지만, 그의 북한관이나 남한의 진보세력에 대한 이념적 규정은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 빨갱이는 김일성과 그 일당뿐이다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묻는 질문에 거침없고 단호하게 '권정생'이라고 말합니다. 권정생은 대한민국 대표 동화 <강아지똥>과 소설 <몽실언니> 수필 <우리들의 하느님> 등 많은 동화와 시, 수필을 남긴 작가입니다. 


후배들과 학습 모임을 하면서 권정생 선생님이 쓴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시 함께 읽고 있기도 하고, 최근 서울도서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이오덕, 권정생, 하이타니 겐지로 전시회 <아이처럼 살다>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과 유품을 보고 온 때문인지 더 많이 공감 되더군요. 


채현국 선생은 권정생 선생님과 더불어 소설가 박완서의 여러 작품들과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문학작품이 아닌 책들로 임락경 목사가 쓴 <우리 영성가 이야기> 그리고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같은 책들도 추천해주었는데, 모두 읽지 않은 책들이라 도서구입 목록에 추가해 두었습니다. 


여러 인물에 대한 평가도 있었는데 앞서 소개하였듯이 김일성에 대한 평가가 매우 단호하였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한 평가도 과격(?)하였습니다. 그는 스필버그를 가장 악랄한 지적 범죄자라고 단정 짓습니다. 


"빌 게이츠가 자본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는 면도 있지만, 스필버그 같은 사람이 정말로 인간의 마음속까지 썩게 하면서 자본주의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돈 버는 능력, 그게 최고의 정의입니다." - 본문 중에서


"그렇죠. 그 몰랐던 새로운 사실(영화 <쉰들러 리스트>)을 그렇게 재미있게 만들어가지고 돈을 빨아먹은 겁니다. (중략)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는 계획적으로 계산 대어가지고 자기 전체 제작 영화를 정의로운 걸로 믿고 방심하게 만든 겁니다. 그래서 돈 버는 능력이 정의가 된 겁니다." - 본문 중에서


예컨대 스필버그 감독은 '정의'마저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재미있는 것이 곧 좋은 것일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돈 버는 능력이 곧 '정의'가 되는 문화와 풍토를 확장시킨 주범이기도 하다는 주장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적 범죄자다?


요약하자면, 그가 만든 영화를 흥행시키는 과정에서 돈 잘 버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끔 만든 것이 그가 저지른 '지적 범죄'라는 것입니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소개하였다시피, 채현국 선생은 그 자신이 나이든 사람이면서도 나이든 사람들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나이든 사람들이 존경받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 - 본문 중에서


농경사회까지만 하더라도 노인의 경험이 지혜처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 사회 혹은 요즘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그런 경험이 다 고정관념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옛날에 알던 것은 모두 오류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점점 지혜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풍운아 채현국>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고 놀라웠던 사실은, 채현국 선생과 같은 지식인도 일제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은 '일본이 조국이라고 굳게 믿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이 조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 그걸 아는 놈은 아주 뛰어난 상류층 지식인 집안이거나 아니면 지식 있는 중상류층에서 아이가 가서 말 하지 않을 확신이 있었던 집에서만 일본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말을 해줄 수 있었지." - 본문 중에서


그의 말에 따르면 3.1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일본이 조국이 아니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답니다. 일본 사람을 잘난 체 하는 사람 정도로 알았지, 딴 나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해방 전까지... 일본이 조국이라고 굳게 믿었다


또 그랬기 때문에 해방이 되고 나서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채현국 선생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동년배, 동시대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혼란을 겪었겠더군요.


"해방되자 마자였죠. 놀랐죠. 이 놀라움이라는 것은 세상이 옳다고 가르쳐준 게 전부 거짓말인거야. 영국 놈, 미국 놈은 다 죽여야 할 짐승 같은 놈이라고 얘길 했는데, 학교 칠판 옆에 루즈벨트 하고 처칠 얼굴 붙여놓고 거기에 사무라이가 칼로 이마빡을 쑤셔놓은 그림이 커다랗게 걸려있었어요. (중략) '아, 어른들이 옳다 하던 건 전부 거짓말이네' 하는 것을 그 때 알았어요." - 본문 중에서


요새 하는 말로 '멘붕'을 경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3.1운동 때까지만 해도 독립운동가 대열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들이 1930년대, 1940년대에 줄줄이 친일파로 돌아서게 된 것도 더 이상 독립에 희망을 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한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기대보다는 평범한 답을 합니다. 그래서 좀 안심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 하고... 그것만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 만 하지." - 본문 중에서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하고 살면 된다고 합니다. 쉬워보였습니다만, 가만히 그리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리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더군요. 나이든 지식인의 외침은 '고정관념'을 깨라는 것이었습니다.


풍운아 채현국 - 10점
김주완 지음/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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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생님 2015.06.10 08:35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시대 먼저 살아가신 선생님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또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 선생님들의 자리를 없애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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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은국이 쓴 소설 순교자

 

'KTX를 타고 가는 출장길에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를 읽었다'고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고 곧바로 주문한 책입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쓴이가 늘 닮고 싶어하는 선배였던지라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가벼운 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소설들은 단숨에 읽어치우는데 <순교자>는 그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긴 호흡이 필요하더군요.

 

<순교자>라는 제목 자체도 무거웠습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남쪽 군인과 북쪽 군인이 평양을 번갈아 점령했을 때 일어난 '목사'들에 대한 고문, 학살 사건을 예상치 못했던 시각으로 다룬 무거운 문학 작품이었습니다.

 

소설 읽기를 즐기지 않는 편인데다가, '소설=허구'라는 등식이 깊이 새겨져 있다 보니 당장 눈앞의 현실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책, 당장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 아주 직설적으로 삶을 바꾸라고 충고하는 책에 늘 순위가 뒤로 밀리는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절반 넘게 읽다가 책상 위에 얹어둔 책을 1년여 만에 다시 읽기 시작해 겨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냈습니다. 1년 전 읽다가 책갈피로 표시해 둔 부분부터 다시 읽다보니 여러 차례 책장을 앞으로 넘겨 기억나지 않는 대목을 다시 확인하며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교, 권력 그리고 이데올로기


소설 <순교자>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는 이 대위입니다. 1950년 6월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입대한 이 대위는 대학 강사를 지낸 이력 때문에 그해 10월 육군 특무대로 전속돼 평양에 파견됩니다.

 

평양에 파견된 이 대위는 육군 본부 파견대 정보국장인 장 대령의 지휘를 받는데, 전쟁 발발 직전 12명의 목사가 평양에서 순교한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순교자 중에는 이 대위의 친구인 박 대위의 부친도 포함돼 있었는데, 사건을 조사 과정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순교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봉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대위의 상급자인 장 대령은 공산당에게 희생 당한 12명의 순교자들을 추모하고 기독교인과 평양 시민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대규모 추모식을 조직하라는 '명령'을 합니다.

 

처음 14명의 목사가 체포되어 12명이 순교했지만, 두 사람의 목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대위는 두 사람을 만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12명의 순교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살아 남은 2명은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오랫동안 아버지와 의절하고 지냈던 박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가 순교자 중 1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동요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광신자였던 아버지의 순교를 당연한 신앙적 행동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아들 역시 아버지처럼 인간미가 결여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신 목사가 보낸 편지를 통해 총살 직전 박 목사의 행적이 알려지면서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화해가 이뤄집니다. 박 목사가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다는 사실과 아들의 역사학과 자신의 신앙이 만나는 지점에 대하여 깊은 고민과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역사학자가 되려면 누구든 인간 역사의 특수한 사건들을 일단 초월해서 보편적인 것을 찾아봐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류 역사에 언제간 반드시 종말이 올 것인가 아닌가 하는 훨씬 큰 문제에 부딪힐 게 아닌가. 그러면 그는 역사가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더 크고 엄청난 또 하나의 문제에 직면케 돼." - 본문 중에서

 

아울러 박 목사는 총살을 앞둔 마지막 1분간의 기도 시간에 "난 기도할 수 없어"라는 말을 남기 죽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박 목사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 신에게 기대지 않은 채 절대 고독 속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순교 현장서 살아남은 목사... 다행인가? 불행인가?

 

한편, 박 목사의 신앙심에 감동하고 따르던 젊은 한 목사는 총살을 당하기 직전에 기도를 거부한 박 목사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사형을 면하지만, 미치광이 같은 행동을 보이다가 요절하게 됩니다. 북한군 정 소좌가 틀어놓은 실체적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가 미쳐버렸기 때문이야. 돌아버린 거지. 미친개처럼 말야. 난 야만은 아니거든. 미친놈을 쏘지는 않아." - 본문 중에서

 

북한군에게 체포됐다가 살아남은 신 목사에 대해서는 신도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질타가 쏟아졌지만, 북한군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다른 목사들은 모두 비굴하게 죽었으나 신 목사만 당당하게 공산당에 저항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오히려 죽임을 당한 목사들이 배반자였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그자는 유일하게 내게 대항했던 자였어. 난 당당하게 싸우는 걸 좋아해. 그자는 용기가 있었어. 내 얼굴에 침을 뱉을 만큼 배짱이 있는 친구는 그자 하나뿐이었어. 난 내게 침을 뱉을 수 있는 그자를 존경해. 그래서 그자만은 쏘지 않았던 거야. 사실은 쏘아버렸어야 하는 건데." - 본문 중에서

 

다른 12명의 목사가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도 정 소좌의 입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 배반자들은 빨갱이 들에게 매달려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걸했다는 거야. 자기들은 공산당이 시킨대로 예배 때마다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다. 당신들이 약속한 흥정을 잊었는가, 라면서 말일세. 배반자가 누구누군지 다른 목사들이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 - 본문 중에서

 

예컨대 신목사는 "자기가 거짓말을 함으로써 무언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있고, 지금은 굳게 입을 다뭄으로써 역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지요. 바로 이런 소설 속 상황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신앙의 참된 의미에 대해 고민하도록 합니다. 아울러 동시에 정치 혹은 이념 투쟁에 신앙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신 목사는 시종 신앙인으로서의 겸허하고 절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신도들을 버려두고 피난 가지 않으며, 병든 몸을 이끌고도 절망에 빠진 노약자들을 돌보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극심한 절망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약한 자, 힘 없는 자들과 함께 하면서 신앙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숭고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입니다.

 

비겁하게 죽은 자는 순교자?, 당당하게 살아 남은자는 배신자?

 

한편 소설 전체를 끌어가는 화자인 이 대위는 신이 침묵하는 암울한 전쟁 상황임에도 인본주의를 추구하는 지식인이자 지성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소설 <순교자>를 쓴 저자 김은국은 독자들에게 과연 누가 진정한 순교자인가 혹은 누가 신을 배반하였는가 하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집니다.

 

예컨대 공산당에게 굴복하고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다 죽임을 당한 자들은 순교자로 추앙받고 죽기를 각오하고 공산당에 당당하게 맞서다가 뜻 밖에 살아 남은 자들은 배신자로 오해 받는 상황을 펼쳐 놓고 과연 누가 진정한 순교자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아울러 참혹한 전쟁 앞에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양심보다 신이 더 우월한가? 하는 고뇌 깊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순교자>는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 작가 김은국의 대표작입니다. 영어로 먼저 쓴 <순교자>의 원제목은 'The Martyred'(George Braziier Inc., N.Y.C., 1964)이며, 뒤늦게 우리말로로도 번역됐습니다.

 

아울러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국내에서도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모았기 때문에 미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으며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심에도 올랐다고 합니다.

 

<순교자>는 한국 전쟁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달리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다루기보다 신앙적인 구원과 인간이 당하는 고통의 문제 그리고 양심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한국전쟁 기간 동안에 일어난 남북 간의 대립 과정에서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던 신앙과 양심의 문제에 맞닥드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 평론가와 유명 작가들이 남긴 <순교자>에 대한 찬사를 무시한다 쳐도 문학 작품이 주는 '힘'과 묵직한 '무게감'이 무엇인지 경험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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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성의 전당 2018.09.12 19: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저는 지성의 전당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신에 대한 글이 있어서 댓글을 남겨 보았습니다.

    인문학 도서인데,
    저자 진경님의 '불멸의 자각' 책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와 죽음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잘 나와 있습니다.
    아래는 책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더 많은 내용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글이 불편하시다면 지우거나 무시하셔도 됩니다.
    ---

    수천 년간 어느 누구도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과 질문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떤 존재라 할지라도 ‘존재’에게는 반드시 ‘시작’이 있었으며, 그러한 태생적 한계는 반드시 ‘끝’으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의문은, ‘신’을 추측하고 상상하여 존재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측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신’에 대해서 묻고 있다면, 저의 견해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겠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신’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은 ‘존재’하지만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어떤 존재라 할지라도 ‘존재’에게는 반드시 ‘시작’이 있었으며, 그러한 태생적 한계는 반드시 ‘끝’으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시작이 시작되기 이전에 ‘아무것도 아닌 무엇’, 즉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알 수 없는 ‘무엇’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은 아무것도 아닌 무엇으로서, 존재하지만은 않습니다.


    www.uec2018.com

책 읽기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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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 글쓴이만 보고 책을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게는 <책에 대한 7가지 질문>이라는 책이 꼭 그렇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자 정수복씨가 책에 대해 쓴 두 번째 책입니다. 저자가 책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에 답합니다.


그런데 책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이 놀랍습니다. 그 질문이란 바로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저자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이유로 '책 중독'의 위험성을 꼽습니다. "책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책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여러 분도 '책을 읽는 시간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어떤 측면에서 독서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놀라운 발상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이 책에 확 끌렸습니다.


"책 중독자들은 글자로 만든 술을 마시고 문자로 제조한 담배를 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들은 문자의 숲을 하염없이 헤매느라 소중한 인생을 허비한다."(본문 중에서)


솔직히 말하면 저는 대한민국 국민 평균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책을 읽는 게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독서의 위험...어슬픈 지식인은 되지 말아야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난 '백면서생'의 삶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을 때 삶이 열린다"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구절도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의 위험'은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자기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어설픈 지식인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책깨나 읽은 사람들 중에는 아는 척하기에 바쁜 사이비 지식인이 많다. 책을 어설프게 많이 읽은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자신보다 지적으로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하여 자신이 지금껏 책을 읽어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 가치나 관념을 가르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본문 중에서)


마치 저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섬뜩했습니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책에서 읽은 남의 생각을 마치 내 생각처럼 떠들면서 지적 허세를 부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책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백면서생'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사르트르의 예를 듭니다. 그리곤 현실 세계보다 책 속에 빠져드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책에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는 영성의 고갈과 자연으로부터 소외를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책 읽기는 가상의 현실이고 독서는 타인의 체험을 통한 간접체험이다. 그러나 나의 삶은 지금 여기서 진행되고 있고 나의 삶의 핵심은 나의 직접체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독서라는 간접체험에 빠져들어 삶이라는 직접 체험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본문 중에서)


책 읽기는 직접 체험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지는 간접 경험의 세계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간접 경험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풍부한 직접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상과 자연을 만나고 국내외를 다니면서 세상과 맞딱뜨리는 직접 경험을 넓혀야 제대로 된 독서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책 서두에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를 들던 저자는 이어 '책 읽기의 확장'을 이야기합니다.


"꼭 문자로 된 종이책을 소리내어 읽는  것이 독서가 아니다. 삼라만상이 다 문자요, 책이다. 삶이 곧 독서다."(본문 중에서)


직접 경험을  통한 세상 읽기와 책 읽기라고 하는 간접 경험의 세계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책 읽기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것인지 아니면 책 읽기를 그만둘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며 한 발 물러섭니다. 왜냐하면 책 읽기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그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삼라만상이 다 문자요, 책이다


책 중독의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읽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지식욕'에서 비롯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이 누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하는 지식욕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정약용·장석주·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지식인들 모두 '세상을 알고 싶은 욕망' 때문에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책을 '지식의 원천'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설파합니다. 책 읽기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독서를 즐긴다는 것이지요. 또 저자는 책이 삶의 깊이를 더해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을 읽는 일은 세상의 이치와 의미를 깨닫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격의 완성을 추구하는 숭고한 행위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독서를 통해 지식을 넘어 인생을 사는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저자는 책이 "인류가 경험하고 축적한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친구이자 스승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그뿐인가요.


책은 창의성의 원천이며, 인생의 길 찾기를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책 읽기를 통해 치유를 경험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책 읽기를 통해 영혼의 안식을 얻기도 합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책을 읽을 미지의 사람의 마음과 만나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사람이고 책을 읽는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서 날아온 마음의 편지를 떨리는 마음으로 읽는 사람이다." (본문 중에서)


책은 영혼과 영혼이 만나 매개체이며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도구라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런 까닭으로 책 한 권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요.


책 읽는 습관은 아버지로부터 전해진다


저자의 세 번째 질문은 '책 읽는 습관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입니다. 그는 책을 통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어머니의 책 읽어주기가 중요하지만 아이가 조금 크면 아버지의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략) 그 옛날 정약용의 아버지 정재원이 그러 아버지였다. 그는 남다른 관심과 애정으로 어려서부터 아들을 자기 곁에 앉히고 열심을 글을 가르쳤다."(본문 중에서)


이 책에는 정약용을 비롯해 아버지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물려받은 지식인들의 사례가 간략하게 소개돼 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책 읽는 습관은 엄마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는 초등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 성인이 됐을 때로 나누어 독서 습관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담겨있습니다. 자발성과 자율성 키우기, 호기심과 탐구심 기르기, 상상력과 창의력·분석력을 키우는 독서 습관이 소개돼 있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입니다. 그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좋은 책을 고르는 법입니다.


"처음 만나는 책이 어떤 책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제목을 음미해보고 책의 앞날개에 적혀 있는 저자 소개를 보고, 책 표지 윗면에 실린 짧고 간명한 책 소개를 읽어본다. 그래서 그 책에 관심이 생기면 목차를 살펴보고 서문을 읽고 책 전체를 후루룩 훑어본 다음 결론을 읽고 색인이 있으면 색인을 보고 참고 문헌이 있으면 참고 문헌을 훑어보기도 한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목차는 책이라는 현실을 표현하는 지도와 같기 때문에" 목차를 통해 책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가장 잘 요약해놓은 글은 서문에 소개하고 있는 '독자 권리 장전'입니다. 저자는 권장도서 목록이나 베스트셀러 등에 치우치지 않고 항성 같은 책을 골라 읽으면서도 억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독서를 강조합니다.


정수복의 독자 권리 장전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책을 읽을 권리
3.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6.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을 권리
7.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수 있는 권리
8.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권리
9. 원하는 책을 다시 읽을 권리
10.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1.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12. 책에 대한 정부, 학교, 부모의 검열에 저항할 권리
13.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는 권리
14. 반쪽 독서를 할 수 있는 권리
15.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6.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17.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은 책을 빌려주지 않을 권리
18. 읽은 책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을 권리
19.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
20. 읽은 책과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책을 쓸 권리


이 권리장전의 내용과 함께 중요하게 새겨야 할 것은 고전에 대한 저자의 견해입니다.


"걸작과 명저 가운데서도 세월의 흐름을 견디어 살아남은 책, 여러 세대에 걸쳐서 끊임없이 읽히는 책, 최소한 몇십 년, 길게는 몇백 년의 시간 동안 계속 읽히는 장기간의 스테디셀러가 고전이다."(본문 중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책은 새로 나온 책이 오래된 고전을 폐기하지 않는다. 오래된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전이란 새로운 해석을 통한 새로운 사상의 원천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특히 고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언급하고 인용하지만, 정작 고전을 제대로 읽지 않고 해설서나 2차 저작물을 읽은 뒤 그 책을 읽은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최고 수준의 사고를 최고 수준의 독자를 위해 쓴 책... 고전


"고전이란 저자가 오른 최고 수준의 사고를 최고 수준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지만, "시대의 전후를 꿰뚫는 역사의식과 인생의 명함을 통찰하는 지성의 힘"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는 "고전은  산맥을 타고 넘으면서 저 아래쪽의 경치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산봉우리에 올라 넓은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는 의미겠지요. 또 "고전은 오래된 새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으로 우리를 다시 깨우칠 수 있게 합니다.


저자는 책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제목은 기억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읽지 않은 동서양의 고전 수십 권을 추천합니다.


다섯 번째 주제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입니다.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들과 목적에 따라서 다독·속독·정독을 해야 하는 각각의 경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에 남는 것은 '읽기만 하지 말고 새기고 생각하라' '낭독의 장점'이었습니다. 옛 선비들은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몸고 마음을 정화시켰다"고 합니다.


또 저자는 "낭독은 시각과 청각,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활용"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저자는 프랑스와 영국의 '낭독 공연'을 보고 느낀 감동을 소개하면서 여럿이 모여 소리 내어 읽는 경험을 통해 낭독의 재발견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반복 독서의 장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허접한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보다 중요한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감동적이면서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책들은 여러 번 다시 읽는 것이 생각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은 질문은 '평생 얼만 큼의 책을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책은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답이 궁금하신가요? 마지막 두 가지 질문의 답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책을 통해 직접 그 답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의 답이 아주 흥미롭다는 힌트를 드리는 것으로 정수복이 쓴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 관한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 10점
정수복 지음/로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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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궁지훈 2014.05.15 10:53 address edit & del reply

    선생님, 전 제목보고 클릭했는데 좋은 책을 읽으라는 뜻이네요.
    이런 책 읽어보셨어요?
    좋은 책인지도 봐주세요.
    저는 고향이 안양인데도 가슴이 뭉클해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이야기일 것 같아 권했더니 “외할아버지 생각난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서점에서 단편 <미안하다. 사랑한다. 용서해다오!> 네 장짜리 한편 읽고 바로 샀어요.
    읽고 나서 저자가 누군지 찾아봤더니 모르는 사람이더라고요.
    출판사에 전화해 봐도 가르쳐 줄 수 없다내요.
    필체가 딱딱한 것 같은데 순간순간 와 닿아요.
    이런 것도 무슨 글 쓰는 기법인가요? 전 글을 쓸 줄 몰라서요.
    표지가 좀 그렇다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표지가 와 닿아요,
    고향이 시골이신 분들을 울리게 하는 책인 것 같아요.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책? 아무튼 그런 부정이 느껴져요.
    읽고 나서 3일 지나 길거리를 가는데 지나가는 지팡이 짚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를 보니까 눈물이 나요.
    참 이상한 책이죠?
    주제 넘는 말인지 몰라도 가난하게 사는 무명작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가 추천 글이라도 쓰고 싶었어요.
    그분은 내게 위안을 주는데 이렇게라도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고등학생인데 이런 책은 첨 봐요.
    요즘 우린 책을 잘 안 읽잖아요.
    작가 분은 찾을 수도 없던데 참 이상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번 읽어 보세요.

  2. 초원길 2014.05.15 2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책은 손에서 떠나지를 않더군요
    최근 일년정도 책을 거의 안보고 있는데 다시 시작해봐야겟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당신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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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은 몇 개일까? 보통, 사람들은 남들처럼 세상을 보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도 ‘대세’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선거에는 이른바 ‘대세론’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된다. 대세를 거부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를 쓴 김갑수가 바로 대세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는 “진보 술자리에 섞이면 독야청청 보수 노릇하고, 보수 아저씨들 자리에서는 급진의 꽹가리를 쳐대는 성벽이 내게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바로 대세를 거부하는 김갑수가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는 대세를 따르는 사람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사는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나는 앞장서서 환영할 것이다.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망자의 추모공원 곁에서 자라난다면 내 아이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또한 동네에 장애자 특수학교가 들어선다면 그 역시 앞장서서 환영할 것이다… 또한 내가 사는 동네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이 생긴다면 그 역시 앞장서서 환영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는 자기 아이가 특수학교 아이들과 섞여 놀면서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꾸는 휴머니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고, 쓰레기 문제를 겪으며 생활문제, 환경과 문명에 대하여 남다른 통찰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쓰레기 소각장’이 남다른 통찰력을 키워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 쓰레기 매립장 혹은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진보운동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라면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환경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측면에서 ‘다이옥신 피해’를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하겠지만만 결국은 금전적 보상이나 지역 개발사업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도 별 수 없을 것 같다.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나는 왜 나여야만 하는가?>를 쓴 김갑수처럼 ‘앞장서서’ 환영 할 자신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에게는 ‘독야청청’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그렇다. 이 책은 지은이가 2년 반 동안 한겨레에 기고한 ‘세상읽기’ 원고가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칼럼집이 “세상의 겉은 초절정 메가패스 속도로 흘러가고, 그래서 불과 몇 해 전 황우석 교수 일도, 몇 달 전 조승희의 어두운 눈빛도 금방 옛날 일처럼 여겨지건만, 그에 반응하는 우리 자신은 별로 변함이 없다는 문제제기”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는 권력을 가진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칼럼을 통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짓밟고 권력층, 부유층에게 침을 뱉는 정의의 목청 뒤에 국민 스스로의 자기 책임성, 자기 변화의 절박성은 슬그머니 감춰진다. 아울러 그 감춰진 면을 드러내려는 목소리에는 이른바 ‘가진 자’ 편이라는 편 가르기 멍에가 덧씌워진다.”(본문 중에서)

 

김갑수는 민주화는 민중의 집단적 열망으로 이룩했지만, 선진사회 도약은 국민소득이 두 배 세배로 늘어난다고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개개인의 자기 각성과 책임감의 공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남 탓만 하는 국민’들에게 감춰진 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집단적 광기, <디워>의 애국주의

 

그래서 심형래 감독이 만든 영화 <디워> 논란이나 ‘유승준 파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대중을 향해 빛나고 있다. 그는 이른바 ‘진중권 논란’을 ‘황우석 사태’와 다름없다고 인식한다. 진중권 논란이란, 좌파 이론가 진중권이 백분토론에 나와 영화 <디워>가 “애국심과 동정심에 호소해서 인구몰이를 한 싸구려 흥행물”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하여,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무섭고 거셌던 성토 분위기를 말한다.

 

김갑수는 여기서 ‘나라사랑’, ‘국가 또는 조국’을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그들에게 집단적 광기와 민주적 여론의 차이를 성찰해 보라고 권유한다. 그는 “‘<디워>의 애국주의’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애국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기는커녕 국방의 의무조차 피하고자 할 것이 틀림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집단의 광기가 개인의 행불행을 좌우하고 대재앙을 일으켰던 기억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군 입대를 공언하며 인기를 누리다가 국적을 바꿔버린 ‘유승준 파문’에 대한 그의 인식 역시 대중적이지 않다. 유승준 역시, 대중들에게 애국심, 공인, 병역의무와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집단적인 공격을 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입국 금지를 당하기까지 하였다. 유승준 파문에 대하여 김갑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적을 변경, 선택하는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둘째, 개인의거주지 이전, 선택, 방문 등의 행위를 법률을 뛰어넘어 도덕적 사유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병역의무는 천부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가치실현인가.”(본문 중에서)

 

이 세 가지 질문에서 유승준이라는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고 또 다시 권유한다. 김갑수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당시의 여론과는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즉, 국적 선택과 거주이전은 당연히 ‘자유’이며, 병역의무 역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수준의 의무일 뿐이라고 한다.

 

유승준 사태의 본질은 ‘대중적 박탈감’

 

유승준 사태의 본질은 그가 ‘대중의 박탈감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박탈감은 남들은 모두 부당한 방법으로 잘되었는데 나만 손해보고 있어 억울하다”는 심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적당히 때 묻은 보통사람에게 애국자”가 되라고 요구하지도 말고, 나만 억울하다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도 벗어나야 낡고 병든 도덕주의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를 거부하는 김갑수는 이것이 ‘유승준 사태’의 본질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제는 많이 잊혀졌지만, 그래도 ‘줄기세포’ 이야기만 나오면 떠올리는 황우석 사태를 김갑수는 어떻게 보았을까? 한 마디로 ‘사기도 음모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나는 이 사태가 황 교수에게 최고 과학자 운운의 과도한 영예를 얹어준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의 연구는 마치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처럼 세계적인 경쟁이 붙은 첨단 분야의 기술개발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 돈 되는 기술개발 경쟁과정에서 불거진 이해다툼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누가 사기 친 것도, 음모를 꾸민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생겨난다.”(본문 중에서)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는 지은이의 이러한 관점은 ‘진보 술자리에서 보수, 보수 아저씨들 자리에서는 급진의 모습’을 보이는 그의 성벽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흔히 주류 입장에 가까운 사람들과 대부분 언론들은 ‘사기론’이라는 대세에 매달렸고, 열광적 기대를 나타냈던 소위 ‘황빠’들은 음모론으로 날을 세울 때, 그는 ‘독야청정’ 기술 개발과정에서 불거진 이해다툼일 뿐이라고 전혀 다른 눈으로 사태를 바라보았다.

 

김갑수는 젊은 시절에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출판사 편집부장을 거쳐서 라디오 진행자가 되었다.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시와 책과 음악이 그의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듯이 보인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기피하는 아이였으며, 지금도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떻게 축구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축구에 열광하는 진보적 지식인

 

소위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5공 시절에 시작된 프로스포츠에 대한 반감이 있다. 그 역시 스포츠에 대한 열기 때문에 반감을 넘어 증오하는 시절이 있었으며, ‘3S로 국민을 마비시키는 독재정권에 굴복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다고 한다. 가르치던 아이들에게도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바보 멍청이나 할 짓이라는 주장을 설파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2006년 월드컵 즈음엔 스포츠에 대하여 다른 감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국민들처럼 손에 땀을 쥐고 발을 구르며 환호와 탄식을 내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박지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기가 그의 외모나 말솜씨 때문이겠는가. 2006년 월드컵의 16강 탈락이 우리 국력이 모자라서였겠는가. 모든 것이 실력과 노력, 때로는 운에 맞춰 펼쳐지며 우리는 거기에 흥분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또 좌절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사, 삶의 진면목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본문 중에서)

 

대중심리를 이용한 돈 놀음에 치우쳐 있는 다른 대중 오락물에서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다른 “거짓과 꾸밈이 없는 승패의 진실, 계산되거나 연출되지 않은 알몸의 몸짓” 때문에 스포츠에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포츠는 군대와 경찰의 통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동물 본연의 야수성, 공격성을 해소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적으로 열광하는 월드컵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태도는 옹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되는 것처럼, 열광하지 않을 권리도 옹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를 읽어보면 서평기사를 통해 다 소개할 수 없는 톡톡 튀는 다른 생각과 발상을 만날 수 있다. 가끔 추문에 휩싸인 인물을 봐도 그 죄질(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으며 ‘오직 운이 없다고 여겨질 뿐’이라는 결혼, 사랑 그리고 이혼 에 대한 김갑수의 세상읽기, 3만여 장이 넘는 음반을 소유한 그의 음악에 대한 생각도 만날 수 있다.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를 쓴 김갑수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제발 남 탓 하지 말라’고, 그리고 ‘제발 대세만 쫒아가지 말라’고. 지은이의 탁월함은 그가 사물을 비판적으로만 보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남탓’만 하는 비판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 읽는 방법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책을 읽는 동안 홍순관이 부른 노래 '나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지'라는 노래가사가 자꾸 떠올랐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독자들이라면, 우선 그가 진행하거나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춰보시면 어떨까? 어느 방송이냐고? 인터넷 검색 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 10점
김갑수 지음/프로네시스(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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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미로만 읽는 책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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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 <런던소식>, <회상>

일본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하는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해 준 사람은 강상중 교수입니다. 지난 봄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을 읽으면서, 유명한 일본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알게 되었지요.

강상중 교수는 <고민하는 힘>에서 시대를 꿰뚫어보는 지식인으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여러 차례 인용합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백 년 전에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막스 베버 역시 충분히 잘 알지 못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름이지만, 일본의 국민작가라고 하는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는 강상중 교수의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강상중 교수에게 ‘고민의 힘’을 배운 후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을 마음에 새겨두었는데, 마침 올 여름 신간목록에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선택하였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추앙받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는 2000년 6월에 실시한 지난 1000년을 이끌었던 각 분야의 사람을 뽑는 인기투표에서 문학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지식인 이라고 합니다. 1986년부터 2004년 11월 새로운 천 엔 지폐가 나올 때까지 일본의 천 엔 지폐에 나쓰메 소세키의 초상이 새겨져 있었답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

신간 목록에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을 발견하고 작은 망설임도 없이 이번 여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그의 소설집을 골랐지만, 막상 소세키의 작품을 읽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읽은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권 <런던소식>은 몽십야, 문조, 영일 소품, 런던 소식을 비롯한 여20여 편의 단편을 모은 책입니다. 제 2권 <회상>은 회상, 취미의 유전, 이백십 일, 만한 이곳저곳 등 4작품을 모은 책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이번에 읽은 <런던 소식>과 <회상>에는 강상중 교수가 <고민하는 힘>에서 주로 인용한 작품들은 대부분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강상중 교수는 <고민하는 힘>에서 도련님, 마음, 그후 길 위의 생, 문, 몽십야 등을 주로 인용하였는데, 이번 전집 두 권에 나오는 작품은 ‘몽십야’ 뿐이더군요.

<런던 소식>과 <회상>에 포함된 작품은 한국에서 초역인 작품이 반수 이상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옮긴 노재명은 “소세키의 문장은 일본의 어떤 소설가보다도 난해한 문체”라고 하였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소세키의 작품 역시 ‘난해’하였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고 읽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에 비하여 참 많이 난해하였습니다. 책의 두께로만 보면 보통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읽었다면 한 권을 읽는데, 하루 혹은 길어도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대부분 소설책은 그런 속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쓰메 소세키의 <런던 소식>과 <회상>을 그런 속도로 읽을 수 없더군요. <런던소식>과 <회상>을 읽는데 꼬박 2주일이 걸렸습니다.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다른 책과 섞어 읽기는 하였지만 소설 책 치고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소설 2권 읽는데 꼬박 2주, 만만한 책 아니다

막상 읽어보니 짧은 단편을 모아 놓은 <런던 소식>이 훨씬 더 난해하더군요. 짧은 글이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단편이어서 더 집중하고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중편 4편을 모아 놓은 <회상>이 읽기에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처음엔 100년 이라는 시공의 차이가 주는 생소함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만 읽을수록 그것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런던 소식>이나 <회상>을 읽기 전에, 각 권의 말미에 있는 ‘작가 읽기’를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런던 소식> 말미에는 시인이자 한양대 교수인 고운기가 쓴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단상 몇 가지’라는 글이 실려 있고, <회상>에는 문학평론가 이봉일이 쓴 ‘나쓰메 소세키, 일본 근대문학의 창조적 정신을 찾아서’라는 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 평론가의 글을 먼저 읽으면 ‘선입견’을 갖게 될 위험이 있어 권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읽는 독자들이 맞닥뜨리게 될 ‘난해함’을 극복하는 데는 전문가의 ‘길잡이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취미의 유전’에 나오는 러일 전쟁에 대한 은유적 묘사는 쉽게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도살, 굶주린 개, 미친 신, 죽음의 살육전 같은 수식어가 만연하는 제국주의와 일본 천황 그리고 러시아 차르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소설을 다 읽고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지성’에 관한 고민을 담은 7장에 ‘몽십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강상중 교수는 몽십야 중에서 ‘제 7화’를 짧게 요약한 후에 “이 이야기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는 것이 싫다고 해서 구시대에 매달리는 것은 더 바보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하였더군요.

이 대목을 읽고 <런던 소식> 맨 앞에 나오는 단편 ‘몽십야’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과연 그런 해석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아울러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책을 읽고 2주 동안 고전하였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몽십야를 제외한 몇 편은 예외이지만 <런던 소식>에 실린 단편 대부분은 마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만, 그 일기가 소소한 일상을 적은 기록이 아니라 깊은 고민을 담은 무거운 중압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가장 읽기 쉬운 글이 전집 2권 <회상>에 포함된 기행문처럼 쓴 <만한 이곳저곳>이었습니다. 만약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다면, 이미 오래전에 번역되어 널리 알려진 <도련님>,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같은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 <런던 소식>과 <회상>은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서양 근대문명과 만나는 동아시아 역사와 사회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실존적 군상들의 삶과 내면의 풍경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 ‘일본의 국민작가’라는 찬사만 믿고 달려들었다가는 낭패를 볼지도 모릅니다. 격동의 근대기를 살아간 작가의 실존적 고민이 깊이 담긴 ‘난해함’에 맞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읽어야 하는 소설입니다.



런던 소식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하늘연못
회상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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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gy2011 2010.08.27 19:50 address edit & del reply

    나쓰메 소세키라... 저도 생소하네요. 생각보다 일본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난해하다고 하셨는데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이 너무 어려워서 도중에 포기한 기억이 나네요.

    • 이윤기 2010.08.30 08:42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저도 포기한 책 좀 있습니다.

      다음에 '내가 읽다가 포기한 책', 이런 주제로 포스팅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2. 달그리메 2010.08.28 18:18 address edit & del reply

    꾸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 이윤기 2010.08.30 08:43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요즘은 가끔 의무감으로 읽을 때가 있는 것이 흠이긴 합니다.

다섯 권의 책으로 만난 진보적 지식인 하워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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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본보기로 남긴 역사학자 하워드 진을 추모하며...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의 상징이었던 '하워드 진' 교수가 88세를 일기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하워드 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가 쓴 책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와 <불복종의 이유>를 읽으면서부터 입니다.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쓴 서평 기사를 검색해보니 2008년 한 해 동안 하워드진의 저작들을 여러권 읽고 소개하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하워드 진의 대표적인 저작은 <미국민중사>입니다. 1980년 불과 5000부를 출판하였던 미국 민중사는 그후 미국에서만 200만부가 넘게 팔렸으며, 수 많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역사교과서로 채택되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삼류 깡패국가가 된 것은 2차 대전 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하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진보적인 역사학자로서 반전, 민권, 여권, 인종간 평등, 제3세계를 주제로 연구와 실천을 함께 하는
실천적 지식인이었지요..

스펠먼대학에서 흑인 여성 제자들과 함게 민권 운동을 벌였고, 보스턴대학 시절에는 베트남 반전운동의 선두에 섰다고 합니다. 그는 미국 역사를 강자와 지배자의 관점이 아닌 원주민(인디언), 흑인, 여성, 노동자의 저항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썼습니다.

하워드 진은 "역사를 바라볼 때 선택과 강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느 한 쪽 편들어야 한다면, 나는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를 읽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독자들은 하워드진이 쓴 <미국 민중사>를 비롯한 여러 저작들을 통해 정복자, 영웅의 시각에서 쓰인 미국역사 대신에 그들의 야욕에 희생당한 수많은 민중의 시각에서 쓰인 미국역사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워드 진은 역사기술이 지나치게 비판적이며, 비애국적이라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신의 역사인식은 '정직함'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조국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정직'할 때만이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정직하게 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답니다.

오늘은 역사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으로 살다간 하워드 진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가 세상에 남긴 많은 책들 중에서 저에게 역사와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던 몇 권을 소개해봅니다.

좋은 책을 골라 읽고 소개하는 서평 블로거로서 뛰어난 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이 세상에 남긴 그의 저작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2008/07/16 미국이 삼류 깡패 국가가 된 것은 신대륙 발견 때부터 - 하워드진의 살아 있는 미국 역사


애국심 이란 무엇인가?

하워드진이 쓴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애국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애국심이란 무엇일까요? 하워드 진은 아무 조건없이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애국심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는 애국심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지 않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1776년에 작성된 미국독립선언서에 그 기본원리를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립선언서는 정부라는 것이 성스러운 존재도 아니며 비판에서 자유로운 초월적인 존재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명, 자유, 행복추구의 동등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창조물이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러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 정부를 갈아치우거나 폐지할 권리를 갖는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정부를 갈아치우거나 폐지할 국민들의 권리에는 당연히 정부를 비판할 권리도 포함된다는 것이 하워드 진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미국역사를 살펴보면, 미국 지배계급들은 종종 다른나라 사람들이 자주적으로 세운 정부를 대신 갈아치우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독립선언서에 담긴 "정부를 갈아치우거나 폐지할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230쪽 분량입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민중사>의 요약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00쪽이 넘는 <미국민중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훨씬 간편하게 하워드 진의 역사 서술을 경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2008/10/08 정부는 인민의 힘을 이길 수 없다. - 권력을 이긴 사람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국정 교과서를 통해 세상을 배우던
시절에 국가는 국민, 영토, 주권으로 이루어진다고 달달 외웠습니다. 이때 국민과 영토 주권은 국가에 속해 있는 종속적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훨씬 나중에야 국가는 국민들이 일정한 영토에 통치권을 세운 공동체 정도로 정의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국가는 국민에게 속해 있는 개념이었지요.

그제야 국민들은 국적을 바꿀 수도 있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때때로 국가는 모든 것을 바쳐서 지켜야만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국가와 애국의 탈을 쓰고 등장하는 '독재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국가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와 정부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와 국가를 동일시 하는 청년들은 부당한 전쟁에 나가기도 하고, 국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겠다는 각오를 하기도 합니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그들이 생명을 무릎쓰는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정부라는 더 나아가 막대한 부의 소유자들, 정부와 연결된 거대 기업들이라는 점을 생각했더라면 그 청년들은 망설이지 않았을까?"(본문 중에서)

하 워드 진이 쓴 책<권력을 이긴 사람들>은 바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애국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책이지요. 그는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되는 문서인 독립선언서에 포함된 민주주의 원칙을 받아들인다면, 애국이란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는 결코 아니라고 합니다.

" 독립선언서에 따르면 정부는 '생명, 자유, 행복추구'에 대한 모든 이의 동등한 권리와 같은 어떤 목표들을 지키는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세운 인위적인 산물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정부라도 언제든 이 목표들을 파괴하게 되면 그 정부를 바꾸거나 무너뜨리는 것은 인민들의 권리이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진정한 애국주의라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들, 즉 평등,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과 같은 가지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며, 그 가치를 손상시키거나 훼손하는 것은 비애국적인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죽어가고 있는 병사들은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를 위해 죽어가고 있으며, 체니, 부시, 럼스펠드를 위해 죽고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석유카르텔의 탐욕을 위해, 미 제국의 팽창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하워드 진의 주장입니다.

애국주의, 국가주의는 국민들의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만들어서 진주만에서 2300명이 죽었기 때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24만 명을 죽인 것을 정당화해주고, 9·11 사건에서 3천여 명이 죽은 사건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수만 명을 죽이는 일을 정당화해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이 역사에 등장했던 다른 제국주의 열강들과 다르고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 권력을 이긴 사람들>에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헨리 데이빗 소로, 유진 뎁스, 로젠버그 부부, 사코와 반제티, 대니얼과 필립 베리건 형제와 같은 권력을 이긴 사람들의 감동적인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을 비춰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책입니다.


2008/11/05 오바마 당선되면 부시보다 나을까?  - 하워드진 교육을 말하다


교육이 학생과 시민들을 망친다


9.11테러 사건이 있은 후 7년이 지났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 당국은 9.11테러 사건 직후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가 범인이라고 지목하였지요.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오사마 빈라덴을 체포하고 알카에다를 무력화 시키기 위하여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였으며,
얼마 후에는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 거짓 정보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홍보하였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여러 가지 증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금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석유자원을 강탈하기 위한 침략전쟁이었을 뿐이며,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루어진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60퍼센트가 알카에다와 이라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 미국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의회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애국자법(테러대책법)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21세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전히 지배집단이 언론을 이용해 정치 선전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받고,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고도의 사상 주입을 학교와 학생들에게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워드 진의 주장입니다.

“학생들은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진실이라고 말하거나, 암시하거나, 제시하거나 연관 짓는 정부의 주장을 듣고 또 들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그 주장을 부정한다고 해도 이미 산을 이룬 거짓말들을 간파할 수는 없다.”(본문 중에서)

학교가 복종심을 높이고 독립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하며 통제와 강제의 시스템 내에서 제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진보적인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과 보스턴대학 교수인 도날도 마세도의 글을 엮어낸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는 바로 이런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책입니다.

“학교에서 젊은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에 대해서는 배우지만 극소수의 부유층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그들 반대편에는 생사의 경계까지 밀려나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자녀들을 먹이기 위해, 또 학교에 보내기 위해 생활고와 싸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계급사회의 실상은 전혀 배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우리 교육체계가 안고 있는 커다란 결합입니다.”(본문 중에서)

선거를 통해 미국인에게 주어진 자유란,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 주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이 아닌 새로운 정치 세력이 의원직에 도전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였습니다. 하워드 진은 미국사회에서 중대하고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수백만 민중이 더 많은 연대를 이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2008/11/29
하워드 진,"객관적인 역사는 없다." - 하워드진 - 오만한 제국 미국의 신화와 허물 벗기기

살아 있는 동안 씌어진 '하워드 진 전기,
정의를 위한 시민 불복종


데이비드 D. 조이스가 쓴 <하워드 진>은 진에 대한 첫 번째 전기라고 할 만한 책입니다. 그렇지만, 진의 사생활이나 사회운동가로서 삶의 궤적보다는 진이 쓴 많은 저작들을 중심으로 책이 쓰인 과정, 시대적 상황, 책에 대한 학계와 전문가들의 평가, 그리고 책이 그 당시 미국 사회와 미국 사회운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전기와 많이 다른, 수백 개의 주석이 붙어 있는 마치 학술 논문을 읽는 것 같은 전문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하워드 진은 1922년에 태어났으며, 양친은 모두 유럽에서 이주해온 유대인이었습니다. 수많은 직업을 전전한 가난한 부모를 둔 '진'은 배를 곯은 적은 없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짧은 대학생활을 그만두고, 해군 공창에서 노동자생활을 하다가 공군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진은 공부를 계속할 만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3년 동안 조선소와 막노동, 양조장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1949년 뉴욕대학에 입학합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거쳐 역사학을 전공으로 정치학을 부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진은 자신의 첫 인생 33년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실업과 열악한 일자리의 세계, 대부분의 시간을 비좁고 지저분한 곳에서 살면서 두 살, 세 살짜리를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기고 학교나 직장에 나가야 했고 아이들이 아파도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개인 의사에게 데려가지 못하고…… (중략)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조차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적절한 학위를 갖추고 나서 그 세계를 빠져나와 대학교수가 된 후에도, 나는 결코 그 세계를 잊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계급의식을 버리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진은 1956년 흑인여자대학인 '스펠먼' 대학의 교수가 되면서부터 흑인 민권운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고 참여하게 됩니다. 진은 "선생은 강의실 안에서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흑인 인권운동과 학생운동에 깊이 참여한 진은 마침내 1963년 스펠먼 대학에서 쫓겨나게 되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스펠먼 대학과 싸움을 하지만 소송에 인생을 속박시킬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싸움을 포기하였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남부의 신비>, <뉴딜단상>과 같은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달리기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진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진은 객관적인 역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역사란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나도 나 자신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나는 세상을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 민중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싶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하워드 진은 여러 책을 통하여 민주주의와 불복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반복해서 이야기 하고 있스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인용한 불복종에 대한 원칙은 핵심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불복종이란  " 필수적인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법률을 위한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시민의 임무는 법과 양심을 세우는 것이며, 지속적으로 법과 양심의 간극을 메워가는 것이다. 시민 불복종을 실천하는 사람은 잘못된 법에 대하여 더 큰 시민 불복종으로 맞서야 한다. 정부는 국민과 동의어가 아니다. 필요할 경우에는 국민은 정부를 교체하기도 해야 한다와 같은 원칙들을 제시한다."

진정한 평화를 위하여 "우리는 언제나 정의의 발전과 함께 해온 건강한 혼란으로, 거짓 질서를 지키는 자들과 맞서는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2008/12/22
신의 이름으로 전쟁 벌이지 마라  - 불복종의 이유

미국의 침략전쟁 역사를 고발한다

<불복종의 이유>는 9·11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국에서 전쟁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미국의 침략전쟁 역사와 전쟁의 논리를 파헤치고 있는 책입니다.


하워드 진은 평화를 가장하여 미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추악한 전쟁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만한 제국'과 그에 아부하는 주류언론에 맞서 끊임없는 반전운동을 펼치는 그는 미국인들에게 불복종을 요구합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어가는 동안에 미국에서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법령이 발효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01년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군사법정을 설립하도록 함으로써 민간인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9·11사태를 틈타서 부시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훈령에 서명하였는데,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훈령을 선포하였다는 것입니다.

미국정부가 침략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는 반전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간첩법과 치안방해법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역사적 증거를 바탕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워드 진은 이 책에서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지요. 역사학자인 그는 미국의 침략 역사를 낱낱이 밝힙니다.

▲ 대륙을 건너와 수백 차례에 걸쳐 인디언들과 벌인 전쟁
텍사스,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를 빼앗은 멕시코 전쟁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20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스무 차례의 카리브해 군사 개입
세계 제 1차 대전과 세계 제 2차 대전 참전
한국전쟁 개입
인도차이나에 주둔한 프랑스군 지원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 전쟁
1950년대 이란과 과테말라 정부 전복을 위한 비밀작전
도미니크 공화국에 군대파병
인도네시아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로 동티모르 탄압 지원
레이건이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의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에서의 비밀전쟁
러시아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전인 1978년의 무자헤딘 반란세력에 대한 지원
1989년 조지 부시 1세의 파나마 전쟁과 이어진 이라크를 침공한 걸프전
클린턴 정부 시절의 아프카니스탄, 수단,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이라크 폭격
조지 부시 2세의 9.11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본문에서 발췌)

하워드 진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도 미국민도 "미국이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인도해 주는 국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1922년생인 하워드 진은 당시 여든 살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현역' 투사였다고 합니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2001년 9·11사건 이후 처음으로 열린 평화 집회가 열린 보스턴의 코플리 광장에서 강연하는 하워드 진의 인상적인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중단의 실패, 계속되는 변화를 위한 희망

하워드 진은 1988년 은퇴를 결심하지만, 사회운동가로서 역사학자로서 활동은 '중단의 실패'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는 날까지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을 강력히 비판해온 그는 지난해 말,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과 함께 이명박 정부에 한국 내 반민주적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7월 4일생>의 저자 론 코빅은 하워드 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희망과 힘을 주었고, 이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궁극적 승리를 거두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신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워드 진 자신은 언제나 희망을 말하였습니다.

"나는 희망에 차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변화를 이루기 위해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면, 그 사람은 희망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진은 자신이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본보기를 남기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지난주 그가 타계한 후 세계가 함께 그를 추모하는 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우리에고 본보기로 남겼기 때문이겠지요.


진은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것이 어둡게 보였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전면적인 변화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합니다. “민중의 분노가 강을 이룰 때, 그리고 그들이 모이기 시작할 때 변화는 매우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여든 여덟을 일기로 생을 마감한 진은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지속적으로 주장을 펼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또 참여하도록 한 요인은 바로 그것이 삶을 더 흥미롭고 즐겁고 가치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고 회고 합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삶을 본보기로 남길 수 있을까요?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10점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추수밭(청림출판)
권력을 이긴 사람들 - 10점
하워드 진 지음, 문강형준 옮김/난장
하워드 진 - 10점
데이비스 D. 조이스 지음, 안종설 옮김/열대림
불복종의 이유 - 10점
하워드 진 지음, 앤소니 아르노브 인터뷰, 이재원 옮김/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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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5
  1. 김봉남 2010.02.01 13:13 address edit & del reply

    사회가 변화를 요구할때 진실된 역사성찰이 먼저 와야 된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하워드진입니다. 자신을 다민족국가라 가르치며 세계화관을 설파하는 중국보다도 뒤쳐지는 한국의 진실입니다.

  2. 노동우 2010.02.02 15:06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이 사람의 책이나 글을 한 번도 읽어본적이 없어서 내용도 집중해서 읽었지만
    막 블로그를 시작해서 그런지 글을 어떻게 올리셨나도 눈 여겨서 봐집니다.
    선생님의 노고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3. 모모 2010.02.02 20:52 address edit & del reply

    트랙백이 어떻게 활용되는 지 알았어요.ㅋ 하워드 진을 존경하고 좋아하면서도 정작 책은 많이 못읽었네요. 소개해주신 책을 대부분 안 읽었거든요.^^ 하지만 촘스키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이면서도 안읽히는 책을 쓴다면.... 하워드 진은 촘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잘 읽히고 재미있게 책을 쓴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 좀 더 읽어둬야 겠어요.

  4. 미국 역사 알기 2010.03.16 11:13 address edit & del reply

    "1인 대안언론"이라는 평가를 받는 히로세 다카시가 쓴 <제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글을 읽어보니 관심 있으실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 이윤기 2010.03.19 08:32 신고 address edit & del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메마른 청춘들이여, 늙어 '최강'이 되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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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조선일보 2009년 올 해의 책 선정 !

[서평]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이 쓴 <고민하는 힘>


여자 친구가 없는 남자 후배들에게, 그리고 남자 친구가 없는 여자 후배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어떤 남자(여자)가 좋은 사람이냐?"는 질문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그럼 너는 어떻게 살고 싶냐?" 하고 되묻습니다. 도대체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겠다는 생각도 없이 막연히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냐고 말입니다.

돈을 마음껏 펑펑 쓰면서 살고 싶으면 돈 많은 남자(여자)가 좋은 남자(여자)이고, 돈이나 직장 같은 것들에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자(여자)가 좋은 것 아니겠냐고 말 입니다.

이런 말을 들은 많은 후배들이 대개 깜짝 놀랍니다. 자신은 남자(여자)를 만날 때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고 말 입니다. 어떤 이성이 좋은 사람인가하는 생각도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았더군요.

그냥 좋은 느낌(?)에만 판단을 맡겼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세상에는 느낌으로만 만나도 평생 행복한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성을 만나는 문제뿐만 아니라 젊은 후배들은 대체로 세상을 사는 고민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스콧 니어링은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냥 닥치는 대로 사는 것 같습니다.

<고민하는 힘>을 쓴 재일정치학자 강상중은 젊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시작하라고 합니다. 세계화로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려 전 세대에 비하여 더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주목해보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물음에 매달려 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 그는 재일한국인으로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고민하는 힘'을 경험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고민을 하여야 비로소 마음에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 합니다. 그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 작가와 막스 베버에게서 '고민하는 힘'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가 쓴 이 책은 100년 전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실마리로 하여 고민하는 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소세키와 베버가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내놓은 문제와 마주"한 지식인이라고 평가합니다.

뛰어난 작가와 탁월한 사회학자에게서 고민하는 힘을 배운 강상중교수는 자신이 경험 삶을 덧붙여 젊은이들에게 여러 가지 인생의 고민거리를 던지고, 그 근본적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줍니다.

나는 누구인가?

첫 번째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자신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자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자기중심주의와는 전혀 다른 자아를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의식적으로 자기에게 묻는 자아의식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본문 중에서)

그는 자기중심주의자는 타자에 대해 고민하지 않지만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타자'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자기와 타자를 각각의 자아로 독립해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아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즉 자아가 비대한 사람들은 타자와 관계 맺기가 힘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성을 단단하게 만들고 벽을 높게 쌓으면 자기를 내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입니다. 결국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상호인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지요.

타자와 상호인정을 통해서 자아가 성립된다면 타자와 연결되고 싶고 제대로 인정받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상중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우선 진지해지라고 말 합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에서 출발하라고 합니다.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누구도 이 질문에 간단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고민하고, 돈 때문에 갈등하고 때로는 죽고 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에는 돈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반대로 돈이 사람을 살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는 쉽게 돈이 전부라고 말 할 수도 없지만, 돈을 천박하다고만 할 수도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되는 세상은 더럽고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말은 그렇게 해도 시대의 추세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역시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저항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발전하는 자본주의를 바라보며, '돈과 욕망'에 대해 어떤 윤리를 가지고 살아야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사치를 누리며 살았다는 것이지요.

"나 또한 사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구두쇠도 아닙니다. 주린 배만 채울 수 있다면 먹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입을 수 있는 것이라면 누더기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미에 돈을 쓰고 싶고 여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에는 저항감을 가지고 있지만, '검약은 미덕이다'라고 말할 자신도 없다는 것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머니 게임이 싫다고 말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 혜택에 기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 펀드, 보험, 연금과 같은 것이 모두 머니 게임의 소산물이며 우리는 그것과 단절된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결국 나쓰메 소세키처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그러면서도 돈 때문에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너무 평범할까요?" (본문 중에서)

여러분에게 돈은 어떤 존재인가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인인 우리들이 돈에게 끌려가지 않으려면 결국 돈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비교적 책을 많이 읽는 저는 잡다한 것을 많이 아는 사람입니다. 깊은 고민이 없는 대신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아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강상중 교수는 많이 아는 것과 깊이 사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합니다. 정보와 지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지요.

정보를 다루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지성을 가진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정보+정보가 지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은 원래 학식과 교양 같은 요소에 더해 협조성과 도덕관이라는 요건을 갖춘 종합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 입니다." (본문 중에서)

강상중 교수는 막스 베버를 인용하여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하여 자기 생활에 대한 이해가 더 부족한 시대라고 말 합니다. 사람들은 전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만 차량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는 모른다는 것이지요. 옛날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던 것에 비하여 현대인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지요.

막스 베버는 유뇌론적(唯腦論的) 세계를 예상하였다고 합니다. 오만하며 인간중심적이고 맥락이 없는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회, 자연의 영위와는 관계가 없고 제멋대로인 인간의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세계라는 것입니다.

방에서 컴퓨터로 먼 외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 현장을 바라보며 국경의 의미를 상실하고, 24시간 언제든지 쇼핑을 하면서 시간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처럼 유뇌론적 세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없고 내버려두면 끝없이 확대되고 자기 위주로 국경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겁니다.

그는 진정으로 알아야 할 인간의 지혜는 자연에서 얻는 지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인간이 무엇을 알아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를 묻는 물음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 합니다. 우리의 지성이 무엇 때문에 있으며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늙어서 '최강'이 되기 위한 청춘의 고민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메마른 청춘들에게 유쾌한 고민을 시작하라고 충고하는 책 입니다. 이 책에는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 같은 주제들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적당히 살지 말고 더 진지하게, 더 크게,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 합니다. 그런 파괴력이 있어야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합니다. 강상중 교수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진지하게 고민하면 되는가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막스 베버의 저작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찾는 방법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고민을 시작하는 것 입니다. 고민 끝에 얻은 답은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넓고 깊은 고민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가꾸어가야 하는 것 입니다. 아름다운 청춘들에게, 늙어서 최강이 되고 싶은 중년들에게 '강상중식 고민 법'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민하는 힘 - 10점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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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2
  1. 라이너스 2009.12.30 08:54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블로그 어워드 좋은 결과를 빌어봅니다^^

    • 이윤기 2009.12.31 11:05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블로그 어워드에 이름을 올린 것 만으로도 '영광'이지요.

      한 해 동안 성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 커피믹스 2009.12.30 09:15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책인데 저는 요즘 쓸데없는 고민까지 제머리를 복잡하게 해서
    문제입니다 ㅋㅋ

    • 이윤기 2009.12.31 11:04 신고 address edit & del

      이 책은 깊은 고민을 통해 크고 작은 고민을 해결하는 길을 열어주는 책입니다.

  3. 나무 2009.12.30 09:46 address edit & del reply

    서평을 잘 읽고 갑니다.
    메모했다가 읽어봐야겠습니다.

    • 이윤기 2009.12.31 11:03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4. 태지 2009.12.30 11:38 address edit & del reply

    올해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해준 책들 중 하나입니다.
    책과 샘의 서평. 모두 저를 움직이게 하게끔 해주셨습니다.

    • 이윤기 2009.12.31 11:02 신고 address edit & del

      태지를 비롯한 쉼표 멤버들과의 만남은 올해 가장 소중한 일 중 하나입니다. 늘 깨어있으며 살아야겠지요.

  5. 이일영 2009.12.30 23:0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 이윤기 2009.12.31 10:59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2010년은 고민하는 새해가 되시겠네요.

  6. 본N 2010.01.10 08:42 address edit & del reply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책의 해설이 책보다 재밌을것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웃음) 해설을 보면 책이 너무 유익하고 재밌을것같아 지름신(?)이 내려앉을 지경입니다. 또 동시에 ' 난 고민을 많이하면서 살아가나? ' 하는 고민을 얻게되는군요:D

    • 이윤기 2010.01.11 17:34 신고 address edit & del

      제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분을 만나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새해에 참 기분 좋은 만남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상중 교수, 참 멋진 분입니다.

‘세대차이’야 말로 진보를 위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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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의 정신적 스승 지셴린이 쓴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는 중국인들로부터 ‘나라의 스승’이라는 호칭을 받을 정도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원로학자 지셴린이 쓴 단편 산문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울림이 큰 글들을 가려뽑은 에세이집이다.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1911년생으로 올해 98세인 지셴린은 원자바오 총리, 리자오 싱 전 외교부장 등이 스승으로 모시는 인물이며,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태두’, ‘국보’ 불리며 공경 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지내다가 천재일우의 독일 유학기회를 만나 10년간 독일유학을 다녀온 후 1945년 베이징대학에 부임하여 동방학부를 개설하여 1978년 부총장을 지냈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학내정치투쟁으로 린치, 강제노동, 지식인을 가둬놓은 ‘우붕’ 수감생활를 거치는 고초를 당하면서도 방대한 양의 인도고대 서사시 <라마야나>를 번역하는 지식인의 삶을 실천했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16년이 지난 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이데올로기와 집단적 광기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우붕잡억>를 펴냈는데, 자신을 핍박한 이들에 대한 복수심을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세대차이야 말로 진보를 위한 동력이다.

100세를 내다보는 지식인의 열린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세대차이를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의 한 대목을 소개해 본다. 그는 자신에게도 노인에게 찾아오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들이 죄다 못마땅해 보이고, 그들이 하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 특히 요즘 새로 등장한 신조어들은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 그들의 옷차림, 태도, 언행, 사람을 대하는 예절, 좋아하는 대상과 취미까지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볼 때마다 고개가 가로 저어지고 한숨짓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본문 중에서)

그는 젊은이들이 벌건 대낮에 남들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히 입을 맞추는 모습이나 그 보다 더 노골적인 광경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차이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지지하고 진심으로 찬사 보낸다고 한다.

세대차이야 말로 인류의 진보를 촉진하는 바탕이었다는 것이다. 원숭이가 진화하면서 세대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든 원숭이가 네 발로 기어 다닐 때, 일어서서 두 발로 걷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탄생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언어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98세의 지셴린은 나이든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쏟아내는 신조어가 국어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하지만, 젊은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단어가 언어를 발전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세계의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신조어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 언어로는 새로운 개념과 사물을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언어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세대차이는 누구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변화를 상징하고 진보를 나타내며 인류의 전진을 의미한다는 것이 지셴린의 생각이다.

성공은 70%의 근면과 30%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은 ‘천재는 99퍼센트의 근면과 1%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로 성공을 위해서 갖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100년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 온 노학자인 지셴린은 조금 다른 생각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성공 = 천부적인 소질 + 근면 + 기회

그는 성공이란 ‘천부적인 소질 + 근면 + 기회’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 한다. 그는 대학에서 언어를 가르쳐도 일 년 동안 똑같이 수업을 받아도 학생마다 분명 실력차이가 존재하며 어떤 학생은 평생을 배워도 언어를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천재는 70퍼센트의 근면과 20~30퍼센트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근면함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재능은 없이 근면함만으로 성공에 이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문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한편, 성공의 비결 가운데는 재능과 근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회라고 한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기회가 성공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가장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세계를 달군 베스트셀러 <마지막 강의>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랜디 포시 교수 역시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성공에 있어서 재능과 기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고 하였던 노학자는 성공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도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성공의 세 가지 조건을 분석해보면, 천부적인 소질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소관이 아니고, 기회 역시 생각지 않게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근면함 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기회를 얻지 못해 성공하지 못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은 사람 능력 밖에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근면’ 뿐이라는 것이다.

100세를 살아 온 인생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

<다 지나간다>에는 98세의 나이에도 날마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학문에 대한 한결 같은 열정을 이어가는 지셴린이 전하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학문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삶을 사는 지혜, 세상과 소통하는 법, 아름답게 나이 드는 비결”을 전해주고 있다.

철학자로서, 언어학자로서, 문학자로서 학문적 성취를 이룩한 저자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고전을 적절하게 인용함으로써 독자들을 더욱 사로잡는다. 프롤로그에서 ‘나는 왜 사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라던 저자는 도연명의 시 <신석>의 일부를 인용하여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

불안정한 것이 인생임을 받아들이고 한 순간의 기쁨과 한 순간의 고통에 집착하지 말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100세를 살아 온 인생에서 길어 올린 사색과 명상의 결과물이다. 세상을 달관하는 듯 경지에 이른 지식인의 경륜이 담겨있지만, 그의 생각과 지혜는 대지에 디딘 두 발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는 인생을 사는 동안 “사회 발전이라는 기나긴 강물 속에서 어떤 세대에든 그들에게 지워진 임무가 있으며,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인류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결국 인류 전체의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불안정한 것이 인생임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와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결국 인류 전체의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서로 모순되게 들릴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100퍼센트 유물주의 철학가도 없고, 100퍼센트 유심주의 철학가도 없다”는 지셴린은 “유물론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 지나간다 - 10점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추수밭(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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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미국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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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중동의 깡패 국가는 이스라엘, 지구상에는 두 개의 불량 국가가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국경선을 넓혀가며 닥치는 대로 이웃나라들을 침략하는 이스라엘, 그리고 유엔 헌장을 깡그리 위반하는 불량 국가 미국이다.

2006년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공식설명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쪽으로 월경하여 여덟 명의 이스라엘 병사들을 사살하고 두 명을 납치한 데 대해 자위책으로 공격을 감행” 한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는’ 촘스키 견해는 다르다.

“꼭 지적해야 할 점은 미국과 이스라엘도 그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헤즈볼라의 병사들을 납치했다는 것 입니다.......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민간인들을 납치해왔어요.......미국과 이스라엘은 과거 3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끊임없이 저지하고 방해한다.”(본문 중에서)

더군다나, 촘스키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레바논 침략이나 최근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 침략 같은 전쟁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제트기, 미사일, 기타 군수품들은 모두 여기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은 그런 무기들을 이스라엘에 대량으로 공급하고 공격행위를 허용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인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유엔의 휴전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몇 주 동안이나 휴전을 지연시켰습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레바논 침략에 직접개입한 당사자라는 것이다. 촘스키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어쩌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전략을 수행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동 전쟁, 진짜 침략자는 미국이다.

미국과 함께 침략전쟁을 수행하는 이스라엘은 만행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한 번도 자국의 국경선을 확정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매우 조직적으로 국경선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확장된 국경선에 합법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어이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팔레스타인과 아랍인들에게 이스라엘이 강요하는 ‘합법적인 국경선’이라는 요구가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인가를 밝히고 있다.

“세계의 모든 국경선은 정복의 결과입니다. 국경선은 인정될 수 있어도 정복의 결과로 생긴 국경선의 합법성을 인정하라고, 특히 자기 나라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그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국가는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이루어진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촘스키 인터뷰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 분쟁에 관한 인터뷰가 유난히 많다. 한때 미국의 절친한 동맹 국가였던, 이라크나 이란 같은 나라들이 어떻게 미국의 적이 되었는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이란의 역사는 반세기 이상 미국에게 끊임없이 고문당하고 괴롭힘 당한 역사입니다. 1953년 미 중앙정보국과 영국은 쿠데타를 공모해 이란의 내각을 전복시키고 사악한 독재자 팔라비를 집권시켰습니다.”(본문 중에서)

이란에서 미국이 원하는 팔라비 독재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은 핵발전소 건설과 핵무기 기술을 이전하는 계획을 실제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1974년에 아마도 미국 정부의 제안에 따라 MIT는 이란의 국왕과 거래를 했어요. 핵공학 부서의 많은 부분을 실질적으로 이란에 빌려주고, 이란의 많은 핵 기술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서 그들이 핵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본문 중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MIT에서는 엄청난 데모가 일어나고, 학생 총회에서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이란과의 거래에 반대하였지만, MIT와 이란간 핵 거래는 이란 국왕이 쫓겨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럼스펠드, 체니, 울포위츠와 같은 미국정치인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이라크 핵무기 개발 지원했다.

미국의 침략으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이 사라지고 난 후, 이란과 북한만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대표적인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있는 것이다.

“1979년 이란 정부가 전복되자, 레이건 정부는 이웃의 사담 후세인에게 눈길을 돌려 그로 하여금 이란을 침공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레이건 정부는 이라크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사담 후세인에게는 엄청난 지원을 합니다. 게다가 1989년에 이란과의 긴 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이라크의 핵무기 기술자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핵무기 개발법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을 시켰어요.”(본문 중에서)

미국은 유엔은 물론이고, 자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선전을 강요하면서 이라크를 침략하였다. 그러나, 촘스키에 따르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하여 이라크에 핵기술을 지원한 것은 워싱턴 당국이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비롯한 핵을 보유한 몇몇 나라들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핵무기 개발이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 대전이후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의 뜻이 관철되지 못한 경우는 호치민의 베트남, 카스트로의 쿠바, 김일성의 북한 그리고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은 한결 같이 미국 언론에 의해서는 ‘더러운 독재자’로 지칭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관련보도에서 차베스는 가장 대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촘스키는 이러한 언론 보도는 모두 미국의 국가 이익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당선되었고, 아무런 강압적 조치 없이 선거에서 연속으로 승리하였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미국에 반대하면 독재국가(?)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역시 미국으로부터 독재자, 권위주의자로 비난 받고 있는데, 실제로 그는 자국민의 95퍼센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모랄레스가 독재자로 낙인찍힌 것은 그가 독재자여서가 아니라 자국의 자원들을 국유화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미국은) 민주주의에 대해 특별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민주주의란 말은 ‘미국이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게 하는 나라는 민주적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비민주적인 것입니다. 어떤 국가가 자국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한다면 그 나라는 민주적이 아닙니다.”(본문 중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나라들을 보면 이러한 촘스키의 지적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정희와 그의 뒤를 이은 군사정권 당시의 한국, 팔라비 집권하의 이란, 후세인 집권 초기의 이라크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독재정권이 들어섰던 모든 나라들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권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전형적인 인권침해 국가들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 1990년대 클린턴의 지원을 받은 터키의 쿠르드족 침략, 그리고 1999년에는 콜롬비아로 바뀌었다는 것.

촘스키는 이런 세계전략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은 ‘실패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대부분 국민여론과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연방 정부 예산은 복지와 사회보장 대신에 군사비 지출을 증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원칙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심하게 붕괴되고 있는 미국은 실패한 국가이며, 이러한 실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대안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권을 받아들여라.
▲ 교토의정서에 조인하고 이를 수행하라.
▲ 유엔이 국제분쟁을 조정하도록 하다.
▲ 테러를 방지하는데 있어 군사적 조치보다는 외교적 조치를 사용하라.
▲ 유엔헌장의 전통적 의미를 받아들여라
▲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포기하라
▲ 자기방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
▲ 군사비 지출을 과감하게 삭감하고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하라

아울러, ‘실패한 국가’ 미국을 ‘보통 국가’로 만드는 미국인의 희망, 활동가들의 희망은 결국 ‘대중운동’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 협력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교육센터, 문화센터, 문화이벤트, 신문 등을 통해서 노동자와 대중을 교육하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집단적 노력에 의해서 대중교육을 재건하는 노력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의 시민권 운동은, 대중운동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고, 린드 존슨의 인권운동 역시 대중운동의 거대한 파도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촘스키, “지식인 = 특권층, 대중운동이 희망이다.”

그는 뿔뿔이 흩어진 미국의 대중운동을 묶어세우고, 지식인들이 책을 저술하고, 강연하고, 인터뷰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대중교육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촘스키는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특히 미국에서 지식인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특권층이기 때문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바로세우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식인이라 불립니다. 그들은 특권층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영리하거나 남보다 많이 알아서가 아닙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더 영리하지만 특권이 없기 때문에 지식인이라 불리지 못합니다.”(본문 중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촘스키는 지식인은 그 자체로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미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고 누릴 수 있는 자원과 기회를 가진 그들에게는 충분한 자유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국가는 그들을 억누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식인이 특권을 포기하는 일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보통 국가로 만드는 힘은 특권을 포기하는 지식인들과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 협력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중운동, 대중교육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촘스키의 결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길목에서 촘스키의 진단대로라면 그에게도 거는 희망이 열매를 맺는 일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오바마에게도 촘스키가 제안한 ‘보통 국가’가 되기 위한 원칙들을 실현시키는 일이 간단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루어진 이 인터뷰에서, 촘스키는 오바마 역시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입장’이나 ‘이슈’에 따라 선출된 것이 아니라 ‘호의적’, ‘열광적’, ‘희망’과 같은 이미지와 프레임에 의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는 모두 8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인터뷰를 날짜 순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지는 않다. 따라서 중복되거나 반복되는 내용들이 많은 것은 흠이 있지만, 촘스키를 통해 ‘변화의 길목에서 선 미국’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핵심을 이끌어내는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인터뷰와 지식인의 책무에 충실한 촘스키가 내놓는 미국을 고발하는 ‘물증’ 그리고 뛰어난 영어 학자 장영준의 번역이 잘 어우러진 책이다. 또한 촘스키의 인터뷰를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한겨레 그림판 작가 장봉군이 그린 삽화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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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林馬 2009.02.02 13:55 address edit & del reply

    권력의시녀!
    공직사회를 수렁속으로 빠뜨리는 마지막 말종부서 감사실,
    정치권력에 순응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을 닭잡듯이 태연하게 잡아 조지는
    이 엄청난 힘센부서와 저 임종만이 한판 붙고 있습니다.
    힘이 붙힙니다.
    좀 도와주셔요^^*

    • 이윤기 2009.02.02 15:11 신고 address edit & del

      링크를 따라 갔더니, '임종만의 참세상' 블로그네요.

      임종만 선생님 !

      반갑습니다. 저는 이름은 잘 까먹지만, 얼굴은 잘 기억하는데요. 지난 토요일 '시와 자작나무'에서 열린 김광석 추모 콘스트 오셨지요.

      조금 늦게 오셔서 열심히 카메라로 사진 찍으시는 모습 기억나네요.

짧은 글, 깊은 번뇌... 그의 일기 꽃 피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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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가 깊어지면 꽃이 핀다.’ 이 말은 박노자가 지난 수년간 써온 인터넷 일기를 책으로 묶어서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이유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1970년 이후 주기적으로 축적의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한 세계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야만으로 치닫는 수많은 비관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개인의 번뇌들이 결국 서로 소통하여 ‘타자’와 함께 하는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번뇌 속에서 깨달음이 나오듯이 고민들 속에서 저항의 에너지가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그동안 쓴 인터넷 일기를 '나를 넘어' '우리를 넘어' '국가와 민족을 넘어' 그리고 '경계를 넘어'라는 네 개의 주제별로 나누어서 엮었다고 한다.

명시적이거나 중심적인 테마가 없는 인터넷 일기이지만, 서로 주제가 다른 여러 글의 바탕에 깔려 있는 공통의 정서 같은 것을 중심으로 개인과 전체 그리고 타자와 동질적 집단 사이의 관계 문제를 포착하여 책을 엮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그동안 박노자가 쓴 여러 책들에 비하여 훨씬 ‘자유롭게’ 씌어진 책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신문에는 쉽게 쓰지 못하는 좌파 민족주의(소위 주사파 또는 NL)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도 쓸 수 있었고, 주제나 시의성 따위를 따지지 않고 편하게 쓴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더 많이 담긴 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시의성을 따지지 않고 썼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어떤 전업 언론인이 쓴 글 못지않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건이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내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블로그 글을 책으로 묶으면서 가장 최근에 씌어진 글부터 시간을 거슬러가며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어 오래된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미 여러 전작에서 ‘영원한 진보도, 영원한 좌파도 없다’며 모든 낡은 것들과 결별하고, 익숙한 것, 이미 길들여진 모든 것들에 대하여 질문하고 또 질문할 뿐만 아니라 다시 되짚어 보는 그의 폭넓으면서도 자유로운 사고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씌어진 <만감일기>는 한층 확장된 사유세계를 보여준다.

여직원의 친절에 숨겨진 '이데올로기'

<만감일기>에서 맞닥뜨린 문제제기 중에서 첫 번째는 바로 ‘친절’은 바로 국제자본주의 체제의 코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도대체 친절한 것이 왜 잘못이라는 말인가 하는 나의 반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북유럽의 비행기 승무원이나 은행창구 노동자들은 고객의 ‘기’를 살리느라 억지로 웃어야 하는 의무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가끔은 좀 무뚝뚝해 보이긴 하지만 그게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와 고객의 관계가 공적인 관계라면 사적인 관계에 어울리는 웃음과 상냥함을 억지로 가장할 필요가 있는가.” (본문 중에서)

여직원은 좀 상냥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가부장주의적인 악취가 남아 있으며,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공산주의 물이 들었다’고 치부하는 러시아에서 느끼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무뚝뚝하다 싶은 표정이나 거친 말 습관 역시 자연의 도리를 따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얼마 전 사용 중인 휴대전화에 콜센타에 전화를 걸어서 요금 결제하는 계좌를 변경한 적이 있다. 전화 응대하는 상담원의 친절함이야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아마 이런 익숙함과 낯설지 않음이 나로 하여금 ‘친절’의 다른 면을 볼 수 없게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전화 상담 할 때 친절한 응대를 넘어서는 ‘과도한 친절’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전화 상담을 한 그날 저녁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 내용은 “힘든 하루를 보냈으니 편히 쉬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낮에 또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좋은 날을 보내라”는 내용이다. OO 텔레콤 상담원 OOO 이라는 이름으로 보내왔다.

모두 내가 상담했던 내용과는 무관한 내용들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누군가는 “그 아가씨 당신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닌가?”하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튼 친절함의 도를 넘어선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나의 사유는 여기까지였다.

그러다, <박노자의 만감일기>를 읽으며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녀가 나에게 베푼 과도한 친절에는 고용주에 의해서 감시와 평가의 대상이 되는 잔인한 ‘감정노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자본주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하여 문자 메시지에 마음에 없는 ‘자신의 미소’를 담아 보냈던 것이다.

부자연스런 과도한 ‘친절’은 노동자 통제 수단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이 또 있었다. ‘고객 감동’을 표방하는 어느 가전 회사 서비스센타에서  익숙하지 않은 과도한 친절 때문에 부자연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나 보다 훨씬 연약해 보이는 여직원이 달려 나와서 수리하러간 가전제품을 빼앗듯이 받아들고 창구까지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수리를 맡은 직원 역시 입구까지 쫓아오거나 어떤 때는 수리한 제품을 자동차까지 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마지막으로 꼭 한 마디 당부를 한다. “서비스 만족도를 묻는 전화가 오면 꼭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대답해주세요”하고 부탁하곤 하였던 것이다. 박노자는 이런 친절도 관리에는 미셀 푸코가 이야기 했던 ‘노동자의 심신 유순화 기술'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고객이든 사업주든 돈을 가진 주체를 무조건 ‘왕’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걸 노동자에게 내면화시키면 노동자를 다루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5%의 자본주를 제외한 모두가 불안에 떠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는 유순해지고 길들여지며 일반 서비스 노동은 ‘감정노동’의 요서가 강해진다.”(본문 중에서)

노동시간을 판다고 해서 미소까지 팔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왜 자꾸 잊어버릴까? 합리적인 이유보다도 그냥 종업원의 태도가, 사장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소비자 크레임이 자꾸 늘어나는 이면에는 결국 과도한 ‘친절’코드에 통제 받는 자본주의 노동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차고 넘쳐야 할 ‘개인주의’

노르웨이 대학의 직장 송년회를 소개하는 2006년 12월 일기를 보면 ‘개인주의’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나이와 직급이 다르고 비공식적인 영향력이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날 때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야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남을 짓밟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란다.

“개인주의가 몸에 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나이 적은 이에게 ‘야 이제 노래 한 번 해봐, 노래하라니까!’ 하고 말할 구수 없다. ‘야 노래해봐’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는 평등도, 제대로 된 사회주의도 불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본문 중에서)

이런 경험 독자들에게는 없는가? 이것이 문화차라라는 반론에 대하여 박노자는 문화라면 당하는 사람이 고통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주장하는 개인주의는 인권과 같은 기본적인 ‘인간 존중’이라는 가치가 담겨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등한 개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사회는 아직 전근대성이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조 설립 불허라는 반인권적인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이 여전히 일류 기업으로 통하는 이 나라는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아직도 ‘근대’에 조차도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양면성, 김일성 팬클럽을 허락하라!

만감일기를 읽으면서 예상했던 대로 박노자는 민노당을 떠나서 ‘진보신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누구라도 그가 쓴 여러 책과 글을 읽은 사람들이면 현재의 민주노동당에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만감일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는 기본적으로 ‘반대편’보다 ‘우리’측에 훨씬 까다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감일기>에는 2006년 11월에 쓴 남한에서 ‘NL파 세력이 유지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일기가 있다. 그는 NL파 세력이 유지되는 것은 남한에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국보법이 북한의 목소리를 직접 못 듣게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온갖 판타지들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그는 국보법으로 먹고사는 기관의 끄나풀들과 극렬 주체사상 광신도들이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밥그릇을 챙겨주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험 삼아 한 달간 서울 지하철 가판대에서 로동신문과 민주조선, 근로자, 천리마 등을 팔게 하고, 종로 바닥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팬클럽 모임을 허하여 거기에 그 ‘로작’들을 갖다 놓고 팬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학습케 해보시라. 확언컨대, 한 달 안에 NL파 신자들은 거의 떨어져 나가고 없을 것이며 교주 몇 사람만 남아 절망적으로 신앙 조직의 유지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뉴라이트가 극적으로 지지하는 국가보안법의 최대 수혜자는 스스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바로 그 NL파라는 것이다. “표현 자유의 햇빛이 비추어져야 사상 억압과 무지가 빚어낸 온갖 환상들이 다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혁명과 사민주의의 경계를 넘어서

개인의 생각을 좀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블로그 글쓰기의 장점 때문인지 <만감일기>에는 유독 전작들에 비하여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노르웨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담은 글들이 눈에 띈다. 이미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비롯한 여러 전작에서도 잊지 않고 노르웨이 노동자들에게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결국 중국을 비롯한 제 3세계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였지만, 이번에는 좀 더 분하게 그 한계를 드러내 보여준다.

소말리아 출신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저주 받은 돼지’라는 외침을 남기고 떠나버린 구급요원의 편견과 이 사건을 바라보는 노르웨이 주류 집단의 인종주의를 여지없이 드러낸 일기도 바로 그런 글이다.

지난해 6월 30일 노르웨이에서 난민 신분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온 아프간 피난민 10명을 쫓아낸 사건, 노르웨이 젊은이들의 아프간 파병지원, 노르웨이 좌파정당의 아프간 주둔군 강화정책과 같은 글들은 역시 북유럽에 복지모델에 대한 환상을 깨는 글들이다. 박노자는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국내 진보운동가들에게 권력에 안주하는 노르웨이 사좌당 당수 ‘할보르센’에 주목하라고 충고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혁명에서 장점만 배울 것이 아니라 단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917년 러시아 볼세비키들의 조급성, 인명 경시의 정신,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와 같은 단점들은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4부 ‘경계를 넘어서’에는 기본적으로 ‘우리 편’에게 더 까다로운 그의 진면목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볼세비키를 추종자로부터 민족주의 좌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운동가들에게 장점만 보지 말고 단점에 주목하라고 충고한다.

<만감일기>는 기본적으로 일기 형식을 빌려 쓴 글이라 짧고 명쾌하다. 대게 하나의 제목에 3쪽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짧은 글들이지만, 지은이의 깊은 ‘번민’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책을 통해 ‘번민’에 공감한다면 이윽고 독자와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만감일기>의 값어치는 일기 주제들이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면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슈들이기도 하고, 머지않은 장래에 또 다시 우리가 맞닥뜨릴 쟁점들이기도 하다는데 있다.

<박노자의 만감일기>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367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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