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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뉴욕 우드베리, 멀쩡한 사람도 물질의 노예된다

by 이윤기 201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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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활동가 미국연수, 여행 32] 물건 많이 살수록 이익이라는 착각에 빠지다

미국 여행과 연수의 마지막 날, 한 밤 중에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유명한 쇼핑 아울렛이 있는 우드베리로 떠났습니다.

뉴욕에서 렌터카를 타고 고속도로와 국도 큰 산을 넘어 1시간 30분쯤, 도시에서 뚝 떨어진 아무 것도 없는 황야와 같은 곳에 짙은 초록색 지붕의 팬션같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골 마을같은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아울렛이라는 곳을 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드베리'가 어떤 곳인지 몰랐습니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연수, 여행의 마지막날 일정이 '우드베리'인데도 인터넷 검색 한 번 해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공식 일정 이외의 시간은 동안 미국 연수를 하면서도 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였기 때문에 '우드베리' 같은 곳을 검색해 볼 시간도 없었습니다.   


당초 미국연수, 여행을 떠날 때부터 쇼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패드2를 구입할 수 있으면 사오겠다는 계획 뿐이었습니다.

당시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 어떤 선배에게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아이패드2를 살 수 있으면 사오겠다고 약속하고 출발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만 해도 뉴욕에서도 밤을 새워 줄을 서지 않으면 아이패드2를 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뉴욕에서 단체방문을 하고 남는 시간에 쇼핑 명소로 이름 난 '소호' 거리에서 한 나절을 보냈는데, 별로 할 일이 없더군요. 거리를 걸으며 산책하다고 지쳐서 별다방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또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몇 차례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지만, 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여행지에서 쇼핑하는 것이 시간적 금전적 낭비로 여겨지더군요. 처음 외국 여행을 나갔을 때는 여행지에서 온 가족을 떠 올리며 이것 저것 기념이 될만한 물건들을 사고, 공항면세점에서도 술이나 화장품 따위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행이나 연수를 다녀와도  빈손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아이들에게 나눠 줄 과자나 초콜릿 같은 것을 조금 사오는 것이 전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뉴욕에서 기관 방문을 마치고 한 나절을 유명한 쇼핑 거리인 '소호'에서 보냈지만 지갑 하나를 산 것이 전부였습니다.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값싸고 디자인이 독특한 제품을 하나 샀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지갑, 가방, 벨트를 구입하는 곳에 함께 따라가서 구경하다가 정말 낡은 제 지갑을 하나 바꿨을 뿐입니다.



MOMA 디자인샵에는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로 디자인된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만, 대신 가격이 만만치않아 이것 저것 구입하가 어려웠습니다. MOMA에서도 가족을 위하여 독특한 디자인의 지갑 하나를 산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밖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유엔본부 같은 관광코스에서 파는 크고 작은 기념품들의 유혹은 비교적 그냥 잘 넘겼습니다. 

하지만 연수, 여행 마지막 날. 우드베리에서 확 무너져버렸습니다. 평소 나이키나 아디다스 정도를 제외하면 유명 브랜드도 잘 모르고 명품이라는 것은 애당초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우드베리'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한국 보다 싼데? 반값 밖에 안 되는데...


그런데 막상 우드베리에 도착해서 여러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시작하자 쇼핑의 유혹을 물리치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드베리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많이 해둔 일행의 안내를 받아 한국에 많이 알려진 '가방' 매장에 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매장 가득 한국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이 몰려와서 한 사람이 몇 개씩 가방을 사서 가더군요.

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물건의 가격보다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를 계산하게 되더군요. 물건을 고르면 서로 "이거 한국에선 OO만원은 줘야 살 수 있었거야, 이게 OO달러 밖에 안 하네", "이 정도면 반값도 안 되는데..."하는 이런 대화를 주고 받게 되더군요.



세상에 저도 이 매장에서 가족과 형제들 얼굴을 떠 올리며 가방을 세 개나 구입하였습니다. 가방을 사다주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고, 한국에서는 이런 걸 사서 선물 할 수 없겠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뭐 큰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할인판매의 마법, 물건 안 사면 손해보는 듯 한 느낌

사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은 서로 경쟁적으로 쇼핑을 하면서 마치 이 곳에서 물건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다는 것입니다. 할인 판매라는 가면 때문에 돈을 쓰면서도 내가 이익을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100달러를 주고 가방을 하나 사면 자신이 20~30만원은 이익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이거 한국에서 사면 이거 한국에서는 30~4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물건이야. 이거 하나만 사 갖고 가도 내가 20~30만원은 득을 보는 거지 뭐"

쇼핑을 하면 할 수록 자신이 한국에 돌아가서 갚아야 할 신용카드 빚이 늘어난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얼마를 더 절약했느냐하는 쪽으로 계산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카드결재를 많이하고 후회하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내 "그래 이거 한국에서 샀으면 5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물건인데...내가 30만원은 싸게 샀으니까" 하고 스스로 위안으로 삼더라는 것입니다.  

오전엔 가방 세 개를 산 것이 전부였습니다만, 점심을 먹고 나서 이곳 저곳 매장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나니 사고 싶은 물건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군요. 마침 스포츠, 등산 브랜드 매장들이 여러 곳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 구입 못하던 등산자쳇, 티셔츠, 배낭 갔은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다른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아 이거 한국에서 사면 얼마는 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이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언젠가 사게 될 텐데, 싸게 살 수 있을 때 사야지"
"이 등산티셔츠 반값도 안 되네. 아이들 것도 하나씩 살까?"
"아이들 운동화도 싸구나. 어차피 운동화는 또 사줘야 되는데 여기서 하나 살까?
"등산화 디자인 정말 특이하다. 발도 편하네...미국 온 기념으로 하나 사갈까?"

이런 마음이 끊임없이 올라오더군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사면 싸다. 많이 사면 많이 살 수록 내가 더 이익을 본다는 착각에 쉽게 빠지게 되더군요.

물건 많이 살수록 이익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결국 스포츠 매장에서 아이들 티셔츠를 사고, 등산 매장에서 오랫 동안 구입을 못하고 있던 겨울 등산 자켓을 한국의 1/4값으로 구입하였습니다. 사실 한국의 반값도 안 되는 유명 청바지 브랜드 매장에서 70~80% 할인 판매하는 여러 벌의 청바지와 티셔츠를 골랐다가 마지막에 어렵게 그 유혹을 뿌리치고 나왔습니다.

할인 판매가 사람들을 어떻게 유혹하는지 정말 제대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백화점에서 봄, 가을 30% 정기세일을 하는 것과는 다른 파격적인 할인판매의 유혹을 견디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실제로 미국 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쓴 여행기를 보면 대부분 값싸게 명품 혹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였다는 행복(?)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할인쿠폰북을 얻는 법, 여러 사람이 구입한 물건을 합산하여 추가 할인을 받는 법 같은 쇼핑 노하우(?)들이 수두록 합니다. 

이곳에서 원없이 충분히 쇼핑을 하고 나면 비행기 값이 아까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고, 심지어 아예 쇼핑 관광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을 위하여 명품과 브랜드 제품을 주문 받아 구매를 대행해주는 직업도 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파격적인 할인판매의 유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계획하였던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구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멀쩡한 사람들도 파격적인 할인판매의 유혹을 견디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할인판매가 정말 악마의 유혹이라는 것을 나생처음 제대로 경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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