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책 읽는 아이는 마법에 걸린다.

[서평]황선미가 쓴 <처음가진 열쇠>

<처음가진 열쇠>는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선생님이 쓴
동화책입니다.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앞서 나온 책들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황선미 선생님 작품이라 굳이 말이 필요 없는, 따로 서평이 필요 없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황선미 선생님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잘 드러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자꾸만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끌어가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는 말라깽이 명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꾸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책의 배경이 1975년이고, 주인공인 명자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1975년에 저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 명자이야기에 제 어린 시절이 자꾸 겹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학년이 된 명자는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다가 이제 조금 차도를 보이고 있다. 새 학기가 되어 반장인 도영이가 추천을 해서 폐결핵도 다 낳지 않았고, 학교를 마치면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지만 끝내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육상선수로 뽑혔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말라깽이가 되었지만 명자는 달리기만 시작하면 쌩쌩이가 되는 다리 때문에 코치 선생님도 친구들도 명자가 아프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명자는 가난한집 맏딸이라서 집안일도 거들어야 하고, 달리기 연습도 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등교 시간에 쫓겨서 숨이 깔딱 깔딱할 때까지 학교로 뛰어가고, 하교시간에는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 다되면 죽을힘을 다해 집으로 뛰어갔으니 달리기가 생활이었던 셈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책이 가득한 신기한 교실을 발견하고부터 명자는 허기를 채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대면서 차츰 차츰 '마법'에 걸립니다. 마법에 걸린 명자에게 도서실을 운영의 책임을 맡으신 '얼굴이 동그란 아줌마 선생님'은 도서실 열쇠를 맡아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와서 도서실 문을 열어 놓고, 저녁때는 잠그고 가고, 아이들이 보던 책은 정리하는 일입니다.

글쎄요. 선생님께,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지시나 명령이라도 싫지 않았을 터인데. 더군다나 명자는 난생 처음으로 '제안'이란 걸 받게 됩니다. 선생님께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이런 비슷한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명자의 기분이 얼마나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좋았을지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새벽 일찍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 때문에 늘 일찍 일어났고 학교에도 가장 먼저 갔습니다. 학교 전체에서 가장 먼저 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늘 가장 먼저 학교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되신 선생님이 저에게 교실 문을 열고 닫는 책임을 맡기셨을 때, 마치 선생님이 교실을 몽땅 저한테 맡겨주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며 행복했던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모님은 학교공부만 열심히 하고, 시험 점수만 좋으면 되는 줄 아셨기 때문에 저도 명자 또래가 될 때까지 제대로 책읽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육영수씨가 대표였던 육영재단에서 만든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를 정기구독 하도록 권하시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덜컥 손을 들었다가 낭패를 본 기억도 나고 문교부에서 정해놓은 무슨 옛날 이야기책을 읽고 독후감 방학숙제를 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제가 명자처럼 책읽기에 빠져든 건 초등학교 4학년이 된던 해, <새소년>이라는 어린이 잡지책을 만들어내던 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칼라북스(기억이 정확하다면) 전집 중에서 독후감 숙제를 위해 <15소년 표류기>와 <로빈훗의 모험>을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

수 백번은 족히 읽었지 싶습니다. 제가 읽은 모든 책을 통틀어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저도 밤이 늦도록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자처럼 마법에 걸린 저는 5학년이 되면서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사는 책이 많았던 부자 친척집 책을 몽땅 읽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 집에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따로 다 방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책만 가득한 방도 따로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재라고 부르더군요.

큰방에 가득한 책들 중에 제가 읽을 만한 책은 몽땅 읽어치웠는데, 지금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20권쯤 되는 전집 중에 우주에 대한 공상과학소설 같은 것을 본 듯합니다.

점점 마법에 깊이 빠져들어 6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교 도서실을 명자처럼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이때는 도서실에 요즘처럼 새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새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자꾸만 생겼고, 마침내 마음을 누를 수 없어 저금통장을 털어버렸습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아 놓은 저금통장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중학교 갈 때 찾아서 쓸 거라고 하셨는데, '지름신'이 내려서 그만 질러버렸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선생님에게서 인지 모르지만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제 돈을 털어 책을 사고 혼쭐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명자처럼 책을 읽으며 수없이 여러 번 마법에 걸려보았지만, 이 세상 아이들을 몽땅 마법에 빠뜨리는 황선미와 같은 훌륭한 '마법사'는 되지 못하였습니다.

명자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 세상아이들을 몽땅 마법에 빠뜨릴 수 있는 멋진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책 속에 그 해답이 있답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건, 가난한 게 아니다. 구박 받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픈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걸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본문 중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아마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고 코치 선생님께 육상부를 그만 두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도서실 선생님에게도 열쇠를 맡겠다고 용기를 내서 말하였기 때문에 행복해 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 가진 열쇠>에서 4학년인 명자는 잘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것을 놓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꼭 하고 싶은 것을 선택을 합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나는 수도 없이 생각했다. 잘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달라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본문 중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훗날 명자는 세상의 많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같은 많은 어른들마저도 ‘마법’에 걸리게 하는 탁월한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애를 바쳐 할 수 있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가진 열쇠>(황선미 글·신민재 그림·웅진주니어·134쪽·7500원)
 

처음 가진 열쇠 - 8점
황선미 지음, 신민재 그림/웅진주니어(웅진닷컴)






Trackback 0 Comment 0
[웹툰] 中二病⑨, 초딩 때부터 날 괴롭히던 아이들...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10/15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⑧, 친구 신발을 빼앗은 까닭? 2019/10/04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⑦, 그날 이후...친구를 괴롭히게 된 까닭..

코리아닷컴 휴면계정 해제...3300원?

여러분은 이메일을 언제부터 사용하셨나요? 제가 보관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메일은 2001년 11월 6일에 받은 김근태 캠프에서 받은 '사발통문' 단체 메일입니다. 코리아닷컴이 2000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기..

창원시민이 인천e음 카드 발급한 까닭?

최대 10% 할인에 캐시백 3~10%...가맹점 99%, 결제는 카드처럼...안쓸 이유 없어 '인천e음 전자상품권' 한 마디로 이거 대단한 물건(?)입니다. 제가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지금까지 살펴 보고 설명을 들은 '인천e..

쿠팡 2900원 자동 결제...조심 !

지난 월요일(10월 4일) 우연히 통장 정리를 하다가 <쿠팡와우 월회비> 2900원이 제 통장에서 출금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저는 쿠팡와우 회원이된 기억이 없는데, 너무 황당한 일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쿠..

[웹툰] 中二病⑧, 친구 신발을 빼앗은 까닭?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10/04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⑦, 그날 이후...친구를 괴롭히게 된 까닭 2019/09/30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

맥주가 없었어도...종교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면서 유럽 역사와 맥주 강연을 들었습니다. 물론 실화입니다. 지난여름 끝자락 어느 날 아침 9시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체코 맥주를 마시며 목사님의 아침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른바 맥덕 목사로 불린다는 고상균..

[웹툰] 中二病⑦, 그날 이후...친구를 괴롭히게 된 까닭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09/30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일을...엄마가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일을...엄마가 ▶[웹툰] 中二病 연재..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일을...엄마가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09/24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⑤,효인이 한테 미안해서... 2019/08/12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④, 효인이 떠난 빈 자리 2019/08/08..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탔던 아버지

[필부의 인생 기록④] 아버지가 남긴 유산 '낡은 자전거 3대' '부전자전'이란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블로그 포스팅 때 꼼꼼한 기록 습관을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와 자전거' ..

[웹툰] 中二病⑤,효인이 한테 미안해서...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08/12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④, 효인이 떠난 빈 자리 [웹툰] 中二病, 효인이 떠난 빈 자리 이 웹툰은 "경상남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한..

아버지가 자신의 노동을 기록으로 남긴 까닭?

기록 습관을 유산으로 물려 준 아버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다가 1980년 무렵부터 꾸준히 써온 아버지의 작업일지(메모)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작업 메모를 보면서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했던 당신의 고된 노동의 흔적을..

고장난 일체형PC...그냥 버리지 마세요

구입한 지 3~4년쯤 지난 일체형 컴퓨터가 고장났습니다. A/S를 신청했더니 출장 나온 기사가 "메인보드가 나갔는데, 부품 보유기간이 지나서 메일보드 교체를 해드릴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사용하던 23..

노트북 CD로 외장 CD-ROM 조립하기

YMCA에서 사용하던 일체형 컴퓨터가 고장 났습니다. A/S센터에 가져 갔더니 메인보드가 나갔는데, 부품 보유기간이 지나서 수리가 안된다고 하더군요. 메인보드 빼고는 모두 멀쩡한 컴퓨터를 그냥 폐기처분 하기는 아깝고 아쉬워 재..

애플워치4 액정 커버...품질은 광고와 달랐다

애플워치 액정 보호 커버 고르기 쉽지 않네요 풀박스로 된 새것 같은 중고 애플워치4를 구입하고 나서 액정 보호 필름 부착에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경험하였습니다. 오랫 동안 아이폰(4, 6)을 사용하면서 액정보호 필름은 아무거나 ..

당신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작은 집 한 채

아버지 인생 이야기 첫 번째 기사는" 입원을 거부하고 '집에서 죽고 싶다'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임종을 맡이하는 대신 내가 살던 집에서 아내와 자식들의 배웅을 받으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다던 마지막 소..

집에서 죽고 싶다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1940년 6월 8일에 태어나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제 아버지의 삶을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아버지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셨고, 세상 사람들이 기억 할 만한 남다른 삶을 살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식이..

중고나라, 카톡으로 유도하면 99%사기꾼

중고나라,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는 사기꾼 감별법?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3주 동안 인터넷 중고나라에 자주 들렀습니다. 아이폰과 연동하여 사용하던 다소 허접한 어메이즈빕핏이 뚜껑(?)이 열리는 참사로 액정 전체가 분리되는 바..

메이란(Meilan)M1과 함께 달린 자전거 국토순례

7월 28일부터 창원을 출발하여 8월 3일 임진각까지 608km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공식 기록은 메이란(Meilan) M1 속도계 컴퓨터를 사용하였습니다. 달리 공식 기록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매일매..

국토순례 자원봉사하러...라오스에서 휴가내고 귀국?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기⑩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7박 8일 간의 한국YMCA 청소년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연재를 마무리 하면서 전국에서 참가한 150명 중 특별한 참가자들을 소개합니다. 2005년..

폭염 속 자전거 국토순례...PET병 소비90% 줄였다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기⑨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는 총 7박 8일 동안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608km 자전거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앞서 한 번 소개하였듯이 이번 청소년 통일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