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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신경숙 표절 논란...문학 자본과 지식인의 결탁

by 이윤기 201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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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보름쯤 전에 블로그를 통해 예고하였던 제 66회 아침논단이 개최되었습니다. '신경숙 표절 논란 그리고 문학권력' 이라는 시사성 있는 주제 때문이었는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셨습니다 


관련 포스팅 : 2015/07/02 - 아침논단, 신경숙 표절 논란 그리고 문학 권력


경남대학교 국문학과 배대화 교수가 강연을 맡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발표를 승낙해놓고 막상 준비를 하는 동안 적지 않은 수고를 하였던 모양입니다. 표절 논란이 된 신경숙 작품들도 찾아 읽고 그동안 문단에서 벌어진 논쟁들을 찾아 정리하여 자료를 만들어 왔더군요. 강연 서두에 강준만 교수와 권성우씨가 쓴 <문학권력>을 많이 표절?(참고)하였다고 밝히더군요.




약 1시간의 발표에 이어 20여 분동안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토론이 이어졌는데, 최근 신경숙 표절 논란을 촉발시킨 전설과 우국에 대해서는 강연을 해 준 배대화 교수는 물론이고 참가자들도 대체로 명백한 표절이라는 문제제기에 공감하더군요. 소설을 써 본 일도 없고 소설을 공부해 본 일도 없는 문외한의 입장에서 읽어봐도 논란이 된 두 소설의 문장이 닮은 꼴이라는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겠더군요.


배대화 교수는 이번 논란을 통해 많이 알려진 <우국>과 <전설>의 닮은 꼴 문장 이외에도 "서사의 도입부로서 시개적 사건이나 상황"이 매우 유사하고, "혼례식으로 시작되는 스토리의 시간" 등도 닮아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벌어졌던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둘러 싼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는데, 그 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른바 문단의 '등단' 시스템이 연예기획사와 참으로 유사하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문학에 별 관심이 없는 저는 신경숙 표절 논란이 벌어지기 전만 하더라도 문학권력 혹은 문단권력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랐습니다. 배대화 교수의 강연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들 중에도 "시인, 수필가들이 참 많구나"하는 느낌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유명 지식인들로부터 시작되는 피라미드 조직에 가까운 문단권력과 문학자본이 결탁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은 낯선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서울대, 고려대 등으로 대표되는 최고(?) 지식인 문단 권력자들과 전국 대학에 피라미드 조직처럼 자리잡은 그 제자들로 구성된 권력 집단들이 문학자본을 위해 봉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그곳에서부터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문학자본은 유명 작가의 상품성을 이용하고, 유명작가는 문학권력의 권위를 이용하는 공생관계"가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출판자본들의 목적이 자신들의 상품을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평론가들의 검열(?)과정 조차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출판자본의 외판원", "출판사의 상업자본에 하청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출판사의 파출부" 같은 표현들은 모두 평론가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터머니 없이 칭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다림질해주는 게 평론"가의 역할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지요. 


배대화 교수는 이런 공고한 문단권력이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배경에는 비평가들이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과 시인, 작가라는 타이들이 주는 유혹도 한 몫을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는 "문학에의 열정 속에 기생하는 문단권력을 출판자본이 장악한 결과가 신경숙의 표절이라는 한국문학의 치욕을 불러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아울러 출판자본이 권력을 휘두르게 된 데는 미디어이면서 등단의 관문인 문학 매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출판까지 하기 때문에 자본과 언론이 하나가 된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예컨대 재벌이 언론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배대화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전체 강연의 결론이나 다름없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인용하였습니다.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사상'에 천착하였다면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국수주의자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이해 되었습니다. 


"적확함과 간결함이야 말로 산문의 으뜸가는 덕목이다. 산문은 사상 또 사상을 요구하며 사상 없는 수려한 표현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 알렉산드르 푸시킨


지역 사례 등을 이야기 할 때는 익명을 사용해야 하는 등 공식적인 아침논단이 아니었다면 뒤풀이 자리에서 더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더군요.  문학에도 아주 철절하게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