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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옛날 이야기로 풀어보는 행정구역 통합

by 이윤기 200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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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를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행정구역 통합논의가 각 지자체별로,  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산, 창원, 진해, 함안의 통합 논의를 옛날 이야기 형식으로 한 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재미난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한 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송순호의원 블로그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옛날 이야기가 어디 별거 있겠습니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옛날 옛날에"부터 시작하면 옛날이야기겠지요.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아들 4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돌림자를 따르지 않고 이름을 지어 첫째 아들은 마산이, 둘째 아들은 창원이, 셋째 아들은 진해 그리고 막내 아들은 함안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은 장남이 집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첫째 아들 마산이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주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으로 장사를 하여 한 때 나라에서 7대 부자에 들어가는 큰 장사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욕심 많은 마산이는 "형제를 내 몸처럼 돌 보라"는 부모님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동생들을 잘 돌보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재산을 모으고 나면 너희들도 한 몫 나눠줄께"
"내가 결혼하고 살림이 안정되면 너희들에게 모른척하지 않을께"


늘, 이렇게 말하는 동안 세월은 자꾸 흘러갔습니다. 막상 이런말을 하였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돈 벌이를 찾아서 상단을 넓혀가는 마산이는 동생들을 돌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욕심많은 상단 규모가 커질수록 돌보아야 될 상단 식구들도 많고 집안대소사도 모두 자기 몫이며 혼인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느라 힘들다는 핑게로 동생들 살림을 한 번도 제대로 살펴주지 않았습니다.

동생 창원이, 진해, 함안이는 장남인 마산이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어 각자 인근 마을 부자집을 찾아가서 머슴살이를 시작하였습니다. 동생들은 품삭을 받아 아껴서 조금씩 저축을 해나갔습니다.  세 형제 중에서는 둘째 창원이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남의 집 머슴살이하며 모은 돈으로 장터에서 장사를 시작하였는데 성실함과 싹싹한 사교성으로 날로 번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하여도 대부분 사람들은 창원이가  형 마산이를 쫓아가눈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맏아들 마산이보다 훨씬 큰 상단을 갖게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 창원이가 사업에 성공하니...

둘째 아들 창원이가 막 상단을 조직할 무렵 중국, 왜국과 무역을 하는 상단에 조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고, 창원이가 꾸린 상단은 중국과 왜국과 무역을 통해 크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진해, 넷째 함안이도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각자 사업체를 하나씩 꾸려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셋째 진해는 옆 고을에 사는 큰 기업을 하는 부산이와 동업을 하여 적잖은 성공을 거두었고, 함안이는 농촌마을을 돌아다니는 보부상으로 자리를 잡아 제법 안정된 삶을 꾸려가게 되었습니다. 

대신, 큰 형 마산이는 처음 시작한 사업이 시대에 뛰떨어지는 사업이 되어 조금씩 사업이 위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욕심이 많았던 형제 중 맏이인 마산이는 점점 위축되어가는 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하여 형제들과 회사를 합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4개 상단을 몽땅 합치면 불필요한 인력도 줄일 수 있고,  경상도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단이 되기 때문에 경쟁력도 더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나라안에서 서열 20위 안에도 못 들어가는 상단이지만, 동생들과 상단을 합치기만 하면 단박에 서열 7위 안에 들어갈 수 있고 잘 하면 바다 건너 왜국과 무역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마침, 조정에서는 임금께서 나라안에 있는 크고 작은 장사치들을 묶어서 큰 상단을 조직하는 것이 좋겠다는 칙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인근 지역에 있는 작은 상단들을 묶어서 큰 상단을 조직하면 나라에서 각종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 입니다. 

욕심 많은 마산이는 동생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는 동생들이 각자 운영하고 있는 상단을 모두 하나로 묶었으면 좋겠다고 말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행수가 되어서 나라안에서 손 꼽히는 상단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동생들은 형님인 마산이의 요구도 있었지만, 나라님이 전국의 상단 통합을 권장하는 칙서를 내린 마당이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마산이네 상단 식구들은 모두 통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고을 원님을 찾아가서 자기네가 제일 먼저 상단을 통합하겠다고 신청을 합니다.

보부상을 하던 넷째 함안이도 이 기회에 큰 상단에 들어가서 장사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세 형들이 상단을 통합 할 때 함께 통합하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동료 보부상들을 모아서 함께 큰형 마산이네 상단에 들어가자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셋째 진해는 생각이 다릅니다. 욕심 많은 큰 형 마산이와 통합하면, 자신들의 몫은 없어지고 모든 재산을 큰형 마산이가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셋째 진해는 이왕 나랏님 영으로 상단을 통합해야 한다면, 상단 규모도 크고 새로운 상권을 개척하고 있는 둘째 형 창원이와 통합하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큰 형, 마산이의 미움을 받더라도 규모가 작고 숫자가 작은 자신의 상단 식구들이 통합 이후에 푸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둘째 형과 상단을 합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입니다.

한편, 둘째 창원이는 느긋합니다. 그는 어느 형이나 동생들 중 어느 상단과 통합을 하더라도 별로 꿀릴 것이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상단이 규모도 가장 크고 상단에 속한 식구들도 가장 많으며,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는 상단이기 때문에 형제들과 상단을 통합 하더라도 큰 형 마산이를 제치고 자신이 '행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추석동안 느닷없이 큰형 마산이와 막내 함안이가 둘째, 셋째 형은 함께 통합할 생각이 없으니 그냥 둘만 상단을 합치겠다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셋째 진해는 내심으로는 누구와도 상단을 합치고 싶은 생각이 없으면서도 큰 형과 막내는 내버려두고 둘째 창원이와 상단을 합치고 싶다고 합니다.

한편, 큰형 마산이와 상단을 합치면 막내 함안이네 보부상은 흔적도 없이 흡수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큰형 마산이의 꼬임에 넘어 간 일부 함안이네 상단 몇몇 보부상들은 무조건 큰형 마산이와 상단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랏님의 느닷없는 상단통합 칙령이 각자 자기 상단을 잘 꾸려가고 있는 형제들의 우애를 깨뜨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나랏님이 상단 통합 칙령을 내렸기 때문에 형제들은 모두 겉으로는 상단 통합에 찬성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모두 다른 잇속을 차리고 있어 실제로 상단이 합쳐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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