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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6.11.15 농부 고시보는 독일, 백남기 죽음 상상도 못해... (1)
  2. 2014.05.22 구글-애플은 도청 안심? 천만에 말씀
  3. 2013.05.13 면허증도 없이 랜드로버를 운전하는 아이들 !
  4. 2013.04.30 영국 프랑스보다 많이 논다는 새빨간 거짓말 (1)
  5. 2010.09.07 세계여행, 값싼 세계일주 항공권이 있다는데... (6)
  6. 2010.08.27 소설, 재미로만 읽는 책이 아니더라 (4)
  7. 2010.01.17 타미플루 건강한 사람은 안 먹어도 된다는데...
  8. 2009.12.27 당신의 휴대전화가 전쟁과 폭력의 원인? (2)
  9. 2009.02.05 자유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10. 2008.09.25 주민참여의 눈으로 본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 ②
  11. 2008.09.24 주민참여의 눈으로 본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 ① (1)

농부 고시보는 독일, 백남기 죽음 상상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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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 만성적 반영구적으로 가난한 귀농인"이 유럽 여행을 다녀와 쓴 책입니다. 2014년 봄에는 유럽 농촌 마을 공동체를 둘러보고 2015년 겨울에는 유럽의 도시 지역을 살펴보고 왔다 하더군요. 저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유럽의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 일상생활 체험연수' 보고서입니다.


유럽을 다녀 온 저자의 느낌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하마터면 지상낙원으로 착시할 뻔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와 비교하면 모든 것이 경이롭고 당황스러웠으며 "마을공동체와 지역사회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고 창조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저자를 반겨주는 한국은 정반대에 가까운 사회였지요. 독자들이 잘 아시는대로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를 맞은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며,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도지사를 내쫓기 위한 주민소환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지요. 아버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인 어느 청년은 코너링을 잘해 이른바 꽃보직을 받아 군대 생활을 하고, 그의 외가 재산은 재벌 회사가 비싸게 사줬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유명 정치인의 사위는 스폰서 검사로 수사를 받고 있고, 여기저기서 법조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여인과 그 딸이 연루된 비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지요.


한국인의 눈에 비친 유럽 복지 국가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으며, 빈부 격차는 자꾸만 커지고 있고, 출산율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은 떠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떠나려 하는 그야말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위험사회 한국, 절망사회 한국, 불행사회 한국에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에서 내내 살다 결국 한국에서 죽어가야 할 운명을 지닌 재수 없고 불행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기 바랍니다."(본문 중에서)


이른바 복지 국가 유럽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면 우리가 얼마나 암울하고 불행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한국에 태어난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시도 쉬지 않고 이 나라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 정기석도 그 중 한 사람이지요.


저자는 더 살기 좋은 농촌을 꿈꾸며 오랫동안 연구자로 살아왔고, 자신이 쓴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태생적으로, 그리고 필시 반영구적으로 가난한 귀농인"으로 살다가 유럽은 어떻게 우리보다 더 행복한 사회가 되었는지 알고 싶어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후회 없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겁니다.


"관광객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명소와 관광지, 여행객들이 돈을 쓰러 오는 명품샵이나 면세점은 피했다. 물론 그럴 생각도, 그럴만한 돈도, 시간도 없었다. 단지 사람이 행복한 공화국, 사람이 먼저인 공동체, 유럽의 진면목을 더, 가깝게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연수와 여행의 동선을 정했다."(본문 중에서)


그렇게 짜여진 영국, 체코,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5개국 여행과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농촌 공동체 연수 경험을 담아 유럽 7개 나라 일상생활 체험과 시민사회를 관찰하고 온 여행기가 바로 책 <행복사회유럽>입니다. 예컨대 이름난 유명 관광지를 피해서 만난 유럽 시민사회와 농촌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와 쓴 여행기입니다. 


국민이 행복한 유럽 7개국 일상 생활 체험


그런데 저자의 유럽 생활체험은 첫날부터 꼬이기 시작하였더군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앓던 통풍이 1년 만에 재발하여 낯선 땅에서 병원과 약국을 전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전 지식으로 영국 의료보험에 대한 괴담(?)을 기억하고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의사와 약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요?


하지만 저자가 직접 체험한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무상 진료(한국에 돌아가면 50파운드 환급)가 이뤄지더라는 것입니다. 영국 병원은 모두 국영이고, 의사는 공무원이고 치료비는 무료였지만 한국에서 들었던 괴담(?)은 경험할 수 없었고, 한국인 여행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유럽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만, 저자의 영국 여행기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런던의 교통시스템이었습니다. 복잡한 도심에 들어가려면 고액의 혼잡세를 내야하고, 물리적으로 차량 속도를 조절해 교통량을 감소시키는 '교통 진정기법'이라는 생소한 시스템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영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낮은 거라고 하더군요.


저자가 런던에서 부러워했던 또 하나는 바로 공원입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평화로운 공원과 자연스러운 광장에서 느끼는 활기찬 기운을 경험하였다는 것입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관광객들과 런더너들이 적당히 뒤섞인 런던의 공원과 광장은 산책, 휴식, 만남, 토론 심지어 시위 등 여가생활의 장으로서 공유지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본문 중에서)


런던의 녹지 면적은 도시의 25%, 서울은 28%인데 서울의 공원녹지는 70% 이상이 도시 외곽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저 역시 짧은 시간 동안 영국의 하이드파크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몇몇 공원을 둘러보면서, 내가 사는 옛 마산이 얼마나 삭막한 도시인지 깊이 깨달은 경험이 있습니다.


산책, 휴식, 만남, 토론, 시위가 있는 영국 공원


옛 마산의 경우도 통계 지표상 공원 면적은 넓지만,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당시 통계에 표시된 공원의 30% 이상은 공원 묘지였습니다. 통계에 잡힌 공원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가짜 공원이 대부분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유럽이라고 해서 행복한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 베니스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심각하더군요. 당일치기 관광객이 늘어나니 식당이나 숙박업소가 어려움을 겪게 되어 호객 행위가 이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더라는 겁니다.


"어느 인구학자는 2030년경이면 상주인구는 전혀 없이 관광객만 들락거리는 유원지 같은 도시가 되리라는 비극적 전망까지 내놓을 정도다. 이렇게 원주민이 밀려나고 도심 공동화가 심화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시에 자본이 몰리면 결국 임대료나 집값이 올라 원주민들이 쫓겨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결국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건물만 남다 보니 마을, 골목, 주민이 없는 유령도시가 되어가더라는 겁니다. 베니스에선 지속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저자의 여행지 중 가장 흥미로운 도시는 취리히였습니다. 저자는 취리히의 협동조합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취리히를 비롯한 스위스의 소매시장은 미그로와 코프라는 두 협동조합이 장악하고 있답니다.

"소매유통시장 업계 1위는 미그로다. 스위스 인구 800만 명 중 250만 명이 미그로 조합원이다. 연간 매출액은 30조원이 넘는다. 상시 고용인력만 8만 명이 넘어 스위스 최대의 일자리 창출기업이다." (본문 중에서)


오늘날 미그로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협동조합이지만, 1925년 창업 당시에는 협동조합이 아닌 개인기업이었다고 합니다. 1941년 창업자인 고트리브 두트바일러가 개인 소유였던 주식 대부분을 출자금으로 전환하면서 협동조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취리히 사람들은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으로 미그로를 만든 고트리브 두트바일러를 꼽는다고 합니다.


유럽 행복 사회, 행복한 농촌의 기반은 협동조합


스위스 소매 유통업계 2위인 코프도 협동조합인데, 5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매출액은 30조원, 조합원은 200만 명이나 된다합니다. 심지어 세계적인 대형마트 까르푸가 철수한 매장 12곳을 코프가 인수하였다는군요. 스위스 협동조합들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단순하지만 상식적인 전략으로 대규모 상업자본과 경쟁하여 당당히 승리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지금까지 소개한 이런 심각한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년 동안 건축한 프라하성도 찾아가고, 로마에서는 판테온 신전이나 바티칸도 둘러봅니다. 파리에서는 오르세 미술관이나 퐁피두센터 같은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산악열차를 타고 눈 덮인 알프스에도 올라갔더군요.


독일에서는 수필가 전혜린, 축구선수 차범근의 흔적을 찾아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인 장소는 뮌헨의 마리엔 광장 근처에 있는 세계 최대의 맥줏집 호프브로이 하우스 이야기였습니다.


무려 1589년에 개장한 바이에른 왕실의 전용 양조장이었던 곳이 세계 최대의 맥줏집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을 찾았던 유명인사들 명단 때문에 더욱 놀랍습니다. 바로 모차르트, 레닌, 히틀러 같은 유명인사들이 다녔던 술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일개 맥줏집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인 셈이지요.


물론 맥줏집 이야기보다 훨씬 더 인상 깊었던 여행기는 저자가 독일 농업 현장을 방문했던 기록들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총생산 대비 농민 총생산은 3%인데, 독일의 경우도 국민총생산 대비 농민 총생산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독일에서는 농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국민적 합의로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 농민수익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국가가, 국민이 농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해주는 거지요. 그래서 농부는 영광스러운 자리로 대접받아요. 아무나 농부가 될 수 없고, 아무나 농사 지을 수 없어요." (본문 중에서)


독일은 기업농이나 대농을 지원하지 않고 농업전문 직업교육을 받은 소농, 가족농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한다더군요. 예컨대 농사를 지어 못 먹고 사는 농민들도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세금을 지원하여 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이지요.


백남기 농민 같은 죽음은 독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독일은 농촌에 최소한 유지 되어야 하는 인구 밀도가 헌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각종 정책으로 뒷받침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농민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소득과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며 국가 발전에 동참한다."


독일 농업정책의 첫 번째 원칙이 농민도 일반국민과 동등한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랍니다. 이런 수준 높은 원칙이 지켜지는 대신 아무나 농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농부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겁니다.


"농부가 되려면 정식으로 농업전문학교를 입학해 졸업해야 한다. 그러고도 농업현장에서 수년간 실습을 마친 후 농부고시에 합격 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독일에서는 농부고시(?)를 패스하고 농민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국민의 생명을 결정하는 먹을거리를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65세로 정년이 되면 농사일을 그만두고 연금으로 편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답니다. 우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들이지요.


그렇다면 저자가 둘러 본 유럽이 우리사회에 비해 한 차원 높은 행복사회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자 정기석은 <행복사회 유럽>의 비결은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주장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리고 확정적으로 단언하자면, 오늘날의 유럽을 행복사회로 이끈 동력은 사회적 자본과 사회 안전망의 힘이다." (본문 중에서)


유럽의 정치인과 시민들이 법이나 제도보다 먼저 사회적 자본과 사회 안전망을 갖추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삶이 보장될 수 있었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였다는 것이지요. OECD가입한 부자나라라고 하면서도 국민의 행복 수준은 개발도상국보다 못한 이유를 정확히 찾아냈더군요.


이미 100년 이상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방정부가 나서서 '청년수당'같은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도 구축하려는 노력에서 우리도 희망을 찾아야하겠지요. 우리 젊은이들이 이 땅을 포기하고 떠나지 않도록 하려면, 더 부자나라가 못 되더라도 더 많은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행복사회 유럽>을 따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사회 유럽 - 10점
정기석 지음/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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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녁노을* 2016.11.15 15: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군요.

    잘 보고갑니다.

구글-애플은 도청 안심? 천만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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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같은 탐사보도. 최근에 일어난 스노든 폭로 사건, 그동안의 경과를 다 알고 있는데도, 루크 하딩이 쓴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를 보는 동안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로운 전개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은 역사상 가장 '비범한' 내부고발자이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생명과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가장 위험한 수배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기관인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일급 비밀정보를 빼돌려 언론을 통해 정보 기관의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폭로하였습니다.


"미국의 안전보장을 책임지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에서 자유로운, 미국 NSA와 NSA의 영국협력단체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인터넷과 통신의 하드웨어를 거머쥔 거대기업과 비밀리에 제휴하고, 인터넷을 정복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닌 기술력을 총동원해왔다."(본문 중에서)


'인터넷을 정복한다'는 문구는 GCHQ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사실 좀 더 정확한 의미는 '인터넷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감시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스노든의 폭로가 위험했던 것은 그가 미국과 영국의 최고 비밀기관의 음모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정복하려는 두 세력은 지금 우리 개개인 대부분의 사생활과 세상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 스카이프, 휴대전화, GPS, 유튜브, 토르,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등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원도력이라고 선전해오던 기술들이 <1984>의 조지 오웰도 경악할 만한 감시 기계로 변모한 것이다." (분문 중에서)


스노든이 공개한 비밀문서 중에는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합니다. 프리즘의 기능을 설명하는 파워포인트 파일에는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이 NSA에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날짜가 표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007년 9월 11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으로 프리즘에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2008년 3월에는 야후, 2009년 1월에는 구글이 참여하였으며, 2009년 6월에는 페이스북, 2009년 12월에는 팰토크, 2010년 9월 유튜브, 2011년 2월 스카이프, 2011년 3월에는 AOL이 NSA 프리즘에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것이지요.


그나마 이때가지만 하여도 애플은 협조를 거부하고 있었는데, 2012년 10월 스티브잡스가 사망한지 1년 만에 프리즘에 참여함으로써 실리콘벨리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정보를 NSA에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 NSA, 독일 총리도 감시 할 수 있다


프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은 이메일, 페이스북 포스트 및 인서턴트 메시지 등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들 데이터를 구글, 야후 등 9개 미국서버 제공업체의 서버로부터 직접 수집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의사소통, 데이터 저장, 클라우드 이용, 심지어 단순한 생일 축하 메시지 송신과 삶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의 백엔드에 NSA가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뿐만이 아닙니다. 스노든에 따르면 NSA는 표적 대상에 대한 실시간 감시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표적 대상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문자를 쓰거나 채팅을 시작하거나 심지어 컴퓨터를 작동시킬 때마다 NSA가 알 수 있다는 뜻이다.......2013년 4월 5일 기준으로 미국이 프리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제 감시 중인 표적은 11만 7675명에 달한다."(본문 중에서)


스노든은 '프리즘 프로그램'이 자신을 내부고발자로 나서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초기에 접촉한 기자들에게 제공한 비밀자료도 바로 프리즘에 대한 폭로 자료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 정부가 최근 10년 간 미국을 드나드는 모든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NSA는 영국 GCHQ와 함께 '업스트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과 데이터를 미국을 드나드는 광섬유 케이블에 직접 접근하여 도청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는 겁니다. 남아메리카, 동아프리카, 인도양에 국제케이블 도청장을 설치해놓고 전세계의 데이터를 빨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사실상 지구상 주요 통신 대부분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NSA는 사실상 세계 전체를 도청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10년 동안 NSA의 능력은 믿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영국을 비롯한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의 후원 아래 NSA는 광섬유 케이블, 전화 메타데이터, 구글과 핫메일 서버에 접속했다." (본문 중에서)


스노든에 따르면 NSA 오마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지구상 누구라도 표적을 삼을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정보들은 자동으로 수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노든은 내부고발자로 나서기 전 NSA 분석관이었던 스노든은 그 누구라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기관의 목표 "인터넷을 통채로 감시하라"


한편 기술기업들은 법원의 명령에 의해서만 데이터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합니만, NSA는 기술기업들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직접 해킹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도청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싱턴 포스트는 비밀리에 NSA가 야후와 구글로부터 데이터를 도청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 방법은 기발하게도 영국 영토에서 도청하는 것이었다. NSA는 세계 도처에 있는 야후와 구글의 자체 데이터 센터를 서로 연결하는 민간 광섬유 링크를 해킹해왔다." (본문 중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NSA는 수억 명의 사용자 계정에 침입할 수 있으며,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감이 좀 없는 통계이기는 합니다만, 2012년 말 30일 동안 1억 8000여만건의 기록이 전송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묻지마 도청과 감시가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스노든 비밀 문서에 따르면 NSA가 폭넓게 사용되는 인터넷 암호기술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상용 프로그램에 NSA의 백도어가 심어져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폭로로 이어집니다.


NSA의 암호 해독 능력은 기술기업이나 통신회사들을 무력화시킨 상태라고 합니다. 스노든의 비밀 문서에는 NSA가 4G 휴대전화의 암호시스템을 해독하고 있다고 적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NSA는 주요 통신 제공 업체의 중추를 흘러 지나가는 데이터와 주요 인터넷 사용자 사이의 직접 접속 목소리 및 문자 통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문 중에서)


설마 혹은 혹시나 했던 일들이 '도청과 감시'과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에 의해서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암호화된 문서조차 도청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플리커, 클라우드, 에버노트 같은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들은 모두 '도청과 감시'의 대상이라고 보야야 할 것 같습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포털에서 서비스 하는 이메일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도청과 감시의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면서 구글의 지메일로 바꾸는 일이 유행처럼 퍼졌던 일이 있습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에 따르면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구글은 권력기관으로부터 사용자들을 지켜주지 않고 있으며, '당신의 프라이버시가 우리의 우선순위'라던 마이크로소트트의 슬로건 역시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잡스 사후 1년... 애플도 미국 정보기관에 항복?


심지어 '다르게 생각하라'고 외치던 히피문화의 저항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애플 역시 스티브 잡스 사후 1년 만에 정보기관에 굴복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메일을 구글 지메일로 바꾼 네티즌들은 국내 정보기관 대신에 NSA의 수준 높은(?)감시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구상에서 이메일과 스마트폰 메시지를 비롯한 디지털 통신 수단을 이용하면서 도청과 감시 당하지 않는 일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운(?)이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보면 스노든은 자신의 폭로를 도와 준 언론인들과 만날 때 절대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안전한 장소에 있을 때도 대화중에는 스마트폰을 냉동실에 보관하도록 합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를 특종으로 보도한 <가디언>은 특별 사무실을 만들고,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로만 기사를 작성합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자국 외교관을 NSA가 도청했다는 사실은 확인한 후 런던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다시 사용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1년 기한으로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인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의 비밀 정보기관인 FSB와 FSO 역시 타자기를 대량으로 주문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보안 시설을 갖춘 정보기관들이 이 정도라면 개인이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마치 첩보 영화를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읽었던 것은 추리 소설처럼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는 2013년 6월 3일 "나는 정보기관의 수석 요원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 한 통으로부터 시작되어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에 1년간 임시 망명을 하고 지내는 그해 연말까지 일어 난 일들을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입니다.


예상대로 저자인 루크 하딩은 기자 겸 작가였습니다. <가디언>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면 기자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세 편의 논픽션 작품을 저술하여 작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350쪽이 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은 것은 기자보다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더 발휘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보수주의자 스노든이 정보기관이 불법을 폭로를 한 까닭?


'나는 정보기관의 수석 요원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 비밀스러운 제보자와 바쁜 언론인들의 엇갈림 그리고 홍콩 네이선 거리 미라 호텔에서의 첫 만남과 영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가디언>의 폭로와 양국 정보기관의 스노든 추적까지 영화라고 해야 믿어질 것 같은 현재 진행형 실화입니다.


놀랍게도 '위험한 폭로'를 시작하기 전, 스노든은 '진보적인 철학'을 가진 청년이 아니라 오히려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또 한 명의 젊은이가 불의한 시대를 만나 가장 온순한 인간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뉴스를 통해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에 관하여 들었지만,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들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인체 하는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지구전체를 그리고 수억명의 사람들을 어떻게 도청하고 감시하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현실로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기에는 너무 마음 답답하고 좌절스러운 내용이 많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일, 민주주의를 누리는 일, 헌법에 명시된 권리늘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절망스럽게 합니다.


인류 역사이래 지구상에서 벌어진 가장 추악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과 감시를 폭로한 젊은이를 위해 우리 모두 다음 한 문장을 꼭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은 말하는 것은 범죄가 아닙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 10점
루크 하딩 지음, 이은경 옮김/프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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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도 없이 랜드로버를 운전하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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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영화에는 어른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어린이들이 나옵니다. 독수리 5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마징카 제트나 로봇 태권V 역시 이들을 조종하는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들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쥘베른이 쓴<15소년 표류기>역시 실수로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이 집도 짓고, 식량을 구하고 맹수와 맞서며 로빈손 크로소 못지 않는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혹은 어른 못지않은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나약하게 자라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15소년 표류기>와 같은 일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초원과 밀림에서 16살, 14살, 12살, 6살 아이들이 면허증도 없이 랜드로버를 운전할 뿐만 아니라,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 하고, 늪에 빠진 자동차를 끌어내며 산불에 맞서기도 하는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쓴 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 그리고 오클리가 바로 그들입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는 1995년 5월 어느 날,  영국에서 태어나 살던 네 명의 아이들이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는 엄마 케이트와 함께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가서 살아온 경험을 기록한 책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바로 북쪽에 접해 있는 나라입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5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살아온 아이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직접 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오카방고 삼각주 저지대에 있는 '마운'이라는 마을에 살던 케이트 가족은 이 책을 쓰기 시작하는 무렵부터  본격적인 사자연구를 위하여 피터아저씨의 밀림 속 캠프로 들어가 천막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겪은 밀림생활 기록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홈스쿨링이라고 할 수 있는 '숲속학교'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12살에 '랜드로버'를 몰고 다니는 아이들

아이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2살 아이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여행이 아닌 이사를 갈 만큼 씩씩한 엄마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정규학교를 그만두고 밀림 숲속학교에서 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 엄마는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딸 아이 혼자서 세계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지지해주는 엄마이면서, 그 자신이 배우생활을 하다가 30대 후반에 진화생물학자라는 새로운 길을 나설 수 있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습니다.

 

이제 케이트와 그녀의 네 아이들이 겪은 아프리카 생활의 일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이 책을 쓴 형제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6살 트래버스가 7월 어느 토요일을 보내며 겪은 이야기입니다.

 

"주말 아침에는 보통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지만, 오늘은 혼자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차 타고 가서 조용히 생각을 좀 하고 싶었다 … 초록색 랜드로버에 올라탄 나는 쌍안경이 있는지 확인한 후 캠프를 빠져나왔다. 나는 지금 열여섯 살이고 운전을 한 지는 올 해로 5년째다. 운전은 엄마한테 배웠다. … 그날 아침에는 동물들이 무척 많았다. 임파라, 얼룩말, 코끼리, 그리고 기린도 몇 마리 보였다. 흰개미집 쪽으로 가자 어린 암사자가 한 마리 있었다. … 타이어 수리는 내 전문 분야다."(본문 중에서)

 

열여섯 살 소년이 보내는 주말 모습이라고 느껴지는가요? 트래버스의 여동생인 메이지도 12살 밖에 안 되었지만 직접 차를 몰고 다닙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씩씩하고 용감할 수 있는가, 혹은 아이들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가를 알게 됩니다. 또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깨닫게 된답니다.

 

아이들은 처음 아프리카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자신들이 변해오는 과정을 온전하게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자연을 만나서 눈 뜨는 과정도 고스란히 책에 담겨있습니다. 처음 아프리카 생활을 시작할 때, 엄마 케이트는 아이들에게 딱 1년만 살아보고 가족 중에 누구라도 적응하지 못하면 영국으로 돌아가자는 약속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동물들이 드나드는 캠프생활

 

이들 가족이 아프리카 숲속을 드나들기 시작할 때, 마을 사람들로부터 제정신이 아니라는 취급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숲으로 가는 길이 언제나 아름답고 신비하였다고 합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숲을 돌아다녀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숲에 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눈이 밝아지고 주변 환경에 민감해지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숲에 다니면서 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하늘을 나는 수리를 관찰했다. 수리가 땅으로 내려오는 것은 가까이에 죽은 동물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운이 좋을 때는 맹수를 볼 수 있다. 사자나 표범, 하이에나, 치타나 조그만 재칼 등. '메이지'의 눈은 정말 신기하다. 별로 애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숲속이나 나무에 숨어 있는 표범을 찾아낸다."(본문 중에서)

 

동물원 우리 속이나 사파리 공원이 아닌 밀림과 초원에서, 아이들은 사자나 표범, 하이에나와 같은 짐승들을 자신들의 눈과 감각기관으로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눈은 밝아지고 주변 환경에 민감해졌다는 뜻이지요. 당시 두 살 밖에 안 되었던 '오클리'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가축 이름은 모르면서 야생동물의 이름은 잘 알았다고 합니다. 숲을 제 집처럼 드나들다가 마침내 아이들은 숲을 집 삼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에 나오는 것과 같이 텐트를 치고 온 가족이 모여서 살았다고 합니다. 천으로 된 물주머니 아래에 샤워기를 달아서 몸을 씻고, '풍덩 구멍'이라고 하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였으며, 하마 골반뼈를 변기로 사용했답니다. 그들이 살던 캠프가 얼마나 실감나는 아프리카 숲이었는지 한 번 볼까요?

 

"우리 캠프에는 울타리가 없어서 숲이 우리의 거대한 뒤뜰이나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동물들이 캠프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어떤 때에는 한밤중에 사자가 텐트를 스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코끼리가 바로 옆에 있는 나뭇잎을 뜯어 먹기도 했다. 나는 다른 식구들 보다 숲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숲속에 살고 있는 것들은, 개미와 버섯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관찰하고 직접 먹어 보고 가장 맛있는 요리 방법을 알아내기도 합니다. 숲에서 살게 되면서 아이들은 엄마인 케이트 그리고 나중에 새 아빠가 되는 피터와 함께 사자 연구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합니다.

 

살아있는 자연에서 배우는 숲속학교

 

아이들이 하루 종일, 혹은 밤새도록 꼼짝도 않고 사자를 지켜보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는지요? 놀랍게도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듯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몰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몰입은 아이들이 사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 하였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심심할 때를 대비해 주사위나 체커 게임 도구를 가지고 간다. 그래도 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사자의 행동뿐만 아니라 어떤 사자가 어떤 사자랑 어울리는지, 지금 상황이 어떤지, 다른 사자와 관계는 어떤지 살피는 것 역시 재미있다. 자기 짝을 속이고 이웃 사자와 짝짓기를 하는 암사자를, 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쓴 네 아이들에게 사자는 그냥 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사자 한 마리, 한 마리는 구체적으로 이름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보르도'라고 하는 사자를 만나고 그가 어떻게 친구랑 어울리는지, 누구랑 짝짓기를 하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숲에서 살고 있는 300 마리가 넘는 사자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이 책을 쓴 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친 엄마 케이트가 세운 숲속학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는 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탁월한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엄마는 자연에서 수학을 발견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하루는 엄마가 캠프 주변에서 나선형, 피보나치수열, 프랙탈, 대칭, 동위각과 엇각 등 온갖 수학적 형태를 찾아보라고 했다. 우리는 늘 보던 풀, 나무, 곤충, 새, 모래밭에 난 구멍 등에서 감춰진 형상을 찾으며 눈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느꼈다."(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눈이 닿는 곳 끝까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가 말라붙어 염전이 된 '막가디가디'에서 100만년 전에 시작된 석기시대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지질학과 진화에 대하여 공부하였다고 '앵거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염전에서 모닥불 불빛조차 가물가물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를 각자 마음껏 달려가서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는지요? '앵거스'는 그때의 느낌을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분도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읽고 나서 도저심 참을 수 없는 유혹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리카로 유학(?)을 다녀와서 책을 냈더군요. 그 분과 함께 아프리카로 유학(?)을 갔던 가족은 아예 그곳에서 눌러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세 명 중 한 명은 HIV 감염자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에 하나는 바로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 결핍 바이러스인 'HIV' 문제입니다. 14살 앵거스가 쓴 글에는 HIV로 죽어가는 '보츠와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습니다.

 

"HIV로 아이들뿐 아니라 노동력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또 충격적인 사실은 보츠와나 대학생의 80퍼센트가 HIV 양성이라는 점이다. 법률가, 정치가, 과학자, 교사, 야생동물 관리인, 의사, 간호사 등으로 미래의 중요한 직책을 맡아 보츠와나의 발전을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10년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본문 중에서)

 

보트와나는 세계에서 가장 HIV 감염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세 사람중 한 명이 감여되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같이 웃고,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 세 명 중 한 명은 죽음에 이르는 질병을 가지고 있고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난해서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약을 살 수 없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이 책은 전해줍니다. 5년 전 영국에서 살 때는 HIV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과 모국인 영국을 비롯한 지구촌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에는 책을 쓴 형제들과 그들 가족이 찍은 진귀한 사진, 그들이 직접 그린 예쁜 그림과 곤충, 동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린 세밀화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타잔> 영화로만 기억하는 아프리카와 사람들과 동물이 공존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자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사자가 더 신비로운 동물이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고 합니다.

 

막연한 동경의 대상을 넘어서 아프리카를 가까이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과 꽉 짜여진 입시교유의 틀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많은 '영감'을 안겨줄 만한 책입니다.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담담하게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덤'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아프리카 숲에서 얼마나 잘 배우고, 잘 자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 10점
메이지, 앵거스, 트래비스 남매 지음, 홍한별 옮김/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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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랑스보다 많이 논다는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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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사항이니 일사천리로 법안이 처리되고 시행될 것 같았던 '대체휴일제' 시행이 이번에도 재벌과 대기업들에게 발목이 잡혀 유야무야 될 것 같은 불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앞서 지난 19일  대체휴일 법안(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무난하게 통과하여 이달 말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던 '유정복' 안전행전부 장관이 발벗고 나서서 반대하고, 전경련, 한국경총 등의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노동단체의 공식 입장을 언론을 통해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역시 우리나라는 재벌과 대기업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대체휴일제' 법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대체휴일제' 법안은 재계와 정부 측의 반대로 인하여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처리를 미루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혹시 재벌과 대기업이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 사족을 붙입니다. 언론에서는 재계 혹은 경제 5단체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단체를 움직이는 자들은 소위 '재벌과 대기업'입니다. 따라서 재벌과 대기업이라는 표현이 국민 정서에 훨씬 부합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자, 그렇다면 재벌과 대기업이 대체 휴일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론을 통해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재벌과 대기업들은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이 감소로 인해 대략 32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답니다. 

 

또 "현재 우리나라 공휴일은 연 16일로 호주(12일), 프랑스(11일), 독일·미국(10일), 영국(8일) 등과 비교해 많은 편"이라고 주장하였고, "여기에 법정 연차휴가(15∼25일)와 토·일요일 쉬는 날(104일)을 더하면 연간 휴일은 135∼145일이 된다"는 주장을 하였답니다.

 

뭐 한 마디로 딱 요약하면, 국민들이 혹은 노동자들이 노는 꼴을 봐주기 어렵다는 표현으로 들립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어떤 놈이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1년에 1~2일 더 쉰다고 해서 32조원의 경제 손실이 생긴다는 주장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하여 어떤 기업에서는 생산성이 감소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대체휴일제도가 시행되면 노동자들의 휴식이 늘어나고 이로 인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잘 쉬고나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고, 생산성도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대체휴일제로 늘어나는 것은 연간 1~2일에 불과하지만, 관광, 레져 지출은 훨씬 더 많이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냥 주말보다 연휴가 3일 이상 이어질 때 장거리 여행도 떠나게 됩니다. 추가로 생기는 관광지출은 언론보도(2조 8000억원)보다 훨씬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재벌 대기업들이 틀어쥐고 있지 않은 새로운 산업에서는 생산유발 효과(4조 9000억원)가 생기고, 고용 유발효과는 8만 5000명이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더 많이 논다는 새빨간 거짓말

 

아울러 우리나라 공휴일이 다른 선진국 보다 많다는 주장도 엉터리입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이 주장하듯이 법정 공휴일은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같은 나라보다 많은지 모르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보다 더 많이 쉰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국민은 1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나 영국 사람들처럼 한 달 가까운 여름 휴가를 보내는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있을까요? 마침 보도를 보니 이른 반박하는 자료가 있더군요. 새누리당 윤상현 국회의원의 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보다 공휴일이 많지만 두 나라 사람들은 보통 연차 휴가가 25일이나 되고 실제로 다 쓸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차휴가가 15일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34% 밖에 못쓰는 것이 현실이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법정 공휴일이 많고 적은 것, 혹은 주 5일 근무를 하는 것을 따지기에 앞서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프랑스나 영국 혹은 미국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들 같은 여름 바캉스도 없고, 그들 같은 크리스마스 연휴도 없습니다.

 

결국 재벌과 대기업들의 주장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개발도산국이 아니라 후진국입니다. 국민들이 노는 꼴 혹은 노동자들이 노는 꼴을 못봐주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편, 재벌과 대기업의 반대에는 "임시직, 자영업자 등 사회 취약 계층에는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 시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법정 유급 공휴일이 늘어나면 임시직으로 일하는 분들은 1년에 1~2 정도 노동일수가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법정 유급 공휴일이 늘어나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동네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때문이지, 대체휴일제도 국민들이 1~2일 더 놀아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국민들이 피자, 통닭, 자장면 같은 것도 안 사먹고 식당에도 안 가고 쇼핑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법이든 시행령이든 약속대로 하면 된다

 

정부의 반대논리는 더 궁색합니다. 세상에 하기 싫으면 그냥 하기 싫다고 하든지, 아니면 재벌과 대기업이 반대하니까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대체 휴일제'를 법으로 정한 나라가 드물다는 기발(?)한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휴일을 법률로 정하면 국민생활 전반에 대한 규제와 민간 자율 영역 침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체 휴일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답니다.

 

법으로 만들든지, 시행령으로 만들든지 국민 법 감정으로는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법과 시행령을 구분해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법이든, 시행령이든 '대체휴일제도'를 도입하면 그만입니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핑게 저핑게 대면서 이번에도 유야무야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을 우롱하지 않으려면 지금 국회가 법을 만드는 것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시행령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 그만입니다. 안전행정부 장관이 대안도 없이 무작정 9월까지 기다리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암만봐도 그냥 시간 끌기와 힘 빼기입니다. 지금 국회가 충분히 논의하면 되는 것을 왜 9월까지 미룬다는 것인지, 안전행정부가 추진방안을 만들어오지 않으면 국회의원들은 그 정도 법안을 만들 입법 능력도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참 웃기는 정부입니다. 어떤 때는 이제 충분히 부자나라가 되었다고 온갖 자랑질을 하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직도 멀었다고 선진국이 되려면 여전히 일을 더해야 한다고 한다고 국민들을 속입니다. 우리나라 부자나라 맞습니다. 1년에 하루 이틀 더 쉰다고 절단나는 일 없을 겁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되었지만, 아직도 토요일에 일을 하거나 출근(특근 등)하는 국민이 절반이 더 됩니다. 재벌과 대기업들,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보다 공휴일이 더 많다는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속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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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연 2013.05.01 11:25 address edit & del reply

    재계에서 반기업 정서에 물주고 비료주고 얼쑤~

세계여행, 값싼 세계일주 항공권이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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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은초가 쓴 <3650 하드코어 세계일주>

여름휴가를 앞두고 신간 목록에서 <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를 고른 것은 무더위를 잊고 읽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책을 펼쳐들면서 마음은 세계일주 여행기을 따라 나섰지만, 정작 몸은 동네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였습니다.

여름 피서지로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주고 노트북만 들고 가면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고, 생수를 비롯한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모두 공짜로 제공되는 곳은 도서관 밖에 없더군요.

여름휴가에 읽으려고 고른 책이 하필 <히말라야 걷기여행>과 <3650, 하드코어 세계일주>였기 때문에 몸은 도서관에 있었지만 마음은 바람과 구름을 따라 히말라야를 넘어 저자의 발길을 따라 남미안데스까지 다녀왔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만, 도서관에 앉아 책으로 즐기는 세계여행의 재미도 쏠쏠합니다. 원월드 항공권을 사서 세계여행 떠나는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속해 있는 가장으로서 꿈꾸기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도서관에서 책 속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은 아무도 막지 않더군요.

이 책은 21살에 호주로 위킹홀리데이를 떠난 것을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세 차례 세계일주 여행을 다년 온 고은초가 쓴 책입니다.

누구의 여행인들 사연이 없겠습니까만 그녀의 여행도 누구 못지않게 파란만장합니다. 그녀의 첫 출발은 무모하리만치 당돌하고 충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난생처음 긴 여행을 떠나는 길에, 이 비행기가 나를 호주 시드니로 데려다놓으리라는 그 한 가지 말고는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정해진 목적지도, 거처도, 마중 나올 사람도 없었고, 당장 도착해서는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도 막막했다. 심지어 숙소를 찾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1년간 호주로 여행을 떠나는 그녀의 수중에는 달랑 90만 원이 전부였고, 고작 한 달의 숙식도 보장할 수 없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호주에 도착 한 후 한 달도 안 되어 처음만난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갈취당하고, 호주인 집주인에게 두 번째 사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오렌지 농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호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닙니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면 오렌지를 먹고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하면 낡은 포드 승용차를 잠자리 삼아 여행을 다닙니다.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낡은 도요다를 함께 타고 사막을 여행하고 1000km가 넘는 거리를 한 번의 히치하이커로 여행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두 번째 여행은 세계일주입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여행이야기를 듣고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 처음엔 세계일주 이야기에, 그 다음엔 여행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부모님은 세계 여행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족들이 알고 있는 나는 지금 호주 어학연수 중이고, 적어도 며칠에 한 번씩은 전화를 할 의무가 있었다.......나라를 옮겨 다닐 때마다 호주 시드니의 시간을 재계산했고, 내가 있는 나라와 호주와 한국의 시차를 계산하느라 머리가 아픈 나머지 시차계산기를 사버릴 정도였다.”

값싼, 세계 일주 항공권이 있다는데...

세계 여행을 꿈만 꾸고 있던 어느 날, 여행 카페 모임에서 ‘세계 일주 항공권’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세계 일주 이야기를 읽어보면 여행준비의 99%는 세계 일주 항공권을 발권하는 받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세계일주 항공권은 정해진 항공요금으로 아무리 먼 거리도 마음껏 이동할 수 있도록 전 세계 항공사들이 제휴를 맺은 프로그램인제,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매력은 그 가격이다. 대륙간 이동을 포함해 총 20회의 비행이 가능한 4대륙 항공권 비용이 370만 원 정도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남미의 한 국가만 가려고 해도 비용이 200만 원이 넘게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파격적인 가격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당시만 하여도 여행사 직원들은 ‘듣보잡’이라는 반응이었고, 항공사 직원조차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아울러 저렴한 항공료 대신 복잡한 규정과 까다로운 제약조건으로 여행 루트를 짜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이 문제랍니다.

“여행 준비에 한창이던 어느 날은, 보고 있던 자료 앞을 도저히 뜰 수가 없어서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도 가지 않고 매달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11시간 만에 일어나 다리를 폈다.”

“똑같은 항공권인데 호주에서 발권하면 20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똑같은 항공권을 170만 원이나 싸게 살 수가 있다는 거지.... 그러나 호주에서 항공권을 발권했다는 선례는 한 건도 찾을 수가 없었고, 덕분에 루트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난투극에 가까웠다.”

항공사 직원이 그녀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외울 정도가 되었고, 국내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는 외국항공사에 전화를 해가며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는군요. 사무실 책상에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밤을 새기 일쑤였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느라 늘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는 것.

무려 4개월의 삽질 끝에 여행루트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흔히 시작은 반이라고 하는데, 그녀에게 있어 세계 여행은 정말 시작이 반이었던 셈입니다. 이 때 경험한 ‘세계일주 항공권 발권 노하우'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자세한 설명서’로 불리며 퍼져나갔고, <하드코어 세계 일주>에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만약, 세계일주 항공권을 발권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록에 있는 ‘원월드 발권’ 노하우만으로도 충분히 책값은 하고 남는 자료인 듯합니다.

Puesta de sol en el Ahu de Tahai
Puesta de sol en el Ahu de Tahai by Héctor de Pereda 저작자 표시비영리

원월드 발권 노하우는 부록으로...

스물다섯이 되던 2003년, 가족들에게는 호주 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핑계를 대고 세계일주 여행길에 오릅니다. 그녀의 세계일주는 호주 - 뉴질랜드 - 이스터 섬과 마추픽추 트레킹, 이과수 폭포가 있는 남미의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 중동의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 - 영국, 독일로 이어집니다.

4년 후에는 또 다시 미국을 거쳐 - 멕시코 - 과테말라 - 벨리즈 - 쿠바 - 파나마 -베네수엘라 - 에콰도르, 콜롬비아로 이어지는 중남미 여행을 떠납니다. 세 번째 여행에는 콰테말라 안티구아에 머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값싼 스페인어 강습을 받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수교 국가인 시리아로 들어가는 과정 참 아슬아슬합니다. 시리아는 미국이 테러국가로 규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고 남한과는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비자발급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였다고 합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포기하는 시리아를 비자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 ‘생떼’를 써서 의외로 쉽게(?)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비자 발급 수수료가 없어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은행을 찾아 전전하는 그녀의 볼리비아 입국과정은 훨씬 더 기가 막힙니다.

정말 어렵사리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녀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위험에 맞닥뜨리기도 하였고, 여러 차례 전 재산(여행경비)를 잃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대서양을 건너던 비행기가 추락할 뻔하고, 안데스 산맥 정상에서는 산소 호흡기를 쓰고, 멕시코에선 강도의 칼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성고질병인 발목 때문에 압박 붕대로 발목을 감고 걸었지만 언제나 무사히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내게 비빌 언덕이 딱 하나 있었다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화상으로 살이 벗겨지고 피고름이 흐르던 미션 비치에서 그랬고, 당장의 한 끼조차 막막했던 아르헨티나에서 그랬고, 마음이 돌처럼 거칠어져 있던 이스라엘에서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성희롱을 당하고 처음 살의라는 것을 느꼈을 때도 그랬다. 멕시코에 이어 콜롬비아에서 나쁜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랬고, 지독한 외로움과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위기는 번번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여행이 진짜로 끝났던 적은 없다.”

그러나, 그런 위험과 위기 때문에도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힘이 되어줍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여행 기록을 보면서 응원하던 친구들과 네티즌들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여행을 이어가며, 심지어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과 외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Machu Picchu, Peru
Machu Picchu, Peru by szek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간절히 필요할 때 찾아오는 기적 같은 도움의 손길

좌절하지 않는 그녀에게는 번번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곤 하였습니다. 그녀가 간절히 필요할 때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끝내 포기하지 않고 여행을 이어나갔기 때문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겠지요.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세 번째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녀는 반대하는 아버지를 이렇게 설득합니다.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듣고도 설득당하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어렵게 얻은 금마저도 버려야 한 대요. 버릴 때는 빈손이 불안하지만, 금을 얻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인생을 살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어렵지요. 젊은 날의 제 모습을 돌아보며 그녀의 선택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라도 부러워할(그녀가 겪은 일 말고, 그녀의 세계 일주 여행 자체) 세계 일주 여행을 다녀온 그녀는 여행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몸이 아프지 않으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고,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그 무수한 사랑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듯, 여행을 해보지 않으면 여행을 알 수 없다.”

아무도 모르는 길을 아는 유일한 방법은 그 길을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산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순수하고 절대적인 감정 - 외로움, 고독, 기쁨, 희열, 두려움, 경외, 충만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많은 이들이 “와 대단하다 이 여자 여행이야기 책 한 권은 되겠다” 하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결국 책이 되었네요. 바로 <하드코어 세계일주>입니다. 여러분도 이 여자에게서 용기를 얻어 세계여행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삶이 무가치하고 우울하게 여겨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떠나보라고 권합니다.



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 - 10점
고은초 글.사진/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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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녁노을 2010.09.07 14:38 address edit & del reply

    일상탈출...참 쉽지 않던데....것도 세계여행은 더욱...ㅎㅎ
    잘 보고 갑니다.

    • 이윤기 2010.09.08 08:29 address edit & del

      작은 일상 탈출이라고 반복하며 살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마래바 2010.09.07 14:48 address edit & del reply

    대단한 결단이 없고서는 힘든 일이죠... 말이 좋아 세계일주지, 자신의 생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해야 하니 말입니다.

    • 이윤기 2010.09.08 08:29 address edit & del

      포기 할 것이 적은 젊은 시절에 떠나는 것이 좋겠네요.
      이책에도 그런이야기가 나옵니다. 은을 버려야 금을 얻을 수 있다구요. 지금까지 얻은 것을 움켜쥐고 있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3. 김천령 2010.09.07 18:22 address edit & del reply

    도서관에서 세게일주를 하셨군요.
    해외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늘 시간이 여의치 않네요.
    평온한 저녁 되시구요.

    • 이윤기 2010.09.08 08:31 address edit & del

      여름을 보내기에 도서관이 최고더군요

      김천령님의 해외여행 기대됩니다.
      저는 김천령님 블로그에 기대어...부러워하며...즐거운 여행길을 쫓을 수 있겠네요.

소설, 재미로만 읽는 책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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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 <런던소식>, <회상>

일본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하는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해 준 사람은 강상중 교수입니다. 지난 봄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을 읽으면서, 유명한 일본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알게 되었지요.

강상중 교수는 <고민하는 힘>에서 시대를 꿰뚫어보는 지식인으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여러 차례 인용합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백 년 전에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막스 베버 역시 충분히 잘 알지 못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름이지만, 일본의 국민작가라고 하는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는 강상중 교수의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강상중 교수에게 ‘고민의 힘’을 배운 후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을 마음에 새겨두었는데, 마침 올 여름 신간목록에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선택하였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추앙받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는 2000년 6월에 실시한 지난 1000년을 이끌었던 각 분야의 사람을 뽑는 인기투표에서 문학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지식인 이라고 합니다. 1986년부터 2004년 11월 새로운 천 엔 지폐가 나올 때까지 일본의 천 엔 지폐에 나쓰메 소세키의 초상이 새겨져 있었답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

신간 목록에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을 발견하고 작은 망설임도 없이 이번 여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그의 소설집을 골랐지만, 막상 소세키의 작품을 읽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읽은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권 <런던소식>은 몽십야, 문조, 영일 소품, 런던 소식을 비롯한 여20여 편의 단편을 모은 책입니다. 제 2권 <회상>은 회상, 취미의 유전, 이백십 일, 만한 이곳저곳 등 4작품을 모은 책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이번에 읽은 <런던 소식>과 <회상>에는 강상중 교수가 <고민하는 힘>에서 주로 인용한 작품들은 대부분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강상중 교수는 <고민하는 힘>에서 도련님, 마음, 그후 길 위의 생, 문, 몽십야 등을 주로 인용하였는데, 이번 전집 두 권에 나오는 작품은 ‘몽십야’ 뿐이더군요.

<런던 소식>과 <회상>에 포함된 작품은 한국에서 초역인 작품이 반수 이상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옮긴 노재명은 “소세키의 문장은 일본의 어떤 소설가보다도 난해한 문체”라고 하였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소세키의 작품 역시 ‘난해’하였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고 읽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에 비하여 참 많이 난해하였습니다. 책의 두께로만 보면 보통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읽었다면 한 권을 읽는데, 하루 혹은 길어도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대부분 소설책은 그런 속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쓰메 소세키의 <런던 소식>과 <회상>을 그런 속도로 읽을 수 없더군요. <런던소식>과 <회상>을 읽는데 꼬박 2주일이 걸렸습니다.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다른 책과 섞어 읽기는 하였지만 소설 책 치고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소설 2권 읽는데 꼬박 2주, 만만한 책 아니다

막상 읽어보니 짧은 단편을 모아 놓은 <런던 소식>이 훨씬 더 난해하더군요. 짧은 글이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단편이어서 더 집중하고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중편 4편을 모아 놓은 <회상>이 읽기에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처음엔 100년 이라는 시공의 차이가 주는 생소함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만 읽을수록 그것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런던 소식>이나 <회상>을 읽기 전에, 각 권의 말미에 있는 ‘작가 읽기’를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런던 소식> 말미에는 시인이자 한양대 교수인 고운기가 쓴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단상 몇 가지’라는 글이 실려 있고, <회상>에는 문학평론가 이봉일이 쓴 ‘나쓰메 소세키, 일본 근대문학의 창조적 정신을 찾아서’라는 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 평론가의 글을 먼저 읽으면 ‘선입견’을 갖게 될 위험이 있어 권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읽는 독자들이 맞닥뜨리게 될 ‘난해함’을 극복하는 데는 전문가의 ‘길잡이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취미의 유전’에 나오는 러일 전쟁에 대한 은유적 묘사는 쉽게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도살, 굶주린 개, 미친 신, 죽음의 살육전 같은 수식어가 만연하는 제국주의와 일본 천황 그리고 러시아 차르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소설을 다 읽고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지성’에 관한 고민을 담은 7장에 ‘몽십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강상중 교수는 몽십야 중에서 ‘제 7화’를 짧게 요약한 후에 “이 이야기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는 것이 싫다고 해서 구시대에 매달리는 것은 더 바보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하였더군요.

이 대목을 읽고 <런던 소식> 맨 앞에 나오는 단편 ‘몽십야’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과연 그런 해석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아울러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책을 읽고 2주 동안 고전하였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몽십야를 제외한 몇 편은 예외이지만 <런던 소식>에 실린 단편 대부분은 마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만, 그 일기가 소소한 일상을 적은 기록이 아니라 깊은 고민을 담은 무거운 중압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가장 읽기 쉬운 글이 전집 2권 <회상>에 포함된 기행문처럼 쓴 <만한 이곳저곳>이었습니다. 만약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다면, 이미 오래전에 번역되어 널리 알려진 <도련님>,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같은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 <런던 소식>과 <회상>은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서양 근대문명과 만나는 동아시아 역사와 사회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실존적 군상들의 삶과 내면의 풍경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 ‘일본의 국민작가’라는 찬사만 믿고 달려들었다가는 낭패를 볼지도 모릅니다. 격동의 근대기를 살아간 작가의 실존적 고민이 깊이 담긴 ‘난해함’에 맞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읽어야 하는 소설입니다.



런던 소식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하늘연못
회상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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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gy2011 2010.08.27 19:50 address edit & del reply

    나쓰메 소세키라... 저도 생소하네요. 생각보다 일본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난해하다고 하셨는데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이 너무 어려워서 도중에 포기한 기억이 나네요.

    • 이윤기 2010.08.30 08:42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저도 포기한 책 좀 있습니다.

      다음에 '내가 읽다가 포기한 책', 이런 주제로 포스팅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2. 달그리메 2010.08.28 18:18 address edit & del reply

    꾸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 이윤기 2010.08.30 08:43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요즘은 가끔 의무감으로 읽을 때가 있는 것이 흠이긴 합니다.

타미플루 건강한 사람은 안 먹어도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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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테렌스 스티븐슨이 쓴 <신종플루의 진실>

지난 연말들어 신종플루 확산 기세가 주춤해졌다고 합니다. 국낸 신종플루 발병 환자는 11월 초 정점을 찍은 후에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제는 계절 독감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치료제인 항 바이러스제 처방 건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에 대한 백신접종이 대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건당국에서도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모양입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신종플루 대유행을 경고하면서 1918년 스페인독감과 같은 대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확산되었으나 국내에서는 환자 발생이 줄어들면서 차츰 안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와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우리 국민들 모두 신종 플루에 대한 적지 않은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영국 왕립 소아과 및 유아보건대학 의학박사인 테렌스 스티븐슨이 쓴 <신종플루의 진실>은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출현한 신종플루에 대한 핵심적 정보를 담아 출간된 책입니다. 새로 출현한 바이러스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담아 신속하게 출간된 책이지만, 국내에서는 한 발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풍부해졌다 하여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많은 서적, 광고 전단, 웹사이트를 찾아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인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담은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신종플루의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신종플루 감염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 신종플루는 정말 위험한가? 등에 관한 정보를 풍부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종플루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신종플루에 대하여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저자가 요약한 개념 정리를 다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에서 발생하는 감염성 호흡기질환이다. 2009년 4월에 인간, 돼지,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결합된 새로운 계통의 바이러스가 출현했다. 초기에 '돼지 독감'으로 불린 이 바이러스성 질환은 멕시코에서 등장한 후 미국으로 퍼졌고, 다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WHO에서는 2009년 6월 11일, 이 질병이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본문 중에서)

신종플루의 증상은 고열, 피로, 근육통, 두통, 기침, 콧물, 인후통 등으로 일반적인 계절 독감 증세와 비교적 유사하다고 합니다.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열 증상이 가장 쉽게 확인 가능한 증상이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체온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예방조치를 가장 광범위하게 실시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신종플루 확산이 정점에 달하였을 때, 정부와 보건 당국에서는 유사증상이 있는 환자들에게까지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긴급조치를 시행하였지만, <신종플루의 진실>을 쓴 테렌스 스티븐슨은 타미플루 처방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합니다.

타미플루의 진실

그는, 일반적으로 신종플루의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가 치료약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라고 합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나 릴렌자는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세를 완화시키고 환자의 몸 상태가 더 빨리 나아지도록 해주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 입니다.

▲ 발병 기간을 하루 정도 줄여준다
▲ 일부 증상을 완화시킨다
▲ 폐렴 등 중증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항바이러스제는 발병 직후(증상이 나타난 후 2일 이내) 투약되었을때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증환자나 입원환자가 아닌 경우에는 증상 후 이틀이 지나면 타미플루 복용을 통한 항바이러스 치료가 큰 의미가 없다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 밖에도 책은 2009년 영국에서 실시된 타미플루 부작용 연구, 타미플루의 독감예방 효과 등에 관한 연구 자료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타미플루와 릴렌자 모두 심각한 부작용 증상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고, 항바이러스제가 접촉을 통한 인플루엔자 확산을 예방해 준다고 합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다면 질환의 지속 기간을 하루 정도 줄이고 합병증 발생 위험률을 낮출 수 있는 대신, 가벼운 부작용 발생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한 고위험은 복용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에 속한다." (본문 중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증상 발견 후 48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임산부, 65세 이상 노인, 5세 이하 유아
▲ 만성, 폐, 심장, 신장, 간, 신경 질환자, 면역 반응이 억제된 자, 당뇨병 환자, 천식환자

위의 고위험군은 가급적 빠른 시간에 타미플루를 투약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1세 미만 어린이는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편, 이 책에는 어린이들에게 캡슐이나 시럽을 이용해서 타미플루를 먹이는 방법을 비롯하여 약물과 음식을 혼합하여 먹이는 요령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어린이 타미플루 복용법은 어린이들에게 다른 약을 투약할 때도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아울러 타미플루 처방 후에 구토를 하여 약을 모두 토해낸 경우에 다시 약을 복용시키는 방법, 1회분 복용을 놓친 경우, 1회분들 더 많이 복용한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신종플루 백신의 위험과 효과

이미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에는 달걀을 사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달걀이었을까요? 암탉이 낳은 알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이유는 독감 바이러스가 달걀 속에서 잘 자라기도 하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널리 이용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증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달걀에 배양한 후 제조된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항생제 및 백신첨가물질인 젤라틴, 겐타마이신, 가나마이신, 네오마이신, 페니실린, 폴리마이신 B, 스트렙토마이신, 티오머살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아이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수은 중독의 위험은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백신에 사용되는 수은(티오머살)은 체내에서 에틸수은으로 변화되며 이것은 우리가 음식물로 섭취할 수 있는 유해한 수은인 메틸수은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또한 에틸수은은 메틸수은에 비하여 혈액 및 생체조직 바깥으로 잘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연말에 이르러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이러스의 정확한 계통이 확인 된 후부터 백신을 생산하는데 5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9년 4월 말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11월 이후에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시작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확산과 치료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지침 역시 충분히 알려져 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 확산 경로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연말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릴 당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수 없이 강조되었던 것이지요.

▲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를 하거나 침을 뱉을 때
▲ 바이러스에 감염된 표면과 접촉하거나 사람과 접촉 할 때

"바이러스 입자는 크기가 아주 작아서,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코와 입에서 나오는 물방울과 함께 방출되어 확산될 수 있다. 재채기를 한 번 할 때마다 체내에서는 약 4만 개 이상의 물방울이 방출된다." (본문 중에서)

"바이러스는 플라스틱이나 금속과 같은 단단한 표면에서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건조한 상태의 휴지에서는 약 15분간 살아 있을 수 있는 반면 피부 위에는 5분 동안만 살아남을 수 있고 70℃ 이상 가열되면 사멸된다." (본문 중에서)

한편, 저자는 그동안 독감 유행 시기에 바이러스 감염 연구를 통해 뱃속의 태아에게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익히 우리에게 알려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감염 경로 차단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종플루 대유행이라는 공포가 우리사회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지만, 저명한 영국의사는 고 위험군이 아닌 "대다수 아이들에게 신종플루는 가벼운 질병"이라고 충고합니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아이들 대부분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일주일 이내에 회복되며 합병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망했고, 조류독감에 걸린 사람 10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나타난 신종플루의 영향은 그와 같은 중증 질환들과 전혀 다르다." (본문 중에서)

요약해보면 그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원래부터 건강했던 사람들이라면 신종플루에 감염된다하여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에 잘 반응하고 빠르게 회복되기 때문에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종 플루의 진실 - 10점
테렌스 스티븐슨 지음, 제효영 옮김/시그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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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휴대전화가 전쟁과 폭력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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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바바 치나츠가 쓴 <평화를 심다>


<평화를 심다>를 쓴 바바 치나츠는 일본출신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일본에서 NGO 활동가, NHK 기자, 마이니치 신문 기자를 거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평화학을 공부하였다고 합니다. 2001년 영국 브래드퍼드대학 대학원 평화연구학부에서 분쟁해결학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대부분 분쟁지역 취재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죽음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것이지만, 바바 치나츠의 취재는 분쟁 지역에서 자유와 평화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일구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평화를 위하여 세계적으로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가나 국제기관 수장 같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바바 치나츠가 만난 사람들은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그가 전해주는 평화이야기 과정에도 유명한 정치인들이 등장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다 돋보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

이 책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 평화를 일구는 '평화의 오아시스마을' 사례를 포함하여 콩고, 스리랑카, 이라크, 발칸지역, 북아일랜드 등 분쟁 지역 사례 그리고 영국에서 종교간 평화를 추구하는 리즈신앙 포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식민지 지배를 받던 많은 약소국가들이 독립을 하던 바로 그 무렵에 시작되었습니다. 분쟁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국가를 건설하는 일방적인 점령이었습니다. 이후 옛 팔레스타인 영토의 2/3가 이스라엘 영토에 속하게 되었고, 팔레스타인 지역 사람들은 오랜 분쟁을 겪은 후에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말 기준으로 약 141만 여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국가에서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 난민이 되어 각지에 흩어진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기구하고 힘든 운명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국민이면서도 외출이나 거주 이동이 제한되는 등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했다. 거주 지구는 군의 지배를 받았고, 집회를 열거나 신문이나 서적을 발행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군정부의 허가 없이는 마을에서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고, 친척이 있는 마을이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자신의 소유지를 찾아가는 것조차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본문 중에서)


이스라엘 점령 뒤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스라엘 국민'이 되어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일제치하 조선인들처럼 2등 국민으로 유대인나라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이스라엘학교를 다니면서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권리를 부정하고 유대인의 이스라엘 건국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평화의 오아시스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리제크' 역시 바로 그런 팔레스타인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의 공존 연습

평화의 오아시스마을은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의 중간쯤에 있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57세대가 공존과 공영을 꿈꾸며 생활하는 공동체마을입니다. 아랍어로는 와하트 알 살람, 히브리어로는 네베 샬롬, 영어로 옮기면 Oasis of Peace 즉 평화의 오아시스입니다.

1970년대 초 가톨릭 사제인 브루노 후사르 신부가 수도회 땅을 빌려 설립한 이 마을은 두 민족 사람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공동생활을 꾸려가는 이스라엘 유일의 자치마을이라고 합니다. 평화를 믿는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마을입니다.

평화와 공생이라는 이상은 숭고하였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표이고, 인티파다는 정당한 권리투쟁이라는 주장이 유대인들의 이해를 얻는 것은 주민투표와 같은 과정으로 결정할 수 없는 복잡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오랜 분쟁으로 깊게 파인 마음의 골이 있습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정책으로 인해 고통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공존과 공생을 추구하는 마을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여 민족간 긴장을 느끼는 일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합니다. 평화의 마을이라고 해서 유토피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를 흘리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공존의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이라고 합니다.

오아시스 마을은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다문화, 다언어 학교가 운영되는 곳이며, 같은 숫자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다른 두 민족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교육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두 민족간의 공생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앞으로 이 땅에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토대가 되리라는 희망을 키운다고 합니다.

오아시스마을은 여전히 유대인과 아랍인들 모두에게 비난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실체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같은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하고 신문에 비판적인 기사가 실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유토피아와 같은 모습을 상상하는 외부의 기대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마을지도자인 리제크는 오아시스마을 사람들이 이웃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삶을 통해 평화로 이르는 공생의 길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중요한 진리를 삶을 통해 느끼고 깨닫고 익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콩고, 피에 젖은 휴대전화의 진실

바바 치나츠의 두 번째 취재기 '한 표에 거는 희망'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하였는데, 1965년부터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모부투에 의한 독재체제가 30여년 이어진 후에도 '아프리카 세계대전'이라 불리는 심각한 분쟁이 최근까지 계속되었던 나라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중부에 위치한 콩고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광물 자원 국가입니다. 콜탄을 비롯하여 구리, 코발트, 다이아몬드, 금 등 희소 광물이 대량으로 묻혀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가난한 국민들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지하자원이지만, 이권을 둘러싼 죽음의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희소자원 콜탄을 둘러싼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광물자원이 풍부한 지역일수록 분쟁은 더욱 치열하다고 합니다. 반정부 무장 집단과 친정부 민병대에 의한 습격과 약탈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300~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콩고의 국내 경제와 기간 시설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유럽 NGO 등의 보고에 따르면 전쟁 때문에 생긴 질병 등으로 지금도 하루 평균 1000 ~ 1500명이 사망하고 있다. 그 절반은 어린이들이다." (본문 중에서)

결국 이른바 선진국 사람들이 신상품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아프리카 콩고의 내전을 조금씩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바바 치나츠는 이러한 현실을 '피에 젖은 휴대전화의 진실'이라고 말 합니다.

다행히 2002년 평화협정에 기초하여 2006년 7월에 콩고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서 치러졌다고 합니다. 2500만명의 유권자를 등록하는 일, 정글 깊이 흩어진 마을에 선거 포스터나 투표용지를 배부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선거를 왜 하는지를 알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총알 대신 투표용지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콩고에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콩고국제연합협회에서 일하는 '시사 와 눔베'를 비롯한 활동가들입니다. 이 단체는 국민투표에 관한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고 합니다.

1995년과 1996년에 시사 와 눔베는 일당독재철폐와 인권문제에 관한 연설을 하는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 두 번에 걸쳐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석방 뒤에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충돌이 격화되어 밀림 속으로 몸을 숨겨야 했고 정부군에 의해 아버지가 살해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합니다.

총알대신 투표용지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6년만의 망명생활을 거쳐 콩고로 돌아온 눔베는 2005년 신헌법 제정, 2006년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를 평화적으로 치르는 일에 온갖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합니다.

국가재건과 분쟁예방을 위해서는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여성, 청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시민교육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분쟁 중 성적 피해를 입은 여성에 대한 지원과 소년병에 대한 사회복귀를 돕는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바 치나츠는 <평화를 심다>를 통해 콩고에서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여전히 조국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시사 와 눔베'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스리랑카 내전에서 정부와 게릴라 사이의 조정을 맡은 솔헤임 노르웨이 국제개발부장관 인터뷰, 이라크에서 인도적 지원활동에 힘쓰다 무장 세력에게 살해당한 영국인 여성 마거릿, 코소보 내전 기간에 강제수용소를 경험한 후 평화활동을 하는 케말 페르바니치, 북아일랜드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트로이 신부, 그리고 2005년 런던 테러 이후 종교간, 문화간 교류를 통해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려는 리즈 신앙 포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삶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런 평화활동을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바 치나츠는 자신의 동티모르 취재 경험을 통해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동티모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지배가 계속되던 1997년에 동티모르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당시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바바 치나츠의 동티모르 취재를 도왔던 신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당신이 동티모르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멀리 일본에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동티모르에 대해 생각해주는 바로 그 마음이 필요합니다." (본문 중에서)

우리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의 고문과 살인 그리고 학살을 나라 밖의 누군가에게라도 알리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누군가가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리라고 믿었던 것이지요.

이 책은 우리가 고통 받고 있는 그들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해주자고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을 누군가는 꼭 기억해주자고 하는 작은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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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심다 - 10점
바바 치나츠 지음, 이상술 옮김/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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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비 2009.12.27 17:08 address edit & del reply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갱상도블로그 방문합니다.
    오늘 잠깐 귀향(?) 했습니다. ㅎㅎ
    우리나라도 그렇게 안전한 나라는 아니지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니까...
    양쪽이 가진 무기만 해도 엄청날 텐데,
    북쪽에는 핵도 있다고 하고...
    남쪽에도 엄청난 규모의 원전이 있지요.
    어떨 땐 우리나라 원전에 북한 핵무기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엉뚱하게 끔직한 생각도 해보곤 한답니다.
    좀 바보 같긴 하지만...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지요.

    어디건 분쟁이 일어나는 곳을 보면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주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더라고요.

    내년에도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 이윤기 2009.12.28 09:06 신고 address edit & del

      파비님 !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송년 모임에서 다들 파비님 안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내년에도 멋진 활약기대합니다.

자유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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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A.S.닐의 <자유로운 아이들 섬머 힐>

"이런 학교를 상상해보라 모든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될 자유를 누리는 곳, 성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성공을 결정하는 곳 불행한 아이들이 치유되는 곳, 원한다면 며칠, 몇 달, 몇 년이라도 놀 수 있는 곳 그리고 앉아 꿈꿀 시간과 공간이 있는 곳"


세상에 이런 학교가 있을까? 세상에는 이미 이런 학교가 있다. 1921년 A. S. 닐이 영국에서 설립한 서머힐이 바로 그곳이다. "학습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아이들이 누리는 완전한 자유, 아이들의 자율과 자치로 운영되는 남녀공학 기숙학교 서머힐의 모습은 당시로 파격적이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8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파격적인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도 많은 종류의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 가운데는 서머힐과 같은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는 곳도 있다. 서머힐의 '자유'만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국내에도 서머힐과 비슷한 체계에서 세워진 대안학교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안학교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머힐의 정신 혹은 서머힐의 운영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이미 서머힐과 비슷한 체계에 근거하여 세워진 학교들이 많이 있으며, 더 많은 학교들이 닐이 세운 서머힐 학교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운영되어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만 검색해보면 A. S. 닐과 서머힐에 관한 도서는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만 하여도 20여종에 이른다. 이 책은 우선 예전에 내가 읽었던 문고판으로 번역되어 나온 '서머힐'에 비하여 그 분량이 훨씬 많아졌다. "서머힐이 처음 책으로 출간된 것은 1960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600여 개가 넘는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던 서머힐을 막다른 궁지에서 구해내는 역할도 하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많은 서머힐 관련 책들은 1960년에 출판 된 <서머힐>을 번역한 책이거나 혹은 그 책을 바탕으로 쓰인 책들이다. 이번에(2006년 4월) 출간된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은 1990년 새롭게 출간된 서머힐의 번역본이다. 그래서 책 표지에는 '완전개정증보판'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편집자 서문에 따르면 닐은 처음 출간된 <서머힐>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출판업자 헤럴드 하트가, 1920년대와 30년대 초반의 아동심리학 즉 프로이트 학설에 근거한 시대에 뒤떨어진 닐의 견해를 책에 포함시켰기 때문이었다. 미국 시장에 맞추기 위하여 닐의 글에 손을 대기도 하였고, 특히 닐의 친구이자 조언자이며 닐 스스로 '호머 레인'과 더불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빌헬름 라이히'에 대한 언급들은 모두 빼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1990년에 출간된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은 이러한 문제점들은 모두 걷어내고 새롭게 '닐과 서머힐'을 소개한 책이다. 닐과 서머힐을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며, 그동안 잘못 알려진 서머힐에 오해와 비난에 대하여서도 상세하게 답해주고 있다.

또한 오래된 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국내에 소개된 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었거나 서머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다시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자유로운 아이들만이 정직할 수 있다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은 470여 쪽에 이르는 녹녹치 않은 분량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있다. 1부는 1971년에 시점으로 하여 닐이 자신의 유명한 학교에 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은 그때까지 나온 닐의 저서 20여권과 다른 자료에서 발췌한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고 2부는 닐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서머힐의 사상이 소개되어 있다. 자유로운 아이들에 관한 닐의 생각은 이렇다. "아이들은 천부적으로 지혜롭고 실제적이다. 어른들이 일절 간섭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에게 맡겨둔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발전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테면 서머힐에서는 "학자가 될 소질을 타고난 아이가 학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학자가 될 것이고 거리 청소부에 적합한 아이는 거리 청소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서머 힐은 아직 거리 청소부를 길러 낸 적은 없지만 닐은 "학교가 신경증에 걸린 학자보다는 행복한 거리 청소부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힐의 자유란 서머힐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하도록 내버려두는 자유가 아니다. 닐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기가 좋아하는 바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닐은 "자유로운 아이들만이 정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닐은 서머힐을 거쳐 간 수많은 이른바 문제아들에 관하여 말하기를 "나는 정신분석으로 문제아들을 치유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분석을 받지 않은 아이들 역시 치유되었다. 그래서 문제아들을 치유한 것은 심리학이 아니라 바로 자유, 아이들로 하여금 본래의 자기를 찾게 만든 자유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고백한다.

닐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행복과 재미를 얻으면서 살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자유'롭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힐을 통해 닐의 생각을 읽어가다 문득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진리가 저희를 자유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유가 또한 저희를 진리에 다다르게 할 수 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에머슨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닐의 인생은 완전한 성공이다. 그의 책에 나오는 다음 구절처럼 닐은 수많은 아이들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학위나 좋은 직업 그리고 명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증오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이의 얼굴이 생명과 행복이 가득 찬 얼굴로 바뀌는 것이 바로 성공이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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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의 눈으로 본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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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방살이하는 시청, 결혼식장으로 사용하는 의회 

지방자치의 역사가 10여 년이 넘어서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실시이후에 지방정부가 가장 열심히 한 일 중의 하나는 각종 건물을 만드는 일인데, 여기에는 복지회관, 문화회관, 경기장 시설로부터 시청사, 의회청사를 새로 짓는 일이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돈이 없어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건물을 짓는 일에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청사’짓는 일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의회가 또 다시 ‘보좌관제도 도입’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십 억의 예산을 들여서 92년 준공된 ‘의원회관’을 신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영국에서 'THE LOCAL STRATEGIC PARTNERSHIP' 이라고 하는 지역사회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타워핸릿시를 방문하였는데, 이 곳은 영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커뮤니티로서 순수한 영국인(?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지만)은 23.9%에 불과하고, 주민의 절반이 넘는 56.2%가 방글라데시 출신이며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정부도 재정이 풍족하고 넉넉하다고 말하는 곳은 없는데, 타워핸릿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타워핸릿시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소개한 공무원이낮은 임금 때문에 학교에 교사가 부족하다고 할 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곳이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과의 협력, 중요한 계획부터 추진’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8개의 로컬 에리어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커뮤니티 프랜 엑션 그룹, 파트너쉽 메니지먼트 그룹, 지역사회안전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지역사회의 장기발전계획, 혹은 청소년 선도프로그램들과 비슷하였다. 타워핸릿시에서 지역사회 주민협력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성단체 1곳과 청소년 단체 1곳을 방문하였는데, 열악한 재정으로 낡은 시설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타워핸릿 시청은 복합 건물의 중간층(10-12층 ?)에 있었다. 상가와 사무실이 들어있는 건물의 중간층에 시청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적 상상력으로 “아 ! 재정이 열악한 시청이 건물을 지어서 임대사업을 하는구나”하고 생각을 먼저하고, 안내하는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시청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한다고 하였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앞으로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시청을 옮겨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하였다.

타워핸릿시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 선도조직의 프로그램 정도로 이해할 뻔 하였는데, ‘지역주민과의 협력, 중요한 계획부터 추진’이라는 슬로건이 빈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시청 건물을 짓는 일보다는 학교를 세우고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의 16구청을 방문하여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파리시의 16구청에서 끌리스라고 하는 자발적인 주민조직의 연대모임대표들을 만나서 1975년부터 시작되어 50여개의 복지단체, 10개가 청소관련 단체, 20개가 스포츠단체, 20개가 환경단체, 기타 30-40개의 장애인, 인권 등의 주제를 다루는 다양한 지역주민단체들이 구청을 통하여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현황에 관하여 듣게 되었다.  

이들은 끌리스로 연대하고 있는 다양한 주민단체를 통하여 주민의 의견을 구정에 반영하고,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구의 행정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행정과 일선주민의 가교 역할을 하고있었으며 활발한 자원봉사를 토대로 주민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끌리스 대표들과의 간담회 역시 구청건물의 한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는데, 외국인 손님들인 우리들은 활발한 질의 응답도중에 간담회를 마무리하고 장소를 비워주어야 하였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다른 모임에서 회의실을 사용하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에...아무튼 16구청의 청사는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공무원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소를 옮겨서 16구청의 부사무국장으로부터 16구청의 일반적인 현황에 관하여 설명을 들었다. “16구청에는 39명의 구의원을 선출하고 이중 13명은 다시 파리시의원이 된다. 파리시 의원은 유급이다. 구청장은 상징적인 대표이며 부 구청장 13명이 각각의 분야에서 구행정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하는 이런 현황 소개를 들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놀라게 한 것은 부사무국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된 방이 ‘구의회 회의장’이라는 것이다. 부사무국장의 설명은 “의회가 열리는 곳이며, 시장의 강연회가 개최되기도 하고, 시민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손님들에게 특별히 의사당 건물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의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결혼식도 하고 지역주민들의 모임(토론모임, 강연회)도 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파리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소박한 건물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의사당이라고 할 만큼 권위 있는 인테리어도 되어있지 않았으며, 놀랍게도 의회가 모이지 않을 때는 결혼식도 한다는 것이다. 부사무국장은 구청 “복도에서 ‘빅톨 위고’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구경하고 가라”고 안내를 하였다. 구청에 따로 전시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구청복도에서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번도 지방정부가 재정이 부족해서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재정이 열악하여도 대부분 우리의 시(군)청사, 의사당은 권위적인 대리석 건물로 이루어져 있거나 혹은 그렇게 지어야한다고 믿고 있다. 우리의 지방정부가 정말 타워핸릿시처럼 ‘중요한 계획부터 추진’하는 지방정부가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혹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프랑스의 16구청의 청사처럼 시민들이 내 집처럼 시청, 구청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우리의 지방자치는 제도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지방차치의 선진국으로부터 좋은 제도 한, 두 가지를 배워오는 것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지역주민이 구청사의 회의실에서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드나들 수 있기까지, 의사당이 결혼식장이 될 수 있기까지, 셋방살이를 옮겨다니는 시청이 활발한 주민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기까지, 왕실의 사냥터였던 런던의 세계적인 공원 하이드파크가 런던 시민들의 공유지가 되기까지 이 사회를 다져온 그들이 시민권을 회복해온 역사적 경험을 배워 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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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의 눈으로 본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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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금지하지 않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관한 NGO 해외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하여 2002년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 8일의 일정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 3곳( 런던의 타워핸릿, 버밍햄 인근의 설리헐시, 파리의 16구청)그리고 3곳의 지역주민조직(타워핸릿의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그리고 16구청의 끌리스)을 방문하였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적인 제 3세계 지원단체인 CCFD를 방문하였으며, 환경운동가인 ‘뷔송’변호사의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도’에 관한 특강을 듣게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관한 이번 해외연수프로그램에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추천을 받아 참여하였으며, 전국에서 12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3명의 공무원이 함께 ‘유럽지방자치연수’라는 주제로 영국과 프랑스를 다녀왔다. 

역사성, 지역성을 담아내는 획일화되지 않은 제도

영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중세에 출현한 교구(parish)를 기원으로 볼 수 있으며 성문법을 토대로 종합적인 지방정부가 탄생한 것이 이미 19세기 말 경이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제도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소위 한국의 지방자치를 기관대립형이라고 하는데 영국은 기관통합형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의회에서 시장을 뽑는, 즉 지방의회가 의결기관이면서 동시에 집행기관으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갖고서 집행기관보다 우위에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방문지였던 Solihull 은 영국 서북부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의 중소도시이며, 인근에 인구 100만명 규모의 버밍햄(영국의 제2 도시) 이 있다. 영국의 지방정부의 조직구조는 지방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조차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구조(스코트랜드- 리젼, 디스트릭와, 잉글랜드 -카운, 디스트릭, 대도시 - 바러, 농촌지역- 교구)를 가지고 있는데, 대략 450개정도의 지방정부가 있다. 

전국이 획일적으로 똑 같은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성, 현재의 실정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였으며,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조차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다양한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고 역사적,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조례 하나 변변히 없으며, 간혹 주민의 복리를 위한 새로운 조례를 하나 제안하기라도 하면, 조례 자체의 필요성보다는 상위법에 근거가 있는지?, 타시도 입법사례가 있는지를 놓고 먼저 설전을 벌이고, 좀처럼 다른 지역에 사례가 없는 일은 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참 많이 달랐다. 

전남도청 소속으로 영국의 버밍햄 대학에서 지방자치제도를 공부하고 있는 공무원 송영종씨는 간담회에서“ 영국의 지방정부는 권한이 막강하다. 법이 금지하지 않는 일은 무엇이던지 할 수 있다. 세금을 걷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였다. 

마치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권한이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처럼 비쳤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도 법이 금지하지 않는 일은 조례로 제정(대법원 판례)하여 시행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지방정부들은 ‘남들처럼, 남과 같이’ 해야한다고 믿기 때문에 권한이 있어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주민의 욕구를 담아내고 역사적,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지방자치제도와 구조가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로 다른 제도와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여하는 주민이 진정한 지역의 ‘주민’이다. 

일선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실무자로서 늘 안타까운 것은 지방자치가 제도로는 도입되었지만 반쪽의 지방자치일 뿐이며, 결국 주민참여를 이루어내는 일이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행정정보공개운동, 지방자치주민참여단, 의정지기단, 주민자치대학 등 일련의 프로그램들도 역시 지방자치라는 제도에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중의 하나였다. 그런데도 이 일은 늘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시도에 비하여 주민의 자발적 참여는 일어나지 않고 더군다나 공익적 참여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있다. 

솔직히 이번 연수의 방문 일정을 통하여 살펴본 바로는 영국이건 프랑스건 제도에 있어서 우리보다 월등하게 나은 주민참여의 장치(형식)를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참여의 장치가 운영되는 내용에 있어서는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우리의 경우 최근에 와서 약간 달라진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이 각종 위원회에 주민을 참여시키기는 하지만 소위 관변단체인사들이 지역주민을 대표하고 있으며, 그나마 ‘자문기구’로서의 역할 밖에 할 수 없고 공무원들이 짜놓은 틀과 시나리오에 따라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반면에 이번에 방문한 두 나라의 경우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고 의견을 반영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차이가 확연하였다. 예컨대, Solihull의 무주택자 프로그램의 경우 지역주민은 단순히 소식지를 받아보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쪽지를 보내는 일,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장기발전계획을 세우는 일에는 학교, 병원, 경찰, Solihull Council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 섹터(자원봉사, 자선단체), 사업자단체(공항, 무역센타, 대형전시장)의 참여가 보장되며,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분쟁이나 갈등을 조정하고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Solihull Council의 공무원인 번스씨는 이러한 계획이 의원이 바뀌거나 집권정당이 바뀌면 달라지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방법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비젼과 골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계획의 주인(역)은 지역주민이기 때문에 이 계획에 대한 평가는 주민들 스스로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인 환경이나 외부의 힘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필요한 사항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외부의 영향에 의해서 쉽게 변화될 수는 없다.”고 대답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요구조사와 다양한 지역현안에 대해 1년에 최소 4번 이상 이루어지는 씨티즌 패널을 통한 사회조사(주민만족도)제도,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최되는 야간의회 활동 등은 주민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중의 일부이다. 

공무원인 송영종씨는 영국의 주민참여에 대하여 “District Council과 Paristh Council은 경쟁적으로 주민참여를 개발하고 있다. ‘리스닝 데이’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고, 정책결정에 반드시 주민들을 참여시킨다. 포럼 개최를 통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한가지 주제로 2-3일씩 토론을 개최하기도 한다. 새로운 정책에 대하여 반드시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틀어 놓았다. 

그런데, 주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도 지방의원선거의 투표율은 30%이내(중앙선거 50% 이내) 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경험은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낮은 투표율과 높은 주민참여는 어떤 관계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런 의문은 연수가 끝나갈 무렵 ‘뷔송’변호사의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도’에 관한 특강을 통하여 해소되었는데, 그는 “UN 경제사회위원회에서도 보장된 NGO의 세 가지 권리가 있는데, 정보접근의 권리, 공적 토론참여의 권리와 기능, 사법제도에 참여"라고 강조하여 제도적인 주민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오랜 역사적인 경험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의견수렴해서(주민이 참여하여) 합리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야 주민의 반대에 부딪치는 일없이 원만하게 행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의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하였다. 

이들 두 나라가 우리와 확연하게 다른 점은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를 통하여,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하는 주민이 ‘주민참여’의 중심에서 지역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는 70%의 주민이 아니라, 투표라는 소극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나머지 70%를 ‘주민’으로 인정하며, 그 중에서도 시간을 내서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공청회에 참여하고 주민토론회에 참여하여 발언하고 의견을 내놓는 적극적인 주민을 ‘주민’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참여형 주민’들을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민’으로 인정하는 사회 사적 경험과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었다. 우리사회에서는 공익을 위하여 지방자치에 참여하고자하는 ‘참여형 주민’들의 대표성이 늘 위협받고, 의심받고 있다. 

시민운동가로서 다양한 주민참여를 시도할 때마다, 시정에 관하여 시나 의회와 다른 의견을 내놓을 때마다, 지역주민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할 때마다 늘 우리는 “너희들이 무슨 시민의 대표냐?”하는 질문을 받게된다. 

이러한 말속에는 늘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한 우리가 대표(50% 주민)’라는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법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민의 공익을 위한 소송을 시민단체가 제기하게되면 늘 ‘원고부적격’으로 소송 조차해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참여하는 주민보다 침묵하는 주민,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주민들의 대표성을 기계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참여형 주민’의 대표성을 인정하는 토양에서 진정한(활발한) 주민참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활발한 주민참여의 진정한 동력은 (공익을 위해) 지역사회에 참여하고자 애쓰는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그들을 진정한 지역사회의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을 주민참여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공무원과 의원들과 지역사회의 문화와 시민의식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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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30 20:26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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