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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21.04.30 블로그 방문자 1000만명 자축
  2. 2014.05.15 책 읽기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2)
  3. 2013.10.04 소설 읽기는 시간낭비? 밑줄 그으며 읽어봐 (3)
  4. 2012.08.10 100권은 읽어야 책 1권 쓸 수 있다 (4)
  5. 2011.09.21 일을 위해 살지 말고 너를 위해 일하라 ! (2)
  6. 2010.09.25 지난 여름 최고의 피서지 도서관 (4)
  7. 2010.08.16 책속의 길도 지도가 있으면 쉽게 찾는다 (5)
  8. 2010.08.05 [10문10답]블로그, 소통과 공감으로 세상을 바꾼다! (26)
  9. 2010.05.24 서평블로거의 노무현대통령 추모 방법은?
  10. 2010.01.03 2009년, 블로그에 쓴 서평 기사 (16)
  11. 2010.01.01 2009, YMCA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 (8)
  12. 2009.07.29 행복, 사랑, 밥상 UP, 책 읽어주는 남편 (4)
  13. 2009.06.25 독서인증제, 교사부터 시키면 어떨까요? (15)
  14. 2009.06.11 그림책 읽기로 장애 극복한 ‘쿠슐라’ (2)
  15. 2009.05.14 순천만 갈대밭, 초록빛 봄 (2)
  16. 2009.05.12 시민은 항상 옳다, 순천시 자치헌장 제1조 (4)
  17. 2009.05.09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는? (9)
  18. 2009.03.10 책 읽는 아이는 마법에 걸린다.

블로그 방문자 1000만명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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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운영 13년 만에 1000만 방문자가 다녀갔습니다. 2008년 9월 6일부터 블로그를 시작하였으니 12년 6개월여 만에 <1000만 방문자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은 2008년 9월 3 ~ 5일까지 다음세대재단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시민운동가 인터넷 리더십 교육> 참가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장소가 제주도가 아니었으면 이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주도에 쉬러 가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3일 동안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기술과 특히 웹 2.0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강의들을 들으며 당시 가장 핫했던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돌아와 9월 6일 티스토리에 <이윤기의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틀 후에 첫 번째 포스팅을 한 이후 지금까지 쭉 블로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물론 우여곡절은 참 많았다.)

 

블로그 덕분에 한 때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아주 쬐끔 알아봐주는 분들이 있었고, 블로그 덕분에 미국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을 둘러보는 해외 연수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그 시절엔 전국을 다니며 블로그 강의도 하고...많은 사람들을 블로거로 전도 하기도 했다. 

 

 

몇 해동안 꾸준히 대한민국블로그 어워드 수상 후보에 들어갔고 실제로 상을 받기도 하였다. 알라딘에 올린 서평들 덕분에 알라딘에서도 서평관련 앰블럼을 받기도 하였다. 

 

지난 4월 26일 오랜만에 블로그 관리자 창을 열었더니, 어느새 1000만 명이 넘어 있었다. 1000만 방문자가 넘은 날을 모르고 지나간 것이 안타까워 일일 방문자 숫자를 합산해서 계산해봤더니 지난 4월 1일 1000만 번째 방문자가 다녀갔다.(알았으면 블로그나 페북에서 이벤트라도 했을텐데.... 좀 아쉽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 블로그는 방문자가 많지 않아서 포스팅 횟수도 많이 줄었고, 블로그 관리도 예전만큼 신경써서 하지 않고 있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는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팅을 한 때도 있었지만, 지난 2~3년 동안은 1년에 30여편 포스팅할 때도 있었다.

 

최근엔 그나마 주 1~2회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방문자 숫자는 한창 때와 비교하면 1/100로 줄었다. 이른바 파워블로그로 유명세를 탈 때는 일 방문자 평균이 4000명 씩 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1000명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잠깐 유튜브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지만 블로그 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잘 나가던 시절엔 남들이 읽어주는 재미로 글을 썼다면 요즘은 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장소로 블로그 포스팅을 이어가고 있다. 

 

  • 2008.년 9월  6일 1호 포스팅
  • 2009년 6월 19일 100만 방문자 
  • 2012년 9월 12일 400만 방문자
  • 2014년 9월 14일 600만 방문자
  • 2015년 6월 12일 700만 방문자
  • 2021년 4월  1일 10000만 방문자 

 

2015년 700만 방문자까지는 기록으로 남겨두었는데, 그 뒤 5년 동안은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이 기간엔 블로그 포스팅도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 2016년 2월에 현재의 직책을 맡아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더욱 블로그 활동을 소호히 하게 되었다. 

 

네티즌 1000만 명 방문을 기념하여 기록으로 남겨둔다.
1000만 관객을 영화를 찍은 감독 만큼 나도 기쁘다. 
2021년 4월 1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 1000만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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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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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 글쓴이만 보고 책을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게는 <책에 대한 7가지 질문>이라는 책이 꼭 그렇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자 정수복씨가 책에 대해 쓴 두 번째 책입니다. 저자가 책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에 답합니다.


그런데 책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이 놀랍습니다. 그 질문이란 바로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저자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이유로 '책 중독'의 위험성을 꼽습니다. "책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책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여러 분도 '책을 읽는 시간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어떤 측면에서 독서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놀라운 발상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이 책에 확 끌렸습니다.


"책 중독자들은 글자로 만든 술을 마시고 문자로 제조한 담배를 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들은 문자의 숲을 하염없이 헤매느라 소중한 인생을 허비한다."(본문 중에서)


솔직히 말하면 저는 대한민국 국민 평균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책을 읽는 게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독서의 위험...어슬픈 지식인은 되지 말아야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난 '백면서생'의 삶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을 때 삶이 열린다"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구절도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의 위험'은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자기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어설픈 지식인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책깨나 읽은 사람들 중에는 아는 척하기에 바쁜 사이비 지식인이 많다. 책을 어설프게 많이 읽은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자신보다 지적으로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하여 자신이 지금껏 책을 읽어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 가치나 관념을 가르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본문 중에서)


마치 저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섬뜩했습니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책에서 읽은 남의 생각을 마치 내 생각처럼 떠들면서 지적 허세를 부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책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백면서생'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사르트르의 예를 듭니다. 그리곤 현실 세계보다 책 속에 빠져드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책에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는 영성의 고갈과 자연으로부터 소외를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책 읽기는 가상의 현실이고 독서는 타인의 체험을 통한 간접체험이다. 그러나 나의 삶은 지금 여기서 진행되고 있고 나의 삶의 핵심은 나의 직접체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독서라는 간접체험에 빠져들어 삶이라는 직접 체험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본문 중에서)


책 읽기는 직접 체험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지는 간접 경험의 세계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간접 경험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풍부한 직접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상과 자연을 만나고 국내외를 다니면서 세상과 맞딱뜨리는 직접 경험을 넓혀야 제대로 된 독서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책 서두에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를 들던 저자는 이어 '책 읽기의 확장'을 이야기합니다.


"꼭 문자로 된 종이책을 소리내어 읽는  것이 독서가 아니다. 삼라만상이 다 문자요, 책이다. 삶이 곧 독서다."(본문 중에서)


직접 경험을  통한 세상 읽기와 책 읽기라고 하는 간접 경험의 세계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책 읽기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것인지 아니면 책 읽기를 그만둘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며 한 발 물러섭니다. 왜냐하면 책 읽기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그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삼라만상이 다 문자요, 책이다


책 중독의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읽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지식욕'에서 비롯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이 누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하는 지식욕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정약용·장석주·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지식인들 모두 '세상을 알고 싶은 욕망' 때문에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책을 '지식의 원천'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설파합니다. 책 읽기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독서를 즐긴다는 것이지요. 또 저자는 책이 삶의 깊이를 더해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을 읽는 일은 세상의 이치와 의미를 깨닫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격의 완성을 추구하는 숭고한 행위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독서를 통해 지식을 넘어 인생을 사는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저자는 책이 "인류가 경험하고 축적한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친구이자 스승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그뿐인가요.


책은 창의성의 원천이며, 인생의 길 찾기를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책 읽기를 통해 치유를 경험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책 읽기를 통해 영혼의 안식을 얻기도 합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책을 읽을 미지의 사람의 마음과 만나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사람이고 책을 읽는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서 날아온 마음의 편지를 떨리는 마음으로 읽는 사람이다." (본문 중에서)


책은 영혼과 영혼이 만나 매개체이며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도구라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런 까닭으로 책 한 권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요.


책 읽는 습관은 아버지로부터 전해진다


저자의 세 번째 질문은 '책 읽는 습관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입니다. 그는 책을 통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어머니의 책 읽어주기가 중요하지만 아이가 조금 크면 아버지의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략) 그 옛날 정약용의 아버지 정재원이 그러 아버지였다. 그는 남다른 관심과 애정으로 어려서부터 아들을 자기 곁에 앉히고 열심을 글을 가르쳤다."(본문 중에서)


이 책에는 정약용을 비롯해 아버지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물려받은 지식인들의 사례가 간략하게 소개돼 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책 읽는 습관은 엄마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는 초등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 성인이 됐을 때로 나누어 독서 습관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담겨있습니다. 자발성과 자율성 키우기, 호기심과 탐구심 기르기, 상상력과 창의력·분석력을 키우는 독서 습관이 소개돼 있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입니다. 그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좋은 책을 고르는 법입니다.


"처음 만나는 책이 어떤 책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제목을 음미해보고 책의 앞날개에 적혀 있는 저자 소개를 보고, 책 표지 윗면에 실린 짧고 간명한 책 소개를 읽어본다. 그래서 그 책에 관심이 생기면 목차를 살펴보고 서문을 읽고 책 전체를 후루룩 훑어본 다음 결론을 읽고 색인이 있으면 색인을 보고 참고 문헌이 있으면 참고 문헌을 훑어보기도 한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목차는 책이라는 현실을 표현하는 지도와 같기 때문에" 목차를 통해 책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가장 잘 요약해놓은 글은 서문에 소개하고 있는 '독자 권리 장전'입니다. 저자는 권장도서 목록이나 베스트셀러 등에 치우치지 않고 항성 같은 책을 골라 읽으면서도 억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독서를 강조합니다.


정수복의 독자 권리 장전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책을 읽을 권리
3.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6.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을 권리
7.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수 있는 권리
8.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권리
9. 원하는 책을 다시 읽을 권리
10.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1.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12. 책에 대한 정부, 학교, 부모의 검열에 저항할 권리
13.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는 권리
14. 반쪽 독서를 할 수 있는 권리
15.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6.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17.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은 책을 빌려주지 않을 권리
18. 읽은 책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을 권리
19.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
20. 읽은 책과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책을 쓸 권리


이 권리장전의 내용과 함께 중요하게 새겨야 할 것은 고전에 대한 저자의 견해입니다.


"걸작과 명저 가운데서도 세월의 흐름을 견디어 살아남은 책, 여러 세대에 걸쳐서 끊임없이 읽히는 책, 최소한 몇십 년, 길게는 몇백 년의 시간 동안 계속 읽히는 장기간의 스테디셀러가 고전이다."(본문 중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책은 새로 나온 책이 오래된 고전을 폐기하지 않는다. 오래된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전이란 새로운 해석을 통한 새로운 사상의 원천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특히 고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언급하고 인용하지만, 정작 고전을 제대로 읽지 않고 해설서나 2차 저작물을 읽은 뒤 그 책을 읽은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최고 수준의 사고를 최고 수준의 독자를 위해 쓴 책... 고전


"고전이란 저자가 오른 최고 수준의 사고를 최고 수준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지만, "시대의 전후를 꿰뚫는 역사의식과 인생의 명함을 통찰하는 지성의 힘"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는 "고전은  산맥을 타고 넘으면서 저 아래쪽의 경치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산봉우리에 올라 넓은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는 의미겠지요. 또 "고전은 오래된 새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으로 우리를 다시 깨우칠 수 있게 합니다.


저자는 책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제목은 기억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읽지 않은 동서양의 고전 수십 권을 추천합니다.


다섯 번째 주제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입니다.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들과 목적에 따라서 다독·속독·정독을 해야 하는 각각의 경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에 남는 것은 '읽기만 하지 말고 새기고 생각하라' '낭독의 장점'이었습니다. 옛 선비들은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몸고 마음을 정화시켰다"고 합니다.


또 저자는 "낭독은 시각과 청각,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활용"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저자는 프랑스와 영국의 '낭독 공연'을 보고 느낀 감동을 소개하면서 여럿이 모여 소리 내어 읽는 경험을 통해 낭독의 재발견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반복 독서의 장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허접한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보다 중요한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감동적이면서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책들은 여러 번 다시 읽는 것이 생각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은 질문은 '평생 얼만 큼의 책을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책은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답이 궁금하신가요? 마지막 두 가지 질문의 답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책을 통해 직접 그 답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의 답이 아주 흥미롭다는 힌트를 드리는 것으로 정수복이 쓴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 관한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 10점
정수복 지음/로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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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궁지훈 2014.05.15 10:53 address edit & del reply

    선생님, 전 제목보고 클릭했는데 좋은 책을 읽으라는 뜻이네요.
    이런 책 읽어보셨어요?
    좋은 책인지도 봐주세요.
    저는 고향이 안양인데도 가슴이 뭉클해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이야기일 것 같아 권했더니 “외할아버지 생각난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서점에서 단편 <미안하다. 사랑한다. 용서해다오!> 네 장짜리 한편 읽고 바로 샀어요.
    읽고 나서 저자가 누군지 찾아봤더니 모르는 사람이더라고요.
    출판사에 전화해 봐도 가르쳐 줄 수 없다내요.
    필체가 딱딱한 것 같은데 순간순간 와 닿아요.
    이런 것도 무슨 글 쓰는 기법인가요? 전 글을 쓸 줄 몰라서요.
    표지가 좀 그렇다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표지가 와 닿아요,
    고향이 시골이신 분들을 울리게 하는 책인 것 같아요.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책? 아무튼 그런 부정이 느껴져요.
    읽고 나서 3일 지나 길거리를 가는데 지나가는 지팡이 짚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를 보니까 눈물이 나요.
    참 이상한 책이죠?
    주제 넘는 말인지 몰라도 가난하게 사는 무명작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가 추천 글이라도 쓰고 싶었어요.
    그분은 내게 위안을 주는데 이렇게라도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고등학생인데 이런 책은 첨 봐요.
    요즘 우린 책을 잘 안 읽잖아요.
    작가 분은 찾을 수도 없던데 참 이상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번 읽어 보세요.

  2. 초원길 2014.05.15 2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책은 손에서 떠나지를 않더군요
    최근 일년정도 책을 거의 안보고 있는데 다시 시작해봐야겟습니다

소설 읽기는 시간낭비? 밑줄 그으며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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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삶을 바꾼다고 합니다. 예전에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를 소개한 <희망의 인문학>과 우리나라에서의 비슷한 노력과 실천을 소개하는 <행복한 인문학>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적 지원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향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성과를 얻었다는 놀라운 보고들이었습니다.

 

물론 인문학이 가난한 사람이나 노숙자들만을 위한 학문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면서 살아갑니다. 이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길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인문학 공부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 책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공부를 시도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시작은 쉽지만 꾸준히 공부를 쌓아가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 공부에 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인문학 공부법>은 독서 전도사로 유명한 안상헌이 쓴 책입니다. 그가 쓴 <생산적 책 읽기>와 <생산적 책 읽기 두 번째 이야기>는 이미 많은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책을 잘 읽는 법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개하여 주목 받았던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인문학 공부 경험을 독자들에게 전해줍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이 없다는 사람, 분야별로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신의 인문학 공부법을 공개한 책입니다.

 

사실 젊어서부터 이른바 사회과학 공부에 매달려온 제 또래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 낯설게 느껴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공부하는 것이 인문학 공부일까요? 저자는 인문학 공부의 갈래를 크게 세 갈래로 나눕니다.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하고, 문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역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활동이다. 이외에도 예술과 고고학, 언어학, 신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가 인문학에 포함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인문학을 공부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인문학을 공부할 때는 마음에 꽂히는 문장에 주목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을 한 마디로 "새로운 삶을 위한 문장을 얻는 것"이라고 하였더군요.

 

공부를 해서 스스로 찾아내고 깨우친 문장이 삶에 힘을 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통해 길어 올린 한 문장이 "자신을 선명하게 살피고 세상을 또렷하게 직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인문학 공부를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령은 가급적 몸에 익혀두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책을 읽는 자기 목적을 가질 것, 쉬운 책을 먼저 읽을 것, 좋아하는 분야를 먼저 공부할 것과 같은 요령들입니다.

 

또 노트나 메모지를 놓고 중요한 질문이나 내용이 나오면 기록하고 답을 찾아보며 앞선 내용들과 연결해보라고 충고합니다. 메모가 "기억을 보장해주고 지식을 체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인문학,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 아니다

 

아울러 지식은 쌓아 두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얻는 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나라도 배운 것을 적용하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지식은 반드시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지식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인문학 공부의 문제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식으로만 받아들일 뿐 자기 삶에 적용할 무엇으로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비생산적인 공부가 될 것이다. 하나를 알아도 자신의 삶에서 적용해보고 실천적인 모양으로 새롭게 만들어 낼 때 지식은 힘이 되고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의 예를 자주 듭니다.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었던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제품에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해서 문화적 가치가 담긴 작품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문학 공부를 시도하는 많은 독자들이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한 답을 제시합니다. 예컨대 다양하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 한 분야를 깊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도 되는지 아니면 끝까지 파고들어야 하는지, 빨리 많이 읽어야 하는지, 느리지만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들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딪히는 질문이지요. 여기서 그 답을 모두 알려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안고 고민했던 독자들이라면 책을 직접 읽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어떻게 공부해야 효과적인 방법인지 '문사철' 중에서 철학공부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저자는 철학을 일컬어 '세상을 밝히는 학문'이라고 정의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각을 키워주는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요컨대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기 힘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기 힘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역사상 많은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과 답을 탐구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철학 공부의 시작에서 막히는 것은 중요한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합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공부한다면 다음과 같은 핵심을 놓치지 않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사르트르를 공부하면 실존주의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자면 실존주의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것이 실존주의의 기본 명제라고 말한다. 그의 책을 읽으려면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실존주의를 풀어내는 열쇠가 되는 문장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사르트르가 설명하였던 '종이 자르는 칼'에 관한 예화를 통해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줍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중요한 개념을 놓치지 않아야 철학공부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문학 공부, 시작을 돕는 꼼꼼한 안내서

 

아울러 각장의 끝머리에는 해당 분야의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르트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는 <구토><존재와 무><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와 같은 사르트르의 저서와 <존재와 무 :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같은 사르트르 연구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니체 읽기나 도가 사상인 <도덕경>과 <장자><열자> 그리고 <논어><맹장> 같은 고전 읽기에 관해서도  각장마다 추천할 만한 번역서들을 소개하여 공부 시작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빠뜨리지 않았고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마음이 끌리는 대목은 '<사기>를 읽는 세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열전'만해도 2권을 합쳐 1800쪽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읽어내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자는 사기를 읽는 이유를 크게 나눠보면 '역사적 사실 공부', '교훈을 얻기 위한 공부', '역사적 인물의 삶에 대한 공부'로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라면 역사적 사실을 위한 공부는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대신 인물이나 사건을 탐색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처음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도 없고, 소제목을 살펴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대목을 먼저 읽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때는 '열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인물을 중심으로 읽는 경우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요.

 

이런 방식으로 읽다보면 전체를 다 읽지 못할 수도 있지만 훨씬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기열전이 모두 70편이므로 하루에 한 편씩, 하루 20~30분만 투자하면 100일 안에 읽을 수 있으니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공부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사기열전>을 읽기를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저자가 소개한 사기를 읽는데 도움이 되는 책 2권과 추천해 준 번역서를 주문하였습니다.

 

소설, 천천히 읽어야 매력 느낄 수 있다

 

저의 경우 철학과 역사에 비하여 문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안상헌이 쓴 <인문학 공부법>을 읽으면서 소설을 대하는 생각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한때 소설읽기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소설 읽기가 '사람 읽기의 정수'라는 저자의 강조에 크게 흔들림이 일어났습니다. 저자는 소설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독서법을 소개합니다.

 

"그 중 하나가 주인공의 변화과정을 느끼면서 읽는 것이다. 이 방법은 스토리 위주로 읽으면서도 그 스토리가 주는 의미를 잘 추출해서 자신에게 혹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메시지로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그 메시지가 무게 있고 의미가 깊을수록 작품을 통해 느끼는 감동도 커진다." (본문 중에서)

 

"이렇게 문학을 읽을 때는 사람들이 변화되는 순간이나 갈등에 봉착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좋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넘어가기보다는 갈등의 순간에 더 머무르면서 문장을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래야 문학을 느낄 수 있다. 문학의 목적은 느끼는 것이다. 느껴야 감동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갈등의 순간에 머무르는 것, 갈등의 순간에 머무르면서 느끼고 감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소설읽기라는 것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울고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런 소설 읽기를 위해서는 밑줄 긋기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중요한 줄거리가 되는 부분에 반드시 줄을 긋는다. 그리고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특성을 알려주는 부분에도 줄을 긋는다. 이렇게 줄을 그으면서 읽은 후에는 줄 그은 부분만 다시 릭는다. 그러면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또 소설을 읽을 때는 가급적 관계도를 그려보라고 조언합니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가보면 조정래 작가가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와 취재노트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계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놓고 글을 썼듯이 독자 역시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관계도를 만들고 인물의 특성이나 주인공과의 관계를 기록해두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일리 있는 이야기라 생각되어 소설을 읽을 때마다 관계도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사실 소설에 웬 밑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소설에서 '멋진 문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 밑줄을 치라고 이야기 합니다. 줄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책을 이해하는 정도가 달라지고 활용 가능성도 달라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서양 신화 공부, 여행기 읽기, 동양 선 공부, 돈과 인문학 그리고 금서를 통한 인문학 공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위한 저자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였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좌절한 경험이 있었다면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경험담과 길잡이로 삼을 만한 추천 도서목록들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인문학 공부법 - 10점
안상헌 지음/북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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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지 2013.10.04 08:5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소설을 읽을 때마다 줄을 긋거나 중간중간에 책 끝부분에 이야기를 적으며 읽고 있어요 ㅎㅎ
    정말 유익하답니다~

    • 이윤기 2013.10.10 10:07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저도 다음 번 소설을 읽을 땐 꼭 그렇게 해볼 참입니다.

  2. Jual Rumah Di Bandung 2014.02.01 18:52 address edit & del reply

    월 4일 믹시메인에 선정되셨습니다

100권은 읽어야 책 1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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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언어 사용과 도구 사용의 역사가 일치를 보인다고 한다. 인간을 규정하는 큰 특징 중 하나인 언어를 '읽기, 듣기'라는 관점에서 깊이 들여다보는 세미나에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세 사람의 석학이 참여하였다.

 

누구라도 이들이 언어를 최고의 도구로 활용한다는데 동의할 만한 세 사람은 바로,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 임상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 그리고 일본 현대시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다. 이들 세 사람이 만나서 각자 생각을 풀어 놓은 책을 펴냈다.

 

우리 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달인' 세 사람이 쓴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은 '그림책․ 아동문학 연구센터'가 주최한 제 10회 문화세미나(2005년 11월 20일) '읽기, 듣기'에서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죽기 전에 몇 권을 더 읽을 수 있을까

 

다치바나 다카시의 첫 인사는 "일생동안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책벌레였던 다치바나는 학교도서관과 시립·현립 도서관, 책대여점과 대형서점 그리고 도쿄의 고서점을 두루 섭렵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는 늘 돈이 부족하여 마음껏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여 너무나 안타깝다고 한다.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남은 인생에서 앞으로 몇 번 식사를 할 수 있는지를 계산해 한끼 한끼를 소중히 여기며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먹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내 고민은 인생 동안 앞으로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이들은 읽기와 듣기의 영역을 단순히 책(문자)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좁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글자를 읽을 뿐만 아니라 표정을 읽고, 시의 여백이 갖는 행간을 읽으며, 경기의 흐름을 읽는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까지 읽어내고 있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읽다'라는 말에는 분명하게 언어로 정리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비언어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듣다'라는 말도 다르지 않다.

 

"침묵을 듣거나 송풍을 듣거나 향을 피워 냄새를 맡을 때에도 '듣다'라는 단어를 쓴다. 즉 인간의 의식에 호소하는 내용을 자신에게 투영하는 움직임을 '듣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읽기와 듣기는 자칫 지성의 작용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눈이나 귀는 모두 우리 몸의 내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몸의 작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밤에 꾼 꿈을 읽어냄으로써 의식의 저변에 자리한 것을 깨닫거나, 어떤 음악의 한 소절을 듣고 떨리는 그리움을 느끼는 등, 몸은 때로 머리보다 똑똑하다"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는 '읽는다는 것, 듣는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은 모두 몰입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듣는 것이 본업인 가와이는 "멍청해 보일 정도로 묵묵히 듣는 태도는 상담하러 온 사람의 현재 생각과는 전혀 다른 측면을 발견하고 주목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을 온전히 몰입하여야 제대로 카운슬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비평을 위한 독서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책에 온전히 몰입해서 읽는다는 것이다. 책도 스스로 몰입해서 읽으면 몸이 반응을 보이며, "정말 좋은 책을 읽으면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온다"는 구와바라 다케오와(일본 판타지 문학연구가) 같은 이도 있었다고 한다.

 

가와이에 따르면, 읽는 것과 듣는 것은 모두 온전한 몰입을 통하여 온 몸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진짜로 읽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것이며, 듣는다고 하는 것 역시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 들리지 않는 곳에 사람의 삶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인 그는 읽는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을 한 사람의 삶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책을 쓰는 일은 읽기와 듣기의 결과물이다. 다독과 다작으로 유명한 다치바난 다카시는 1940년에 태어나 지금까지 70 ~80권정도 책을 썼는데, 글을 쓰는 일은 쓰기 전에 많은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충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의 결과라고 말한다.

 

"글을 쓴다는 작업은 먼저 충분한 자료가 확보된 다음에 그 자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생성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IO(Input, Output)비가 높을수록 많은 정보가 쌓여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대체로 100대 1정도의 IO비가 아니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책 100권을 읽어야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본문 중에서)

 

듣기·읽기는 온전히 몰입하기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만약, 어떤 연구자가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하여 100편의 논문을 읽었다고 한다면, 그는 연구의 100분의 1만 글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궁금한 부분을 철저히 캐물으며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듣기는 그냥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알아듣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듣다'라는 말은 동시의 '알다, 이해하다'라는 말로, '듣기'의 본질은 '이해하다는 것' 입니다… 단순히 귀로 듣는 것과 머리로 듣는다는 것의 차이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리가 뇌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전해진 여러 가지 정보와 지식, 사람 머릿속에 있는 기억 등이 모두 합쳐져서 이해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듣는다는 것은 이해하는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시인인 다니카와 순타로는 몰입하여 읽는 상태를 '숲에게'라는 시로 표현하였다.

 

읽는 사람의 눈은
꿈틀거리는 문자의 숲을 헤집고 들어간다.
읽는 사람의 귀는
페이지마다 가만히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읽는 사람의 입은
반쯤 벌어진 채 할 말을 잃고
읽는 사람의 손은
어느새 주인공의 팔을 잡고 있다
읽는 사람의 발은
돌아가려다 이야기의 미로에 길을 잃고
읽는 사람의 마음은
어느덧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넘는다.
- 본문 중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시에서 그는 읽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그날 밤 연인에게 키스를 거절당하고 그는 생각한다.
이 세상은 읽어야 하는 것투성이야
사람의 마음 읽기에 비해
책읽기는 누워서 떡먹기군

그러나 언어가 아닌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은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읽기는 문자뿐만 아니라 표정, 흐름, 행간을 읽어야 하는 것이고, 듣기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여 듣는 것',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읽기와 듣기 그리고 깨달음

 

다니카와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세 달인은 읽기와 듣기에 관하여 토론하면서, 읽기와 듣기에도 깨달음과 같은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읽기의 깨달음을 다치바나는 "머리에 무리해서 집어넣으려 하지 않아도 집중적으로 보는 동안에는 반드시 남는다"고 한다. 뇌의 어딘가에 "저장된 내용이 어떤 계기를 만나면 문득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가와이는 듣기의 깨달음을 진검승부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생각해 보기도 하고 화를 눌러보기도 하면서 참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이제는 승부를 내야 할 때 자신의 반응에 온전히 기댄다는 것. 마치 축구선수가 슛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때 코치의 안색을 살피지 않는 것과 같이 몰입하여 듣고 난 후에는 감각에 기대어 반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시 구절이 탄생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머릿속에서 다듬고 다듬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른 것", "그 전 단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쌓이고 쌓인 것이 하나로 정리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읽기와 관련하여 세 달인은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 살아가려면,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실제로 삶을 살아온 사람의 경험에 의해 터득되는 '지혜'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란 실제로 삶을 살아온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에 의한 지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지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지식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정보 또한 삶 속에서 갖게 되는 만남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나름의 선택기준을 마련해 그동안 쌓아온 지혜를 활용한다면 정보와 지식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언어를 최고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세 사람은 동시에 읽기와 듣기의 함정에 관하여 독자들의 주의를 당부한다. 예컨대 문자가 있으면 편리할지언정 마음의 움직임을 한정 짓는 단점이 있다는 것. 문자로 산을 알고 나면, 산을 느끼는 감성이 퇴화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문자가 없는 켈트족이나 미국 선주민(인디언)도 문자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련된 감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듣기가 가진 함정에 관하여도 주의를 환기시킨다. "말이란 모든 언어 세계에서 표현되는 것으로, 그 언어 세계를 벗어난 체험은 말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책읽기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책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실제로 몸을 움직여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주변에 가득"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 삶의 다양한 만남은 말하기와 쓰기 그리고 읽기와 듣기로 이루어져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우리가 사는 이 현실세계는 언제나 만남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언어 전문가인 세 달인이 쓴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은 '마치 국어교과서 제목처럼 느껴지는'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를 통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읽기의 힘, 듣기의 힘 - 10점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열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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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비 2012.08.10 15:21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나 언어가 아닌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은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입니다.
    윤기님은 좋은 책 많이 읽고, 나는 그 액기스만 슬~쩍...

    • 이윤기 2012.08.10 16:02 신고 address edit & del

      엑기스 슬쩍해가는 분들 있어서 저도 보람입니다.

  2. 저녁노을 2012.08.10 18:59 address edit & del reply

    국어 교과서처럼...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인 듯...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이윤기 2012.08.23 11:07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정말 디테일 한 전쟁 소설입니다.

일을 위해 살지 말고 너를 위해 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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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종휘가 쓴 <아내와 걸었다>

그냥 어느 날 시작했다고 한다. 답답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와 걸었다'고 한다. 그는 이 여행에 '바바'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닷길을 따라가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서 '바바', 육지 바깥에서 바깥으로만 걸으니 '바바', 발바닥의 한 바닥부터 다른 바닥까지 옮겨야 한 걸음이니 '바바'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걸어서 바다까지를 '걸바'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냥 걷기 시작한 여행이지만 훌쩍 떠났다가 돌아온 짧은 여행은 아니었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출발한 동해안 걷기 21일, 남해안 걷고 배타고 버스타기 25일, 서해안 걷기와 자전거타기 19일 모두 65일이 걸린 '바바여행'이었다.

마음은 눕고 몸은 일어나는 걷기여행

한반도 남쪽 해안선을 온전히 걷기 위하여 동해안 북쪽 끝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하지 않았고, 서해안 안산에서 여행을 끝내버렸으며, 굳이 걷기만을 고집하지 않고 배도 타고, 버스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다녀온 여행이다.

답답해서 그냥 시작했다는 지은이의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여행이었다. 바다를 건너려면 배를 타지 않을 수는 없을 테지만, 아마 버스와 자전거는 '그냥' 탔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순전히 그냥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책 제목이 <아내와 걸었다>인 것처럼 지은이가 밝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내와 약속 때문이라고 한다. "살면서 서로 헛된 기대 하지 말자고, 대신 한두 번은 제법 길게 온전히 같이 있기로" 한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날부터 그냥 걷기로 했다고 하지만, 그의 걷기여행을 부추긴 사람들은 여럿 있다. 그는 "황안나의 탄력, 홍은택의 몸매, 김남희의 기운, 김훈의 눈길을 갖고 싶은 욕구"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는다.

아울러 그의 걷기는, 명상과 염원의 걷기로 유명한 간디와 그의 제자였던 사티쉬 쿠마르, 혹은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와 같은 생명평화의 염원이 담긴 걷기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지은이는 "그들처럼 걸을 자신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지은이의 걷기에 영감을 준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그냥 어느 날부터 답답해서 시작한 65일간 걷기 여행에서 돌아와 쓴 책이 바로 김종휘가 쓴 <아내와 걸었다>이다.

그 무렵 김종휘가 쓴 <일하며 논다, 배운다>를 읽는 동안 참 많은 밑줄을 그었기 때문에 '그가 쓴 책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목록에 담아두었던 책이다.

돌아가는 여행 길, 엇길로 빠지는 책 읽기

가볍지 않게 시작한 여행이지만, <아내와 걸었다>는 그렇다고 심각하게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읽었다. 텍스트를 따라가다가 자주 엇길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김종휘의 여행길이 자주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던 것처럼. 밑줄도 긋지 않고 그냥 읽으며 자주 엇길로 빠져나와 그의 여행에 내 삶을 비추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김종휘가 쓴 <아내와 걸었다>는 앞머리와 뒷머리 글을 빼고 모두 6개의 주제로 묶여 있다. 바다와 길, 사람, 개, 여행, 그리고 집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와 함께 걷다가 지은이의 삶이 묻어나오는 각각의 주제를 만날 때마다 그의 삶에 빠져들지 않고 나의 기억 속으로 자꾸 끌려 들어가곤 하였다.

나에게 바다는? 길은? 사람은? 개는? 여행은? 집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가? 아니 지은이가 바다와 길과 사람과 개와 여행과 집으로 나누어 글을 쓰는 동안 늘 각각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던 '아내는?' 나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이며, 어떤 관계인가?

이렇게 수도 없이 많이 엇길도 빠져드는 동안 두껍지 않은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평을 쓰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밑줄을 치며 책을 넘겨야 했다.

지금 나는 바다가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아파트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조금만 걸으면 싱싱한 해산물이 펄펄 뛰는 어시장이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내게 가장 뚜렷하게 기억에 남은 바다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아버지와 여섯 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갔었던 포항 바닷가 해수욕장이다.

대학시절 군 입대를 앞두고 섬 전체를 뒤덮은 푸른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소경도'가 있는 여수 앞바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한라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던 제주 바다, 남들이 모두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한 달 휴가를 내고, 발리 섬 북쪽 끝에 있는 아쉬람(폐교)에서 지내는 동안 만났던 그 '파란' 바다….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 내게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많은 바다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집에 대한 기억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사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대충 떠올려도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스무 번 가까운 이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단체 사무실도 이사도 여러 번 하였다. 지금도 이 도시에서 택시를 타고 내가 일하는 단체에 가자고 하면 다른 곳에 데려다 놓기 일쑤다. 워낙 여러 곳으로 이사 다닌 탓에.

그래서 이사가 너무 싫다. 결혼하고 한 번 이사를 한 후에 10년을 넘게 사는 동안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았다. 이사는 고사하고 도배도 한 번 하지 않았다. 가구의 위치를 바꾸는 것조차도 싫었다.

딱 두 번 이사를 하였는데, 처음 이사는 일을 하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처형 집 근처로 옮겼고, 두 번째 이사는 10년 넘게 살던 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할 수 없이 옮겼다. 지금 사는 집에서 가급적 오랫동안 살 계획이다.

여기 다 옮길 수는 없지만, 내게도 각각의 집에 대한 기억, 집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기억, 골목길에 대한 추억이 수없이 많았다. 수많은 기억들이 있음에도 늘 잊고 살았었는데, 김종휘가 쓴 <아내와 걸었다>는 나에게 여러가지 잊혔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주었다.

"집을 떠나는 것, 하던 일을 멈추는 것, 일상의 속도를 벗어나는 것. 그렇게 문득 시작된 바바 여행은 잃어버린 뒤에도 잃어버린 줄 몰랐던 나를 만나는 여정이었다. 너무 많은 내가 있어서 혹은 너무 확고한 나만 있어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나 같은 이에게 여행은 기적을 일으켜주었다. 나 자신이 원래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었다." (본문 중에서)

김종휘가 권하는 걷기 여행 십계명  

1. 최대한 한눈팔고 걸을 것. 앞만 보고 걷다가는 어느 순간 땅만 보게 되니 조심할 것.
2. 보행 자세를 수시로 바꿀 것. 지그재그 걷고 옆으로 걷고 뒤로 걷고 다양하게 걸을 것.
3. 30분 이상 직선 코스를 걸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아무 데로든 당장 길 옆으로 샐 것.
4. 목적지 정하지 않은 채로 걸을 것. 지루해지면 행선지를 바꾸거나 딴 길로 빠질 것.
5. 걷는 도중엔 지도 보지 말 것. 지도는 하루를 마감할 때 한 번 살펴 볼 것.
6. 따분해지면 숨찰 때까지 뛰어 볼 것. 그리고 헐레벌떡 숨 많이 쉬고 다시 걸을 것.
7. 동행인과 마음 안 맞을 땐 나란히 걷지 말 것. 적당히 거리 두고 심심할 때 같이 걸을 것.
8. 동행인과 말다툼했다면 입 다물 것. 배고픈 사람이 밥 먹자고 말 걸 때까지 침묵할 것.
9. 길 가다 사람 만나면 웃을 것. 눈 마주칠 때 기다렸다가 꾸벅 고개 숙여 먼저 인사할 것.
10. 바위나 나무에 이름 같은 것 남기지 말 것. 정 하고 싶으면 바닷가 모래 위에 쓸 것. 

'회상'에 젖어드는 마법에 걸리는 책

책을 읽다 보면, 두 가지 마법에 걸리는 느낌이 든다. 하나는 자꾸만 과거의 기억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마법이고, 다른 하나는 자꾸만 길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집을 떠나는 것, 하던 일을 멈추는 것, 일상의 속도를 벗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남들이 깜짝 놀랄 만큼,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의 속도를 벗어나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스로 자신은 늘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아마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벗어남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여기저기 나오는 그의 아내가 들려주는 격려의 메시지는 '성찰'적이다.

"돈 벌려고 하루를 축내지는 마, 밥 먹고 살 만큼 돈 벌면 돼, 알았지?"

부자가 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돈 벌려고 하루를 축내지 않겠다는 생각은 나도 했지만, 어떤 날은 돈조차 벌지 않으면서 하루를 축내는 날도 많은 것 같아서 화가 날 때도 많다.

그의 아내는 이런 말도 했다.

"일을 위해 살지 말고, 너를 위해 일하라고."

남의 아내가 하는 말이 내게도 비수처럼 꽂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이, 아니 사실은 나와 같이 일을 위해 살고 있을 것이다. 자신보다는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늘 다짐하면 살았었다. 자기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종휘가 쓴 <아내와 걸었다>를 읽는 내내, 수 없이 많이 흥얼거린 노래 가사가 있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다음 가사는 모른다. 그냥 이 첫 구절을 수없이 반복하며 읽었다. 책은 바다와 길과 사람과 개와 여행과 집에 관한 이야기로 엮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에게 이 책의 키워드는 '걷기'와 '회상'이다.


 

아내와 걸었다 - 10점
김종휘 지음/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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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화사함 2011.09.21 10:43 address edit & del reply

    여행은 본문에서와 같이 나를 만나는 여정이네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과정이기 때문에 두근두근하죠 ^^

  2. Rita 2011.09.21 13:48 address edit & del reply

    낯선 곳에 자신을 가져다 놓으면 잃었던 것 부족한 것을 바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에는 피로보다는 생기가 돋아나구요.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지난 여름 최고의 피서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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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늦게까지 기승을 부리더니 추석과 추분을 기점으로 단 번에 가을이 되었습니다. 추석 연휴 첫 날까지도 늦더위가 남아 하여도 차례 준비하는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추석날부터 내린 비가 그치고나니 곧장 가을 날씨가 되었네요.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 강원도 산간 지방에는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곳도 있다니 참 신기한 기분입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과학자들의 말처럼 지구가 점점 더워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지난 여름 더위를 어떻게 피하셨는지요?
저는 집에도 사무실에도 에어컨이 없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로 더위를 견뎌야합니다. 옛날에는 비싼 가격 때문에 에어컨을 못샀지만, 지금은 딱히 돈 때문에 에어컨을 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명색이 생명운동, 평화운동 한다면서 집과 사무실에 에어컨을 틀어대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도 조금있고, 여름 건강 관리에도 에어컨이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가족들 중에 누구도 에어컨을 사자고 강력히(?) 요구하는 사람도 없어 올 여름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이상 늘이지 않고 잘 보냈습니다.

에어컨 빵빵한 최적의 피서지 도서관

대신 공짜로 여름철 냉방 온도에 맞춰 에어컨 켜주는 '마산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였습니다. 이번 여름을 도서관에서 지내보니 여름 피서지로 도서관만한 곳이 없더군요.

피서를 다녀온답시고 아들 녀석과 거제 구조라 해수욕장에 하루,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과 몽돌 해수욕장에 하루 다녀왔지만 도서관보다 못하더군요.



무선인터넷 공짜, 블로그 글쓰기에 딱 좋아

사진으로 보시는 곳은 저희 동네에 있는 도서관 열람실입니다. 칸막이가 없는 이곳은 노트북만 있으면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는 딱 좋은 시설입니다. 

당연히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으니 집 보다 훨씬 시원하구요. 
청소하는 분들이 계셔서 열람실부터 화장실까지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집 보다 훨신 쾌적하기도 합니다.

아내의 노트북을 빌려서 여름 휴가와 주말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날은 저녁을 먹고 다시와서 11시까지 눌러 앉아 소설책을 보다가 잠을 자러 집에 갔던 날도 있었지요.


노트북을 이용해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분들이 많았지만, 간혹 회사업무 처리를 하는 분들도 보이더군요. 어느 날은 가족이 함께 와서 아빠는 노트북을 켜놓고 일을 하고 엄마는 소설책을 읽고 함께 온 꼬마는 만화책을 잔뜩 빌려다놓고 하루 종일 만화책을 보면서 지내는 재미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저도 중학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도서관에 갔습니다. 아들 녀석은 공부하다가 실증이 나면 서가에 내려가서 책을 보거나 영화 상영시간에 맞추어 시청각실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옵니다. 멀티미디어실에 가면 하루 1시간씩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노닥거릴 때도 있었습니다.

도서관 구내에 음식을 파는 곳은 없지만, 도시락을 준비해오면 밥을 먹을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고, 정수기와 저렴한 커피자판기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빈 생수병만 하나들고 가면 하루 종일 지내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더군요.

휴게실에는 컵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이 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들녀석과 저는 늘 집에 가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왔는데, 남들이 컵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 일부러 컵라면을 사서가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휴게실에 앉아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경우도 있더군요.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나니 나중에 늙으면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파트에 교직에서 정년 퇴임하신 어른신이 계시는데 도서관을 즐겨 찾으시는 그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도서관에 갈 때마다 그분을 그곳에서 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등산을 다녀 오신 후에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도서관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시더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 눈에는 아름다운 노년으로 보이더군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도 도서관입니다. 쾌적한 시설에서 빈둥 빈둥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장소로는 도서관이 최고입니다. 

내년 여름은 여러분도 도서관에서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진작부터 피서지로 동네 도서관을 이용해보시라는 글을 쓸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미루다보니 여름이 다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꼭 여름이 아니어도 괜찮겠네요. 겨울에도 따뜻하게 난방을 해줄터이고, 자세히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사회교육 프로그램과 교양강좌 같은 것도 열리는 모양입니다.



여기는 멀티미디어실입니다. 게임을 할 수는 없지만 PC방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형텔레비전이 있어서 헤드폰을 착용하고 TV를 볼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는 DVD를 빌려서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도 있습니다.


독서실 같은 분위기를 원하는 분들은 칸막이가 있는 열람실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이곳에도 약하지만 무선인터넷 신호가 잡힙니다. 다만 올래 와이파이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있어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이 도서관의 큰 장점 중 하나가 딱딱한 나무의자 대신에 비교적 쿠션이 있는 편한 의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립도서관에는 딱딱한 나무의자로 되어 있어 하루를 보내기 좀 힘이들더군요.



책을 빌리거나 읽을 수 있는 자료실입니다. 위쪽 사진은 문학자료실이구요. 아랫쪽 사진은 일반 자료실입니다. 문학 자료실에 있는 의자들은 훨씬 푹신하고 좋습니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날은 문학자료실에서 하루 종일 소설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도 좋더군요.

제가 주로 일근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책들이 아니라서 도서관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검색을 해보니 제 취향의 책들이 많이 있더군요. 열람실에서 글을 쓰다가 자료가 필요하면 도서관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여 확인한 후에 책을 빌려와서 활용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더군요.

도서관의 유일한 단점은 중, 고,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 되면 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너무 복잡하고 어수선하다는 것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만 피하면 쾌적하고 조용한 시설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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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용팔 2010.09.25 11:55 address edit & del reply

    도서관이 최고의 피서지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합니다만
    그런 좋은 곳에 가본지도 오래 되었네요... 조석으로 찬 기운이 계절을 거스리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 이윤기 2010.09.25 13:46 신고 address edit & del

      추석 잘 보내셨지요?
      명절에 이은 주말을 모두 쉬게 되어 모처럼 참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ㅋㅋ~

  2. damdaihage 2010.10.08 12:3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지난 여름에 둘째 아이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라 조금은 들썩들썩, 그래도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이윤기 2010.10.09 10:23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전 앞으로도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려구해요

책속의 길도 지도가 있으면 쉽게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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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안상헌이 쓴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매년 가을이면 여러 매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웃나라에 비하여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염려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1인당 독서량 같은 통계자료를 비교해 보여주면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소통해보면 적지 않은 독서광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마이 뉴스 책동네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시민기자들 대부분이 독서광입니다. 그들에게 독서는 습관보다 더 무서운 버릇입니다.

저 역시 책을 좋아합니다. 어디를 가도 책을 가져가지 않으면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듭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가도 책을 가져가야 하고 지리산을 가도 책을 가져가야하고 다음에 히말라야를 가도 책을 가져갈 생각입니다.

언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워낙 책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갔는데, 마침 읽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지갑에 있는 ‘주민등록증’ 꺼내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 분 만큼은 못되지만 아무튼 저 역시 책읽기를 즐겨합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강호의 고수를 만났습니다. <생산적 책읽기 50>이라는 책을 쓴 안상헌이라는 독서광입니다. 직접 만난 것은 아니고 그가 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와 저를 서로 잘 아는 지인이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2~3년쯤 전에 사둔 책인데 사무실 책장 사이에 꽂혀있는 것을 잊고 지내다가 올 봄에 다시 찾아냈습니다. 사무실을 옮기지 않았다면 더 오랫동안 잊고 지냈을지도 모르는데, 다시 만났으니 소중한 인연이지요.

사무실에서 집으로 가져온 이 책을 아직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전 여름밤에 단숨에 읽었습니다. 책 좀 읽는다고 하는 제가 놓치고 있던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적 책읽기, 나만의 길 찾기

저자는 책 읽기의 지침 50가지를 4부로 분류하였는데, ‘책 읽기 이렇게 하라’, ‘책읽기 이렇게 하면 안된다’, ‘지름길 독서 입장을 바꿔보면 책읽기가 쉬워진다’, ‘책읽기 그 속에 길이 있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책을 읽고 저는 이 책의 50가지 지침을 제 마음에 와 닿는 순서대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저자가 알려준 지침 중에서 제 마음에 와 닿은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1. 언제나 책을 들고 다녀라
2.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만들어라
3. 자신만의 밑줄을 그어라
4. 세상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을 선택하라
5. 독서의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아가라
6.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
7. 책읽기로부터 스스로를 퇴직시키지 말라

우선 제일 먼저 가려 뽑은 일곱 가지 지침은 저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고,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밑줄을 긋기 위하여 도서관에서 빌려보기 보다는 책을 사서 봅니다.

읽은 책의 절반도 못쓰지만 좋은 책은 서평을 써서 쌓아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있습니다. 책 읽기는 사는 날 동안 계속하리라는 생각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책을 버릇처럼 읽으면서도 생산적 책읽기를 위한 다음과 같은 노하우들은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 타인에게 설명하듯이 읽어보라
2. 자기가 읽은 내용을 남들에게 들려줘라
3. 나와 연관시켜 책의 내용을 정의 내려 보자.
4. 키워드를 잡아라.
5. 중요한 내용은 외워라
6. 외워야 할 책과 넘어가야 할 책을 구별하라
7.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읽어라
8. 책에게 정성을 주고 삶의 지혜를 받아내라
9. 많이 읽고 많이 쓰라
10. 빨리 읽으려고 애쓰지 마라

타인에게 설명하듯이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은 독서토론을 할 때마다 깨닫지만, 읽고 누군가와 토론하는 책이 아니면 자꾸 이 지침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두 번째로 골라낸 10가지 지침의 장점은 독서토론을 해보면 대부분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은 외워라

이 중에서도 특히 유익하다고 생각된 지침은 “중요한 내용은 외워라”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도 누군가에게 그 책을 소개할 때마다 제가 받은 감동만큼 말로 전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요즘 새로 읽는 책들은 가장 감동적인 구절을 찾아 책날개에 메모를 하고 외워보는 노력을 시작하였습니다.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 한 구절이라도 외우는 버릇을 들이려는 것입니다.

가려 뽑은 지침들 가운데 다음에 소개하는 것들은 어려운 책을 잘 읽기 위한 비법(?)같은 것들입니다. 책을 읽다가 어렵고 난해한 책을 만나면 여간 난감하지 않습니다.

1. 저자의 입장에서 읽어보라
2. 책 한 권마다 나만의 동기부여를 하라
3.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에 귀 기울여라
4.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하라
5. 새로운 정보를 위해 머리를 비워두라
6.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마라

제가 그동안 읽은 책 중에 가장 난해하였던 책은 오에 겐자부로가 쓴 <책이여 안녕>입니다. 작가의 명성만 듣고 고른 책인데 제가 속해 있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읽는 ‘이달의 도서’로 선정하였다가 낭패를 보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책을 끝까지 읽은 회원은 딱 한 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읽은 부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책이었습니다. 무슨 어려운 전공서적도 아닌 소설책을 읽으면서 이런 경험을 한 것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혹시 번역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아무튼 이런 책은 저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동기부여도 힘들더군요. 이런 책을 만났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마라’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

최근에는 나쓰메 소세키 전집 두 권을 읽고 있는데, 역시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강상중 교수가 쓴 책 <고민하는 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작가가 살아간 시기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하였지만 동시대인도 아니고 외국인의 경우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같은 책을 읽어도 얻는 것은 다르니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내공을 쌓아가고 다른 삶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안상헌은 책을 통해 창조성, 다양한 가치를 배우고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책에서 창조성을 끌어내라
2. 다양한 가치를 찾아내라
3. 책 읽기로 세상살이의 내공을 쌓아라
4. 책 속에서 제 2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단을 찾아라
5. 모든 책에는 배울 것이 있다
6. 눈높이에 맞는 책으로 자기를 충전하라

아울러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골라 자기를 충전하라고 충고한다. 그냥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는 삶의 충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제가 책을 고르는 기준도 비슷합니다. 재미도 있지만 의미 있는 책이 저의 기준입니다. <스콧니어링 자서전>은 저의 삶을 충전시켜주는 대표적인 책입니다.

많이 읽었으면 글쓰기에 도전하라

1. 많이 읽었으면 글쓰기에 도전하라
2. 훌륭한 독자는 또 하나의 저자가 된다.

‘많이 읽었으면 글쓰기에 도전하라’는 지침은 50가지 지침 중에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머릿속의 내용들이 정리되어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야 머릿속의 내용들이 정리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와 반대로 생각해왔다. 이런 착각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한 것이다. 아니 글을 쓸 생각을 못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팬을 들도 아무종이에나 한번 긁적여보는 것이다.”

저 역시 어렴풋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은 책을 읽는 동안에 머릿속에 어떤 서평을 써야겠다고 하는 것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는 책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지만 아무것도 정리되는 것이 없는 책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서평을 쓰는 일이 참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뭔가 머릿속에서 정리될 때를 반복해서 읽어도 아무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선 책제목만 적어놓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의외로 읽었던 내용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술술 정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해 나만의 책 세 권을 골라보라

<생산적 책읽기 50>에 나오는 지침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나만의 책 세 권을 골라보라’입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10년 최고의 책을 선정하는 기획이 있었습니다. 패널 설문에 참여한 저도 3권의 책을 추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난 10년 동안 제가 읽은 책 중에서 딱 세권을 뽑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은 책인데 딱 세권은 참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고민 끝에 제가 추천한 책은 <88만원 세대>, <당신들의 대한민국>, <좁쌀 한 알>입니다.

앞의 두 권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 10권에 포함되었더군요. 장일순 선생님의 일대기를 정리한 <좁쌀 한 알>은 최고의 책 10권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하는 책입니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은데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한 이현주 목사께서 집에 쌓아두었던 책을 모두 없애버리고 두고두고 펼쳐 볼 몇 권의 책만 남겼는데, 모두 ‘경’자 붙은 책들만 남았다고 하더군요.

저자는 안상헌은 ‘타임머신’이라는 영화를 보며 미래로 가지고 갈 책 세 권을 고민해보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 3권을 골라볼 생각입니다.

50번째 지침, 자기만의 독서법을 써보라

안상헌이 권하는 생산적 책읽기의 쉰 번째 지침은 ‘자기만의 독서법을 써보라’입니다. 저의 독서법은 이렇습니다. 책은 마음가는대로 읽습니다. 한꺼번에 여러권의 책을 읽습니다. 집에서 읽는 책, 사무실에서 읽는 책, 가방에 넣고 다니는 책이 있습니다.

어려운 책(혹은 잘 넘어가지 않는 책)과 쉬운 책(술술 읽히는 책)을 번갈아 가면서 읽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 두 권을 들고 2주 넘게 고전을 하면서, 술술 넘어가는 책 히말라야 여행기와 세계여행 경험담 두 권을 함께 읽었습니다.

쉬운 책을 읽으면서 어렵고 난해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할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이 서평은 안상헌의 독서법에 비춰 본 저의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기는 나름 열심히 하지만 별로 성과가 없다고 실망하는 후배들을 위하여 이 책의 한 대목을 더 소개합니다. 저자는 책 한 권을 읽고 감동을 받아 삶이 변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우리 몸속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한 권, 두 권, 세 권, 네 권 이렇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사람은 천천히 변해간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너 많이 변한 것 같다. 외모도 변했지만 말하는 투가 완전히 달라졌어. 전체적인 느낌도 좀 다른 것 같고...”

즐기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닮게 된다고 합니다. 좋은 책을 즐기면 결국 좋아하는 삶을 닮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책 속에 있는 길도 지도가 있으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을겁니다. 안상헌이 쓴 이 책이 바로 지도와 같은 책이지요

안상헌이 쓴 <생산적 책읽기 50>은 책을 많이 읽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책읽기를 다른 거울에 비춰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이제 책을 읽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사람들에게는 책 읽기를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10점
안상헌 지음/북포스

신간이 나왔네요. 함께 소개합니다.

생산적 책읽기 두번째 이야기 - 10점
안상헌 지음/북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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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kuru 2010.08.16 08:42 address edit & del reply

    과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로군요

    • 이윤기 2010.08.16 22:55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읽어보세요.

      그리고, 이 책 2편이라 할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본문 맨 아래에 소개한 <생산적 책읽기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2. 긱스 2010.08.17 10:37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 // 독서를 많이 해도 이런식의 평, 피드백이 있어야 할것 같은데. 잘 안되더라구요. 정말 모범적인 블로거신듯..

  3. 여울돌 2010.08.23 23:46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써야 머릿속이 정리된다 ' 이말에 공감합니다. 서투르지만 글을 써볼 용기가 생기는 말입니다.

    • 이윤기 2010.08.24 16:54 신고 address edit & del

      네...저도 이 책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우선 자신을 위해서라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0문10답]블로그, 소통과 공감으로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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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래님으로부터 갱상도 블로그 10문 10답 릴레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빨리 넘겨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남들이 쓴 10문 10답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막상 제 순서가 돌아오니 부담이네요. 

대략 10문 10답을 마무리하여 포스팅하려고 하는데, 마침 다음뷰에서 "view 애드박스에 내가 나온다면?"이라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더군요. 자기소개 글을 작성하여 다음뷰에 보내면 선정된 글을 'view 애드박스'에 노출시켜주는 이벤트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왕에 정성(?)들여 작성한 갱상도 블로그 10문 10답을 'view 애드박스에 내가 나온다면?' 이벤트에 동시에 응모해봅니다.



1. 언제 블로그를 시작하셨나요?
2008년 9월 6일에 블로그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전에도 다음과 네이버에 블로그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냥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찾아낸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두는 자료 창고에 불과하였습니다.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8년 9월, 다음세대재단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시민운동가인터넷리더십교육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30여명의 시민운동가들(우리 지역에서는 구르다님이 함께 참여) 이 교육에 참여하였는데 저는 여기서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백 만원씩 돈을 들여 만든 당신 단체 홈페이지에 하루 방문자가 얼마나 되냐? 여기 하루 수천 명, 수만 명이 방문하는 개인블로그들이 수두룩하다.” 하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놀랐습니다.

웹 2.0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이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주완 김훤주기자가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블로거라는 것도 제주도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그해 8월에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블로그 컨퍼런스’가 3.15아트센터에서 열렸는데, 그때 만해도 블로그를 몰랐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열린 이 행사에 참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까지 블로그를 하지 않은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블로그가 뭔지, 왜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교육 장소가 제주도라는 것에 혹해서 참여하였는데, 그 이후 블로그가 제 삶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이미 블로그 활동 사례를 발표할 때 여러 번 밝혔지만 장소가 제주도가 아니었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블로그에 주로 다루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제 블로그에서 다루는 주제는 크게 3가지입니다. 블로그 제목처럼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입니다.  2002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600꼭지가 넘는 기사를 써 왔는데 제가 그동안 쓴 기사를 살펴보면서 블로그의 주제를 크게 세 갈래를 정하였습니다.

세상읽기는 주로 제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자치, 지방자치, 도시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시사’ 이슈를 다룹니다. 제가 하는 단체 활동과 블로그가 일치하는 지점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읽기는 저의 주요 관심사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200꼭지가 넘는 서평기사를 작성하면서 책읽기는 저의 ‘버릇’이 되었습니다. 매년 50편 이상 서평기사를 써는 것을 목표로 제가 읽은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제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어떤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시사적인 발언을 책을 통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평기사를 지나치게 길게 쓴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서평기사에 정리해둔 내용은 제가 다른 글을 쓸 때 소중한 기초자료가 됩니다. 전에 읽었던 책에 있는 자료가 필요하면, 책을 다시 찾아보기 전에 서평기사를 먼저 검색해봅니다. 웬만한 인용과 자료는 서평기사를 통해서 다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주제 하나는 사람살이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살아온 이야기를 주로 썼습니다. 남들이 사는 이야기를 읽고 제가 사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하루 중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계신가요?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블로그 때문에 매일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일찍 출근합니다.  근무가 끝나도 1시간 이상 늦게 퇴근 합니다. 일을 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블로거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저의 경우 블로거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세상을 보는 것이 크게 다른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글을 블로그로 포스팅 할 때는 단체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글을 쓸 때도 있습니다.

좀 여유가 있을 때는 다른 블로그의 글을 읽고 댓글도 달고 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친구나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늘 깨어있는 시간을 블로그와 연관 지어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블로그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제가 블로그에 몰입하여 지내는 것을 조금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블로그를 좀 더 잘 할 수 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여기까지 밖에 못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실명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사생활이 많이 노출된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구요.

5.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일이 무엇인가요?
크고 작은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낸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우유 강제급식 관행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구요.

‘점자보도블럭’ 시공 잘못을 지적한 후 고쳐진 것, 옛 마산시의 터무니없이 비싼 한국은행 터 매입 가격 문제,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설치문제, 행정구역 통합 반대, 창원도시철도 문제 등을 블로그에 포스팅하여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기도 하였고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PD수첩이나 추적 60분, 신문사에 제보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직접 블로그를 하라"고 말합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분석이지만 지난 6.2지방선거에서는 제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4명의 후보 중에서 3명이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6. 하루 평균 방문객은 얼마나 됩니까?
얼마 전에 다른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일이 있어서 블로그 개설 이후 지금까지 하루 평균 방문객 숫자를 계산해보았습니다. 대략 1일 평균 3200명 정도되더군요. 재작년, 작년에 방문자가 많았구요. 올 해는 계속 평균을 깍아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1일 방문 숫자는 대략 1000명 전후 정도입니다.

7.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나요?
예, 노력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제목을 달 때에도 모두 방문자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어차피 공을 들여 쓴 글인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주고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8. 다른 블로그를 읽거나 댓글을 남기시나요?
예,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찾아가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답니다. 주로 갱상도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챙겨서 읽습니다. 좀 한가할 때면 다음뷰를 검색하거나 저의 초대장을 받아서 블로그를 시작하신 분들을 방문하여 살펴보고 댓글도 답니다.

9. 블로그로 돈을 벌려고 해보셨나요? 혹은 블로그로 수익이 있다면 가장 많은 수익이 생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돈을 벌려고 소극적인 노력은 하였습니다. 제 블로그에 다음, 구글, 올블릿, 알라딘 광고가 걸려있고 테터엔미디어 제휴블로그로 활동하고 있으니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구글은 방문자도 적고 광고 클릭도 적어 큰 돈이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 500달러 정도 되는 것 같구요. 다음과 올블릿 광고는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알라딘은 광고 수입은 얼마 안 되지만, 블로그에 쓴 글이 TTB 리뷰에 선정되면 소정의 상금을 주는데 이 두 가지를 합치면 매달 3-4권 정도 책을 사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서평기사가 꾸준히 포스팅 되는 것을 보고 출판사나 저자들 중에서 책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포스팅하겠다면 보내주겠다’더니 요즘은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포스팅 해도 된다’며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반드시 책을 정독하고 서평을 기사를 쓰기 때문에 제가 관심 있는 주제의 책만 골라서 받고 있습니다.

블로그 때문에 강의를 다니는 일도 가끔 있는데, 제가 다니는 곳은 주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이는 강의기 때문에 강사비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10. 새로 시작하는 블로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블로그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속도로 경쟁하는 인터넷 세상이지만 블로그는 '느림의 미학'이 작동하는 곳 입니다. 단 기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블로그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다음 계단으로 도약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제법 길다는 것을 각오하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릴레이 바통을 넘기는 일도 쉽지는 않네요.
혹시, 넘겨받는 분에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있지만

저는 다음 블로그에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 성심원 이야기’를 운영하시는 성심원님에게 바통을 넘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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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컨텐츠박스 2010.08.05 09: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 서평이 조금 긴건 사실이지만(ㅎㅎ) 보도자료를 그대로 리뷰글인양 걸어두는 분들도 있는데 그에 비해 정말 꼼꼼하고 정성스런 리뷰를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 이윤기 2010.08.06 10:00 신고 address edit & del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책은 더 많은데... 제 능력이 여기까지인것 같습니다.

  2. 파비 2010.08.05 12:00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역시 훌륭한 블로겁니다.
    앞으로도 많이 부탁합니다. 여기만 말고요.

    • 이윤기 2010.08.06 10:02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잘 알겠습니다.

      시간에 쫓기면...그냥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바다같은 마음으로....

  3. 성심원 2010.08.05 13:19 address edit & del reply

    혹시, 넘겨받는 분에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있지만
    라는 대목까지는 점심 먹고(제가 근무하는 곳의 점심 시간이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입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부담스럽게 제게 바통을 넘겨주시네요 ㅎㅎㅎ.
    옆 책상의 동료 말처럼 미운 놈 떡하나 더 주듯 은근슬쩍 넘겨버리신것은 아닌지...
    갑자기 부담스러워졌네요.
    ...

    스무고개처럼 문답형식이라 10개의 질문에 답하면 그뿐이겠지만 어느 분의 말씀처럼 가문의 영광인지 ㅎㅎㅎ.
    아무튼 생각해주신 님 덕분에 고민하나 안고 가는군요.
    고맙게 고민하고 즐겁게 답을 적어보겠습니다.

    • 이윤기 2010.08.06 10:04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사실 누구에게 바통을 넘겨야 하나 고민 좀 했습니다.

      갱상도 블로그에 꾸준히 포스팅 하는 분 중에서...그리고 블로거들이 궁금해하시는 분들 찾았더니...성심원님이더군요.

      10답 기대하겠습니다.

  4. 긱스 2010.08.05 15:08 address edit & del reply

    잘봤습니다.. 역시 내공이 ^^ // 저는 바톤이 안오겠죠... 안될거야.. 아마 -_-;;

    • 이윤기 2010.08.06 10:04 신고 address edit & del

      안심 할 수 없을걸요?

      내공이라 격려해주시니....고맙습니다.

  5. 저녁노을 2010.08.05 16:29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잘 보고 갑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쉽지 않지만 작은 두드림으로 열릴 것이라 여겨집니다.

    • 이윤기 2010.08.06 10:05 신고 address edit & del

      블로그는 세상을 바꾸는데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겠더군요.

      늘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6. 펨께 2010.08.05 17:01 address edit & del reply

    가끔 글만 읽고 가는데 이 글로 통해 이윤기님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네요.

    • 이윤기 2010.08.06 10:06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댓글도 남겨주시구요.

      블로그도 한 번 해보세요.

  7. 커피믹스 2010.08.05 18:13 address edit & del reply

    블로그로 작게나마 세상을 바꾸셨군요 ^^ 정말 뿌듯하셨을 듯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많이 써주세요^^

    • 이윤기 2010.08.06 10:07 신고 address edit & del

      격려해주셔서 힘이 나는군요.

      블로그에서도 싸움꾼이 되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8. 여울돌 2010.08.09 20:2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시작한지 얼마 안된 입장이라 더 10번 항목의 설명이 많이 와닿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있습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합니다.

    • 이윤기 2010.08.10 16:44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귀농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입니다.

      경험은 없지만... 농사를 짓는 것과 블로그는 비슷한 점이 있지 싶습니다.

      벼를 억지로 빨리자라게 할 수 없는 것처럼...블로그도 정성을 쏟으며 기다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9. 김석 2010.08.09 22:06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 아직은 부럽다는...그러나 나도 긴 호흡으로다가...

    • 이윤기 2010.08.10 16:46 신고 address edit & del

      전국 최초(?)의 시의원 블로그로서 담아낼 수 있는 컨텐츠를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할겁니다.

      블로그는 나만의 별자리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10. 무터킨더 2010.08.10 16:00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이윤기님의 블로그는 멋지네요.
    저도 블로그 소개 한 번 써볼까 하고 들렀는데
    읽던 중 가장 공감하고 멋진 소개글 이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이윤기 2010.08.10 16:45 신고 address edit & del

      영광입니다.
      무터킨더님께 이런 칭찬을 듣게 되다니요

      소개글 기대하겠습니다.

  11. 짚시인생 2010.09.20 09:38 address edit & del reply

    와~ 드디어 뷰애드박스에 떴군요.
    오늘 내 블로그 뷰애드에 님의 블광고를 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주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위해서 일하시는군요.
    님이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건강하십시요

    • 이윤기 2010.09.23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짚시인생님 댓글이 아니었으면 놓칠 뻔 했습니다.

      댓글보고 저도 광고를 찾아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12. wangn 2010.09.21 03:36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블로그 하기.. 마라톤과 같다는 것... 단기간에 어떤 해당 포스트로 반짝 인기를 얻으면 괜히 허영심만 생기더군요 ㅎㅎ 하여튼 애드 view 인가를 통해 와 보았습니다. 종종 들르겠습니다.

    • 이윤기 2010.09.23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멋진 블로그가 되시기 바랍니다.

  13. 뿌쌍 2010.09.22 13:0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멋지시네요. ^^
    저도 진작에 알았더라면, 누가 바톤을 넘겨주셨더라면 참여해 보았을 텐데요... ㅋㅋㅋ
    블로그 운영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 이윤기 2010.09.23 10:30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뿌상님도 멋진 블로그 가꾸시기 바랍니다.

서평블로거의 노무현대통령 추모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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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노무현 대통령이 쓴 <성공과 좌절>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


노무현 대통령이 짧은 유언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지 어느새 1년이 되었습니다. 전국 곳곳의 추모현장에서 그리고 무수히 많은 인터넷 공간에서 '주옥'같은 추모 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고 그분이 남긴 유지를 따르는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습니다. 줄잡아 40권이 훨씬 넘는 책이 나온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추모하는 방법이 없을까 꽤 길게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저 잘난 맛에 무릎을 탁 칠 만한 좋은 생각을 해내었습니다. 저는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글쓰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매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 기간에 그 분과 관련된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미 나온 책만 해도 40권이 넘으니 매년 1권이면 40년은 소개할 책이 있는 셈이고, 앞으로 더 많은 책이 나올 것이니 골라가면서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년 1권, 노무현 대통령 추모하며 책 읽고 소개하기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으며 첫 번째 소개하는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석 달 만에 나온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가 날것 그대로 담겨있는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작년 10월에 사서 읽다가 끝을 보지 못하고 책꽂이에 묵혀두었던 책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가 다가오는 지난 4월 말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 새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분은 인생을 정리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 책의 첫 머리는 '미완의 회고'라는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쓴 글인데 준 회고록 성격의 글로서 목차를 포함, 대강의 구성까지만"되어 있는 책입니다. 더군다나 원문을 그대로 살려두었기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적지 않고 흐름도 뚝뚝 끊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날것 그대로 그분의 생각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가 왜 스스로 실패하였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였는지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분의 고뇌를 엿 볼 수 있는 글들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들어 온 아들을 추적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보면 쓴 글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왜 저런 장면을 찍어야 할까? 왜 저런 장면을 방송해야 할까? 이럴 때 카메라는 흉기가 된다. 사람의 생각도 흉기가 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봉하 집은 길에서 마당이 다 보인다. 마당에 나갈 수가 없다. 마당에 안 나가니 부엌 건너편 산에 진을 친다…. 인권이고 뭐고 없다. 겁이 나서 마당에 나갈 수가 없다. 몇 날인지 몇 주인지 알 수도 없다. 몇 달을 갈 것 같다."

"정말 언론은 사회의 공기일까? 정도를 넘으면 흉기가 된다. 카메라도 볼펜도 사람도 생각도 흉기가 된다."

누군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비유하였는데, 어렵게 자란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무관심속에 말라 죽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를 지지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저 현실에 무관심한 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도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1부에 실린 글 중에는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에 관한 고민의 단상을 기록한 글이 적지 않습니다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 내용들입니다.

 노무현대통령 추모 창원 공연



다큐멘터리, DVD에 못다 담은 이야기들

대신 '제 2부 나의 정치 역정과 참여정부 5년'에 나오는 글들은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글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육성기록'인 이 글들은 청와대에서 진행된 4차례의 인터뷰에 바탕을 둔 글인데, 일부는 다큐멘터리로 DVD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분의 육성을 기록한 어린시절부터 대통령 재직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글 중 하나는 '바노 노무현과 노사모'에 관한이야기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그분은 '바보'라고 불린 것을 좋아하였답니다. 그리고 노사모는 참여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보통명사라고 말 합니다.

"노사모는 보통명사로서 시민적 행동의 한 모범입니다… 그러한 시민행동이 살아 있을 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시민의 그런 정신과 행동이 흐지부지되면 우리 민주주의도 결국 흐지부지 되는 것입니다."

그분은 국민들의 의식이 역사, 정의, 민주주의 같은 가치에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흐지부지 되었던 시민들은 그분의 죽음을 맞으며 역사, 정의, 민주주의에 더욱 민감해졌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분 묘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새겼을 겁니다.

한미관계와 이라크 파병에 관한 육성도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파병 문제로 등을 돌렸을 것입니다. 분명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였지만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분 역시 이라크 파병문제는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을 짐작하였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역사의 오류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즉 스스로 역사의 오류로 남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라크 파병 부대가 '비전투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까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징집하여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게 하는 일"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였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언론과의 갈등은 숙명이었다

한편, 그분은 '언론과의 갈등은 숙명'이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된 후 확보된 '자유'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 것은 자본과 언론입니다. 그분은 특히 언론과 갈등관계에 있었습니다.

"제가 언론과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아마 무너졌을 것입니다. 제가 맞서 싸우지 않았더라도 그들이 지금과 다르게 했을 리도 없습니다. 과련 제가 싸우지 않는다고 그들이 참여정부를 좋게 봐주겠습니까?"

그분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정치권력, 시장권력이 아닌 시민권력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언론은 그걸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대목은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대통령을 뽑아놓고 그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항상 결과에 실망하게 됩니다. 실망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그 사회의 중심이 되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일, 자각을 가진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시민주권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분은 역사 발전이라는 것, 역사 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문화를 개혁하는 것은 대통령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고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분이 경험하고 깨닫고 후회하였던 모든 일들은 결국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인 것입니다. 그 분이 남긴 소중한 자산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이제 남은 자들의 몫입니다. 먼저, 그의 고민, 그의 후회가 무엇이었는지 알아야겠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책 <성공과 좌절>은 작년 9월에 출간된 후 이미 15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으며 30% 이상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신도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이 책의 독자가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성공과 좌절 - 10점
노무현 지음/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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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블로그에 쓴 서평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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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시작하면서 세운 책 읽기의 목표는 '제 키 만큼 읽고, 50권 이상 서평 쓰기'였습니다. 제가 읽는 책 중에서 절반 정도는 오마이뉴스 책동네 커뮤니티에 신청해서 받는 책이기 때문에 4~5년 전부터 책을 읽고 서평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꽤 익숙해있습니다.

2008년 9월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도 제 블로그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책 읽기'라고 제목에 분명히하였지요. 오늘은 작년에 읽은 책을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읽은 책의 목록을 작성해보려고 마음먹었으나 책이 사무실과 집에 흩어져 있어서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블로그에 있는 서평기사의 목록을 작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목록을 작성해두면 첫째는 제가 찾아보기에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구요. 좋은 책을 고르는 다른 분들에게도 혹시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서평을 길게 씁니다. 서평은 주로 한글 워드프로세스를 이용하는데, 보통 A4 용지 4장 분량을 쓰고 어떤 책은 5장을 쓸 때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도 좀 더 짧게 써 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받았는데, 이제는 포기하였는지 더 이상 말이 없습니다. 

어떤분은 서평은 "서평만 읽고 책을 안 읽어도 될 만큼 자세하게 쓰면 정작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책 내용이 궁금하고,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쓰라고 충고하시더군요.

그러나, 제가 쓰는 서평은 저를 위한 기록입니다. 길게 그리고 중요한 내용을 잘 요약해놓은 서평은 제가 다시 찾아보기에 아주 편리합니다. 그래서 오늘 정리한 2009년 서평 목록은 기사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모두 바꾸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기사 제목과 책 제목이 잘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말 입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도 책 제목을 보고 링크된 기사를 찾아 보시는 것이 좀 더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모두 57권의 서평을 새로 썼습니다. 2009년에 블로그에 포스팅한 서평 기사는 80편이 넘는데, 57권을 제외한 아머지 책들은 전에 쓴 글을 2009년에 포스팅한 글이라 제외하였습니다.  아래 목록에 있는 분류는 그냥 제 블로그에 제가 임으로 나눈 분류입니다.

※ 아래 목록을 클릭하시면 서평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9년 서평기사 목록>
2009/12/30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고민하는 힘/ 강상중
2009/12/27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평화를 심다/ 바바 치나츠
2009/12/19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한라산 편지/ 오희삼
2009/12/16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파리를 생각한다/ 정수복
2009/12/14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반 걸음만 앞서 가라/ 강상중
2009/12/11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 강흥수
2009/11/30 - [책과 세상 - 채식 건강] - 병원에 가도 왜 아이들 병은 오래갈까?/ 테라사와 마사히코
2009/11/20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강우현
2009/11/12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브 엔슬러
2009/11/03 - [책과 세상 - 채식 건강] -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 김옥경 송학운
2009/10/26 - [책과 세상 - 채식 건강] - 질병예찬/ 베르트 에가르트너
2009/10/12 - [책과 세상 - 채식 건강] -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민족의학연구원
2009/09/27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추콥스키 동화집 '악어'/ 추콥스키
2009/09/25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후불제 민주주의/ 류시민
2009/09/09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트위터 140자의 매직/ 이성규
2009/09/05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다 지나간다/ 지센린
2009/09/01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도시 읽는 CEO/ 김진애
2009/08/26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무슬림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엄익란
2009/08/18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물은 누구의 것인가?/ 모드 발로
2009/08/08 - [책과 세상 - 여행] - 지리산 둘레 길 걷기 여행/ 이혜영
2009/08/03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한국현대사 이야기 '특강'/ 한홍구
2009/07/31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노무현의 외로운 전쟁/ 김용한
2009/07/29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책 읽어주는 남편/ 허정도
2009/07/24 - [책과 세상 - 생명, 평화] - 2인조 가족/ 샤일라 오흐
2009/07/10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정글>/ 업튼 싱클레어
2009/07/02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시 룩사나 칸
2009/06/26 - [세상읽기-교육] -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1~5권/ 하이타니 겐지로
2009/06/19 - [세상읽기-교육] -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파울로 프레이리, 마일스 호튼
2009/06/16 - [세상읽기-교육] - 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지쓰카와 모토코
2009/06/11 - [세상읽기-교육] -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2009/06/09 - [세상읽기-교육] - 행복한 인문학/ 고영직 외
2009/05/18 - [세상읽기-교육] - 우리집 가출쟁이/ 하이타니 겐지로
2009/05/13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세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
2009/05/11 - [책과 세상 - 채식 건강] - 휴휴선(한약사의 눈으로 본 육식의 폐해)/ 이현주
2009/05/07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희망의 근거(21세기를 준비한 생태적 선각자 100인)/ 사티시 쿠마르
2009/05/03 - [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문지현, 박점숙
2009/04/23 - [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게토
2009/04/21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주머니 속 나물도감/ 이영득
2009/04/17 - [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두려움은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2009/04/13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조선통신사 옛 길을 따라서3/ 조선통신사길 문화사업회!
2009/04/08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제국은 무너졌다/ 자크 사피르
2009/04/01 - [책과 세상 -교육, 대안교육] - 희망의 인문학/ 얼 쇼리스
2009/03/27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아니면 뒤 집어라/ 정철화
2009/03/23 - [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호리 신이치로
2009/03/18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 박진섭 소병천
2009/03/06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유진규
2009/03/02 - [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녹색성장의 유혹/ 스텐 콕스
2009/02/13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역사와 함께 길을 걸으며/ 구주모
2009/02/12 - [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30대 엄마의 사교육 다이어트/ 민들레
2009/02/02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노엄 촘스키
2009/01/30 - [책과 세상 - 생명, 평화] - 별을 쫓는 아이들/ 루이제 린저
2009/01/28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모스 가족의 용기있는 선택/ 엘렌 레빈
2009/01/21 - [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열두 년 자연놀이/ 붉나무
2009/01/20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노무현 시대의 좌절/ 한반도경제사회연구회
2009/01/13 - [책과 세상 - 시사, 사회] - 2018 인구 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김현기 외
2009/01/07 - [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서양인의 조선살이 1882-1910/ 로버트 네프,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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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림 2010.01.03 11:50 address edit & del reply

    열심히 읽고 열심히 정리하셨네요. 그 열정 본받아 저도 올해는 좀 남겨보려구요.
    아 그리고 옆동네 노원으로 강의하러 오시던데 뵐수있기를:)

    • 이윤기 2010.01.03 15:25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노원에 강의하러 갑니다. 제주에서 제 발표를 높게 평가해주신 모 대표님의 추천으로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좀 더 재미있는 사례 발표가 되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

  2. 골목대장허은미 2010.01.03 12:59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대단하세요~ 존경합니다^^
    올해도 화이팅!!

  3. 구자환 2010.01.03 16:33 address edit & del reply

    1주일에 책한 권을 읽겠다는 다짐이 한달에 한 권 조차 읽지 못하는 맹세가 되었네요. 새해에는 다시 다독의 계획을 세워야겠습니다.

  4. 하아암 2010.01.03 18:56 address edit & del reply

    잠시 '쉬었'을 무렵. 1년에 백권을 넘는 책을 도서관에서 버스에서 읽었는데.
    다시 '바빠'진 지금. 책 근처에도 못가고 있네요. 책읽고, 정리하는 시간. 그 시간도 분명 소중한 시간인데 말입니다. ^-^;; 윤기님 포스팅보고, 신년에 책 읽을 계획. 자극 많이 받아갑니다~ ^_^

    • 이윤기 2010.01.05 06:12 신고 address edit & del

      바쁜데도 불구하고... 책을 놓지 않는 분들을 보며 저도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신년에 좋은 독서계획 세우시기 바랍니다.

  5. 구르다 2010.01.03 19:12 address edit & del reply

    그저 감탄하고, 존경스럽스럽다는..

    • 이윤기 2010.01.05 06:13 신고 address edit & del

      이러시면 자랑이 되었네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시라고...

  6. 내영아 2010.01.03 19:16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대단하시네요. 와우!!! 큰 자신이시겠어요. ^^
    잘보고 갑니다.

    • 이윤기 2010.01.05 06:14 신고 address edit & del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나누세요 ^^

  7. 태지 2010.01.03 23:19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올해 구입한 '음반'들이 50장 이상 되던데 리뷰는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샘 말씀대로 '저를 위한 기록'으로라도 써놓았으면 좋았을건데 실행하지 못한거에 반성합니다.
    덕분에 제가 남에게 음악을 추천할때, 항상 '좋아' 혹은 '별로야' 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표현력 부재자가 되고 있어요.
    선생님의 성실함 덕분에 제 자신을 반성하는 댓글 여기 걸어두고 갑니다.

    • 이윤기 2010.01.05 06:15 신고 address edit & del

      쑥 스럽네요.
      저도 태지 나이때는 이렇게 살지 못했어요.

      멋진 선배들을 보면서 닮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요.

  8. 크리스탈 2010.01.04 02:05 address edit & del reply

    올해에도 멋진 서평기사 계속 기대하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윤기 2010.01.05 06:16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올 해는 좀 쉬엄쉬엄 하려구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나누겠습니다 ^^

2009, YMCA 회원들이 함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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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입니다.
발 빠르게 새 해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아직도 미련이 많이 남는  2009년을 되돌아보는 일에 더 연연하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지난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어영부영하다보면 설날쯤 되어야 새해 계획을 세울지도 모릅니다.

당장 오늘부터 연도 표기를 2010이라고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이런저런 서류에 2009이라고 적었다가 고치는 일도 생길테지요. 매년 그랬으니까요.

제 블로그의 주제는 세 가지입니다.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입니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 책 읽은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포스팅하려고, 이윤기의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라고 정하였지요.

지난 1년을 돌아보다가 제가 속한 단체에서 회원들과 함께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마산 YMCA 이사회와 회원들이 함께 읽은 이달의 도서 목록입니다.



<YMCA 이달의 도서>
1월 - 습지와 인간(김훤주)
2월 -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유진규)
3월 -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오바마 자서전)
4월 - 행복한 인문학(고영직 외)
5월 - 희망을 심다(박원순, 지승호)
6월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7월 - 책 읽어 주는 남편(허정도)
9월 -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김종덕)
10월 - 시비를 던지다(강명관)
11월 - 반 걸음만 앞서가라(강상중)
12월 - 숲에게 길을 묻다(김용규)


'YMCA 이달의 도서'는 매달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서 정합니다. 약 5~6년 전부터 YMCA회원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을 추천 받아 매월 초에 전체 회원들에게 E-mail로 공지 합니다. 매달 한 권씩이니 그동안 읽은 책도 꽤됩니다.


저는 책 선정하는 일과 E-mail로 공지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회원들에게 부탁해서 책을 추천 받기도 하고,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추천하기도 하고, 신간 정보를 찾아보고 추천하기도 합니다. 회원들에게서 좋은 책을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가끔 듣습니다. 그리고, 매월 열리는 YMCA 이사회에서는 'YMCA 이달의 도서'에 대한 독서토론을 진행합니다.

올 해는 여름 휴가철인 8월을 빼고 모두 11권의 책을 추천하였습니다. 눈에 띄는 책이 몇 권 있는데요, 1월의 도서 <습지와 인간>은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쓴 책인데, 허정도 회원이 추천하였구요. 8월의 도서 <책 읽어주는 남편>은 YMCA 이사이신 허정도 회원이 쓴 책입니다. 12월의 도서는 생명의 숲 활동을 하시는 김인성 이사께서 추천하신 책 입니다.

생활협동운동을 하는 주부들의 공동체 모임인 YMCA 등대모임에서도 매달 책을 한 권씩 정하여 촛불(회원)들이 함께 읽고 독서토론도 합니다. 함께 읽을 책을 정하기 위하여 독서지기를 맡은 촛불들이 매달 1회씩 모여서 책을 선정합니다. 각 등대에서 1명씩 독서지기들과 실무자인 제가 만나서 다음 달에 함께 읽을 책을 정합니다.  아래는 2009년에 매월 함께 읽은 책의 목록입니다.


<YMCA 등대모임>
1월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2월 - 내가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3월 - 88만원세대 (우석훈, 박권일)
4월 -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5월 -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호리 신이치로)
7월 - 살아 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8월 - 책 읽어주는 남편 (허정도)
9월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구희연, 이은주)
10월 - 시집 한 권씩 읽기
11월 -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12월 -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YMCA 등대모임에서는 6월 달만 빼고 매달 1권씩 함께 읽은 책을 선정하였습니다. 6월에는 새로운 촛불들을 교육하는 '촛불대학'이 열리는 기간이라 함게 읽을 책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등대모임에서는 각 등대 독서지기들이 모여서 등대별로 책을 어떻게 읽고 독서 토론은 어떻게 하였는지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올 해 가장 인기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한비야가 쓴 <그건 사랑이었네>였습니다. 대신 가장 어려운 책으로는 우석훈이 쓴 <88만원 세대>였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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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앞산꼭지 2010.01.01 19:20 address edit & del reply

    멋진 일들을 많이 하시네요.
    특히 좋은 책을 권하고, 함께하는 일은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나
    참 바람직하고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마산Y에서는 그 중심에 이 선생님이 계시군요.
    좋은 책들 많이 읽으셨네요.
    덕분에 올해는 좀더 책과 가까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 이윤기 2010.01.03 11:13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는 심부름만 합니다.

      사실은 책을 읽는 회원들이 주인공이지요.

      그분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책을 선정하고 알리는 일도 금새 시들해졌을 겁니다.

  2. 구르다 2010.01.01 21:53 address edit & del reply

    대단합니다.
    시도를 해 봤기에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압니다.
    역시 마산YMCA입니다.
    부럽습니다.

    • 이윤기 2010.01.03 11:14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는 회원들이 주역이지요.

      이렇게 매년 목록이 쌓이는 것이 큰 재산처럼 느껴지고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3. 무터킨더 2010.01.01 22:00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추천 감사합니다.
    한국에 주문할 책 목록을 작성하고 있는데
    몇권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이윤기님,
    새해에도 계속 건필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윤기 2010.01.03 11:15 신고 address edit & del

      독일교육이야기, 저도 자주 방문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기쁨니다.

      가진 복 서로 나누는 새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4. 실비단안개 2010.01.02 11:55 address edit & del reply

    새해는 잘 여셨지요?
    건강하시고 선전하시길 바랍니다!

    • 이윤기 2010.01.03 11:17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늘 먼저 격려해주시고...마음을 내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간, 진해에 굴국밥 한 번 먹으러 가려고 합니다.

행복, 사랑, 밥상 UP, 책 읽어주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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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허정도가 쓴 <책 읽어주는 남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셨나요? 세상 많은 엄마들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기를 위하여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줍니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때부터 더 이상 엄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보채지 않을 때까지 책을 읽어줍니다. 아직 드물기는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도 적지 않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기가 좀 더 자라서 혼자서 책을 읽을 무렵이 되면 대부분 엄마, 아빠는 책 읽어주기를 그만둡니다.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 아버지를 위하여 책을 읽는 아들이나 엄마를 위해 책을 읽는 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책을 읽는 일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더군요.

책 읽어주는 남편? 이 책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되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올 초에 개봉한 독일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를 말하는 거냐는 물음입니다. 독일 소설 <더 리더>나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와 아무 상관없는 이 책은 건축가이자 경남도민일보 대표를 지낸 언론인 허정도가 쓴 독서일기 같은 글입니다.

아내를 위해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남편?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영화나 소설이 아닌 실화라는 이야기입니다. 독일 소설 <더 리더>나 올해 초에 개봉한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가 유명해지기 훨씬 전부터 아내를 위하여 매일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던 남편이 쓴 책입니다.

<책 읽어주는 남편>은 지은이 허정도가 그의 아내 정미라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책에 관한 이야기와 그 책으로 인해 오랜 기억 속에서 집어 낸 삶을 담은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부부가 함께 읽은 스무 권 책의 '정수'를 모은 책이기도 하고, 두 부부가 함께 살아온 삶을 담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 책 '날개'에는 지은이와 나란히 그의 아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왜 두 사람이 나란히 소개되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남편이지만, 아내와 함께 책을 읽고, 아내와 함께 나눈 이야기 그리고 아내와 함께 살아온 삶이 바로 이 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책 읽어주는 남편'으로 소개되어 있고, 그의 아내는 '듣는 아내'로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은 책을 읽어주는 '단순노동'(?) 보다 더 '내공'이 필요한 일이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간혹 아내가 읽어줄 때도 있지만 보통은 내가 읽습니다. 내가 잘 읽어서가 아니라 듣는 데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듣기를 시작해 빠르면 5분, 늦어도 10분 안에 까무룩 잠이 듭니다.......그러니 몇 시간 동안이나 졸지 않고 무던하게 듣고 있는 아내가 놀랍습니다." (본문 중에서)

책 읽는 소리를 듣는 일은, 그냥 혼자서 책을 읽는 것 못지않게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자칫 조금만 방심하면 이내 딴 생각에 젖어들거나 잠을 물리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가 쉬울까? 듣기가 쉬울까?

허정도가 쓴 <책 읽어주는 남편>은 아주 독특한 형식으로 씌어진 '독후감'입니다. 마치 소설을 보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고갑니다. 과거는 책을 읽는 부부의 삶이고, 현재는 함께 읽는 책 속에 있는 오늘입니다.

존 우드가 쓴 <히말라야 도서관>편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됩니다. 아내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일의 진행과정,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신 직후 작가가 쓴 '토지'를 소리 내어 읽으며 추모한 이야기, 그 다음에는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 이야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히말라야 도서관>에 씌어진 존 우드의 삶을 소개하는 과거에서 빠져나오면, 책 읽은 소감을 나누는 부부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독특한 구성 때문에 책을 읽어보면 그냥 독후감을 보는 느낌보다는 꼭 소설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한 편 읽고 있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됩니다.

아울러 허정도가 쓴 <책 읽어주는 남편>은 여느 보통 독후감보다 훨씬 끈끈하고 깊은 맛이 배어 나오는데 그것은 아마 어렵고 힘겹고 가난했던 삶의 기억에서 묻어나오는 따뜻함과 애절함 때문인 듯합니다.

신경숙이 쓴 소설 <리진>을 읽는 동안 부부가 주고받은 이야기는 '듣는 아내' 정미라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에 관한 기억 한 자락입니다.

"아내가 말한 초등학교 때 은사는 조용욱 선생님으로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교사생활을 했다 합니다. 설령 아이들을 방치해 놓는다 해도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섬마을 작은학교에서 조용욱 선생님은 열정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답니다. 편모 슬하에 살림살이마저 가난했던 아내는 차별 없이 대해준 선생님이 더욱 고마웠던 모양입니다."(본문 중에서)

소리 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이름들

랜디 포시가 쓴 베스트셀러 <마지막 강의>를 읽으며 '책 읽어주는 남편' 허정도가 기억해낸 아버지에 관한 기억 역시 따뜻함과 애절함이 묻어납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아직 어린 세 아이를 위해 '마지막 강의'를 읽으면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입니다.

"태어나보니 식민지 시골 빈농의 아들이었고, 교육받지 못했으니 출세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일제기와 전쟁을 거치고 나니 마흔이 되었습니다. 희망없는 시대에 청춘을 보냈고 가난과 더불어 일생을 보냈습니다. 세상은 아버지가 감히 희망 한 번 품어보지 못할 만큼 어둡고 거칠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사춘기 때, 리어카로 행상하시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길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괜히 움츠러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반기셨지만 못난 아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아버지가 부끄럽다니..., 그렇게 힘들여 번 돈으로 먹고 마시고 입고 자고 공부까지 하는 자식 놈이 말입니다." (본문 중에서)

모두가 힘든 그 시절,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좀처럼 자식들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웠습니다. 세상 많은 아들들이 그 시절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였기 때문에 훗날 철이 들고나면 사춘기 시절의 어리석음을 용서받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곁에 없기 때문에 더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혜정이 쓴 <친정엄마>를 함께 읽으며 기억해 낸 '책 읽어주는 남편'의 장모, '듣는 여자'의 친정엄마에 관한 기억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30여 년을 살면서 서로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함께 책을 읽으며 기억해보니 아직도 서로 못다한 기억들이 적지 않더라는 것 입니다.

"아내는 생후 20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젊은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체구가 작고 몸이 건강하지 못했던 장모는 거제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땅 한 평, 밭 한 뙈기도 없이 큰아들과 밑으로 네 딸을 혼자 힘으로 키웠습니다........ 아버지 얼굴을 모르는 막내딸이 측은해서 어머니는 아내에게 각별했고 아내는 그 사랑을 받아먹고 자랐습니다."(본문 중에서)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부부는 책으로 인해 더 많은 삶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다는군요. 단숨에 읽어내는 단편뿐만 아니라 긴 장편을 읽을 때에도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을 소리 내어 읽고 쉬는 동안에는 책으로 인해 떠올리게 되는 젊은 날의 기억을 공유하게 되었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내와 차분하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내와 아내의 어머니 사이에 감추어 두었던 서러움과 아픔,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어머니를 향한 애잔한 그리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풀어졌고 그 속에 아내의 회한이 녹아나왔습니다."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이것을 '책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위대함'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과거의 기억으로만 돌려놓지는 않습니다. 책은 부부에게 새로운 경험 세계를 열어주기도 새로운 인생계획을 세우게도 합니다. 책 한 권 글 한 줄로 인생이 바뀐 사람이 어디 이 부부뿐이겠습니까?

마음을 움직이게 위대한 힘을 가진 '책'

지은이는 아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기대하지 않았고 예측하지 못한 재미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친정엄마>를 읽으며 붉은 팥칼국수가 전라도 음식이란 걸 알게 되었고 나이 오십이 되어 처음으로 팥칼국수를 먹어보고, 김남희가 쓴 히말라야 여행기를 읽고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계획을 세우기도 하더군요.

부부가 함께 앉아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고 들으며 삶을 윤택하게 하는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한 부부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도 책이며,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고 들어주는 삶도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우리 부부는 훗날 아이들에게 읽은 날짜가 적힌 책들을 남겨주기로 했습니다. 한술 더 뜬 아내의 제의를 받아들여 좋은 책 한 권을 택하여 읽는 소리를 녹음하기로 약속하기도 했습니다."(본문 중에서)

법정 스님이 쓴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으며 가장 반가웠던 대목이 바로 자식들에게 부모가 함께 읽은 책을 삶의 자취와 정신적 유산으로 남겨주라는 말씀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그리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터라 스님의 말씀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책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

시인 도종환 선생은 이 책 추천사 첫 머리에 "부부가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썼습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주인공들을 따라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눈이 퉁퉁 붓도록 같이 울기도 하고, 다가올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는 이 부부의 모습이 부러웠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것은 '안부대상포진'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할 수 있는 도리와 의무 혹은 서비스 차원의 이벤트 비슷한 것"이었지만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한 후에는 생각하지 못하였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우연히 시작한 소리 내어 책읽기에서 삶의 또 다른 재미와 의미를 발견한 부부는 꾸준히 함께 책을 읽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그들이 찾은 낭독이 주는 행복한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과 삶, 추억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책은 한 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을 만큼 흡입력이 있지만 지은이가 읽은 책 속의 주인공과 지은이의 삶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기도 합니다.

지은이는 간결한 문장을 좋아합니다. 스스로 읽은 책을 소개하면서 여러 번 간결한 문장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쓴 책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합니다. 그래서 읽기에 더 편합니다.

지은이가 아내와 함께 읽은 스무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인용한 글들은 그가 가진 삶의 철학과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동과 교훈을 갖게 되는 것은 살아가는 삶과 철학 그리고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가 읽은 많은 책을 저도 읽었습니다. 저 역시 밑줄을 긋고, 책장을 접어놓은 곳도 많습니다. 지은이가 <책 읽어주는 남편>에서 인용한 스무 권의 책에서 찾아낸 인용문을 보면 지식인으로서 올바르고 곧은 삶을 살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에 여러분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책 한 권 소리 내어 읽어보지 않으시렵니까? 다른 책도 좋지만, 소리 내어 읽는 책 읽기의 특별한 즐거움을 소개하는 <책 읽어주는 남편>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편' 허정도를 만나다.

지난 수년 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지만, 지방에 사는 기자가 책을 쓴 저자를 직접 만나는 행운(?)을 누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대 청년시절부터 평생을 YMCA를 통해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지은이는 소중한 동역자이자 선배였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책 읽어주는 남편>을 소개하기 위하여 독자의 입장에서 그를 만나 보았습니다.

- 아내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책에도 밝혔듯이 2007년 가을 무렵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안부대상포진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일을 생각하다가 아내가 평소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읽어주게 되었습니다.
처음 읽은 책이 <연암에게서 글쓰기를 배우다>였는데 막상 소리 내어 읽어보니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한 번에 두 사람이 읽는 셈이니 효과도 두 배였을 뿐만 아니라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았습니다. 책을 함께 읽는 동안 둘 사이에 대화도 풍부해져서 부부의 정을 나누기에 이만한 것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 뒤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처음 아내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준 것이 언제였는가?
"2007년 10월이었으니 벌써 2년이 다되었네요."

- 일주일에 몇 권을 소리 내어 읽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부부가 함께 읽은 책은 모두 몇 권인가?
"보통 일주일에 한 권 정도입니다. 최근에 읽은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읽은 날만 25일 정도 걸렸습니다. 안상헌의 '홍크'는 이틀 만에 끝냈습니다. 지금까지 소리 내어 읽은 책이 몇 권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대략 100여 권은 넘을 겁니다."

- 보통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재미에 빠져든다. 언제부터 책읽기를 즐겨하였는가? 어떤 계기가 있었는가?
"청소년 시절에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20대 들어서는 조금씩 읽었습니다만 사실 저의 책읽기는 1980년대, 소위 사회과학서적이 전성기를 이루었을 때였습니다. 민주화운동의 뒷자리에 참여하면서 사회과학서적과 문학서적들을 적잖이 읽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읽은 책의 양을 체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보니 대충 일주일에 두 권 정도 읽었더라고요."

- 아들, 딸에게 부부가 함께 읽은 책, 그리고 부부가 함께 책 읽는 습관을 물려주고 싶다고 하였는데, 아들, 딸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요즈음 젊은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리 아이들도 책을 별로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강제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겠죠."

-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소리 내어 책 읽어 주는 것을 아들, 딸은 보고 뭐라고 하는가?
"우선 신기하게 생각하데요. 처음에는 장난삼아 쳐다보더니 긴 시간 동안 진지하게 책을 읽고 듣는 모습을 보면서 빨려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제 어미와 함께 들었죠."

- 부부가 함께 소리 내어 읽는 책은 어떻게 고르는가?
"책은 주로 내가 선택하지만 아내의 의견도 많이 듣습니다. 신문 방송의 광고나 책 소개를 참고할 때도 있고, 책 속에 나오는 책 이야기를 보고 선택하거나 인터넷서점에서 고르기도 합니다. YMCA 추천도서나 주변 분들이 권하는 책을 읽는 경우도 많죠."

- 부부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은 어떤 책인가?
"책장을 넘기기에는 아무래도 소설이 좋습니다.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는 책은 비극 장편소설입니다. 조두진의 <능소화>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같은 책이 깊은 슬픔과 감동을 준 소설이었습니다."

- 주변 사람들 중에 <책 읽어주는 남편>을 읽고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가?
"저희 부부처럼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부부가 생겼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는 결심은 제법 들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는 분은 더러 있었습니다. 중학교 다니는 아이와 엄마가 서로 책을 읽어주었다고도 하구요."

- 책은 언제 출간되었는가?  그동안 얼마나 팔렸는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출판은 6월 말에 되었지만 시중에 책이 나온 것은 7월 10일 경입니다. 그 동안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지만 초판은 나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입니다. 이 말은 어느 누구나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저처럼 기록으로 남겨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책 읽어주는 남편 - 10점
허정도 지음/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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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너스™ 2009.07.29 09: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이윤기 2009.07.30 08:45 address edit & del

      자주 들러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소리내어 책 읽기 꼭 한 번 시작해보세요.

  2. 도야지 2009.07.29 23:21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 이윤기 2009.07.30 08:51 address edit & del

      반갑습니다. 도야지님 블로그 다녀왔습니다. 책 읽기를 즐기는 블로거시군요. 촘촘하게 짜여진 카테고리에 놀랐습니다.

      저는, 10년쯤 전에...열흘간 단식을 한 후 담배를 끊었습니다. 밥을 굶어보니...담배는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ㅋ

독서인증제, 교사부터 시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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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경남교육감 블로거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권정호 교육감은 2008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교육감 선거 때, 같은 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과는 교육철학이 다른 분 일 것 이라는 기대감으로 기꺼이 한 표를 보탰던 분입니다.

그런데, 저는 블로그 간담회가 끝 난지 일주일이 훌쩍 지나도록 기사작성을 미루어왔습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합리성, 일관성을 가진 보수주의자였지만, 권교육감을 만난 후에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저의 기대가 상당 부분 무너졌기 때문에 글을 어떻게 쓰야 할 지 쉽게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습니다.



“책은 강제로라도 읽혀야 한다"
"교육은 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강제가 아니면 교육은 없다"
"말로 해서 듣지 않으면 종아리라도 때려야 한다"

경남교육 수장인 권정호 교육감의 이런 교육 철학을 들으며 나름 대안교육에 발 한쪽을 담그고 있는 저는 마음과 가슴이 답답하여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교육'에 대한 교육감과 서로 다른 생각을 그대로 작성하여 포스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블로그들이 교육감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 바로 ‘독서인증제’였습니다. 교육감께서는 ‘독서인증제’가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통장’ 같은 것을 만들어서 책읽기를 권장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 정도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책 읽기를 평가하는 순간 부작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센티브가 생기면 당연히 책을 읽지 않아도 ‘독서통장’에 대출 기록을 늘이는 시도가 생길 것 입니다. 아울러, 독서 결과를 평가하는 것 역시 읽은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 입니다.

저는 저희 단체 회원들과 매월 같은 책을 일고 독서토론을 하면서 똑같은 책을 읽고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놀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은 결과를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옳은일 혹은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요?

자발적이지 않은 아이들의 책 읽기를 학교가 나서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평가하는 독서인증제가 생기면 책 읽기를 취미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책 읽기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 없는 공부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권정호 교육감께서 오랜 교사 경험을 통해 가지고 계신 독서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은 ‘좋은 책은 강제로라도 읽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책은 강제라도 다 읽혀야 합니다. 오랫동안 국어선생을 해봐서 아는데 초등학생들 앉혀놓아도 잘 읽는 애들 많지 않습니다. 10명 중 자율적 독서는 1-2명이고 나머지 8-9명은 교사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억지로라도 읽혀야 다 읽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스스로 읽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도 강제로 읽히면 그 강제성이 결국 책을 싫어하는 아이로 만들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도 강제로 읽으면 독이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1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요? 독서인증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책을 많이 읽으실까요? 아니면 늘 일에 바빠서 1달에 1권도 못 읽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그 좋은 책을 왜 어른에게는 강제로 못 읽힐까요? 교육감님 생각이 옳다면, 좋은 책은 교사들부터 강제로 읽혀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들이 필독서를 정해 좋은 책 읽는 모습을 늘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교육감께 ‘독서인증’을 받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점심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교사들이 앞 다투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교육감께 평가 받기 위한 독서이기는 하지만) 분명 아이들은 교사들 본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서인증제를 교사들만 해서 되겠습니까? 학부모들에게도 한 번 시켜보시면 어떨까요? 그런다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책을 읽겠냐구요?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책 많이 읽는 교사에게 인사고과에 인센티브를 주고 부모가 책을 많이 읽으면 그 자녀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쉽게 해결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책 읽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교사와 부모들에게 먼저 ‘독서인증제’를 도입해서 필독서를 정해주고 ‘강제로라도’ 읽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교육감께서는 기본적으로 '좋은 것은 강제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저와 가장 다릅니다. “몸에 좋기 때문에 우유는 강제 급식을 해도 된다” 그동안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이렇게 생각해왔고, 아직도 많은 일선학교에서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블로그 간담회에서 권정호 교육감께서는 “우유 강제 급식은 옳지 않다”는 소신을 밝혀주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른에게 강제 못 하는 책 읽기, 왜 아이들에겐 된다고 생각할까?

그런데, '우유는 강제로 먹이면 안 되는데, 책은 강제로 읽혀도 된다'는 논리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저는 몸에 좋은 음식도 강제로 먹일 수 없는 것처럼, 지혜를 기르고 정신 건강에 밑거름이 되는 책도 강제로 읽힐 수는 없다고 봅니다.

어떤 교육적인 행위도 강제로 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으면 그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대부분 어른들은 책을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다 알지만, 많은 어른들이 책 읽기를 싫어합니다. 이런 어른들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만찬가지 입니다. 어떤 강제적인 교육활동으로도 결코 모든 아이들이 책읽기를 좋아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뒷모습만 보고 배운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사회의 어른들이 책읽기를 좋아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 아이들도 책읽기를 좋아하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자신이 감명 깊게 혹은 재미있게 읽은 책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교사가 틈 날 때마다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감명 깊은 구절을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까요? 독서교육은 부모와 교사에 의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요?

TV와 컴퓨터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에게 책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미디어’ 중의 하나일 뿐 입니다. 자극적인 미디어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그냥 책만 읽으라고 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책 보다 재미 + 유익한 일 얼마나 많은데?

매년 1차례씩 일주일간 YMCA 회원들과 ‘TV 끄기 운동’을 하고 있는 저는 “집에 TV를 없애고 나니 아이들이 책을 읽기 시작 하더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거실을 도서관으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하는 신문에도 그런 기사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아울러,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도 반대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지나친 어린이 독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의 독서량은 선진국에 비하여 현저히 낮지만, 모르긴 해도 어린이 독서량은 선진국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즘 책 많이 읽기 열풍이 엄마들 사이에 대단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몇 천 권을 읽히겠다는 계획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어떤 학습지 회사에서는 이런 목록을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기도 한 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 읽기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책 읽기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 보다 아이들에게 직접 경험 세계를 넓혀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발달과 아이에게 맞는 때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엉터리라고 생각합니다. 몇 살 때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한다, 몇 학 년까지 몇 권을 읽어야 한다는 획일적 기준으로는 올바른 독서지도가 불가능 하다는 것 입니다.

어떤 이는 책 한 권만 읽어도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읽지 않아도 이타적이고 훌륭한 삶을 살아갑니다. 책읽기는 모든 아이에게 좋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각각의 아이가 가진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책 보다 음악이나 미술을 좋아하고 그것이 그 아이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블로그가 다루는 주요한 주제 중 하나는 '책 읽기'입니다.
100권 이상 책을 읽고 50편 이상의 서평을 공개된 매체에 쓰는 것이 올 해 목표입니다. 늘 다른 사람에게 책 읽기를 권하며 살고 있습니다만, 어린이 독서지도에 대한 권정호 교육감의 생각에는 도저히 공감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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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비 2009.06.25 11:4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독서인증제에 대해 인증, 강제, 이런 표현엔 역시 거부감이 있지만, 독서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교사는 여러 학생을 상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강제, 인증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또한 사실이죠. 그래서 교육감의 말씀처럼(강제라기보다 지도라고 이해해달라는) 훌륭한 "지도"란 것이 필요한 것인데요. 우리가 학창시절이었을 때는 이런 지도조차 너무 없어서 문제였죠. 그땐 책 읽으란 소리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는 학생은 문학소녀나 문학소년 아니고서는 거의 없었고요. 대신 영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외고 씹어먹고 그랬었지요. 글 잘 봤습니다. 교사들에게부터 책을 읽히자는 거,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선생님들은 과연 책을 몇권이나 읽는지 그게 저도 궁금했었거든요.

    • 이윤기 2009.06.25 18:19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제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책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이 그냥 독서지도만 잘 해주시면 좋겠어요. 아래 댓글에 나오는 것 처럼...'책 읽어주는 선생님' 멋지지 않겠습니까?

  2. 괴나리봇짐 2009.06.25 14:01 address edit & del reply

    늘상 눈팅만 하다가 글 남깁니다. 조목조목 정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읽기의 보상이 인센티브가 되는 순간, 책읽기는 '일'이 된다는 데 백번 공감합니다. 책읽기의 보상은 그것으로 인한 '자기 깨달음'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로 드신 것처럼 강제적인 인증제보다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믄요. 아믄요.

    • 이윤기 2009.06.25 18:21 신고 address edit & del

      댓글 남겨주시니 큰 격려가 됩니다.

      저는 현 교육감께서 하시는 일에 기본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세대 차이라고 할까...혹은 제도 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고 할까... 뭐 이런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기존이 교육과 다른 방식의 교육에 대해서 우리 교육계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3. 꿈꾸는 이 2009.06.25 14:51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회사일로 미국에 근무하는 동안 아이가 미국공립초등학교에 1년간 다녔습니다. 제가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한 작가 책을 세권씩 읽습니다. 물론 학생스스로 작가를 정합니다. 그리고 공통점도 찾고, 작가에 대해서 스스로 리포트도 작성해서 프로젝트를 작성하더군요. 거의 세 네달이 걸리는 수업이었고, 그 후에도 그룹별로 책을 계속 읽고 토론합니다. 정말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강제적인 책읽기보다 호기심, 즐거움을 통한 책읽기 과연 현실에선 이루어 질 수 없는 걸까요? 먼저 선생님들이 하루, 아니 한달에 두페이지라도 읽어주며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주실 수는 없는 걸까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우리 아이들을 꿈꿀 수는 없는 걸까요?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도서목록에 책 제목을 적고 줄거리를 쓰며 부모와 선생님께 사인을 받습니다. 교육감님....강제적인 책읽기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윤기 2009.06.25 18:24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제가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는데...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저는 아이들이 진짜로 책을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틀림없이 책을 좋아하게 될꺼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일하시는 선생님 중에 자신이 읽는 책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선생님이 계시는데요. 아이들이 선생님이 무슨 책을 저렇게 재미있게 보나 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것 아닙니까.

      선생님이 진짜 재미있게 즐겁게 책을 보는 것이 삶의 이부라면 독서교육은 저절로 된다고 생각합니다.

  4. 2009.06.25 16:05 address edit & del reply

    안철수 교수님이 그러더군요. 자식 책읽게 하려면 부모부터 책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어디 교육감님은 얼마나 책을 읽으시나요?

    • 이윤기 2009.06.25 18:37 신고 address edit & del

      제가 만나 뵌 교육감은 아이들에게 책을 꼭 읽히고 싶다는 열정이 강하신 분이었습니다... 다만 자연스러운 독서지도를 넘어서는... 뭔가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이야기가 인증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증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독서교육은 이루어져야겠지요.

  5. 크리스탈 2009.06.25 21:44 address edit & del reply

    독서인증제를 벌써 실시하는 이웃학교 엄마들이
    리스트를 들고 도서관을 순회하는것을 보았습니다.
    책은 한정되어있고 아이들은 많으니 엄마들이 서로 빌리기 위해 난리이더군요.
    역시 또 애들은 가만히 있고 엄마들이 난리였습니다. 대단한 한국 엄마들....

    그리고 1학년 도서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책 수준이 전혀 1학년하고 안맞는 수준의 책이 상당수 있더군요.
    그 리스트를 뽑은 선생님이 그 책을 읽어보시고 리스트에 올렸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윤기님이 제목으로 뽑으신 독서인증제, 교사부터 시키면 어떨까? 가 아니고
    독서인증제, 교사부터 시켜야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ㅎ

    • 이윤기 2009.06.26 09:41 신고 address edit & del

      제 글 읽어주시고...의견까지 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

      벌써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곳이 있었군요.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바뀌지 않으면...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결국은 '학습'의 연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막상 실시되면, 저도 학원가야하는 아이 대신에 도서관가서 책 빌려다주는 부모 대열에 합류하게 될까 두렵네요.

  6. 구르다보면 2009.06.26 02:01 address edit & del reply

    제대로 된 도서관을 이용해본 경험이 없는 교사와 교육감
    그러니 당연히 저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교육행정가들과 교사들에게 독서인증제를 시범실시하고 나서..
    확대해도 늦지 않을 터인데..

    • 이윤기 2009.06.26 09:44 신고 address edit & del

      독서인증제에 포함되는 책는 책을 많이 팔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서관에는 책이 1~2권 밖에 없으니, 대부분 사서 읽어야 되겠네요.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7. 장유면민 2009.06.27 21:14 address edit & del reply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인증제 때문에 선생님들이 벌써부터 애들을 잡다시피 합니다.
    이제 겨우 초등 2학년인 아이한테 주단위로 읽을 책을 정해주고 매주 마다 첵크하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문책"합니다.
    월 단위로 "인증제"프로그램이 달라지면서 저번달에는 한자인증제를 하였는데
    학교 교과과정에도 없는 한자를 그것도 인증제 때문에 아이들에게 대책없이
    외우기만을 강요하고 그나마도 안되는 아이들은 집에도 안보내주고 만점받을때 까지
    집에가지 말라했다더군요.

    얼마전에는 학급홈 경연대회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거의 후려잡았습니다.
    겨우 2학년인 아이들앞에서 교사가 한다는 말이,
    "너희들 왜 학급홈에 들어와서 글 안올리느냐 우리반이 학급홈 경연대회에서 상을 못받으면
    너희들 책임이다"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우리 아이는 집에와서 "엄마가 컴퓨터 못하게 했으니까 엄마가 책임져라"고
    울면서 항의 했습니다.

    매일 책일기와 놀기도 바쁜 아이한테 저녁마다 부담감을 가지고 의무적으로 학급홈에 참여한다는 것이 참 무의미하고 어쩌면 강요된 참여라는 생각에 저는 아이에게 "자율적인 것이니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고 제생각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작 담임은 학급홈 참여가 부진하다고 "책임지라"는 말을 하다니요!!
    그것도, 이제 겨우 2학년인 아이한테 말입니다.
    학급홈 참여의 정확한 의미는 날아가고 담임의 성과주의만 남은 것이지요.
    학급홈 참여를 강요하기 이전에 인터넷을 통한 글쓰기의 영향이 얼마나 큰것인가,
    인터넷상에서의 도덕성이나, 위험성.. 이런것들은 하나도 가르치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담임하고 면담을 했는데 역시나 판에 박힌 말을 하고 (교장의 공약사항이나 따라야 한다는)
    더 기가 찬 것은 일제고사 운운하면서 다음번에는 교육청 단위가 아니라 학교단위로 공개되는데
    "어쩔수 없이" 학교시책에 아이나 학부모가 따라가야 하는것 아니냐며 목소리에 힘을 주더군요.

    그런 선생님들이 바뀌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큰 착각인지..
    좋은 교육여건으로 가는 길이 참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윤기 2009.06.28 13:23 신고 address edit & del

      학교가 이렇게 아이들을 달달 볶는 이유가 뭔가했더니 성적 공개 방식이 바뀌는거군요. 학교 단위로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되면... 학교간 순위가 매겨지겠네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일선 교장들과 교사들이 아이들을 쥐잡듯이 잡고 있는거군요. 생생한 현장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8. Compiztab 2011.05.30 17:15 address edit & del reply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책을 읽을 때의 보상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느끼는 것이 아닌 물질적으로 받는 독서인증제를 평소에 혐호했었는데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그림책 읽기로 장애 극복한 ‘쿠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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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로시 버틀러가 쓴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의 주인공 쿠슐라 요먼은 염색체 이상으로 육체와 정신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입니다.

보지도, 만지지도, 입으로 느끼지도 못하는 모든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이로 태어났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그림책 읽어주기 라는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이지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1997년 스물다섯 살이 된 쿠슐라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육체적, 지적으로 능력이 완전한 ‘정상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쿠슐라의 지적 능력이 완전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때문에 삶에 대한 충족감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쿠슐라는 잘 읽고 잘 쓰며, 컴퓨터로 능숙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 편지를 잘 쓰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지금은 목공 기술을 배운다. 하지만 손을 자유로이 쓰기가 어려워서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 일은 하지 못한다.”(본문 중에서)

스물다섯 살이 된 그녀는 다른 장애인 네 명과 함께 생활하고, 대부분의 집안일을 자신들의 힘으로 꾸려가며, 정원을 가꾸고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도서관, 극장, 교회, 바닷가와 수영장에 가는 걸 즐기며, 아이를 돌보는 일에도 특별한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쿠슐라 스스로, 그리고 그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이 그녀가 가진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마치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장애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쿠슐라가 태어났을 때 두 손에 손가락이 하나씩 더 달려있었고, 뇌혈종으로 인하여 심한 활달에 걸렸으며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에 퇴원하였으나 끊임없이 보채고 숨쉬기를 힘들어하였으며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는 시각과 청각에 이상이 있었고, 이따금 발작성 경련을 일으켰으며 몸무게가 제대로 늘지 않고 귀와 목이 반복적으로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병원 진단 결과 심장에 구멍이 나서 천식이 생겼고 습진성 발진도 생겼으며 콧구멍이 좁아 호흡장애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심각한 장애 있었지만 그림책을 좋아했다.

3개월이 되었을 때 팔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였으며, 머리를 들어 올리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건에 초점도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정상아보다 발육이 훨씬 뒤떨어졌고, 등과 다리는 흐늘거렸으며 자주 비정상적인 경련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쿠슐라의 부모는 누가 봐도 심각한 장애를 가진 어린 쿠슐라에게 4개월째부터 책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때는 쿠슐라가 얼굴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기다. 밤낮으로 깨어 있는 아기와 기나긴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던 끝에 책을 보여 주게 된 것이다. 사실 절망에 빠져 아무것이나 해 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쿠슐라는 책을 보려고 했고 귀 기울여 들었다.”(본문 중에서)

이후 쿠슐라는 요도감염과 신장 수신증, 뇌파이상으로 10주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됩니다.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들은 쿠슐라가 그림과 기호에 흥미를 나타내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뒤부터 깨어있는 긴 시간 동안 그림책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쿠슐라의 어머니는 밤낮 없이 책을 읽어주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9개월 된 아기에게 규칙적으로 책을 보여주는 일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며, 또 다른 이유는 어차피 쿠슐라가 다른 정상아들과 같은 활동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쿠슐라는 어른 무릎에 앉아 등을 기댄 채 읽어 주는 책에서 가장 알맞은 거리에 눈을 두었다. 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주었고, 한 장 한 장씩 책을 쿠슐라의 눈에 가까이 보여 주었다.”(본문 중에서)

<쿠슐라의 그림책 이야기>는 이후 쿠슐라가 3년 9개월이 될 때까지 매시기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과 그 시기에 읽은 그림책의 종류, 그리고 각각의 그림책에 쿠슐라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어떤 책을 더 좋아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정상적 발달을 보이는 아이와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를 비교하여 깜짝 놀랄 만큼 자세히 관찰하여 기록한 책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 날마다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것

 

쿠슐라의 외할머니이기도 지은이 도로시 버틀러가 기록한 쿠슐라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책을 통해 읽어보면, 독자들은 아이가 자라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태어나 조금씩 자라면서 몸을 뒤집는 것, 배밀이를 하는 것, 기는 것, 서는 것, 걷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사건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누구나 다 겪는 이런 과정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늦게 경험하는 쿠슐라 가족들에게는 훨씬 더 경이로운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면서 장애 있는 아이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14개월이면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걷고, 24개월이면 온몸을 조정하여 잘 걷고 달리기도하며 잘 넘어지지 않는데, 쿠슐라는 24개월쯤 되어 뒤뚱거리며 걷게 되었고, 30개월쯤 되어 어색하지만 무난하게 걸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걷는 모습은 특이했다. 몸은 약간 뒤로 기우뚱하고, 팔은 구부러진 채 뒤로 흔들거렸고, 머리는 균형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내밀었다. 넘어질 때 팔을 쓰지 못하고 자세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났다.”(본문 중에서)

어쨌든 다행스러운 것은 쿠슐라가 보통 아이들보다 늦기는 하였지만, 보통 아이들과 비슷한 발달과정을 꾸준히 쫓아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쿠슐라는 똥오줌을 가리는 일도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근육이 약하고 병에 자주 걸리며 방광염에 걸리기 쉬웠으며 신장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들은 쿠슈라에게 배변훈련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33개월쯤에 쿠슐라가 똥오줌을 누는 간격이 길어지자 이제 훈련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쿠슐라는 똥오줌을 조절하는 걸 일주일 만에 다 배웠다.”(본문 중에서)

쿠슐라는 보면, 아이들 성장과정에 있어서 보통이나 평균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아이들 보다 늦다는 것이 아무 의미없는 일이지요. 쿠슐라는 조금 늦게 배웠지만, 겨우 일주일 만에 똥오줌을 가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쿠슐라 사례는 아이들에게는 저 마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때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첫돌이 지나자마자 아이들에게 배변훈련을 시키는 부모들이 있고, 친구나 이웃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발달이 뒤처지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쿠슐라 사례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발달은 무조건 빠를수록 좋다는 오류에 빠져있습니다. 따라서 일찍 피는 꽃만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늦게 피는 꽃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쿠슐라는 보통 아이들에 비하여 모든 것이 늦었지만, 결국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슐라는 늦게 피는 꽃이었지만, 일찍 피는 꽃들과는 다른 아름다운을 지닌 꽃으로 피어난 것 입니다.

<쿠슐라의 그림책 이야기>는 그림책이 아이의 언어 발달과 지능 발달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주로 설명하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그림책이 아이의 삶을 넓혀주고 또한 풍요롭게 해주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방법은 평범해 보입니다. 보지도, 만지지도, 입으로 느끼지도 못하는, 모든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단순히 책을 읽어주었다는 평범한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보통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 하면서도 쿠슐라를 키운 간단하고 평범한 방법을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쿠슐라에게 일어난 일은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사실, <쿠슐아의 그림책 이야기>는 장애아를 위한 이론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모든 아이들에게 소중한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는 차원을 넘어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장점에 주목하고 장점을 발달시키는데 주목할 것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한국 독자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한국의 많은 엄마들이 ‘영어 조기 교육’ 만큼이나 공을 들이는 조기교육이 바로 ‘독서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쿠슐라에게는 지적장애를 극복하고 평범한 삶으로 나아가는데, 그림책이 좋은 도구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쿠슐아에게 육체적인 장애가 없었다면, 그리고 쿠슐라가 신체활동에 더 흥미를 보였다면, 쿠슐라 부모는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쿠슐라는 정신없이 뛰어노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실제로 쿠슐라 부모는 아이가 2년 6월 때부터 꾸준히 수영을 가르쳤고, 쿠슐라가 수영을 잘 배우고 또 즐거워한다는 것에 주목하였다는 것 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녀는 수영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녀의 부모는 그림책이던, 수영이던 중요한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휩쓴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극복하기 위하여 수영을 시작하였는데, 물에 얼굴을 담그지 못하여 ‘배영’부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약, 자유형 - 배영 - 평형 - 접영과 같은 일반적인 순서만 고집하였다면, 세계적인 수영 영웅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무조건 그림책을 읽어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타고 난 특성과 발달에 맞는,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활동을 선택하라고 말 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슐라에게는 그것이 그림책이었던 것뿐이지요.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 10점
도로시 버틀러 지음, 김중철 옮김/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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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 2009.06.11 11:42 address edit & del reply

    구입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아이 입장에서 기다려주고, 또 기다려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주변의 압력이 만만치 않거든요. 점차 변할 것으로 믿어요.

    요즘 책 많이 읽기 열풍이 엄마들 사이에 대단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몇천권을 읽히겠다는 계획을 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하지만 어린시절 줄곧 책에 빠져서 살았던 저는 책 읽기가 온통 좋은 것만 있다고 믿는 건 신화라고 생각하게 됐죠. 옛말에 "아는 게 병"이라고 많은 독서를 통해서 지적 능력과 지식을 쌓지만 그것이 삶을 꼭 풍요하게 해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요.

    님이 글의 후반부에도 쓰셨지만... 책읽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
    그것보다는 아이 입장에서 아이를 양육한 부모, 아름다운 가치관을 가지고 장애를 가진 쿠슐라를 존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봐요. 그게 책읽기라는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통해서 열매를 맺은게 아닐까 하는... 책을 읽어보기 전에 추측해봤어요.

    • 이윤기 2009.06.12 09:22 신고 address edit & del

      제 글을 꼼꼼히 읽고 의견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뉴질랜드 이야기라는 것은 감안하고 책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 많은 그림책을 본문에 인용하고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책이 많거든요.

      제 생각엔 보통 아이들이라면... 책 읽기 보다 흠뻑 뛰어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순천만 갈대밭, 초록빛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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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에 이어 두 달만인 4월 25일(토)에 순천만 생태공원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찾아가는 학습모임 - 풀뿌리 운동 사례탐방' 둘째 날, 순천만 생태공원 답사가 있었습니다.

올 해 순천을 두 번 다녀오면서 관련된 글을 여러 번 포스팅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이 순천 '주민자치운동 사례탐방'관련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제때하지 않아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렸지만, 카메라에 담긴 순천만 갈대밭에 봄이 찾아오는 모습을 소개해드립니다. 4월 25일(토) 오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초록빛을 띠며 새순이 올라오는 갈대가 싱그러운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색이 바랜 여기는 작년부터 있었던 갈대숲입니다. 사이사이에 푸른 새순이 보입니다.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였지만, 봄이 되니 짱뚱어가 많이 눈에 뛰더군요. 목도를 따라 걸어가며, 아래를 자세히 내려다보면 금새 '장뚱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갈대 군락의 모습이 겨울과는 많이 다릅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처럼 되어있습니다.


생태계 보존을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순천만 갈대밭에 유람선이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배가 지나가며 생기는 저 물결이 참 보기 좋습니다.
지금 처럼, 디젤엔진을 이용하지 않고 전기동력을 이용하는 배가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올 여름과 가을에 한 번씩 더 가면, 순천만의 사계절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은 먹었는데,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순천하면... 굉장히 먼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자동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전라남도, 경상남도 이렇게 나누어놓은 행정구역상의 경계가 사람의 마음도 멀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마산에서 울산 가는 거리와 비슷한데, 심리적인 거리는 그 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묘합니다. 올 해 순천엘 두 번이나 다녀오고나니 그 마음에 거리가 굉장히 좁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여름에도 한 번, 가을에도 한 번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름에는 비가오는 날,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순천만은 어느 계절에가도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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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르다보면 2009.05.15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사진이 예사롭지 않다하고 클릭 했는데..ㅎㅎ

    • 이윤기 2009.05.15 10:38 신고 address edit & del

      예사롭지 않은 사진은 이필구 간사가 찍은 사진들이죠. 제 사진을 평범...하지요.

      시민운동가를 위한 지역 운동 사례 탐방이 올 해 두번 더 있어요. 담엔 함께 가시지요.

시민은 항상 옳다, 순천시 자치헌장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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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주민차치 헌장
제 1조 시민은 항상 옳다.
제 2조 시민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제 1조를 다시 보라.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 순천시 주민자치 헌장입니다.  감동적인 문구 아닌가요?

이런, 구호를 내거는 자치단체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호를 현실로 구현하는 자치단체는 많지 않습니다. 순천시 주민자치헌장이 돋 보이는 것은 말로만, 구호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천 사례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앞서 밝힌 것 처럼 저는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 순천시의 주민자치 사례를 공부하러 올 해만 벌써 두 번이나 순천을 다녀왔습니다. 한 번은 저희 단체 회원들과 한 번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풀뿌리 주민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순천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동네 상상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만든 '마을 보물지도'


주민자치 운동 모범 사례 배우기

순천시는 지난 3~4년 동안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주민자치센터 운영, 풀뿌리 주민운동 등과 관련하여 각종 상을 휩쓸면서 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순천시가 주민자치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주민자치센터 설치가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순천시는 "시민은 항상 옳다"는 구호를 내 걸고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자치역량을 강화하려고 하였지만, 오랜 관행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 금새 두터운 벽을 만나게 됩니다. 시는 기구를 바꾼다고 자치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한 후 주민자치 운동을 함께 전개 할 파트너로 시민단체를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순천시와 시민단체(YMCA, YWCA, KYC, 그린순천21)과 함께 민관협력을 통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시와 시민단체의 모색과정을 통하여 2005년 3월부터 주민자치위원을 학습하기 위한 주민자치 대학을 개설하였습니다. 

당시 광주에서 진행 중이던 '좋은동네 시민대학'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순천 지역에 맞는 '주민자치대학'으로 정착시켰다고 합니다. 시민단체와 협력을 시작한 순천시는 2006년까지 시내 모든 동 지역에서 주민자치대학을 개최하게 됩니다.

순천시의 행정적 지원과 예산지원, 시민단체의 헌신적인 프로그램 진행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주민자치대학의 성과가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승화되기 시작합니다. 주민자치대학을 통해 이루어진 학습모임을 실천으로 연결시킨 것이 바로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좋은 동네 만들기 공모사업은 공모 주체들의 의도와 달리 꽃길 가꾸기, 소공원 만들기와 같은 단기적 성과를 만드는 환경개선 사업에 치우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 순천 주민자치 운동의 숨은 일꾼 이원근(교수), 양효정(공무원), 김석(시민운동가)

 
10년 후 우리 동네 상상 프로젝트


주민자치 대학 ->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로 이어 온 순천의 주민자치운동은 2007년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10년 후 우리동네 상상 프로젝트' 만들기가 바로 그것 입니다. 현장 견학과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상리더 과정', 마을 순회 교육으로 진행된 '마을 비전 과정'으로 나누어진 '우리 동네 상상 프로젝트'는 10년 후 우리 동네의 비전을 만드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순천시가 세운 '희망 순천 2020'과 거대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참여하여 우리 동네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 상상 프로젝트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토대로 하는 핵심 일꾼들을 중심으로 상가번영회, 통장협의회, 새마을협의회, 부녀회, 경로당, 초등학교, 지역원로들이 모두 참여하여 '마을 비전'을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런 과정를 통하여 마을 일꾼들은 우리 동네 보물(자원)을 찾아내고, 우리 동네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 문화, 감성, 인적네트워크들을 엮어 마을 보물지도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우리마을이 가진 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토론하고 계획을 세움으로써 기존의 단발적인 '마을만들기' 활동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진행되는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순천시가 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가 된 것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선심성 사업 때문이 아니라 주민의 자치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과 그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된 자치 역량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치 역량을 가지 훈련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10년 후를 내다보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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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디 2009.05.12 18:08 address edit & del reply

    예전에 순천에 여행을 간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변화하고 있네요.
    멋집니다. 10년 후 다시 한 번 여행 가고 싶습니다.^^

    • 이윤기 2009.05.13 09:02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공장을 유치해야만 도시가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꼭 순천에 한 번 가봐야합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여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순천만이고, 주민이 참여하는 '자치'도 배울점이 많습니다.

  2. 항상 옳다고요? 2009.05.13 16:23 address edit & del reply

    시민중에서도 어거지 생떼 부리는 사람도 많은데요?

  3. 선인장^^ 2009.05.14 19:24 address edit & del reply

    수준낮은정치, 경제위기, 부동산, 교육, 환경 등등, 한국사회가 가진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가 지역, 지역자치라고 생각합니다. '주민자치'라니 더더욱 멋지네요. 순천시 '주민자치'에 대한 글들 더욱 많이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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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자치 1번지 순천의 힘, 작은 도서관

자동차로 2시간이 안 걸리는 순천은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먼 곳 입니다. 생활네트웍과 인적네트웍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 년 동안 한 번도 방문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순천을 올 해는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지난 2월에 제가 일하는 단체 회원들과 순천에 다녀온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보스팅한 것이 인연이 되어, 4월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찾아가는 학습모임 - 풀뿌리 운동 사례탐방' 프로그램으로 순천을 다시 찾았습니다.

순천은 앞서 소개한 순천만 갈대밭(생태공원)도 유명하고, 낙안읍성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대한민국 주민자치를 대표하는 도시로 또한 유명합니다.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하여 주민들의 풀뿌리 자치역량을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어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순천시와 시민단체가 손을 잡고 주민들을 교육하고, 선진지를 견학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들어서 성숙된 자치역량을 바탕으로 주민 참여를 높여 주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살기좋은 마을만들기가 활성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인정 받아 중앙정부로부터 상도 많이 받고 특별예산도 지원 받아서 여러가지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4~2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이번 학습모임은 바로 순천의 주민자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배우는 현장연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연수에는 순천마을만들기 사례연구와 더불어 구체적 사례 견학으로 순천 상상프로젝트(시끌벅적 도시디자인 사례)견학과 녹색실버가게, 작은 도서관 견학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작은도서관 견학은 주민자치 1번지 순천의 숨은 저력을 발견하게 하는 놀라운 사례였습니다.

인구 40만인 제가 사는 도시에는 시와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모두 4개의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27만인 순천에는 모두 4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 입니다. 그 중에 36개 작은 도서관은 모두 동네마다 있는 주민밀착형 마을도서관이라는 것 입니다.

순천시는 인구 7000명당 도서관 1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평균보다 8배나 많고, 보유 장서도 52만권에 달하여 시민 1인당 1.9권으로 전국 1위라고 합니다. MBC TV를 통해 유명했던 '기적의 도서관 1호'가 순천시에 건립 된 것도 아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순천시는 2010년에 시내 도서관을 51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입니다.

저희 일행은 순천시 장천동에 있는 마을 도서관, '작은 나무 도서관' 을 방문하였는데, 2004년 11월에 문을 연 비영리 사립문고였습니다. 작은 나무 도서관은 아이들과 책을 읽는 것이 좋아 10여년 동안 자비로 운영해온 저력있는 마을 도서관이었습니다.

5천 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문화활동을 펼치는 작지만 알찬 운영을 하고 있는 곳 이었습니다. 책읽어주기, 4계절 책놀이, 어린이 철학교실, 청소년 문학읽기, 빛그림 영화상영, 동네 책문화 잔치, 좋은 책 전시, 활동작품 전시, 작가초청, 문학기행 등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순천 마을만들기 사례연구 답사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작은도서관의 저력을 느낀 것은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도서관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답사 둘째 날, 점심식사를 하러 순천시 중앙동의 골목길을 걸어서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한옥글방 도서관을 만났습니다.

한옥글방 도서관은 원래 한정식집이었던 곳을 개인이 도서관으로 바꾸었다는 것 입니다. 참 아름다운 공간을 도서관으로 꾸며놓아 보는 이들을 모두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간판에 씌어진 것 처럼 '책과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겠더군요.

두 곳의 도서관을 보면서 '주민자치 1번지' 순천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보았습니다. 지금 연간 수 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순천만 생태공원은 십수년전 순천시가 매립계획을 세웠을 때, 순천시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쳐 지켜낸 곳 입니다.  불과 십여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지요.

또한, 순천시는 몇 년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상경마장 설치 반대 운동에 성공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전국의 여러 도시에 합법적인 도박장인 화상경마장을 설치하였지만, 유독 순천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계획을 철회한 곳이이도 합니다.

자신이 사는 도시와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 뿐만 아니라 좋은 환경을 보존하고 지켜내며, 도박장 설치 반대를 관철 시킨 순천 시민들의 자치역량은 결국 마을마다 뿌리 내린 작은 도서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마을 도서관을 중심으로 펼치는 독서활동을 중심에 두는 다양한 사회교육이 주민들의 자치 역량을 성장을 거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큰 도서관 대신에 마을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순천을 있게 한 저력 중 하나였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입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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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 [블로그 뉴스] - 햇빛 전기 팔아서 한 달에 2천만원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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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8 - [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 1박 2일에도 나온 남도 여행의 별미 꼬막
2009/03/04 - [여행 연수] - 재미! 상상력! 시끌벅적 도시디자인 '순천'
2009/02/28 - [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 남도여행의 별미 장뚱어탕
2009/02/27 - [여행 연수] - 밤이 더 아름다운 순천만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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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14:43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귀감이 되는군요.

    • 이윤기 2009.05.11 08:33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자치단체들이 '구호'로 외치는 책 읽는 도시와은 다른 저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땅다람쥐 2009.05.09 16:09 address edit & del reply

    대전도 순천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

    • 이윤기 2009.05.11 08:34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대전도 책 읽는 도시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니 대전 뿐만 아니라 책 많이 읽는 나라가 되면 더 좋겠습니다.

  3. 구르다보면 2009.05.10 02:50 address edit & del reply

    마을도서관보다..우선 단체장이 중요합니다.

    • 이윤기 2009.05.11 08:35 신고 address edit & del

      순천 사례를 보면, 단체장이나 시의 의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개인들이 모여서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저력이 깔려있는 것 같더라구요

  4. 흙장난 2009.05.10 10:49 address edit & del reply

    돈 많은 도시 창원도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가능한 일이라 보여지는데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순천에 이렇게 많은 도서관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좋은 포스팅 고맙습니다.

    • 이윤기 2009.05.11 08:39 신고 address edit & del

      돈은 많은지 몰라도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라...그런지 도시에 대한 '애정'이 덜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창원시를 바라보며... 뭘 해달라고만 하거든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순천과 비교해보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순천은 역사가 있는 도시잖아요.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순천에 살았거든요. 순천이라는 도시에 가족의 삶이 베어있지요.

      이런 점이 창원은 좀 다른 것 같아요.

  5. 상오기 2009.05.11 09:47 address edit & del reply

    순천이 인구에 비해 도서관이 많이 있는 도시였군요 ^^
    5분 거리에 큰 도서관이 있는데 이용해본지 오래 되었네요
    오랫만에 도서관에서 책 빌려 봐야 겠네요 ^^

책 읽는 아이는 마법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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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황선미가 쓴 <처음가진 열쇠>

<처음가진 열쇠>는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선생님이 쓴
동화책입니다.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앞서 나온 책들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황선미 선생님 작품이라 굳이 말이 필요 없는, 따로 서평이 필요 없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황선미 선생님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잘 드러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자꾸만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끌어가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는 말라깽이 명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꾸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책의 배경이 1975년이고, 주인공인 명자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1975년에 저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 명자이야기에 제 어린 시절이 자꾸 겹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학년이 된 명자는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다가 이제 조금 차도를 보이고 있다. 새 학기가 되어 반장인 도영이가 추천을 해서 폐결핵도 다 낳지 않았고, 학교를 마치면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지만 끝내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육상선수로 뽑혔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말라깽이가 되었지만 명자는 달리기만 시작하면 쌩쌩이가 되는 다리 때문에 코치 선생님도 친구들도 명자가 아프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명자는 가난한집 맏딸이라서 집안일도 거들어야 하고, 달리기 연습도 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등교 시간에 쫓겨서 숨이 깔딱 깔딱할 때까지 학교로 뛰어가고, 하교시간에는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 다되면 죽을힘을 다해 집으로 뛰어갔으니 달리기가 생활이었던 셈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책이 가득한 신기한 교실을 발견하고부터 명자는 허기를 채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대면서 차츰 차츰 '마법'에 걸립니다. 마법에 걸린 명자에게 도서실을 운영의 책임을 맡으신 '얼굴이 동그란 아줌마 선생님'은 도서실 열쇠를 맡아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와서 도서실 문을 열어 놓고, 저녁때는 잠그고 가고, 아이들이 보던 책은 정리하는 일입니다.

글쎄요. 선생님께,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지시나 명령이라도 싫지 않았을 터인데. 더군다나 명자는 난생 처음으로 '제안'이란 걸 받게 됩니다. 선생님께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이런 비슷한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명자의 기분이 얼마나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좋았을지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새벽 일찍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 때문에 늘 일찍 일어났고 학교에도 가장 먼저 갔습니다. 학교 전체에서 가장 먼저 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늘 가장 먼저 학교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되신 선생님이 저에게 교실 문을 열고 닫는 책임을 맡기셨을 때, 마치 선생님이 교실을 몽땅 저한테 맡겨주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며 행복했던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모님은 학교공부만 열심히 하고, 시험 점수만 좋으면 되는 줄 아셨기 때문에 저도 명자 또래가 될 때까지 제대로 책읽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육영수씨가 대표였던 육영재단에서 만든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를 정기구독 하도록 권하시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덜컥 손을 들었다가 낭패를 본 기억도 나고 문교부에서 정해놓은 무슨 옛날 이야기책을 읽고 독후감 방학숙제를 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제가 명자처럼 책읽기에 빠져든 건 초등학교 4학년이 된던 해, <새소년>이라는 어린이 잡지책을 만들어내던 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칼라북스(기억이 정확하다면) 전집 중에서 독후감 숙제를 위해 <15소년 표류기>와 <로빈훗의 모험>을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

수 백번은 족히 읽었지 싶습니다. 제가 읽은 모든 책을 통틀어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저도 밤이 늦도록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자처럼 마법에 걸린 저는 5학년이 되면서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사는 책이 많았던 부자 친척집 책을 몽땅 읽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 집에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따로 다 방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책만 가득한 방도 따로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재라고 부르더군요.

큰방에 가득한 책들 중에 제가 읽을 만한 책은 몽땅 읽어치웠는데, 지금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20권쯤 되는 전집 중에 우주에 대한 공상과학소설 같은 것을 본 듯합니다.

점점 마법에 깊이 빠져들어 6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교 도서실을 명자처럼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이때는 도서실에 요즘처럼 새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새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자꾸만 생겼고, 마침내 마음을 누를 수 없어 저금통장을 털어버렸습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아 놓은 저금통장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중학교 갈 때 찾아서 쓸 거라고 하셨는데, '지름신'이 내려서 그만 질러버렸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선생님에게서 인지 모르지만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제 돈을 털어 책을 사고 혼쭐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명자처럼 책을 읽으며 수없이 여러 번 마법에 걸려보았지만, 이 세상 아이들을 몽땅 마법에 빠뜨리는 황선미와 같은 훌륭한 '마법사'는 되지 못하였습니다.

명자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 세상아이들을 몽땅 마법에 빠뜨릴 수 있는 멋진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책 속에 그 해답이 있답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건, 가난한 게 아니다. 구박 받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픈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걸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본문 중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아마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고 코치 선생님께 육상부를 그만 두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도서실 선생님에게도 열쇠를 맡겠다고 용기를 내서 말하였기 때문에 행복해 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 가진 열쇠>에서 4학년인 명자는 잘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것을 놓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꼭 하고 싶은 것을 선택을 합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나는 수도 없이 생각했다. 잘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달라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본문 중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훗날 명자는 세상의 많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같은 많은 어른들마저도 ‘마법’에 걸리게 하는 탁월한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애를 바쳐 할 수 있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가진 열쇠>(황선미 글·신민재 그림·웅진주니어·134쪽·7500원)
 

처음 가진 열쇠 - 8점
황선미 지음, 신민재 그림/웅진주니어(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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