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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먹거리

농심 등 대기업 라면값도 매번 짜고 올렸다?

by 이윤기 201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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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휴대전화 회사들과 에스케이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회사들이 휴대전화 기기 가격을 부풀린 후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할인해주는 것 처럼 속였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회사들이 거둬들인 부당한 이익에 비하면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453억 3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관련 포스팅 : 2012/03/20 - [소비자] - 삼성, SK 사기 행각에 과징금만 내라고? 

그런데 정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일까요? 딱 일주일 만인 이번 주에는 농심, 삼양, 오뚜기, 야쿠르트 등 주요 라면 제조회사들이 지난 9년 동안 6번이나 서로 짜고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번에도 라면값 인상을 담합한 회사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이 회사들이 라면값 인상을 담합하여 부당하게 챙긴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1354억 과징금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점유율 70%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면서 가격 담합을 주도한 농심에는 1077억 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고, 삼양식품 116억 1400만원, 오뚜기 97억 5900만원, 한국야쿠르트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고 합니다.

지난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전화 제조사와 에스케이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회사에 불린 과징금이 453억 3000만원인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액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농심은 2011년에도 다른 인연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 사건이 있었지요.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등의 허위, 과장 표시와 광고로 1억 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지요.

<관련 포스팅>
2011/06/28 - [소비자] - 신라면블랙 1억 5천 과징금, 가격은 왜 안 내리나?
2011/05/04 - [소비자] - 신라면블랙, 25년 고객사랑 2.5배 비싼 라면으로 보답?
2008/10/28 - [사소한 칼럼] - 아침식사, 영양간식 시리얼 '위험'


대한민국은 '라면' 공화국?  판매량 37억개, 매출 1조 7782억 원


한겨레 보도를 보고 공정위 보도자료를 찾아봤더니 라면회사들은 2001년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서 라면제품 가격을 짜고 올렸다고 합니다. 한 회사만 라면가격을 올렸을 때 감수해야 하는 매출 감소나 회사 이미지 타격의 부담을 덜기 위하여 매번 서로 짜고 라면 값을 맞춰서 올렸다는 겁니다.

특히 신라면, 삼양라면, 진라면, 왕라면의 출고가격과 권장소비자 가격은 아예 똑같이 결정하여, 소비자들이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가격인상을 직접 모의하는 방식 대신에 업체 담당자들이 수시로 가격인상 계획과 인상일자, 인상내역 등 구체적인 정보를 서로 교환하였다는 것입니다.

업계 1위인 농심이 주도하여 가격 인상안을 만들어 나머지 3개 업체에 알려주면 이 업체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순차적으로 값을 인상하는 수법을 썼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가격인상의 선도적 역할을 한 농심이 가장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하고, 그 후 가격인상 정보를 다른 업체들에게 알려주면 다른 업체들도 동일 또는 유사한 선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였다는 것입니다.

업계 1위사업자인 농심이 가격을 변경하면 나머지 라면 제조회사들이 "가격인상을 추종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하여 가격인상을 독려하고, 후발업체들 서로 간에도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하여 타사의 가격인상을 점검"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주고 받은 정보는 "가격인상계획, 인상내역, 인상일자에서부터 가격인상 제품의 생산일자, 출고일자, 구가지원 기간 등에 이르기까지 서로 협조하여 순차적인 가격인상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교환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들 라면회사들은 라면협의회를 구성하여 각 회사의 "판매실적․목표, 거래처에 대한 영업지원책, 홍보 및 판촉계획, 신제품 출시계획 등 민감한 경영정보 역시 상시적으로 교환함으로써 담합 이탈자를 감시하고, 담합의 내실 강화"을 꾀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업계 1위인 농심이 "가격을 선도적으로 인상했음에도 타 업체가 가격 인상에 뒤따르지 않는 경우 구가지원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방식을 통해 가격미인상 업체에 대해 즉각적으로 견제"하는 방식으로 이탈을 막았다고 합니다. 
 
공정위가 밝힌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텔레콤 등의 경우도 공정위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농심을 비롯한 라면회사들도 '담합한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6월 직권조사에 착수하여 무려 3년 넘게 조사를 하여 밝혀낸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룰'을 지키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합니다만, 이것도 혹시 선거에 맞춰서 정부 여당에 유리한 민심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주 휴대전화  가격 뻥튀기 사건도 그렇고 이번주 라면값 사건도 그렇고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제품 가격을 담합한 대기업들을 혼내주는 모습을 연출하는 듯한 일말의 의심까지 지울 수는 없습니다.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할 때마다 부당 이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 아니 못하는 것이 늘 불만입니다. 라면 회사의 부당한 이익을 과징금으로 받아내면 결국 국고의 일부가 되겠습니다만, 부당하게 짜고 올린 라면값을 인하하는 조처가 없으면 소비자가 당한 직접 손해를 보상 받을 길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라면 회사들이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더라도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과징금보다 많으면 결국 이런 가격 담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니 지난 10년 동안 라면값 참 많이 올랐네요. 2001년에 480원하던 신라면이 2008년에 750원으로 인상되었군요. 여러분 월급은 어떤가요? 라면값 오른 만큼 올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