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책속의 길도 지도가 있으면 쉽게 찾는다

by 이윤기 2010. 8. 16.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서평]안상헌이 쓴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매년 가을이면 여러 매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웃나라에 비하여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염려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1인당 독서량 같은 통계자료를 비교해 보여주면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소통해보면 적지 않은 독서광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마이 뉴스 책동네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시민기자들 대부분이 독서광입니다. 그들에게 독서는 습관보다 더 무서운 버릇입니다.

저 역시 책을 좋아합니다. 어디를 가도 책을 가져가지 않으면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듭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가도 책을 가져가야 하고 지리산을 가도 책을 가져가야하고 다음에 히말라야를 가도 책을 가져갈 생각입니다.

언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워낙 책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갔는데, 마침 읽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지갑에 있는 ‘주민등록증’ 꺼내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 분 만큼은 못되지만 아무튼 저 역시 책읽기를 즐겨합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강호의 고수를 만났습니다. <생산적 책읽기 50>이라는 책을 쓴 안상헌이라는 독서광입니다. 직접 만난 것은 아니고 그가 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와 저를 서로 잘 아는 지인이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2~3년쯤 전에 사둔 책인데 사무실 책장 사이에 꽂혀있는 것을 잊고 지내다가 올 봄에 다시 찾아냈습니다. 사무실을 옮기지 않았다면 더 오랫동안 잊고 지냈을지도 모르는데, 다시 만났으니 소중한 인연이지요.

사무실에서 집으로 가져온 이 책을 아직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전 여름밤에 단숨에 읽었습니다. 책 좀 읽는다고 하는 제가 놓치고 있던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적 책읽기, 나만의 길 찾기

저자는 책 읽기의 지침 50가지를 4부로 분류하였는데, ‘책 읽기 이렇게 하라’, ‘책읽기 이렇게 하면 안된다’, ‘지름길 독서 입장을 바꿔보면 책읽기가 쉬워진다’, ‘책읽기 그 속에 길이 있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책을 읽고 저는 이 책의 50가지 지침을 제 마음에 와 닿는 순서대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저자가 알려준 지침 중에서 제 마음에 와 닿은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1. 언제나 책을 들고 다녀라
2.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만들어라
3. 자신만의 밑줄을 그어라
4. 세상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을 선택하라
5. 독서의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아가라
6.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
7. 책읽기로부터 스스로를 퇴직시키지 말라

우선 제일 먼저 가려 뽑은 일곱 가지 지침은 저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고,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밑줄을 긋기 위하여 도서관에서 빌려보기 보다는 책을 사서 봅니다.

읽은 책의 절반도 못쓰지만 좋은 책은 서평을 써서 쌓아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있습니다. 책 읽기는 사는 날 동안 계속하리라는 생각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책을 버릇처럼 읽으면서도 생산적 책읽기를 위한 다음과 같은 노하우들은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 타인에게 설명하듯이 읽어보라
2. 자기가 읽은 내용을 남들에게 들려줘라
3. 나와 연관시켜 책의 내용을 정의 내려 보자.
4. 키워드를 잡아라.
5. 중요한 내용은 외워라
6. 외워야 할 책과 넘어가야 할 책을 구별하라
7.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읽어라
8. 책에게 정성을 주고 삶의 지혜를 받아내라
9. 많이 읽고 많이 쓰라
10. 빨리 읽으려고 애쓰지 마라

타인에게 설명하듯이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은 독서토론을 할 때마다 깨닫지만, 읽고 누군가와 토론하는 책이 아니면 자꾸 이 지침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두 번째로 골라낸 10가지 지침의 장점은 독서토론을 해보면 대부분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은 외워라

이 중에서도 특히 유익하다고 생각된 지침은 “중요한 내용은 외워라”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도 누군가에게 그 책을 소개할 때마다 제가 받은 감동만큼 말로 전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요즘 새로 읽는 책들은 가장 감동적인 구절을 찾아 책날개에 메모를 하고 외워보는 노력을 시작하였습니다.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 한 구절이라도 외우는 버릇을 들이려는 것입니다.

가려 뽑은 지침들 가운데 다음에 소개하는 것들은 어려운 책을 잘 읽기 위한 비법(?)같은 것들입니다. 책을 읽다가 어렵고 난해한 책을 만나면 여간 난감하지 않습니다.

1. 저자의 입장에서 읽어보라
2. 책 한 권마다 나만의 동기부여를 하라
3.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에 귀 기울여라
4.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하라
5. 새로운 정보를 위해 머리를 비워두라
6.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마라

제가 그동안 읽은 책 중에 가장 난해하였던 책은 오에 겐자부로가 쓴 <책이여 안녕>입니다. 작가의 명성만 듣고 고른 책인데 제가 속해 있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읽는 ‘이달의 도서’로 선정하였다가 낭패를 보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책을 끝까지 읽은 회원은 딱 한 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읽은 부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책이었습니다. 무슨 어려운 전공서적도 아닌 소설책을 읽으면서 이런 경험을 한 것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혹시 번역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아무튼 이런 책은 저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동기부여도 힘들더군요. 이런 책을 만났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마라’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

최근에는 나쓰메 소세키 전집 두 권을 읽고 있는데, 역시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강상중 교수가 쓴 책 <고민하는 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작가가 살아간 시기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하였지만 동시대인도 아니고 외국인의 경우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같은 책을 읽어도 얻는 것은 다르니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내공을 쌓아가고 다른 삶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안상헌은 책을 통해 창조성, 다양한 가치를 배우고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책에서 창조성을 끌어내라
2. 다양한 가치를 찾아내라
3. 책 읽기로 세상살이의 내공을 쌓아라
4. 책 속에서 제 2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단을 찾아라
5. 모든 책에는 배울 것이 있다
6. 눈높이에 맞는 책으로 자기를 충전하라

아울러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골라 자기를 충전하라고 충고한다. 그냥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는 삶의 충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제가 책을 고르는 기준도 비슷합니다. 재미도 있지만 의미 있는 책이 저의 기준입니다. <스콧니어링 자서전>은 저의 삶을 충전시켜주는 대표적인 책입니다.

많이 읽었으면 글쓰기에 도전하라

1. 많이 읽었으면 글쓰기에 도전하라
2. 훌륭한 독자는 또 하나의 저자가 된다.

‘많이 읽었으면 글쓰기에 도전하라’는 지침은 50가지 지침 중에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머릿속의 내용들이 정리되어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야 머릿속의 내용들이 정리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와 반대로 생각해왔다. 이런 착각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한 것이다. 아니 글을 쓸 생각을 못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팬을 들도 아무종이에나 한번 긁적여보는 것이다.”

저 역시 어렴풋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은 책을 읽는 동안에 머릿속에 어떤 서평을 써야겠다고 하는 것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는 책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지만 아무것도 정리되는 것이 없는 책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서평을 쓰는 일이 참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뭔가 머릿속에서 정리될 때를 반복해서 읽어도 아무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선 책제목만 적어놓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의외로 읽었던 내용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술술 정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해 나만의 책 세 권을 골라보라

<생산적 책읽기 50>에 나오는 지침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나만의 책 세 권을 골라보라’입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10년 최고의 책을 선정하는 기획이 있었습니다. 패널 설문에 참여한 저도 3권의 책을 추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난 10년 동안 제가 읽은 책 중에서 딱 세권을 뽑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은 책인데 딱 세권은 참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고민 끝에 제가 추천한 책은 <88만원 세대>, <당신들의 대한민국>, <좁쌀 한 알>입니다.

앞의 두 권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 10권에 포함되었더군요. 장일순 선생님의 일대기를 정리한 <좁쌀 한 알>은 최고의 책 10권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하는 책입니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은데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한 이현주 목사께서 집에 쌓아두었던 책을 모두 없애버리고 두고두고 펼쳐 볼 몇 권의 책만 남겼는데, 모두 ‘경’자 붙은 책들만 남았다고 하더군요.

저자는 안상헌은 ‘타임머신’이라는 영화를 보며 미래로 가지고 갈 책 세 권을 고민해보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 3권을 골라볼 생각입니다.

50번째 지침, 자기만의 독서법을 써보라

안상헌이 권하는 생산적 책읽기의 쉰 번째 지침은 ‘자기만의 독서법을 써보라’입니다. 저의 독서법은 이렇습니다. 책은 마음가는대로 읽습니다. 한꺼번에 여러권의 책을 읽습니다. 집에서 읽는 책, 사무실에서 읽는 책, 가방에 넣고 다니는 책이 있습니다.

어려운 책(혹은 잘 넘어가지 않는 책)과 쉬운 책(술술 읽히는 책)을 번갈아 가면서 읽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 두 권을 들고 2주 넘게 고전을 하면서, 술술 넘어가는 책 히말라야 여행기와 세계여행 경험담 두 권을 함께 읽었습니다.

쉬운 책을 읽으면서 어렵고 난해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할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이 서평은 안상헌의 독서법에 비춰 본 저의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기는 나름 열심히 하지만 별로 성과가 없다고 실망하는 후배들을 위하여 이 책의 한 대목을 더 소개합니다. 저자는 책 한 권을 읽고 감동을 받아 삶이 변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우리 몸속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한 권, 두 권, 세 권, 네 권 이렇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사람은 천천히 변해간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너 많이 변한 것 같다. 외모도 변했지만 말하는 투가 완전히 달라졌어. 전체적인 느낌도 좀 다른 것 같고...”

즐기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닮게 된다고 합니다. 좋은 책을 즐기면 결국 좋아하는 삶을 닮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책 속에 있는 길도 지도가 있으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을겁니다. 안상헌이 쓴 이 책이 바로 지도와 같은 책이지요

안상헌이 쓴 <생산적 책읽기 50>은 책을 많이 읽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책읽기를 다른 거울에 비춰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이제 책을 읽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사람들에게는 책 읽기를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10점
안상헌 지음/북포스

신간이 나왔네요. 함께 소개합니다.

생산적 책읽기 두번째 이야기 - 10점
안상헌 지음/북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