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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졸속 8.14 임시 공휴일...혼란만 가중

by 이윤기 201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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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별안간 8월 14일 광복절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였습니다많은 사람들이 14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 온 국민이 다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요일에 다 쉬는 것처럼 온 국민이 다 쉬는 날은 국경일입니다. 국경일이 아닌 공휴일은 공무원이 노는 날일 뿐입니다. 


어제 아침에 라디오를 잠깐 들었더니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가 방송에 나와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을 때 생기는 경제 유발효과가 1조 3000억 원이나 된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더군요. 도대체 이 따위 경제 유발효과를 계산하는 자들은 어떤 놈들인지 궁금합니다. 


내수 소비진작? 최저임금이나 올려라?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는 또 무슨 코미디인가요?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화 하는 대신에 승용차가 한꺼번에 고속도로에 몰려나와 추석이나 설날처럼 심각한 정체현상이 벌어지면 결국 도로비 만큼 연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적 전체적으로 보면 심각한 낭비 요인이 생기는 것인데...이렇게 해서 휘발유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경제 유발 효과라는 것이겠지요. 




정부의 이번 졸속 결정은 "광복절 연휴 하루 늘여줄테니 국정 운영에 딴지 걸지말고 놀러나가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비리혐의로 구속된 재벌 회장들 다 풀어주고 국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이기도 합니다. 임시공휴일 만들어서 하루씩 더 놀게 해줄테니 산으로 들로 놀러나 가라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네요. 


어제 아침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후배들이 우리도 8월 14일에 노느냐고 슬며시 물어보더군요. "글쎄 의논을 해봐야겠는데..." 라고 했지만, 정부가 공무원만 노는 임시 공휴일을 만들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 달력에 표시된 일요일을 제외한 빨간 날은 국민들 모두 '노는 날'이 아니라 사실은 공무원만 노는 날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정부가 꼼수를 부려서 빨간 날 중 절반 가량만 법정 공휴일로 정해놓았습니다. 


일요일을 빼고 달력에 빨간날로 표시해놓은 날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법정공휴일이고 다른 하나는 '관공서 공휴일'입니다. 법정 공휴일은 법으로 온 국민이 다 '쉬는 날'로 정해진 날인데, 비하여 '관공서 공휴일' 공무원에게는 유급 휴일이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유급 휴일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공무원만 노는 날? 공무원만 유급휴가?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법정 공휴일인 줄 알고 있는 1월 1일, 설, 추석, 현충일, 석가탄신일, 광복절, 성탄절, 어린이날, 한글날 등  모두 법정 공휴일이 아닙니다.  2014년부터 시행된 설, 추석, 어린이날 대체휴무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해 공무원이 쉬는 날인데, 일반 국민들도 덩달아 놀게 된 것 뿐입니다.  이번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정공휴일'이 아니라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해진 임시 공휴일이기 때문에 공무원은 '유급 휴가'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유급 휴가'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모두 휴원을 하는 경우 8월 14일 임시공휴일에 엄마, 아빠가 모두 일하러 가는 가정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시로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야 하겠지요. 


정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온 국민이 이를 기념하도록 하고 싶었으면 진작에 법정공휴일로 정했으면 됩니다. 감옥에 있는 재벌 회장들을 풀어주면서 여론을 의식하여 졸속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 논다, 너그도 놀아라'하는 꼴이 되고 만 것입니다. 


"내수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말도 다 뻥으로 들립니다. 왜냐하면 내수소비를 높이려면 공무원들만 하루 더 놀게 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높여주는 것이 훨씬 훌륭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놓고, 최저임금 1만원 요구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광복절 연휴를 하루 더 늘여준다고 내수소비가 진작된다니 기가 차는 노릇입니다. 


오는 8월 14일에 노는 국민 좀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국민과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정해줘도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 영세한 직장에 다니는 국민으로 나눠지게 생겼습니다. 뉴스만 보면 온 국민이 다 노는 날처럼 보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습니다. 


8월 14일에 노는 엄마, 아빠는 능력있는 부모이고, 정부가 노는 날로 정해줘도 일하러 가야하는 부모는 무능한 부모가 되게 생겼습니다. 국민들을 이렇게 분열시키는 정책을 하면서 '국민통합'을 이야기하는 꼴이 참 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