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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옛 이야기로 풀어보는 행정구역 통합②

by 이윤기 2009.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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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통합을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 신문 간지에는 마산, 창원, 진해시의 행정구역 통합을 주장하는 마산시의회의 전단지가 함께 들어왔더군요. 마산시와 마산시의회, 민간추진단체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상대적으로 행정구역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통합여론몰이에 묻히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행히 엊그제 경상남도의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대전대 안성호교수가 "지방분권을 표방한 자율통합은 거짓말"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였더군요.

▲ 현행법상 통합 할 수 없다는 행안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마산+함안 통합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산시와 창원시가 통합하면 한쪽 자치단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
"통합되면 한 곳은 자치단체장이 있고 다른 한 곳에는 시장이 임명한 '출장소장'이 있을 것인데 이들은 해바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깊이 생각해야한다."


안 교수는 정치인의 이해관계와 정부의 중앙집권 강화 의도 아래 진행되는 현재의 행정구역 개편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역설하였다고 합니다. 주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 행안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옛날이야기로 풀어보는 행정구역 통합 문제 오늘은 두 번째 옛날 이야기 입니다.

옛날이긴 합니다만 이번엔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마을에 아들 4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마산이, 둘째 아들은 창원이, 셋째 아들은 진해 그리고 막내 아들은 함안이라고 합니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형제들은 어린 시절엔 함께 부대끼며 친구처럼 자랐습니다. 4형제가 똘똘뭉치면 마을에선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막강 형제들이었습니다.
어느덧 형제들도 장성하여 각자 결혼을 하여 살림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큰 형 마산이는 비록 큰 집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상속 받아 비교적 윤택한 살림을 이루었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으로 비교적 편하게 살림을 일군 마산이는 결혼 후 얼마지나지 않아 중형차도 1대 장만하고, 냉장고, 에어컨, LCD TV 를 비롯한 가전제품도 두루 갖추고 살게 되었습니다.


둘째 창원이는 결혼 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아 작은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도시 중심가에 있던 이 아파트는 몇 년 후에 재건축을 하게 되었고, 마침 주택 경기가 좋았던 때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 받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저축하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며 재산을 모았기 때문에 새 아파트에 입주 할 무렵 동생 창원이는 대형 승용차를 굴리고 온갖 최신형 대형 가전제품을 들여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셋째, 진해 역시 결혼 후에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큰 형 마산이나 둘째 형 창원이 보다는 직장 생활 기간이 짧다보니 최근에야 작은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하였습니다. 그래도 결혼 후에는 아내와 함께 타는 소형 승용차도 한 대 있고, 결혼 할 때 마련한 혼수로 대부분 살림살이를 모두 갖추게 되었습니다.

넷째, 취직자리를 구하다가 여의치 않았던 함안이는 아예 일찍부터 다른 길을 찾아나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농촌으로 들어가서 농업기술을 배우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중 입니다. 농촌 총각에게 시집오겠다는 처녀가 없어 결혼을 미루다가 최근에야 결혼을 하였습니다. 

농사 짓고 살기 위하여 트럭도 있고 여러가지 농기계도 장만하였으며, 넷째 함안이는 야무진 성격 탓에 그동안 혼자 사는 농촌살이였지만 살림집 못지 않게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살았습니다. 결혼하는 처녀가 몸만 들어와서 살아도 될 정도였지요.

어느 날, 나라에는 이상한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집집마다 생활비를 아끼고 형제들이 한 집에서 의좋게 살도록 하기 위하여 앞으로 친 형제들은 모두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 입니다. 집의 크기는 지금 각각의 형제들이 살고 있는 집 크기를 합한 면적을 넘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법을 만들어 몇 년 후에 나라에서 강제로 살림을 합치기 전에 자발적으로 형제끼리 살림을 합치면 새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1가구당 500만원씩 지원을 해주겠다는 지원책도 만들었습니다. 이 형제들이 넓은 집으로 살림을 합치면 무조건 이익일까요?

▲ 모든 통합모델에 무조건 찬성하라고 주장하는 불법 현수막


살림을 합치면 무조건 좋아질까요?

집집마다 1대씩 있는 차를 한 집으로 모으면 자동차가 4대,
집짐다마 1대씩 있는 TV를 한 집으로 모으면 TV만 4대,
집집마다 1대씩 있는 한 집으로 모으면 냉장고만 4대,
집집마다 1대씩 있는 한 집으로 모으면 김치 냉장고도 4대,
식탁도 4개,
장롱도 4개,
신발장도 4개,
소파도 4개,
책상도 4개,
화장대도 4개,
전기밥솥도 4개,
컴퓨터도 4대
이 많은 살림살이를 모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은 TV, 자동차를 합치면 4대가 넘을지도 모릅니다.

형제들이 모두 결혼을 하여 따로 집을 장만하기 전부터 살림을 합치도록 하였다면 분명 중복 투자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이미 형제들은 모두 따로 살림을 다 장만하였습니다. 지금 살림을 합쳐봐야 줄 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각각 따로 행복하게 살던 4형제가 한 집에 모여살면 과연 행복해질까요?

형제는 그렇다치고 그 아내들과 아이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면 과연 더 행복질까요?

농촌에서 살던 함안이는 도시의 형들과 살림을 합치면 농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형제들이 앞으로 사는 집은 도시와 농촌 중 어디로 정해야 할까요?


형들은 출퇴근과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뻔 합니다. 그럼, 막내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출퇴근을 해야 할 까요?

마산, 창원, 진해, 함안 행정통합도이와  비슷합니다.

지금 세 도시와 농촌을 합쳐도 앞으로 별로 절약할 것이 없습니다. 큰 돈이 드는 체육관도 하나씩, 축구장도 하나씩, 문화회관도 하나씩 모두 지었습니다. 만약, 20년 전에 마산, 창원, 진행, 함안을 통합하였다면 이런 낭비는 없었을 것 입니다. 지금은 살림을 합치기에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 행정구역 통합 여론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뽑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 입니다. 여론몰이에 휘둘려 석 달만에 무리한 통합을 결정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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