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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7.05.01 나이 들어도 공부하는 건...좋은 사람 되기 위해... (2)
  2. 2015.06.20 아빠가 만들어 주는 생애 첫 자전거
  3. 2014.11.10 200명 아이들과 죽음의 가스실로 간 까닭?
  4. 2014.05.29 사람다운 사람, 문홍빈을 기억하겠습니다
  5. 2013.12.11 아이들은 모두 언어의 천재다
  6. 2013.11.19 아이도 온전하게 '죽음'을 알아야 한다
  7. 2013.06.24 네 살이면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8. 2013.06.04 태어나 3년이면 호모사피엔스가 된다
  9. 2011.10.13 물총새의 고기잡이 비결 알아 챈 너구리
  10. 2011.03.24 당신 아이도, 무표정, 공격성, 강한 집착? (2)
  11. 2011.03.03 비싼 교재 대신 아이들 말 좀 귀담아 들어주세요. (3)
  12. 2010.07.27 아토피 의사가 고치는 병(?)이 아니다
  13. 2010.07.19 아기여우가 재주를 세 번 넘으면 무슨 일이...
  14. 2010.06.16 진보 구별, 자식 교육시키는 것 보면 알아 (5)
  15. 2010.04.30 말로 상처받지 않는 평화로운 대화법
  16. 2010.03.25 소키치는 왜 등교를 거부했을까?
  17. 2010.03.06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기아' (7)
  18. 2010.01.05 어떤 경우든 체벌은 교사의 패배다 (2)
  19. 2009.12.31 자전거 헬멧 안 쓰면 애들만 다치나요? (3)
  20. 2009.12.20 붕어빵 하나에 행복한 꼬맹이들 (5)

나이 들어도 공부하는 건...좋은 사람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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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볼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였던 때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일본 작가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 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같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들을 읽은 뒤로 그가 쓴 책의 번역본은 동화부터 에세이까지 놓치지 않고 모두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쓴 다른 책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벌써 10여 년 전 유아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을 때 <하늘의 눈동자> 유년편을 읽으며 느낀 섬세한 마음 묘사와 잔잔한 감동은 지금도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당시 막 번역된 유년편을 읽고 소년편, 청소년편 번역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어판이라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일본어 공부를 심각하게 고민하였던 것입니다. 


출판사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하늘의 눈동자> 전편이 번역 출판되지 않은 일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쉽기만 합니다. 늘 그가 쓴 책의 번역을 기다리다 지난 겨울 <하이타니 겐지로 생각들>을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요. 이미 세상을 떠난 하이타니 선생을 다시 만난 것처럼요. 


10권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주문해서 생일을 맞은 후배들에게 선물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쓴 책은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따뜻함과 상냥함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마음을 위로하는 책,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번 책은 일본에서 <상냥함이라는 계단>과 <분노는 흐르는 물처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두 권의 에세이집에서 가려 낸 글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라고 합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살아온 이야기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의 첫 번째 글은 저자가 '등교 거부'를 선언한 소녀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괴로웠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중학교 삼년 동안 등교를 거부했던 소녀는 결국 학교를 완전히 그만둡니다. 소녀는 학교에 다니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말하자면,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공부 외에, 공부 보다다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인간에게는 상상력도 있고 창조력도 있으며, 감수성이라는 지극히 중요한 능력도 신에게서 받았다. 셋 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판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의 장에서 제외된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학교에서 말하는 학력의 칠십오 퍼센트는 암기력에 지나지 않으며, 교사가 하는 일의 칠십오 퍼센트 역시 아이들에게 뭔가를 암기시키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젠 아이들마저 그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고 거부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지요. 


오키나와의 도카시키 섬에 살면서 길에서 만난 할머니와 잠깐 나눈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일러줍니다.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예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지요."(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학교란 거저 교육행위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장소"에 지나지 않으며, 자연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터전이라고 강조합니다. 가정, 학교,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자연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교육환경이라는 뜻입니다. 




섬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지혜


'섬에서 살다'라는 글을 읽어보면 도카시키 섬에 사는 잠수 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어부는 같은 장소에서 두 번 연이어 잠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번 잠수한 곳은 적어도 보름 길면 반년 동안 들어가지 않는다더군요. 이 작은 섬에는 전업 어부가 두 명 밖에 없는데도 사방이 바다인 섬에 살면서도 이런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자연의 은혜를 누리는 것은 좋지만, 자연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 중에서)


바로 섬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마음입니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함부로 다루면 굉장히 화를 낸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물고기를 잡지만 그냥 물건으로만 여기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고기와 사람 사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대감을 가지고 있고, 물고기를 많이 잡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체험과 경험으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인생은 이십 년마다'라는 글에서 인생을 이십 년 단위로 나눠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스무 살까지는 집중적으로 배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는 세상에 나가 일을 한다. 딱 한 번 살다 가는 인생이니, 다음 예순 살까지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기간으로 잡는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예순 이후에도 더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럼 이때는 뭘 하고 살아야할까? 하이타니 겐지로는 예순 이후는 뜻밖에 얻은 덤과 같으니 뭘 해도 좋다고 말한다. 심지어 "여자(남자)한테 미쳐도 좋고 경마에 미쳐도 좋다"고 주장합니다. 


딱히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지만 저자 역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두 번째 이십 년은 교사로 세 번째 이십 년은 소설가이자 작가로 그리고 네 번째 이십 년은 농사꾼 시늉과 어부 시늉을 하면서 자급자족 생활을 통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았으니까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겠지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평생을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농사를 잘 짓는 지혜와 사람을 사랑하는 지혜 


농부 시늉과 어부 시늉을 하면서 살기 위해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농부와 어부에게서 농사 짓는 법과 고기 잡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한 공부에서 배운 것은 바로 관심과 성실함이었더군요. 


"비결 같은 건 없어요. 밭에 있는 녀석들한테 발소리를 되도록 많이 들려주세요." (본문 중에서)


밭농사를 잘 짓는 비결을 물었을 때 들은 답이라고 합니다. 밭농사든 논농사든 모든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디 농작물만 그럴까요?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사람을 대하는 품성을 '상냥함'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상냥함이라는 것이지요. 


네가 모르는 곳에 

여러 인생이 있다

네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

네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아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서로 모르는 인생들끼리도 발자국 소리를 자주 들려주면 사랑하는 사이가 될 게 분명합니다. 상냥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야 서로 사랑하며 다른 인생을 알아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년 전인가 서울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사랑한 작가 이오덕, 권정생 그리고 하이타니 겐지로 특별전이 열렸었지요. 세 사람이 쓴 작품과 유품 등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보러 서울까지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작가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버린 서운함 같은 것을 깊게 느끼고 왔답니다. 


오랜만에 우리말로 번역된 하이타니 겐지로의 신간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을 읽는 것이 너무 설렜습니다.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그와 다시 만나는 것이 기쁘고 반가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에는 그의 '살아온 이야기'가 여러 곳에 묻어납니다.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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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19 11:2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저녁노을* 2017.05.25 05: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책읽기가 이젠 쉽지 않군요.
    ㅎㅎ
    리뷰로 대신하고 갑니다.^^

아빠가 만들어 주는 생애 첫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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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경험은 평생 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생애 첫 경험이 있습니다. 첫 사랑 기억처럼 평생 마음에 담고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하는 일도 있고,생애 첫 생일처럼 잔치를 열어 특별히 축하 받는 일도 있습니다.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 첫 경험은 무엇이든지 소중합니다. 처음 뒤집은 날, 처음 배밀이를 한 날, 처음 일어 선 날,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한 날 등이 바로 그런 경험이지요. 


아이가 자라서 학교를 가는 것도 정말 소중하고 대단한 첫 경험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학교를 다니게 되지요. 두려운 마음, 설레이는 마음이 교차하면서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난생 처음 자전거 배우던 날의 추억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날에 대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날짜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 한 후에 처음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동네에서 제법 큰 슈퍼마켓을 하고 계셨는데, 물건을 나르는 짐자전거가 1대 있었습니다. 


처음엔 자전거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넣고 페달을 굴리고 다니다가 어느날 아버지가 짐받이를 잡아주는 자전거를 안장에 올라 앉아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넣고 다니면서 중심 잡기를 익혔던 터라 어른용 안장에 올라 앉아서도 자전거를 타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자전거를 세우고 내리는 일이 큰 일이었습니다. 


자전거가 키 보다 훨씬 높았지만 탈 때는 페달과 프레임을 차례로 밟고 올라 갈 수 있었고, 페달 끝까지 발이 잘 닿지 않아도 엉덩이를 좌우로 내리면서 페달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릴 때는 무거운 자전거를 넘어뜨리지 않고 뛰어 내려 바닥에 착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 수록 익숙해지기는 하였습니다만. 처음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이렇게 내 생애 첫 자전거의 기억은 아버지와 연결됩니다.  


요즘 YMCA 꼬마 아이들은 생애 첫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세발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이 페달 없는 자전거로 중심 잡는 감각을 익힌 후에 보조 바퀴 없이 곧장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하고 있지요. 이젠 선생님과 함께 라이딩을 하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아래 영상에 나오는 일곱 살 꼬멩이들이 그 주인공들 입니다. 아이들 자전거 타는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어 한 달쯤 후에는 10 ~20km 라이딩도 해 볼 생각입니다.  




YMCA프로젝트, 아빠가 만들어 주는 생애 첫 자전거


YMCA에서는 또 하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빠가 함께 만들어주는 생애 첫 자전거'라는 프로젝트 입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타게 될 두바퀴 자전거를 아빠와 함께 조립하고 색칠도 하고 예쁘게 꾸미기도 할 것입니다. 


온전히 수제 자전거를 만드는 것을 아니지만, 조립되지 않은 부품을 가지고 미케닉 전문가의 교육과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의 생애 첫 자전거를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유아용 자전거는 성인 자전거 브랜드로 유명한 자이언트 자전거, 어린이용 자전거는 루이가르노 자전거를 조립합니다. 가격이 비싼 대신 아이들이 자전거를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무게가 가벼운 자전거를 조립하게 됩니다.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내 아이에게 특별한 생애 첫 자전거를 만들어주고,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주고  자전거 라이딩도 함께 하는 자전거 체험 프로젝트입니다.  참가 신청은 마산YMCA 홈페이지(www.msymca.or.kr)에서 할 수 있습니다. 


1. 신청기간 : 2015년 6월 18일 ~ 23일

2. 모집 : 7세 이상 10가정(선착순 마감)

3. 핸드메이드 자전거 교실 운영

  - 이 론 교 육 : 6월 26일(금) 0오후7시~8시 30분

  - 자전거 만들기 : 6월 27일(토) 오전9시~오후12시

  - 자전거 라이딩 : 6월 27일(토) 오후1시~3시

4. 참가비 : 유아용 10만원(자이언트)/ 아동용 17만원(루이가르노)

5. 참가 조건 : '아빠와 함께 라이딩' 5회 참가 (6월 27일/ 7월 11일/ 9월 13일/ 10월 11일/ 11월 15일)

6. 후원 : 행정자치부  

7. 신청 방법 : 마산YMCA홈페이지 등록 http//www.msymca.or.kr

8. 문의 : 마산YMCA 조정림 T. 251-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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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아이들과 죽음의 가스실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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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부모는 옛날 부모보다 아이 키우는 것을 더 힘들어합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하는 것은 옛날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오늘날은 아이를 잘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텔레비전은 교양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백화점 문화센터부터 학교 학부모 교육까지 다양한 부모교육이 열리고 있고 유명 강사도 넘칩니다. 그런데도 왜 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일을 점점 더 힘들어 할까요? 제가 보기에 그 까닭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수 받지 못하였거나 깨닫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혜'를 담은 책입니다.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유대인 야누슈 코르착은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빈민거주 지역으로 이사한 뒤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이 있었던 코르착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잡지사나 문학주간지에 원고를 실어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스무 살이 되던 해에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파데레프스키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이 문학상에 응모하면서 지었던 필명이 바로 야누슈 코르착이라고 하는 일생 동안의 필명이 되었습니다.


의사이자 작가면서 교육운동가였던 코르착


작가와 의사의 길을 두고 고민하던 코르착은 먼저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의사가 된 까닭은 가난하고 아픈 사람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글쓰기는 그저 글일 뿐이지만 의술은 행동이다"라고 생각하여 의사의 길을 선택하였다는 것입니다.


의대 생활을 하면서 빈민지역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으며, 이때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 바로 <거리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코르착은 소아과 의사가 되었으며 빈곤층 아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합니다.


10여 년 후 의사로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의술이나 문학작품으로 아이들이 처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고아원 원장이 되어 직접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며 이후 죽는 날까지 교육자로 살아갑니다.


훗날 사람들은 코르착을 "의사이자 작가, 교육자, 철학자이며 위대한 휴머니스트이자 아동 인권 옹호 운동의 선구자"라고 합니다.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 소크라테스에 비견되는 그는 사후에 독일 평화상을 받았으며 그의 저서는 20여 개국에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코르착이 테레사 수녀나 킹목사와 같은 전설적인 존재가 된 것은 확고한 신념과 책임감으로 죽음을 피하지 않고 나치에 맞섰기 때문입니다. 나치가 바르샤바 유대인 거주 지역을 소탕하기 시작하였을 때 자신을 구해내려는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수백 명의 유대인 고아들과 함께 트레블링카의 가스실로 가는 기차를 탔다고 합니다.


"1942년 8월 6일 코르착과 아이들의 죽음의 행진은 전설이 되었다. 피로에 지치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코르착은 200명의 아이들을 조용하고 질서 정연하게 이끌며 기차역을 향해 숨죽인 바르샤바의 거리를 힘차게 행진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손에 들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이들과 트레블링카의 가스실이 종착지인 화물차에 올랐다." (본문 중에서)


많은 아이들을 자기 손으로 길렀던 코르착은 그 아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죽는 순간까지 아이들이 자신을 신뢰하고 인간의 선을 믿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죽음을 향해 함께 걸어갔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코르착>은 폴란드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손꼽히는 안제이 바이다에 의하여 제작되어 전 세계에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상영되었다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모른다는 것이지요.




마음과 영혼을 파고드는 '지혜'를 담은 책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은 평생을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살다 전설같은 죽음을 선택했던 야누슈 코르착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에 관하여 쓴 책입니다. 운문 형식으로 짧게 짧게 쓰인 글들은 마음과 영혼을 파고드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런 지혜의 문장을 골라 일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살 사람입니다."

"사실 아이가 죄책감을 느낄 때, 그때는 바로 어른들이 따뜻함을 보여 주어야 할 때입니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아이 때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주장합니다. 미래를 잘 살기 위해서 오늘을 희생할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강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르착은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서 오늘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비밀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호소든 협박이든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은 나쁩니다. 그렇게 해서 비밀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는 당신에게 가까워지기는커녕 더 멀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많은 어른들은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면서도 아이들에겐 마치 비밀을 가지는 것이 정직하지 않은 일인 듯 비밀을 캐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어른의 노력은 아이와 어른을 더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고 말합니다.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들이 어른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딱 한 가지뿐이라고 말합니다. 어른들은 돈을 버는데 "아이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못 버는 것을 빼고는 어른에 비해 결코 열등하거나 모자라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아이가 어른과 다른 점은 단 하나,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뿐입니다. 생계를 어른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만약 아이들이 어른에게 생계를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면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 말을 잘 듣도록 강요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아이들은 생계를 어른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어른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아이들의 비밀을 캐내려 협박하지 마시라!


아이가 하는 행동을 좌절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아이 손에서 숟가락을 빼앗거나 그만두라고 말하겠지요. 그런데 야누슈 코르착은 무심코 하는 그런 행동이 아이에게 좌절을 경험하게 합니다. 


"아이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을 때 그 숟가락을 빼앗아 버린다면, 단지 물건 하나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던 손의 일부를 빼앗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얼굴 표정만 봐도 다 안다"고 합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할 때라면 반드시 그렇게 말합니다. "말 안해도 다 안다", "니 표정만 봐도 거짓말인지 아닌지 엄마는 다 안다"라고. 


하지만 정작 사람의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은 아이들이 더 뛰어납니다. 아이들은 "마치 농부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듯이" 어른들의 표정을 읽어낸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그것을(표정을 읽는 능력)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압니다. 친절함을 느끼고, 거짓을 알아차리고, 어떤 것이 엉터리인지 알아차립니다. 그것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것을 관찰하고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큰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오늘날 많은 어른들은 좋은 장난감과 맛있는 음식을 사 주는 것으로 아이들이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야누슈 코르착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껏 기뻐하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그런 최고조의 기쁨은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나 궁금증이 풀렸을 때. 이 순간은 승리했다는 행복감과 스스로 해냈다는 기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본문 중에서)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옳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말이지만 아이들을 미완성의 존재로 보는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이는 미래의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것은 '앞으로 될' 사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어린이들은 인류, 국민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할 뿐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고, 현재 여기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재도 주인공


아이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현재도 주인공'입니다.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어 잘 살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라 지금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경험하는 두려움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놀랍습니다.


"세상에는 끔찍한 일이 많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을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대신 겁내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오래 전에 읽은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그도 야누슈 코르착의 영향을 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아이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신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요?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을 묻는다고 타박을 들었거나 재미있는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거나, 비밀을 털어놓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폭로 당해 본 한 아이는 '어른들은 길들여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믿을 수 없는 야생 동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아이가 질문할 때 타박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 관심있게 들어주고,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지켜주는 작은 일로 부모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습니다.  코르착이 아이들의 '침묵과 정직함에' 대해 쓴 글은 이 책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문장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아이는 대답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얘기할 수 없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침묵은 때때로 정직함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나 교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아이를 다그쳐 본 경험이 있나요? 이런 경험이 없는 부모나 교사가 있을까요? 저 역시 아이들이 어렸을 때,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이를 다그쳐 본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침묵은 때로 정직함을 표현하는 방법


그렇지만 한 번도 아이가 '침묵을 통해 정직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하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침묵에서 그리고 타인의 침묵에서 정직함을 읽어내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해 보게 됩니다.


운문 형식으로 짧게 짧게 쓴 글에는 철학과 문학, 교육과 종교가 어우러진 시적 표현으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부모와 교사라면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아 놓을 수 없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늘 가까이 두고 다시 새기며 읽는, 어린이 교육의 경전으로 삼을 만한 책입니다.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 10점
야누슈 코르착 지음, 노영희 옮김/양철북



■ 유트브에서 찾은 야누슈 코르착 관련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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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다운 사람, 문홍빈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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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선한 웃음', '환한 웃음' 이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의 조합은 쉰하나의 나이로 갑자기 생을 마감하고 떠난 한 남자를 일컫는 말들입니다.


평소 건강했던 지난 20일 필리핀에서 그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에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황망하고 애통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1964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향년 51세로 소천한 문홍빈은 학교에서 교육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습니다. 기독교 대한감리회 작은 교회 성서연구원 간사, 크리스찬 아카데미 간사, 한국YMCA 전국연맹 부장을 거쳐 안양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중 필리핀 출장을 떠났다가 순직했습니다.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YMCA 대학생 회원들을 격려하러 갔다가 국내서부터 이어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한 몸으로 밤늦게 잠이 들었는데,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를 떠나보내는 여의도 장례식장에는 자주 보던 환한 웃음을 머금은 사진과 함께 평소 그가 마음에 새기던 말들이 커다란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의미를 더하여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의미입니다."

"사람이 소중하게 되면 모든 것이 소중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손잡고 마을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꿈 없이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입니다."

"그 길이 쉽진 않았지만 동료들과 함께 꿈을 나누고 나니 참 좋습니다."


한국으로 운구되어 온 그를 떠나보내는 예식을 하는 동안 가족과 동료들, 그와 함께 새로운 마을을 꿈꾸던 안양YMCA회원들은 그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음에도 그의 뜻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기도문처럼 되뇌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 사람입니다." 


그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는 늘 활짝 웃는 사람입니다." 


잇몸이 훤히 드러나는 함박웃음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그는 참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를 떠나보내는 지난 며칠 동안 정말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던 말입니다.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7년 무렵 한국YMCA 연맹에서 일을 시작한 무렵이었습니다. 첫 인상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의 느낌을 받지는 못하였습니다. 솔직한 첫 인상은 어딘지 모르게 약간 '꺼벙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사람됨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누구를 만나도 환한 웃음으로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 그날 회합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다정하게 손 내미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진면목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안양YMCA 사무총장을 맡을 무렵부터입니다. 대안교육에 대한 서로의 관심이 일치했고, 만나서 함께 공부하고 함께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를 만나면 마음이 설렜습니다. 늘 새로운 배움을 얻어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치원 또래의 아이들과 'TV 안 보기 운동'을 몇 년간 지속해 오던 우리에게 'TV 끄기 운동'이라고 바꾸면 참가자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의미를 적극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언어 사용에 민감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고운 단어를 잘 골라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고, 깊은 고민 후에 사람들을 설득하고, 함께 참여 시킬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내놓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청빈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누추하지 않으면서도 검소한 삶, 소박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업을 마칠 무렵 "돈을 벌기 위한 일(직장)은 선택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밝혔고, 떠나는 날까지 정말 그렇게 살다 갔습니다.


최근에는 만날 때마다 다석 유영모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습니다. 주로 유영모 선생에 관한 책을 읽은 이야기, 그분에 관한 강연을 들은 이야기들이었는데, 아마 그의 영적 스승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양YMCA에서 일하는 동안 YMCA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아기스포츠단과 벼리학교 교장을 맡아 학교에서 공부한 교육학을 현장에서 실천했고, 대안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과 실천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선배들이 남긴 책과 자료를 두루 공부한 뒤에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은 마을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경쟁하지 않는 삶, 물질이 최고인 삶을 가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른 먹거리를 먹고, 바른 몸을 가꾸고, 바른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하였습니다


지난해부터 그는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지향하는 교육을 꿈꾸면서 요즘 아이들의 문제를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관계 결핍'으로 진단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이루려면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관계 결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관계 결핍으로부터 벗어난 아이들은 비로소 '온전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으며,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의 주인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 전국에서 싹틔워 보자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늘 그의 신실한 동지였던 부천YMCA 김기현 총무는 고인을 보내며 쓴 글에서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라고 하였더군요. 지난 23일과 24일에는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 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추모예배와 노제를 지내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 나눴습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열린 23일 추모예배에는 전국에서 모인 300여 명이 넘는 친구, 선후배, 동료들이 함께 그의 삶을 되돌아보며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여러 명의 안양YMCA 회원들이 모여서 '사람과 마을과 꿈을 사랑한 맑은 영혼'을 가졌던 그를 회고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조사를 듣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낮은 곳에서 살았고,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많이 웃는 사람이었고, 한마디로 내가 알고 지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래서 더 슬퍼했고 더 많이 안타까워했습니다.


다음 날인 24일 이른 아침 발인 예배를 마치고 그가 온몸과 온 열정을 쏟아 부으며 일하던 터전인 안양YMCA로 옮겨 노제를 치렀습니다. 그를 태운 차가 안양YMCA 앞에 도착하였을 때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꼬마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를 태운 차가 안양YMCA에 도착하고 영정을 든 그의 아들과 아내가 차에서 내리자 골목을 가득 메운 안양YMCA 회원들과 지역운동을 함께 하던 활동가들, 마을 사람들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굳게 입술을 다문 사람들도 슬픔을 삼키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안양 지역에서 함께 시민운동을 해왔던 활동가들은 떠나는 그를 향해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습니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웠다는 고백이었습니다. 그가 있어 안양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일할 수 있었고, 그가 있어 안양 시민운동이 이만큼이라도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역설하던 그, '임종휴가' 조차 없이 떠나


지난 20일 그가 필리핀에서 급작스럽게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그의 페이스북을 넘겨보았습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유난히 죽음을 성찰하는 글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그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성찰이 담긴 글들을 남겼더군요.


지난 몇 년 사이에 그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배와 동료를 떠나보냈더군요. 그때마다 그가 남긴 글들에는 '존엄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러 글 중에 '임종휴가'에 관한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는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잘 기르는 것 못지않게,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이른 부모를 잘 배웅하는 것 또한 존엄하고 고귀한 인간의 도리이며, 이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썼더군요. 


그는 출산이나 육아 휴가, 육아 휴직은 있어도 노동자들에게 임종을 목전에 둔 부모를 배웅하기 위한 시간은 주지 않는 예의 없는 사회에 관한 글을 쓴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애가 타고 간장이 녹고, 속 터지며 살아온 한 평생을 마감하는 부모와 석별의 정을 나누는 며칠조차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임종휴가'조차 보내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이 세상을 떠나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슬퍼하고, 더 많이 안타까워했던 것도 가족과 친구와 동료를 혼신을 다해 사랑했던 그에게 "사랑한다",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를 떠나보내며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을 이어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겸손하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청빈한 삶을 지향하며, 그가 그랬듯이 꿈을 잃지 않고 살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예수를 닮은 청년 문홍빈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에 새기며 서울시립추모공원에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잠깐이나마 부축하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다운 사람, 문홍빈을 기억하겠습니다"



▶ 문홍빈 사무총장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필리핀 보내 온 추모 영상입니다. 



▶ 안양YMCA 회원(등대촛불, 아기스포츠단 학부모, 벼리학교 학부모, 아기스포츠단 교사 등 )들의 추모 메시지 입니다. 



▶ 안양YMCA 문홍빈 사무총장 추모 예배 조사 모음 (박병준, 김기현, 국상표, 남부원님)




※ 이 기사는 5월 28일 오마이뉴스에 송고 하였던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송고한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중복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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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언어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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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이 부른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아이들이 쓴 시에 곡을 붙인 백창우가 만든 어린이 노래, 아이들의 입말을 들어주는 박문희 선생님의 마주이야기 교육, 이오덕 선생님의 삶이 담긴 글쓰기 교육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물론 각자 다 다른 이유와 계기가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추콥스키가 쓴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를 읽다 보면, 그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적어도 80년 전 러시아 아동문학작가였던 추콥스키처럼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쓰는 말과 글을 이처럼 세심하게 관찰하고 연구한 사람은 추콥스키가 처음이었음에 분명하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러시아 아동문학을 창시한 코르네이 이바노비치 추콥스키가 아이들의 언어세계와 언어교육 그리고 동화, 동시에 관하여 쓴 책이다. 막심 고리키의 권유로 아동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한 추콥스키는, 훗날 '러시아 아이들은 추코 아저씨의 <악어이야기>로 큰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러시아 아동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러시아 어린이들에게 '추코' 아저씨는 우리나라의 방정환과 같은 인물이었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아이들이 쓰는 말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입말과 동화, 동시를 이해하고자 시도한 책이다. 이 책에는 '아이한테서 배운다'는 밝고 낙천적인 지은이의 교육사상이 담겨있다. 1925년에 쓰인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8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린이 언어발달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언어를 익히는가?


인간의 언어발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언어학자가 아닌 아동문학가인 추콥스키는 아이들이 쓴 글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을 오랫동안 분석하고 관찰하여,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을 연구하였다.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 단계에는 직관적 언어 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를테면, 우편배달부를 '편지꾼'이라고 부르거나 아빠 이마에 생긴 주름살을 보고 "아빠가 구겨진 거 싫어"라고 말하는 것, "대머리 아저씨는 맨발 머리를 가졌다거나, 박하사탕이 입 안에 바람을 불게 한다거나, 여치의 남편은 남치라거나 하는 것"은 모두 직관으로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른을 모방하는 방법으로 언어를 익히지만, 직관과 함께 '유추'하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말을 할 때마다 이해력, 인식력, 기억력과 같은 능력이 드러나 어른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아이들이 언어를 쓸 때 나타나는 재능은 모방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단어는 전부 어른이 하는 말을 듣고 알게 된 규칙에 따라 창조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말, 제대로 가르치기


두 살에서 다섯 살 시기는 언어발달이 깜짝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그러다가 여덟 살이 되면 언어에 대한 민감성이 많이 둔해진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지적활동이 활발히 일어나지만, 모국어를 익히는 것은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이에 훨씬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는 단어는 첫돌 무렵에 열 개가 채 안 되다가, 두 돌이 될 무렵에는 250개에서 300까지 늘어나며, 세 돌이 되면 수천 개에 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일 년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아이는 기본이 되는 언어 '창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뒤에는 언어를 축적하는 속도가 아주 느려진다." (본문 중에서)


이 시기 아이들은 탐구심이 왕성하고, 자기 과시본능이 강하할 뿐만 아니라 모방을 통한 창의적인 언어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 시기 아이들의 언어발달에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은 '기발함'이다. 때로 부모들은 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이가 만들어낸 기발한 어휘를 즐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이의 언어발달을 가로막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맛깔스런 단어를 만들어 낼 때 드러내 놓고 기뻐하기만 하면 오히려 자만심과 자기만족감만 강화시켜주게 되기도 한단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독재자처럼 막거나 혹은 무조건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나무라지 않으면서 실수하는 것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계속 말을 고쳐 준다면 아이들이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억누르게 되면 정서적, 정신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여지를 박탈하게 된다. 교사가 에둘러, 조심스럽게, 너무 고집스럽지 않게, 거의 눈에 띄지 않게 개입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한편, 입말을 중심으로 말을 익히고 점점 더 많은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어휘력이 풍부해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정신발달은 어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 임무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런 뜻에서 아이들이 말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생각을 잘하도록 가르친다는 뜻도 된다." (본문 중에서)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두 살부터 다섯 살까지>를 쓴 추콥스키는 40여 년 동안 아이들이 하는 말과 표현을 모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가 모은 아이들의 말과 표현 중에서도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모아져있다. 


"타조는 기린-새입니다."

"칼은 포크의 남편이야?"

"바다는 물가가 하나밖에 없고 강은 물가가 두 개야."

"온통 깜깜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그러고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달을 만들고 남은 걸로 만드는 거야."


추콥스키는 이런 표현은 아이들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표현을 찾아내려면 아이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어린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을 중심에 두고 말하기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 박문희 선생님을 비롯한 '마주이야기 교육'을 하는 유치원 교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추콥스키가 소개한 것과 같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이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교사나 부모들은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아이들 입말을 중심으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을 글로 옮겨서 마주이야기 책을 엮어내기도 하고, 백창우 선생과 같은 작곡가가 곡을 부쳐 어린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추콥스키가 찾아낸 아이들 말은 '마주이야기'와 참 많이 비슷하다. 


아이들 시를 이해하려면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를 쓴 추콥스키는 아동기가 시작될 무렵 모든 아이들은 '시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훨씬 더 나이가 들어야 산문체로 말하는 법을 익히게 되며, 아이가 하는 옹알이에는 운문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같은 음절이 반복되는 단어(마마, 빠빠, 까까, 찌찌)는 리듬의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반복과 리듬이 있는 단어를 좋아하며, 깡충깡충 뛰거나 달리면서 노래를 만들어내고, 뜻이 없어도 리듬이 있고 가락이 있는 단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는 아이들 언어발달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처음으로 짓는 시를 추콥스키는 '무의미시'라고 부른다. '무의미시'에는 바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자발적이고 즉흥적이다 ▲ 노래라기보다 가락이 있는 감탄사에 가깝다 ▲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손뼉이나 춤과 함께 입 밖으로 나온다 ▲ 리듬은 장단격(혹은 강약격)일 때가 많다 ▲ 짧다, 두 줄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반복적이다 ▲ 아이들 사이에서 전염성이 있다.


무의미시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아이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한다. 바로 김광석이 만든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시 들이다.


개구리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어부의 무릎에 앉고,

생쥐는 고양이를 잡아

쥐덫에 넣고 가뒀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에는 이런 시들을 비판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추콥스키의 반론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가득차고, 당연한 것을 싫어하며 변형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현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바로  러시아 전래동요라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래동요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물에 부적당한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세대와 세대를 건너서 아이들에게 검증된 것이 바로 전래동요라는 것이다. 전래동요에는 아이들 마음에 닿은 언와와 리듬이 담겨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고집해서는 곤란하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시에서 교육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사물의 정확한 관계를 알면 알수록 놀이로 그것을 어긋나게 만드는 것을 더 재미있고 우습게 느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노래처럼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나 '하늘을 나는 돛단배'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래가 결코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추콥스키의 주장이다.


최근 우리 전래동요를 되살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작업을 하는 편해문의 노래 작업이나 이런 노래와 시를 아이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 보리출판사가 만드는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린이 문학에 대한 접근을 통해 추콥스키는 존 로크를 필두로 하는 교육 실용주의에 강하게 반대한다. 아이들에게 어른스럽고 학문적인 것만을 강요하는 실용주의가 아이들을 가엾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지구의를 사 주었는데 아이가 대륙과 대양을 설명하는 데는 관심도 없고, 지구의를 뱅뱅 돌리고 던지고 받으며 놀기를 더 좋아한다면,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지구의가 아니라 공이라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 발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발달을 위해서도 세 살짜리 아이한테는 지구의 보다는 공이 훨씬 도움이 된다." (본문 중에서)


추콥스키는 이 책을 통해서 어른이 보기에 무의미한 것들이 어린이 발달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는 뒤죽박죽시, 허무맹랑한 이야기, 옛날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삶에 대한 현실 인식을 강화하기 때문에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리라 유용한 지적도구라는 것을 명신하고 확신과 용기를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콥스키는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마지막 장을 '처음으로 시와 동화를 쓰는 작가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로 할애하였다. 80여 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려고 하는 작가들과 어린이들에게 좋은 시와 동화를 들려주려고 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 10점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홍한별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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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온전하게 '죽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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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얼 그롤만이 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처음엔 슬픔과 두려움으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이내 조금씩 평안을 찾아가는 것이 보통 어른들의 모습이라면, 아이들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만약 죽은 이가 부모 중 한 사람이라면 더욱 설명하는 것이 어렵겠지요? 혹은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아이에게 직접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미루게 됩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미루곤 합니다.

 

아이에게는 '하늘나라로 갔다'거나 '먼 나라로 오랜 여행을 떠났다'고 죽음에 관하여 감추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혹은 '하느님이 그를 천사로 선택하셨다'거나 '깊은 잠에 빠졌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한 사실과 다른 이런 설명은 대개 아이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려는 어른들의 특별한 '배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죽음 전문가인 얼 그롤만은 "아이에게도 죽음에 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충고합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환상의 세계를 만들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아이가 죽음을 바로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꺼려하고, 더군다나 아직 현실로 닥치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아이에게 잘 설명하기 위하여, 책을 읽고 공부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죽음에 관하여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책을 보는 것이 불행을 불러오는 재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따라서 얼 그롤만이 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정경숙·신종섭 옮김, 이너북스 펴냄)는 제목만 보고 선뜻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가지는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나 구체적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직면했을 때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일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인정하고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이 책을 쓴 얼 그롤만은 "실제로 죽음에 관해 몇 마디라도 들어 본 아이가 보다 쉽게 죽음을 인정하고,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 실제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금기시되어온 죽음에 관한 대화와 교육이 이제는 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입니다.

 

특히, 어른들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아끼던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고 슬퍼하는 아이와 죽음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대화함으로써 깊은 슬픔이나 비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얼 그롤만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슬픔 카운슬러라고 합니다. 친지의 죽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상담과 강연, 세미나 그리고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답니다. 그가 쓴 이 책은 삽화가 들어간 동화 형식으로 쉽고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나 보호자가 아이와 대화하면서 죽음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동화처럼 씌어진 '아이와 함께 읽기', 그리고 짧은 이 글을 친절하고 풍부하게 보완하여 설명해주고 있는 '부모를 위한 지침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는 봉제인형을 안고 슬픔에 잠긴 여자아이의 흑백 그림과 함께 "네가 만약 죽는다면, 너는 죽은 사람이 되는 거야"라는 첫 구절로 시작됩니다. 마치 한 편의 시화나 짧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죽음' 이야기는 곧 '생명' 이야기

 

지은이는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하여 지극히 부드럽고 평안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지만, 죽음에 대하여 분명하고 사실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죽음에 관하여 온전히 전하기 위하여 '생명'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잎은 자라서
색이 변하고
겨울이 다가오면 생기를 잃어
땅에 떨어지고 말지

잎이 죽으면, 생명은 떠나 버린 거야

그 잎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린 기억할 수 있지만,
이젠 죽어버린거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목적을 위한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지

태어날 때, 죽을 때,
그리고 웃을 때와 눈물 흘릴 때.
(본문 중에서)

 

그리고, 또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결코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전해주고, 그의 죽음에 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누는 법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슬퍼하는 것 못지않게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함으로써 슬픔을 스스로 조금씩 치유하도록 도울 수 있게 쓰여진 책입니다.

 

아이에게 죽음을 말하는 방법

 

죽음을 잠 들었다 깨어나는 일이나,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일로 여기기도 하는 미취학 어린이에게도 죽음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죽음은 끝"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어야 한답니다.

 

아이들은 종종 삶과 죽음이 번갈아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음 사람도 우리랑 똑같은 음식을 먹어?" "텔레비전을 볼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아이에게 죽은 사람이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않을 뿐더러, 공동묘지에서 살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십시오. 그리고 죽음은 결코 나쁜 행동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십시오."(본문 중에서)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을 때는 아이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며 아이에게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죽음의 실체에 대해서는 항상 단호하고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답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이유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나 때문에?"라고 하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나 다른 가족이 그를 홀로 남겨둔 채 급작스럽게 죽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죽음에 대해서는 과장도 치장도 하지 않고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얼 그롤만은 사려 깊은 부모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은 아이를 도울 때 반드시 지켜야할 열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은 아이를 돕는 길

- 사려 깊은 부모에게 주는 십계명

 

첫째, 죽음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지 마십시오.
둘째, 어떤 연령의 사람이든 죽음을 애도하거나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셋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넷째, 자녀의 학교에 연락을 취하여, 가족 구성원인 누군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십시오.
다섯째, 당신 자녀가 겪고 있는 위기를 다루기 어렵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여섯째, 아이에게 이제는 네가 이 집의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하거나 죽은 형제를 대신하는 거라고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일곱째, 죽음에 대한 비밀을 설명하기 위해 동화나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마십시오.
여덟째, 자녀로 하여금 당신이 최종 답안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하지 마십시오.
아홉째,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열째, 자녀가 부모에게 끊임없는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십시오.

 

이 책에서 동화처럼 잔잔하게 쓰여진 '아이와 함께 읽기' 역시 여기 있는 열 가지 원칙은 잘 반영하여 쓰여진 글입니다. 지은이는 열 가지 원칙을 보완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신064
신064 by loveCU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죽음에 대한 죄의식 씻어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이가 느끼는 죽음에 관한 부인, 죽음으로 인한 슬픔, 울음, 분노, 죄책감, 기억하기, 감정에 솔직해지기 등에 관하여도 추가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일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깊은 슬픔에 잠기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일 역시 따뜻하게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자신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혹여, 그를 미워하거나 죽음을 바라기라도 하였다면 심각한 죄의식에 빠져들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때문에 아이로 하여금 그가 한 말이나 생각, 행동은 사람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에는 보다 더 힘들고 특별한 죽음에 맞닥뜨린 아이들 돕는 법도 다루고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이나 형제자매의 죽음, 친구를 잃는다는 것, 누군가 자살을 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에 관하여 소개하고 그런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을 돕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이를 돕는 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눈여겨 봐둘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아끼던 애완동물이 죽은 후에 서둘러 죽은 동물을 대신할 애완동물을 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강아지를 살 수는 있지만, 예전의 강아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애완동물의 죽음에 충분히 슬퍼하기를 기다린 후에, 만약 새로이 애완동물을 원한다면, 약간 다른 애완동물을 주되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본문 중에서)

 

분명한 것은 원래 아끼던 애완동물은 결코 복제되거나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이별하는 시간을 갖게 하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는 보다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방법, 보다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증상과 반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 도움을 주는 책과 영상물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습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죽음이란 결국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 없이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내 아이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적으로 죽음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혹은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하여 설명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얼 그롤만이 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기억해낼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 - 10점
얼 그롤먼 지음, 정경숙 옮김/이너북스(inner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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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이면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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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르게 키우고자 한다면 우선 그 시기에 맞는 발달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사카보육연구소에서 펴낸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시리즈는 나이에 맞는 발달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발달에 관한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의 관점은 기능 하나하나가 따로 따로 차원이 높아지면서 발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러 기능이 서로 연관되어 발달한다는 관점에 늘 주목하고 있다.

 

“온몸 운동을 토대로 손가락 운동을 해야 말을 잘 할 수 있고, 말이 풍부해지면서 생각이나 행동을 조절하는 힘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네 살 어린이에게서 볼 수 있는 발달모습은 다음과 같다.

 

“네 살 어린이가 온몸 운동을 할 때는 한쪽 발을 들고 한쪽 발로만 뛰며, 두 손을 머리에 얹고 깡충깡충 뛰고 팔을 흔들면서 달립니다……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힘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움직이면서 행동을 바꿀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준비 땅’하면 바로 달리고, 온 힘을 다해 달리다가 멈추고, 멈췄다가 다시 달릴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에 비하여 세 살 어린이는 두 발을 모아 깡충깡충 뛸 수는 있지만,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뛰지는 못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데 맞춰 행동과 마음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네 살 어린이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 시기보다 많이 높아지고, 신경을 조절하는 힘이 발달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도 발달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뛰어’하고 말해도 금세 뛰는 것이 아니라 멀리 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높이 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머리와 몸을 조화시켜 움직이려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네 살 시기에는 손으로 사물을 다루는 능력도 많이 발달합니다. 새끼 손가락에서 엄지손가락 쪽으로 손가락이 발달하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손놀림을 배워갑니다.”(본문 중에서)

 

특히 네 살은 온몸 운동을 토대로 손과  손가락이 발달하기 때문에 말이 두드러지게 발달하는 시기라고 한다. 세 살 때 두 낱말로 이루어진 문장을 사용하던 아이들은 네 살 무렵 여러 낱말로 이루어진 문장을 사용하고, 네 살 후반기에는 조사와 접속사를 써서 긴 문장으로 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풍부해지고 자립으로 나아가는 시기

 

대체로 네 살 무렵이면 8100에서 1천개쯤 되는 어휘를 사용하지만, 어휘보다 세 배쯤 많은 낱말을 이해할 수 있단다. 그러나 말을 이해해도 말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말을 한다고 해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는 수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네 살 아이들은 아직 말이 꽃피기 시작하는 시기여서 열심히 많이 말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고 많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어른과 함께 겪은 일을 이야기해야 말이 잘 풀린다고 한다.

 

또한 어른과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말이 늘어갈 수 있는데, 세 살 무렵까지는 어른이 아이에게 말을 걸지만, 네 살 무렵부터는 반대로 아이가 어른에게 말을 걸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네 살 무렵 어린이가 몸을 풍부하게 움직이지 않고 말만 어른스럽게 하는 것은 진정으로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온몸 운동을 많이 해야만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힘도 키울 수 있으므로, 교사와 어른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우면서 그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라고 권한다.

 

온몸 운동을 토대로 손가락과 손이 세밀하게 발달하고 말이 풍부해지는 네 살 시기를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아이가 자립으로 나아가는 시기라고 바라본다. 자기를 표현 하려는 힘이 강해지고, 스스로 하려는 노력이 배가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네 살 무렵을 ‘유아독존의 시기’라고도 부른단다. 이런 유아독존의 시기에 보여주는 고집과 억지는 자립하려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네 살 어린이가 고집과 억지를 부리는 것은 생각하는 힘이 발달하고, 행동이 순간에 그치지 않고 목표와 전망이 세워져 있어서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수단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고집과 억지는 어린이가 자립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며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본문 중에서)

 

부모든, 교사든 막상 어린이가 고집과 억지를 부리는 것을 발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연구자들은 적어도 네 살 무렵에 어린이가 부리는 고집과 억지는 자립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집과 억지는 자립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

 

또한 네 살 무렵부터 어린이들은 동무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하기 때문에 ‘집단만들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세 살 때 익힌 상상력을 펼쳐서 어른이 하는 것처럼 하는 ‘역할놀이’를 꽃피우기 시작한다는 것. 아빠놀이, 엄마놀이, 교사놀이 같은 역할놀이가 꽃피는 시기가 바로 네 살 때라는 것이다.

 

특히, 역할놀이가 꽃피는 시기는 어린이에게 ‘거짓말쟁이 세계’가 탄생하는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실제로는 버스를 타고 여행을 다녀와서도 역할놀이를 할 때는 기차를 타고 갔다 온 것처럼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제로 가지 않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어제 갔다 온 것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 살 어린이는 자기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꾸며낸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밀어붙이는데, 이것은 유아독존의 세계를 연기하는 것이라 할 만 하다는 것. 여기서 주목할 만 한 것은 거짓말쟁이의 세계는 한 살, 두 살, 세 살 시기를 제대로 보내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며, 그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어린이에게는 거짓말쟁이의 세계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은 풍부한 활동과 체험이 바탕이 되어야만 발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 시기를 풍부하게 보낸 어린이들만이 거짓말쟁이의 세계가 놀이로 나타나는 풍부한 역할놀이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시리즈에서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네 살 때부터 아이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집단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라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네 살부터 여섯 살까지 이 책 시리즈는 ‘집단만들기’의 중요성과 교육적 효과 그리고 실제 사례를 소개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만약 어린이들이 네 살까지 뿔뿔이 흩어져 혼자 지냈고, 동무들과 서로 사귀면서 생활하거나 동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모르고 자랐다면 집단만들기는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유아기 집단은 어린이들끼리 관계를 맺는데 중점을 두고 더욱 폭넓고 깊게 사귈 수 있도록 다가서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도 자치와 조화, 민주적인 어울림이라는 목표를 실현해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네 살은 유아독존의 시기여서 아이들이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고 그것을 실현하려고 하고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말을 잘하는 어린이나 힘을 휘두르는 어린이가 자기마음대로 관계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곤란하다고 한다.

 

네 살 어린이의 민주적인 집단 만들기

 

집단은 그냥 내버려두면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부딪치는 것을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되고 어른이 규칙이나 약속을 마음대로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서로 바라는 것이 부딪칠 때는 그 마음을 교사가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서로 바라는 것들을 이어줘야 합니다. 집단  생활에서 필요한 규칙과 약속도 이러한 마음을 이어 주고 넓혀 가면서 만들어가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어린이 집단은 교사가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키워 가며 가르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집단이 성장하는 힘은 어린이들에게 지지 받는 만큼 발휘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교사가 어린이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여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교사와 어린이가 서로 공감하고 믿어야 한다.
▲ 교사는 밝은 분위기로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 어린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 가르칠 때 어떤 어린이가 기꺼이 먼저 따라 줄 것인지 생각해놓아야 한다.

 

이런 여건이 충분히 마련될 때 교사가 어린이 집단을 바람직하게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바탕이 충분할 때 교사는 어린이가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가르침으로써, 집단이 만들어지고 발전해나간다는 것이다. 

 

오사카 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네 살 어린이 속에서 집단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으로 규칙이나 약속 만들기, 공감대 넓히기, 모둠 만들기, 당번활동하기, 모둠 당번활동하기와 같은 구체적 사례와 주의할 점을 소개하고 있다.

 

한 줄로 세워, 똑같이 걷게 하지마라

 

한편, <네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서는 점점 더 풍부해지는 놀이와 표현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네 살 어린이의 놀이는 바깥나들이, 역할놀이, 수영장 물놀이, 숨바꼭질이나 꼬리잡기와 같은 규칙있는 놀이 그리고 리듬운동, 줄넘기, 팽이돌리기와 같은 조금 더 어려운 놀이 순으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놀이에서 교사가 주의 할 점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나들이 활동을 할 때는 상대방에 맞춰서 걷기보다 자기 흐름에 맞춰 눈과 귀로 판단하면서 걷도록 지도하라고 한다. 보통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한 줄 기차’로 세워서 교사의 “칙칙” 구령에 맞추어 어린이들이 “폭폭”하면서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또한 물놀이를 배우고 익힐 때도 어린이를 다른 어린이와 견주어서 다음단계로 넘어가도록 하기 위해 지도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아이 단계에 맞게 그 단계를 확실하게 다지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역할놀이는 아이들끼리만 내버려두면 늘 같은 내용만 반복하기 쉽기 때문에 교사가 끼어들어 풍부하게 해주라고 한다. 이런 강조들은 아이들이 집단 속에서 놀고 있을 때에도 교사는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발달단계에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네 살 무렵은 역할놀이, 상상놀이가 풍부해지고 조형활동, 그림그리기, 노래부르기, 그림책 읽기와 같은 다양한 표현활동이 피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이때, 역할놀이와 상상놀이를 할 때는 진짜와 똑같은 놀이기구나 장난감은 상상을 넓히고 이미지를 발달시키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볼 때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며, “모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동그라미나 선에 기대서 자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래부르기 역시 악보에 기대기보다는 느낌이 어떤지 절정은 어딘지 하는데 마음을 쓰면서 부를 수 있도록 지도하며, 힘차게 부르는데 치우치지 말라고 한다.

 

이 밖에도 네 살 시기에 맞는 어린이의 건강, 안전, 음식, 생활습관 익히기와 어린이집에서 준비하는 행사 중 ‘운동회’를 어린이를 중심에 두고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이웃나라에서 이루어진 경험 연구가 탁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여러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보고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은 독자들 몫이다.

 

 

네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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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3년이면 호모사피엔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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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어린이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며 목이 곧아지고, 몸을 뒤척이고, 기고, 일어서고, 걷게 된다. 두 살 어린이는 어눌하게 말을 함으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세 살이 되면 어린이는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 호모 파베르- 도구를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를 쓴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세살 어린이의 발달모습을 '위대한 흉내쟁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다면, 왜 세 살 어린이가 위대한 흉내쟁이일까? 세살이 되면 어린이는 어른이 하는 행동, 어른이 하는 몸짓, 어른이 사는 삶을 받아들이고 흉내 내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때 세 살 어린이는 어른이 있는 곳에서 걷고 달리고 뛴다. 세 살, 어린이는 쓸쓸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둘레에 어른이 있어야 흉내내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어린이는 잘 걸을 수 있고, 서툴지만 달리거나 뛸 수 있고, 손과 손가락으로 사물을 다루는 솜씨도 늘고,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떠먹을 수 있고, 어른이 하는 말을 따라 할 수도 있다.

 

세 살 어린이의 언어기능은 이름 붙이는 단계에 도달한다. 이때 어른은 어린이에게 "뿡뿡이네", "맘마네" 하고 말하지 않고 "자동차야", "밥이야" 하고 정확하게 사물의 진짜 이름을 말해주어야 된다고 한다. 이러한 언어능력 발달은 손과 손가락이 발달하는 것과 관련이 많다고 한다.

 

"세 살 어린이는 병뚜껑을 돌리고, 종이 모서리를 잘 맞춰 접고, 가위로 종이를 한 번에 자를 수 있고, 점토를 떼어 내고 늘리고 동그랗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를 돌보면서 손과 손가락이 정교하고 치밀해지도록 해주어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그러나 어린이가 돌리고, 접고, 자르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린이가 발달하는 데는 사물과 관계 맺기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친구 그리고 어른과 관계 맺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린이 둘레에 다른 어린이들이 있고, 그 속에 어린이가 재미있어할 만한 사물과 흉내 내고 싶은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어른 흉내 내며 배운다

 

"정말로 위대한 흉내쟁이는 어른이 하는 것을 흉내 내고 그것을 모두 이루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 살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러므로 세 살 어린이를 더욱 풍성하게 살아가게 하려면 어린이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세 살 어린이가 곧바로 어른처럼 되지는 않는다. 세 살 어린이는 어른처럼 해 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모순을 메우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애를 쓴다. 따라서 어린이가 자라는 과정은 이런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어린이는 기대면서 자립합니다. 기대고 자립하는 모순 속에서 그 모순을 메우기 위해 어른에게 기대면서 자립해 갑니다. 착 달라붙어 응석을 부리거나, 몇 번이고 안아 줘하고 보챕니다. 하지만 부모나 동무들이 있으면 뜻밖에 똑똑하게 일을 해냅니다.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립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립한다는 것은 어린이 성장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은 어린이가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아 달라고 하지 않아도 잠깐씩 안아주고, 왜 그러니 하고 묻기 전에 손을 꼭 쥐고 안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이 작동하여 세 살 어린이는 어른에게는 기대지만 어린이 속에서는 자란다는 것이다. 아울러 어른과 마음을 나누는 경험이 많아야 동무들과도 마음을 잘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 살 어린이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행동을 억제하는 예의범절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안아 주거나 볼에 입을 맞춰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세 살 어린이에게 발달단계에 맞는 가장 적합한 놀이는 '상상놀이'라고 한다. 세 살이 되면 어린이는 어른처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세 살 아이들은 '엄마놀이'와 같은 초보적인 수준의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내가 아빠다", "내가 선생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놀이가 풍부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네 살이 되면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하게 되는데, 상상놀이는 역할놀이를 위한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역할놀이에서 자신이 맡은 역을 잘 소화하려면 다른 사람 처지가 되어 보아야 놀이가 발전한다. 따라서 상상놀이는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놀이라고 한다.

 

가짜라도 진짜처럼 해야 하는 상상놀이

 

아이들이 상상놀이를 잘하려면 실제로 있는 사물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자동차나 장난감은 오히려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아이는 실물을 축소해놓은 장난감 자동차 대신에 종이상자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자신을 운전사라고 상상할 수 있고, 상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자동차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살 전반기에서는 나무토막 쌓기 놀이를 하다가 조금 지나면 그것이 다시 트럭으로 바뀌고, 트럭은 다시 기차가 되고, 기차는 다시 소꿉놀이의 밥이 되고, 빵가게의 빵이 되는 것처럼 옆에 여러 가지 사물을 여러 가지 다른 것으로 상상하는 놀이를 많이 합니다."(본문 중에서)

 

독자들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고무신 한 켤레만 가지고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모래밭에서 하루 종일 자동차놀이를 하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고무신이 자동차도 되었다가 강을 떠다니는 배가 되기도 하고, 모래를 싣고 다니는 트럭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고무신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변하는 창조적인 놀잇감이었다.

 

이런 상상 놀이를 아이들과 할 때 교사는 진짜 엄마처럼, 아기처럼 행동해야 하며, 과자라고 생각한 것을 먹을 때도 진짜 과자라고 생각하고 먹어야 한단다. "어 자동차가 뭐 그래!", "과자 아니잖아"와 같은 반응은 상상놀이를 망치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지은이들에 따르면 상상놀이는 세 살을 대표하는 놀이인데, 놀이를 통해 상상하는 세계를 만들줄 알면 아이는 앞을 내다보며 행동하고, 자기를 제어하는 마음과 의지가 싹트게 된다고 한다. 또한 말을 매개로 동무와 이미지를 공유하며, 서로 상상하는 것이 대립하면 동무와 다투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를 편애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아이들을 돌봐주는 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 이때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을 편해하지 않는 교사란 어떤 교사일까?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면 편애하지 않는 교사일까?

 

교사들은 늘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활동한다. 많은 교사들이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것은 결국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는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는 교사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적절이 설명해주는 좋은 예시가 나온다.

 

"나는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언제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씨를 뿌리기만 하면 혼자 쑥쑥 잘 자라는 채소와 손을 봐주어야만 자라는 채소가 있습니다. 농부는 자기 힘으로 자라지 못하는 채소를 열심히 돌봅니다. 그렇게 해서 거둬들일 때 보면 모두 훌륭하게 자라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좋은 농작물을 키워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농부가 채소를 돌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생각이다. 아이들 중에서 그냥 내버려두어도 혼자서 자기 몫을 척척해내는 아이들은 교사의 손길이 덜 가도 되지만, 혼자서 잘 할 수 없는 아이들은 교사가 더 마음을 쏟아가며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돌보는 것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잘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거다. 많은 교사들이 오히려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자꾸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오히려 스스로 잘 자라지 못하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힘들고 귀찮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아야 할 것 같다.

 

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간다

 

<한 살, 두 살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와 달리 세 살을 다루는 이 책에서는 유난히 아이들의 입맛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세 살 무렵이 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생긴단다. 대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이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은 먹어본 경험이 없는 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 입맛은 함께 생활하는 어른이나 어렸을 때 먹어본 음식에 따라 좋고 싫은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채소 볶음은 질퍽질퍽해서 기분 나빠하거나, 콩나물이나 버섯류를 싫어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까지 싱거운 맛에 길들여 놓으면 유아기에 가서도 그다지 채소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진하게 맛낸 것을 먹는 버릇이 들면 본디 식품이 가진 맛을 잘 알지 못합니다. 더구나 채소 맛을 낼 때는 더 그렇습니다."(본문 중에서)

 

세 살이 되면 아이들은 여러 가지 맛과 혀의 느낌을 구별해내는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식품이나 반찬을 거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이유식은 물론이고 엄마가 태내식을 할 때부터 음식을 가리지 않아야 하며, 조금 더 자란 후에는 부모나 교사가 음식을 가려먹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자극적인 음식,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 입맛이 길들여지면,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야채나 과일을 싫어하고 채소볶음이나 콩나물, 버섯과 같은 음식을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춧가루나 카레가루와 같은 강한 자극이 있는 재료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 살 아이가 올바른 미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평소에 진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철음식이라는 계절 개념이 없는 즉석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일 년 내내 똑같은 맛을 내기 때문에 어린이의 미각을 발달시키는 데는 가장 좋지 않은 식품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에는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따른 변화와 시기에 맞는 운동, 놀이, 건강, 안전, 음식 그리고 여러 가지 활동이 소개되어 있으며, 매권의 마지막 장에는 '교사와 부모가 할 일'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으려면, 부모와 교사가 음식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교육활동의 모든 장면에서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서는 바람직한 어린이를 키우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자기 삶을 그렇게 바꾸어야 된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진정으로 교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라고 한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는 교사의 됨됨이가 그대로 어린이에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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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의 고기잡이 비결 알아 챈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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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영득 글, 정유정 그림 <강마을 아기너구리>

이영득 선생님이 쓴 <강마을 아기너구리>라는 동화를 읽었는데,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많이 불러주었던 동요가 떠올랐습니다.

<섬집 아기>라는 동요 아시지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가고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이 동요는 굴 따러간 엄마와 혼자 집을 보다 잠든 아기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아기 걱정에 다 채우지 굴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모래길을 달려옵니다.

왜 이 동요가 떠올랐을까요? 강으로 고기 잡으러 나간 아빠 너구리와 고기잡이 나간 아빠를 배웅하고 기다리는 아기너구리의 모습에 섬집아기와 엄마가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엄마너구리의 제삿날이라 물고기를 많이 잡아와야 하는데, 요즘 들어 아빠가 허탕 치는 일이 많아 아기너구리도 걱정입니다.

강가에서 동무들을 기다리던 아기너구리는 우연히 아빠너구리에게 고기를 잘 잡는다고 들었던 ‘물총새’를 만납니다.


“와아 물총새다. 고기를 잘 잡는다고 아빠너구리가 엄청 부러워하는 새야. 아기너구리는 고기 잡는 걸 구경하려고 물총새를 따라갔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물총새는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강가 모래밭에 내려앉아 부리를 땅에 대고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고기는 잡을 생각을 않고 그림을 그려놓고 둘레를 콩콩 뛰어다니자 갑자기 잠잠하던 강물에서 고기가 튀어 오르는 겁니다.

이때 물총새는 쏜살같이 날아가서 물 위로 슝, 슝 튀어 오르는 고기를 낚아챕니다.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린 그림에 뭔가 비밀이 숨어있었던 모양입니다.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물총새는 물고기를 다 먹어치운 후에 그림을 모두 지우고 포르르 날아가 버립니다. 아기너구리는 온종일 물총새를 찾아다닙니다.

“물총새는 버드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물을 튀기며 강 건너로 날아갔다가, 못가 연꽃 그늘에서 쉬나 했더니, 어느새 숲으로 포르르 날아갔어. 물총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지.”

어린 시절 참새나 잠자리를 쫓아 다녀본 경험만 있어도 아기너구리의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지요. 땅에서만 사는 사람이나 동물이 하늘을 나는 재주를 가진 새와 곤충들을 쫓아다니는 것은 무척 힘들고 지루한 일이지요.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아기너구리는 다시 물총새를 찾아냅니다. 마침 물총새가 그림을 막 끝내는 무렵인 것을 보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갑니다. 아기너구리가 갑자기 달려들자 물총새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납니다. 마침내 물총새가 그린 요술그림을 찾아냈습니다.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고 한 발을 들고 그림 둘레를 콩콩 돌았지만 물고기는 튀어오르지 않았습니다. 아
기너구리는 손뼉을 치고, 빙빙 돌고, 펄쩍펄쩍 뛰고, 절도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그래도 고기는 튀어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물총새가 다시 날아와서 아기너구리에게 뭘하고 있냐고 묻습니다.

“뭐긴 뭐예요. 요술그림을 그렸잖아요. 그런데 고기가 튀어 오르지 않아요.”

물총새에게 요술그림 같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기너구리는 실망하여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아빠를 기다립니다.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 , 모래밭에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엄마 제사상에 올리고픈 커다란 고기도 그리고, 작고 예쁜 고기도 그리고, 수염이 기다린 고기도 그리고 강가 모래밭에 고기를 잔뜩 그려놓았을 때 아빠 너구리가 돌아옵니다.



아기너구리는 아빠너구리에게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 고기 잡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빠너구리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아빠너구리의 그물 속에는 아기너구리가 모래밭에 그린 고기다 다 들어있는 겁니다.

아기너구리도 물총새처럼 그림을 그렸더니 아빠 너구리가 그림에 있는 물고기를 모두 잡아온 것입니다. 아기너구리는 너무 놀라 눈만 껌뻑껌뻑했다고 합니다. 강마을 아기너구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줄거리만 들어도 머리속에 그림이 막 그려지시지요? 동화를 쓰면서 들꽃을 찾아다니고 숲에 대한 교육을 하는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시골집에서 풀벌레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림책을 그리는 정유정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동화책 <강마을 아기너구리>입니다.

물총새가 날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그림 책 속 아기너구리의 얼굴 표정에는 안타까운 마음, 기다리는 마음, 설레는 마음, 부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자주 허탕치고 돌아오는 아빠를 돕고 싶어 하는 예쁜 아기너구리의 고운 마음도 잘 드러납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더니 그림 속‘아기너구리’와 똑같은 올망졸망한 눈망울들이 꼼짝도 않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군요. 들꽃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영득, 정유정 선생님의 고운 마음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겠지요.



 

강마을 아기너구리 - 10점
이영득 글, 정유정 그림/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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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도, 무표정, 공격성, 강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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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키이 히로오미가 쓴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라이프 헤저드’라는 신조어를 아십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라이프 헤저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라이프 헤저드는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라는 경제 용어에서 빌려 온 말인데, ‘생활 파괴’를 말합니다.

라이프 헤저드를 한 마디로 하자면, 아이들의 생활, 삶, 삶의 리듬이 깨지고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키이 히로오미가 쓴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는 생활리듬의 변화와 생활 습관의 파괴로 인하여 아이들의 몸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4년이 넘는 취재와 도쿄 대학 교수인 고바야시, 가와사키 의대 교수인 가타오카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월간 <세계>라고 하는 일본 잡지에 약 1년 동안 연재하였으며, 연재 기사를 대폭 수정, 보완하여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단행본으로 엮어내었습니다.

다키이 히로오미는 아이들의 운동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에 먼저 주목합니다. 아울러 운동능력의 저하와 함께 아이들의 체온에도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의 배근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근력이란 ‘자기 체중을 지탱하는 허리의 힘’을 말하는데, 오늘날 허리에 이상이 있는 어른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배근력의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경우 열네 살 남자 아이의 1960년대에 배근지수는 평균 2.5였는데, 1990년대 후반에는 2.0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열일곱 살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배근력 지수가 1.7을 웃돌던 것이 1.5까지 떨어졌다고 하구요.

일반적으로 아이를 들어 올리는데 필요한 배근력은 1.5, 노인 간병에 필요한 배근력은 2.0으로 본다고 합니다. 결국 일본 남학생들 중에는 부모를 간병할 수 없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고, 여학생들 중에는 육아를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유치원 아이들에게서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세 살과 네 살 아동은 그림 연극을 구경하기만 해도 몸이 축 늘어져요. 앉을 때도 힘없이 털썩 주저앉고요. 생활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쓰키 유치원 아이들이 하루에 걷는 걸음을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1997년 7월에 모든 유아에게 만보계를 착용시키고 조사한 결과 하루에 걷는 걸음은 평균 1만 1500보였다. 이것은 1984년에 실시한 조사에 비해 약 3900보, 비율로 따지면 25퍼센트가 줄어든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내에서 걸음 수는 거의 차이가 없고, 등교 전에 약 900보, 하교 후에 약 3000보가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차를 타고 유치원에 등교할 뿐만 아니라 유치원을 마친 후에도 바깥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아이들의 배근력이 낮아진 것은 바로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 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는 여러 조사에서 반복해서 확인된다고 합니다. 2000년 일본에서 154개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신체변화 중 첫 번째는 금방 피곤해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알레르기, 거친 피부, 굽은 등, 씹는 힘의 약화 등이었다.”

전국보육협의회와 NHK가 2500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도 비슷합니다.

“충치, 굽은 등, 금방피곤해지는 것, 아침부터 하품을 해대는 것, 손가락 빨기 등 이었다.”

교사들의 관찰을 통해서도 쉽게 발견된다고 합니다.

“교사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말도 듣지 않고, 진득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원내를 뛰어다니는 등 몇 가지 불안한 조짐을 보여 생활실태를 조사해보니, 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아침에는 금방 일어나지 못하며 아침 식사도 거르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늘 피곤하다, 왜?

한편, 아이들의 운동능력 저하를 비롯한 신체변화는 아이들의 체온 이상과 밀접한 관련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체온 이상은 바로 다음과 같은 원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첫째, 하루 걸음 수가 평균 3651보로 적은 데다 운동량이 부족하다.
둘째, 수면 시간이 아홉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셋째, 아침 식사를 거르는 아이가 많고 그중에서 배변을 하지 않고 유치원에 가는 아이가 73퍼센트나 된다.
넷째, 온도가 조절되는 실내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다.

체온에 이상이 있는 아이들은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자율신경의 기능부전이 만성화될 뿐만 아니라 수면은 얕고 길어지며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모두 활력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들의 생활리듬에 맞추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을 어른의 생활리듬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리듬이 아이들에게 옮겨오자 심각한 신체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일본소아 보건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10시 이후에 자는 아이들이 세 살은 52퍼센트, 두 살은 59퍼센트, 네 살은 39퍼센트에 달하며 20년 전에 비하여 늦게 자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아이들은 체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낮잠형과 불규칙형 아이들은 대개 정서가 불안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이런 아이들은 흔히 무표정과 이유 없는 공격성 강한 집착이라는 세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결국 유아기에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보이는 졸음, 피로감, 불안감, 감정폭발, 집단괴롭힘, 등교거부와 같은 행동에도 생체리듬의 혼란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생활습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되살리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을 실천하라고 권유합니다.

첫째, 평소 바깥에서 햇빛을 쐬며 피곤할 정도로 충분히 운동하거나 뛰놀게 하여 밤에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둘째, 저녁 식사 전의 간식이나 야식을 줄이고 저녁밥을 충분히 먹인다.
셋째, 부모의 사교를 위해 야간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늦어도 밤 아홉시까지는 잠자리에 들게 하고 적어도 열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게 한다.
넷째, 아침밥을 충분히 먹이고 아이가 집에서 배변할 수 있는 여분의 시간을 확보해준다.
다섯째, 꼭 필요한 겨우 말고는 냉난방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저자 디키이 히로오미는 심각한 아토피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건강문제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운동 능력 저하와 저체온 현상, 생활리듬의 파괴문제 뿐만 아니라 페트병 증후군과 소아비만, 아토피, 자폐증상, 인스턴트식품 중독, TV 중독, 모자관계의 변화, 뇌 발달이 늦어지는 아이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에 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아이들의 운동능력 저하, 그리고 라이프 헤저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삶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바깥놀이’의 회복을 주장합니다.

“바깥놀이를 회복시키는 일은 아이들의 생활 전체를 바꾸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놀이는 ‘늦게 잠자기 -> 아침 식사 거르기 -> 생체리듬의 혼란’ 이라는 악순환을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깥놀이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줄어들고, 컴퓨터 게임기와 같은 곳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바깥놀이에 따른 피로로 일찍 잠이 들며 배가 고프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지 않는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생활리듬을 회복시키는 것, 아이들에게 바깥 놀이를 되찾아 주는 것이 아이들을 건강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라고 거듭거듭 강조합니다. 아이의 체온은 정상인지, 무표정하고 멍하게 지내지는 않는지, 혹은 강한 집착을 보이지는 않는지, 당신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꼭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 10점
다키이 히로오미 지음, 김성기 옮김/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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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s.Darcy 2011.03.24 14:34 address edit & del reply

    진짜 무서운 이야기인데요...;;

    • 이윤기 2011.04.01 08:19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지요. 무서운 이야기이지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지요.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싼 교재 대신 아이들 말 좀 귀담아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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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이타니 겐지로의 <유치원 일기>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신 일본 최고의 아동문학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선생님들과 함께 일본 고베에 ‘태양의 아이 유치원’을 만들었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유치원 일기>는 태양의 아이 유치원을 설립하는 과정과 그후 2년을 보내는 동안 설립 동인들과 교사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을 기록한 일기입니다.

태양의 아이 유치원을 설립한 사람들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을 포함하여 어린이 문학을 전공하는 작가들이자 학교 교육의 틀을 벗어난 교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분들입니다.

“29년의 베테랑 유치원 선생님인 도조 요시코, <1학년 1반 선생님 있잖아요>의 저자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가시마 가즈오, 역시 초등학교 교사이며 <태양의 바우기>를 쓴 시시모토 신이치, 화가 츠보야 레이코를 말한다.”

츠보야 레이코는 하이타니 선생님의 대표작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나오는 고다니 선생님의 실제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모여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태양의 아이 유치원’을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태양의 아이 유치원이 설립 인가를 받았을 때, 0세에서 6세까지의 원아 120명과 15명의 선생님 일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합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태양의 아이 유치원에서 교사를 선발하기 위한 광고 문구입니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예술가로서의 어린이, 깊은 인간애를 체득한 생활인으로서의 어린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소중한 생명들이 표현하는 기쁨과 슬픔을 공유함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간 집단을 창조한다.” (본문 중에서)

어린이를 중심으로 인간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대등하고 자유로우며 낙천적인 놀이터를 만들 교사를 찾는다는 광고입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민들레’와 같은 대안교육 잡지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교사 구인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로우며 낙천적인 놀이터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 중에 어린이를 중심에 두는 교육을 지향하는 곳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태양의 아이 유치원’과 같은 어린이의 행복한 삶을 중심에 두는 교육을 하는 곳은 우리 주변에 그리 흔치 않습니다.

태양의 아이 유치원은 1983년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의 보조금과 차입금을 제외한 설립기금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베스트셀러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와 <태양의 아이>인세로 충당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태양의 아이 유치원은 독자들이 지어 주었다”고 이야기 하였답니다.

<유치원 일기>에 묘사된 ‘태양의 아이 유치원’ 모습은 이렇습니다.

“유치원의 건물 벽은 거친 콘크리트 그대로였다. 현관에서 숙 튀어나온 덩굴시렁의 포도나무는 그대로 난간이 되고 울타리가 되었다. 놀이기구는 복합 놀이기구로, 모두 직접 만들었다. 이것도 아주 훌륭한 교육기자재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이것저것 마음대로 붙였다 뗐다 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고 스누피 그림을 그려 넣은 후에 프라스틱 놀이기구를 설치한 흔해 빠진 유치원 건물을 일컬어 ‘아이들을 얕잡아 본 건물’이라고 합니다. 창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건물이라는 것이지요.

“유치원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어른들이 멋대로 생각한 디자인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되도록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아이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 재료를 다루거나 표현하는 것은 아이들이어야 한다. 또 그랬을 때 아이들의 창조성이 자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유치원 건물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마치 작품을 창작하듯이 고뇌하고 희열을 느끼며 건물을 지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유치원 건물만은 아닙니다.

유치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은 급식

벌써 20년 전에 시작한 유치원인데, 유치원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로 급식을 꼽고 있습니다.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지혜,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조리하는 지혜, 식품첨가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지혜, 몸에 해로운 가공식품을 골라내는 지혜 등 일일이 꼽자면 끝이 없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음식 하나하나가 생명체라는 점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급식은 중요한 교육 실천 과제라고 생각한다.” (분문 중에서)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만으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먹거리는 생명이다. 생명이 없는 먹거리는 하나도 없다. 그 생명을 먹는다고 실감하고 인식할 때, 인간은 겸허해지고 사치를 죄로 여기는 원점에 서게 된다.”

급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음식이 생명체라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그런 교육은 언제나 가능할까요? 급식을 통해 인간이 겸허해지고 사치를 죄로 여기는 원점에 서게 되는 그런 교육이 가능할까요?

<유치원 일기>에 나와 있는 태양의 아이 유치원 교사 연수 기록 중에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대목인데요. 바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미의식을 모조리 버리지 않으면 아이들의 표현을 이해할 수 없다.”

어른의 눈으로, 교사의 눈으로 아이들을 재단하지 말라는 경구로 들립니다. 아이들의 그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아울러 유치원 교사가 가져야 할 ‘덕목’ 중의 하나는 기다림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 나는 젊은 선생님들이 ‘기다림’이라는 호흡을 배웠으면 하고 늘 생각한다. ‘기다림’이 몸에 배지 않으면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명령하거나 아이들을 억누르게 되기 때문이다.” (분문 중에서)

일주일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가 울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아이를 보면서 선생님은 ‘기다림’이라는 호흡을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주일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은 아이에게서 기다림을 배운 것처럼 교사들은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서 배웁니다.

유치원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 기다림

<유치원 일기>에는 태양의 아이 유치원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이 쓴 글이 자주 그리고 많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들입니다.

“나는 아이들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다름 아닌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믿는 마음이 반드시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사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아이들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표현을 소중히 여기고 거기에서 배우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치원 일기>에서도 아이들의 말과 표현에 주목하는 사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다음은 비가 오는 날 한 아이가 달팽이를 보고 한 말이라고 합니다.

“달팽이는 좋겠다. 비를 좋아하니까 금방 이사할 수 있잖아”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이것은 달팽이의 형태와 생태를 훌륭하게 이미지화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뛰어난 시인과 아이들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치원 일기>에는 도조 원장선생님이 유치원에 입학 한 훙 잘 적응하지 못해서 내내 울기만 하던 데쓰라는 아이가 두 달 동안 한 말을 모두 기록해놓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왜 밖에 나가면 안 돼? 밖은 안 위험해, 데쓰 혼자 놀 수 있어”

“데쓰, 주사를 보니까 팔이 아파서 병에 걸렸어”

“왜 주사를 놓는 거야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왜 오늘은 주사를 놓는거야? 다들 울잖아”

“아기는 왜 이빨이 없어? 치과에 가야되겠다.”

이런 표현들입니다. 이런 표현은 데쓰라는 아이만 하는 것이 아니며 태양의아이 유치원 아이들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이런 기발하고 재미있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문제는 이런 말을 키워주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감탄스러운 말이 나올 때, 아이들의 말에 놀라고 그것을 키워주려는 어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에게 있어 말은 영혼이다, 아이들 말에 주목하라

태양의 아이 유치원에도 아이들의 말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없지만, 선생님들이 아이들과의 대화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말에서 탄생한 보물들이 바로 시가 된다는 것입니다.

냄새는
어떻게 몸에 들어올까?
(3세, 쓰야마 데쓰)

오는 비는
위에서 밑에까지
붙어 있다.

(2세, 사이토 다쿠)

있잖아,
코끼리 코딱지는
어디에 있어?

(3세, 노보리 신야)

하나님 나라에
눈이 있어요?
비도 있어요?
바람도 있어요?
해님도 보이는 거예요?

(6세, 호리 마사미)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이란 아이들의 말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이라고 강조합니다. 아이들은 진지한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말을 획득하고, 말을 획득함으로써 더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말은 영혼이라 합니다. 여전히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말을 틀어막는 대신 혼자서 책을 읽도록 글자를 일찍 가르치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교육인데도 말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서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이야기를 강조 하였습니다. 여러 작품을 읽어보았지만, <유치원 일기>야 말로 어른들이,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사례들을 충분히 담아놓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들과 만나는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님들, 자유로운 교육,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바라는 어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다른 책 서평기사

2010/03/25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소키치는 왜 등교를 거부했을까?/ 바다의 풍경
2010/01/05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어떤 경우든 체벌은 교사의 패배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
2009/06/26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시골 이야기
2009/05/18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어린이도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다 / 우리집 가출쟁이



하이타니 겐지로의 유치원 일기 - 10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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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shbank 2011.03.03 08:57 address edit & del reply

    아이들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아이 셋을 키우며 뼈속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해도 늘 부족하기만한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2. 샘이깊은물 2011.03.03 10:55 address edit & del reply

    맞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교감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흔들림이 없을텐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 이윤기 2011.03.04 14:03 address edit & del

      공감해 주셔서 고맙슴니다. 이책이 좀 많이 읽혔으면 좋겠슴니다.

아토피 의사가 고치는 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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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이들 10명 중 4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10년 이내에 일본처럼 10명 중 7~8명이 아토피를 앓게 될 것이다."

생태유아교육학회를 이끌고 있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임재택 교수가 유아교육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자연의학을 하는 목사이자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로 잘 알려진 '촌놈' 임락경 목사는 아토피를 '兒土避'라고 한다. 아토피는 아이가 흙을 피하여서 생기는 병이라는 뜻이다.

임락경 목사는 아토피를 환경병으로 규정하고, 시골농사꾼들의 흙투성이 자녀들에게는 없는 병이, 도시 속 빌딩과 아파트 숲 속에서 살아가며 학문을 연구하거나 병원균을 찾아내 치료하는 이들의 자녀에게 더 많아 '兒土避'라고 한다.

'아'이들이 '흙'을 '피'하면 '아토피' 걸린다

임 목사는 아이들의 아토피를 치료하려면 의식주를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흙을 피하고 자연을 멀리하는 우리의 의식주가 아이들을 아토피로 몰고간다는 것이다. 임락경 목사뿐만 아니라 자연의학을 연구하는 많은 이들이 '아토피'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 한다.

<아이의 밝은 웃음을 찾아주는 아토피 치료법; 이하 아토피 치료법>을 쓴 한의사 양성완 역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아토피 치료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한다.

침을 맞거나 약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뢰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아토피를 바라보는 그리고 자연과 병을 이해하는 그의 관점 역시 믿음을 높여준다.

"우리 조상들이 말했던 것처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낫는 질병일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합니다. 자연이 병들면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도 병들기 때문입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사실 서평을 쓰는 기자는 양성완 원장이 쓴 <아토피 치료법>을 읽으면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토피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그 중에서 유독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소개해야하는 이유도 필요했고, 실제로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근거도 있어야 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아토피'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무려 79권의 책이 검색된다. 아토피에 관해서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과 환자들은 어떤 이야기가 옳은 이야기인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는 크려고 아프다

양성완 원장이 쓴 <아토피 치료법>을 신뢰할 만한 책으로 분류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편견과 아집을 가진 다른 의사들처럼 자신의 의료분야(한방치료)가 유일한 치료방법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불어 신뢰할 만한 여러 자연의학, 자연요법에 따른 치료법들과 같이 '생활과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토피를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그의 처방이 믿을 만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바라보는 아토피에 대한 생각은 희망적이다. 그는 아토피를 환경과 생활습관, 삶의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는 아토피는 빠른 치료보다 바른 치료를 하기만 하면 반드시 낫는다고 본다.

그는 아이들이란 원래부터 아프면서 자라는 것이고, 아픔을 이겨내면서 몸과 마음이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감기나 발열과 같은 증상은 아이들 몸에 이로운 것이라고 본다. 그는 옛 우리 속담처럼 '어른은 죽으려고 아프고 아이는 크려고 아프다'는 것.

지은이는 아토피의 원인을 유리창에 이슬과 서리가 맺히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피부에 이슬이나 서리가 맺히는 것이 곧 아토피라는 것이다.

"피부 온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당연히 습도 조절이 되지 않는데, 습기가 있으면 곰팡이나 세균 같은 미생물이 피부를 자극하고, 피부에서는 미생물을 제거하려는 면역반응이 일어나며, 그 결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아토피 가려움이 생기는 직접 원인은 습도로 인해 곰팡이와 세균이 피부를 자극하는 것이므로 습기를 제거하거나 곰팡이나 세균이 싫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

아토피는 피부가 아닌 장에서 시작된다

그는 아토피 주범으로 온도와 습도를 꼽고 있고, 피부 온도·습도 조절증력 저하로 아토피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장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장내 미생물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그 균형이 깨어지는 것이 바로 아토피의 출발이라고 본다. 따라서 아토피와 알레르기 질환은 바로 장이 병들고 오염되었다는 표시라는 것이다.

양성완 원장은 장이 병들고 균형을 잃는 원인은 바로 환경오염과 농약과 화학비료 오남용으로 인한 땅속 미생물들의 죽음, 항생제 남용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임신 중 산모의 양수를 입으로 먹어서 순환시키는 태아인 경우에 엄마의 의식주 생활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신생아인 경우 태어나서 2~3일 동안 장내 미생물이 제대로 자리잡는 과정이 중요하다. 신생아에게 태변을 보고 난 후에 젖을 먹이라는 이유 역시 장내 미생물들이 자리매김을 하고 난 후에 음식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학에서 신생아 단식을 통한 태변 제거가 아토피와 같은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는데 중요하다고 하는 주장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태변을 볼 때까지 모유든 분유든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장내 미생물 정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의사가 제안하는 '아토피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십계명' 

 ① 여름에는 덥게 생활하여 양(陽)을 길러라
② 겨울에는 춥게 생활하여 음(陰)을 길러라
③ 낮에는 몸을 움직여 기(氣)를 순환시켜라
④ 밤에는 몸과 마음을 쉬어 혈(血)을 길러라.
⑤ 해열제를 매우 신중하게 사용하라. 피부가 망가진다.
⑥ 항생제를 매우 신중하게 사용하라. 장내 미생물이 혼란스러워진다.
⑦ 아이는 아프면서 자란다.
⑧ 화목한 가정이 아토피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⑨ 영양과잉을 피하라.
⑩ 과잉보호하지 마라. 아이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이다.


아토피 치료, 사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사는 것을 아토피 치료를 위한 핵심적인 방법이라고 하는 한의사 양성완이 주장하는 아토피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토피는 생활병이기 때문에 오염된 생활환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자연의 이치와 흐름을 어기지 않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우면 덥게, 추우면 춥게 자연의 변화에 내 몸을 맞추고 살아야 하며,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마시며, 새집증후군이 없는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이 건강해지면 몸이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해지면 아토피도 낫는다.

둘째, 옷은 예쁘게 입히지 말고 건강하게 입힐 것. 천연 소재이며 통기성이 뛰어난 순면으로 된 옷을 입히되, 독한 염색 과정을 거친 화학세제를 사용하지 않은 옷, 몸에 꽉 조이지 않은 옷을 입혀야 한다. 새 옷은 반드시 세탁 후에 입히며, '놀라운 세척력'을 자랑하는 합성세제 대신에 천연세제로 세탁한다.

두꺼운 옷 대신에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히고, 유아나 소아에게는 모자를 씌우지 말고 드라이크리닝한 옷은 환기와 증발 과정을 거친 후에 입거나 보관해야 한다.

셋째, 가장 좋은 치료는 안전한 밥상에서 출발한다. 안전한 밥상이란? 제철음식을 먹일 것, 신선한 유기농을 먹일 것, 발효음식을 먹일 것, 너무 맵지 않게 먹일 것, 식품첨가물과 화학조미료를 피할 것, 우유와 달걀 그리고 육식을 피할 것, 꽃게, 새우 등푸른생선 대신에 흰살 생선을 먹일 것, 닭튀김을 피할 것, 불포화지방을 섭취시킬 것, 저녁을 적게 먹일 것, 플라스틱이 아닌 안전한 식기를 선택할 것 등이다.

넷째, 숨쉬는 집이 아토피를 고친다. 콘크리트 집 대신에 외부 환경과 소통하는 흙집에서 살아야 한다. 만약 흙집을 지어서 살 수 없는 경우라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하여 실내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유해물질을 내보내야 한다.

새 집보다는 지은 지 3년 이상 된 집이 안전하다. 집뿐만 아니라 집안에는 새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하며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가습기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화학약품이 섞이지 않은 풀을 사용하여 한지로 도배하면 좋다.

다섯째, 마음을 편안히 하여야 한다. 아토피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인 경우에도 마음을 편안히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혈순환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소화기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장내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은 아토피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병을 치료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아이들 자신

<아토피 치료법>에는 밥·집·옷을 바꾸는 것이 그리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 이유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나이별, 증상별, 계절별 아토피 관리법과 아토피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에 대한 Q&A가 담겨있다. 지은이 양성완 원장은 아토피 때문에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날 만큼 심각한 생활과 환경 재앙으로부터 희망을 찾는 길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아플 땐 병원에 가야 한다, 또한 아플 땐 약을 먹어야 낫는다'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아이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한의학을 하든 서양 의학을 하든 의사는 약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병은 생활 속에서 생기는 것이고, 약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도 약도 아니라고 한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란다. 아이들 몸을 살리는 바람직한 의식주 환경과 물질과 편리한 생활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스스로를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지은이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선물할 수 있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의 밝은 웃음을 찾아주는 아토피 치료법>이 예쁜 미소와 깨끗한 피부를 되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밝은 웃음을 찾아주는 아토피 치료법 - 10점
양성완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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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여우가 재주를 세 번 넘으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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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이영득 글, 차정인 그림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


부활절 계란을 만들어 보셨나요? 만들어 보신 적은 없어도 받아 보신 적은 있나요? 부활절 계란은 예쁘게 색칠이 되어있기고 하고,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어떤 부활절 계란은 껍질을 깨고 알을 먹을 수 없을 만큼 예쁜 그림 때문에 오랫동안 책상위에 올려두었다가 버리는 일도 있지요.

오늘 소개하는 동화책은 마치 부활절 계란처럼 오리알에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와 개구쟁이 아기여우이야기입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어른들에게는 재미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직 어린 시절 꿈이 남아있는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입니다.

산벚나무가 꽃비를 뿌리는 봄날, 산속 작은 가게에서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할머니와 가게 지키는 검둥개, 봄나들이를 나온 아기 여우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등산로에 자리 잡은 할머니 가게는 사에 가는 사람들에게 김밥과 오리알 같은 것은 파는 작은 가게입니다.

할머니는 삶은 오리알을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오리알에 예쁜 그림을 그려서 팝니다. 이날은 할머니가 삶은 오리알에 예쁜 병아리를 그려 넣었습니다. 솜씨 좋은 할머니의 그림으로 막 알을 막 깨고 나온 병아리가 가득 담긴 것 같은 재미있는 오리알 바구니가 되었습니다.

나들이 나온 아기여우가 예쁜 오리알 바구니를 보고 홀딱 반해서 재주를 세 번 넘어 동그란 오리알로 변신을 합니다. 아기여우가 변신한 말하는 오리알은 할머니에게 ‘아기 여우’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합니다. 할머니는 예쁜 아기여우 그림을 그린 오리알을 병아리 그림 오리알과 한 바구니에 담다두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아랫마을에서 놀러온 영감님이 오리알 바구니를 보더니 하필 여러 알 중에서 ‘아기 여우’가 그려진 알을 골랐습니다. 할머니는 “애구머니 안 돼요”하고 소리를 치고 영감님은 놀라서 알을 떨어뜨립니다.

바닥에 떨어진 알은 골짜기를 향해 굴러가더니 골짝 물에 빠지려는 순간 홀딱 홀딱 재주를 세 번 넘어 여우로 변신하였습니다. 아무도 몰래 아기 여우는 원래 모습을 찾아 머리에 난 혹을 만지며 산으로 올라갔답니다.



매년 여름이면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이야기를 TV에서 방송합니다. 구미호 이야기는 너무너무 무서운 여우 이야기라서 아이들이 볼 수는 없지요. <오리할머니와 말하는 알>에 나오는 여우는 구미호처럼 무서운 여우가 아니라 귀여운 개구쟁이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 전체에 흩날리는 산벚 나무 꽃잎이 봄날의 풍경을 만끽하게 해줍니다. 지난 봄 마당 가득히 눈꽃 같은 꽃잎을 하얗게 흩날리던 그 날을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오리알 대신 계란이라도 삶아 부활절 달걀 같이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이야기입니다.


<오리할머니와 말하는 알>은 동화를 쓰면서 들꽃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차정인 선생님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영득 선생님은 동화책 <할머니 집에서>를 쓰고 <풀꽃 친구야, 안녕?>을 비롯한 여러권의 풀꽃책과 산나물, 들나물 책을 썼습니다.

이십여 년 동안 그림책에 그림을 그려 오신 차정인 선생님의  따뜻한 그림이 책을 보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저희 유치원 일곱 살 아이들은 여러 날 반복해서 선생님께 이 책을 또 읽어달라고, 또 읽어달라고 조르더군요. 아이들은 어제도 들었던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서도 아주아주 즐거워하였습니다.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 - 10점
이영득 글, 차정인 그림/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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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구별, 자식 교육시키는 것 보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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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승호, 김규항의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이른바 ‘진보교육감’ 곽노현 당선자의 둘째 아이가 알고 보니 특목고인 ‘외고’에 다니더라는 이야기가 조중동에서 시작되어 온라인 공간으로 넓게 확산되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비판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다”, “솔직하게 밝혔어야 한다”는 동정론 그리고  “자식은 자식이고 정책은 정책이다”라는 포용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곽노현 당선자의 아들이 외고에 다니는 것은 문제 있다”는 주장을 오마이블로그 쓴글이 오마이뉴스 첫 화면에도 올라왔더군요.

“<중앙일보> 칼럼 내용에도 나오지만, 곽 당선자는 물론 거의 모든 한국 '엘리트'들은 좋은 학교 보내려는 학부모 마음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잘못된 사회 구조, 교육 구조를 고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 구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초반에 높이 떠받들어지다가도 쉽게 '위선자'로 낙인찍힌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사회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점점 더 냉소적이 된다.”



진짜 진보, 자식 공부시키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

최근 읽은 책 김규항, 지승호 인터뷰집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보면, ‘진짜 진보 구별법’이 있습니다. 자칭 ‘B급 좌파’ 김규항은 스스로 진보입네 하는 사람들도 ‘자식 교육 문제’ 앞에서는 진보성을 견지하지 못하더라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교육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쓴 사람조차도 자기자식의 시장 경쟁력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거죠”

그는, 이미 한겨레 컬럼에서 이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 스스로 진보 혹은 개혁진영에 몸담고 깨어있는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는 노동운동을 하는 부모들에게도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자녀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하여 내 자식을 더 공부시켜 여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부모의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부모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들 대부분은 훗날 노동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부모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경쟁에 길들여져 이기적이며 연대의식도 없는 노동자가 된다는 겁니다.

경쟁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한국사회는 이제 경쟁조차 사라졌다고 평가합니다. 경쟁은 유리하고 불리한 차이가 있지만 가난한 사람도 이길 가능성이 있을 때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한국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는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일류대 신입생들은 강남과 부잣집 아이들로 채워져 있어요. 대학입시가 아니라 특목고에서 아니 국제중학교에서 이미 다 판가름 나는 상태라는 겁니다. 이건 경쟁이 아닙니다. 5퍼센트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삶을 영속하는 신분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한국사회, 이젠 경쟁조차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경쟁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아무리 아이들을 경쟁 속으로 밀어 넣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동자로서 살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식이 노동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노동자로서 삶을 불행으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그는 세상이 바뀐다는 것은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세상이 바뀐다는 건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게 아니라 가치관이 바뀌는 거죠. 자본가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을 노동자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꾸는 겁니다. 자본가의 가치관은 남보다 많이 갖고 싶어 하고 남들과 격차가 벌어질수록 행복해지는 가치관입니다.”

김규항은 노동자의 가치관은 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을 억누르고 빼앗고 호의호식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며, 물질적 욕구만을 추구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남들과 격차가 벌어지면 뒤처진 사람들과 함께 가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노동자 아버지, 노동자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 되어야...

이 책에서 김규항은 노동자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면서 영국 노동당 당수의 아버지가 기자들 앞에서 부르주아를 흉내 내는 자신의 아들을 대놓고 비판하였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그 녀석은 노동자의 품위를 저버린 놈이다. 왜 부르주아들처럼 천박하게 비싼 식사를 하고 비싼 호텔에서 묵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노동자가 자본가와 똑같이 ‘부’와 ‘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는 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생존권투쟁, 경제투쟁이 노동운동의 전부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희망이 없다고 합니다.

노동해방은 권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과거 프로레타리아 독재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하였던 사회주의자들은 권력만 바꾸었을 뿐 ‘가치’를 바꾸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국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노동해방, 권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바꾸어야 한다

진보주의 운동 좌파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를 바꾸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것은 ‘영성’이라고 주장합니다.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좌파와 기도, 좌파와 예수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김규항은 예수에서 출발하여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기도와 영성이 부족한 혁명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변혁에 조응하는 나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 영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수에 대한 그의 해석을 듣다보니, <예수전>이라는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문을 하였습니다. 그는 말끝마나 ‘이스라엘 백성’을 주워섬기는 개신교의 예수 해석을 뒤집어 놓습니다.

“예수라는 사람은 전체 이스라엘 따위엔 관심이 없었어요. 예수는 매우 편향된 사람입니다. 오로지 지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입장만 생각했죠. 그들이 하느님 나라의 주인공이라 선포했구요......체제를 따질 것 없이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내가 부자라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는 겁니다,”

아울러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뜻이 잘못 알려져 있다는 것도 지적합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아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마약이 아니라 ‘고통을 경감하고 위로하는 약’을 뜻한다는 겁니다.

영성과 혁명이 조화를 이루는 삶

이 밖에도, 이 책에는 김규항의 사유와 실천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게 담겨있다. 개혁과 진보를 구분하는 법, 오늘날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기준, 내 안의 이명박을 찾는 성찰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김규항에 의해 촉발되었던 페미니즘 논쟁과 소소한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지승호의 인터뷰도 돋보인다. 그의 인터뷰집이 나올 때마다 손에 잡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울림을 주는 내용은 역시 자녀 교육에 대한 태도로 자신을 성찰해보라는 다음 메시지들이었습니다.

“보수 부모는 당당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밀어 넣고, 진보 부모는 불편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밀어 넣습니다.”

“우파 부모는 아이가 일류대 생이 되길 소망하고, 좌파 부모는 아이가 좌파적인 일류대생이 되길 소망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운동에 재능이 없다는 건 인정하면서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건 쉽게 인정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한국엔 머리는좋은데 노력을 안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죠.”

요즘 라디오 공익광고에 부모와 학부모를 비교하는 공익광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라는 광고인데,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좌파 부모와 우파 부모의 자녀 교육

김규항은 7년째 어린이진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나라를 “아동 인권 개념이 없는 후진국이며, 아이들에게는 지옥과 다름없는 사회”라고 합니다. 제발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지 말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진보, 좌파들에게 엘리트의 새로운 개념을 제안합니다. 다음 세대인 아이들을 이런 엘리트로 만들어야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곤란한 일도 지혜롭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현명한 사람,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 복잡하고 간교한 자본의 체제를 휜히 들여다보는 맑은 눈을 가진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소신과 신념을 ‘그래도 현실이...’ 따위의 말로 회피하지 않는 강건한 사람, 그런 사람이죠”

<예수전>을 쓴 ‘예수쟁이’(?), B급 좌파 김규항은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진보에 대한 고민과 열망을 내려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강조합니다. “씨를 뿌린 사람도 못 알아차리는 사이에 어느새 싹이 돋고 이삭이 패고 마침내 알찬 낱알이 맺힌다”고 말입니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10점
김규항.지승호 지음/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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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isio 2010.06.16 13:40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도 같이 사는 조카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댔습니다.
    학생한테 성적은 인격이라구요.
    자주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무식하게 다그치는 건
    사실, 세상을 우찌 살아야되는지 도대체 감이 안잡혀서 그런 걸 겁니다.

    • 이윤기 2010.06.18 11:04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는 운동에 재능이 없다는 건 쉽게 인정하면서,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잘 인정하지 못한다는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2. 2010.06.16 14:3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4.05.13 08:37 address edit & del reply

    자식에게 물려 줄것이 없고
    당장 이 사희의 정당치 않은 임금체계도
    혼자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노동의
    가치를 진실되게 아이에게 논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요?

말로 상처받지 않는 평화로운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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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린이를 위한 심리학 <대화가 필요해>




진심으로 이야기했는데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요? 기껏 생각해서 이야기 했는데 화만 내더라고요? 누군가와 좀 더 잘 지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박현진, 윤정주가 쓰고 그린 만화책 <대화가 필요해>를 읽고 평화를 가져오는 대화법을 익혀 보세요.

누구를 위한 책이냐고요? 어른들도 읽을 수 있지만, 아니 꼭 읽어야 할 어른들도 많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고민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친구가 뭐라고 할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 아빠가 받아 주실까?'
'이렇게 얘기해서 선생님한테 혼나지는 않을까?'

그리고 또 대화 중에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 마음 상한 친구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내가 이거는 이렇게 하는 거랬잖아!'
'너는 도대체 내 말을 듣고 있는 거니?'
'아니, 내가 말하는 건 이런 게 아니고.'

이런 대화를 하며 답답했던 기억이 있나요. <대화가 필요해>는 내가 어떻게 내 마음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때, 친구나 부모님이니 주변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때는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군요.

<대화가 필요해>는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대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보고, 서로 느끼고 그리고 구체적인 부탁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책 입니다.

이 대화방법은 미국인 임상 심리학자인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개발한 '비폭력 대화법(NVC: nonviolent communication)'에 기초를 둔 대화법이라고 합니다. 만화로 엮은 <대화가 필요해>는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소장인 '캐서린 한' 선생님이 감수를 맡으셨다고 합니다.

<대화가 필요해>에서 소개하는 평화로운 대화법은 4단계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게 해서, 관찰, 느낌과 마음 그리고 부탁하는 기술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랍니다. '비폭력 대화법'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캐서린 한' 선생님은 이 책이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찰, 느낌, 마음, 부탁을 익혀 발달된 아이들의 언어 능력은 창의적인 잠재 능력을 일깨워 주고 신속한 사고력, 관계파악능력,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정서적 성숙과 긍정적 가치관의 확립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통해 사회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추천의 글 중에서)

평화로운 대화법을 위한 첫 단계는 '관찰'입니다. 관찰이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그 장소, 그 인물에 대해서 사진을 찍듯이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도를 잘 '알아듣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마음을 잘 '말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상황과 설명이 필요해요. 내 마음대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나와 상대방을 잘 '관찰'하는 게 필요해요. 있는 그대로."(본문 중에서)

평화로운 대화법을 익히는 두 번째 단계는 '느낌'입니다. 국어사전에는 느낌을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느끼는 기운이나 감정'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극, 또 우리 몸과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따라서 우리 몸이 반응하고 어떤 감각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느낌은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한 느낌과 생각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로 느낌보다는 생각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생각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나의 판단이나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사람은 때로 생각과 느낌을 구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집중해보고, 내 느낌이 어떤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물론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내 느낌을 살펴볼 수 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지금 나의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관찰, 느낌, 마음, 부탁 4단계 익히기

평화로운 대화법을 익히는 세 번째 단계는 '마음'입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하는 대화에서는 마음을 잘 살펴서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말하지 않으면 잘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느낌을 잘 알아채고 마음을 살펴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평화로운 대화법의 마지막 단계는 '부탁'입니다. 그리고 꼭 부탁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대화에서는 관찰, 느낌, 마음을 살펴서 나를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 가지 그래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상대방에게 부탁하는 것도 필요해요. 구체적으로 부탁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요."(본문 중에서)

그래서 부탁을 하는 것도 방법이 있답니다. 부탁은 애매하게 표현하지 말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원하지 않는 것보다는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부탁을 할 때는 '명령'이 아니라 '질문' 형식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평화로운 대화법 나누려면 상대방이 내 말을 잘 이해했는지, 또 같은 생각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상대방이랑 서로 오해 없이 더 가까워지고 더 마음이 잘 통하기 위한 것 입니다.

<대화가 필요해>에는 관찰, 느낌, 마음, 부탁이 그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실제 대화에서 활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관찰과 관찰 아닌 것을 구분하기 위한 연습, 느낌과 느낌 아닌 것을 구분하기 위한 연습, 마음을 알아보는 연습, 부탁과 부탁 아니 것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시문을 카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책 맨 뒤쪽에는 가족이 둘러 앉아 카드게임을 하듯이 관찰카드, 느낌카드, 마음카드, 부탁카드를 활용하여 평화로운 대화법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통해 관찰, 느낌, 마음, 부탁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화가 필요해>를 읽으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평가하고 명령하고 강요하는 방식의 말을 들으면서 자라온 어른들도 새로운 대화법을 익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 입니다.


대화가 필요해! - 10점
박현진 지음, 윤정주 그림/천둥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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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키치는 왜 등교를 거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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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하이타니 겐지로의 인간 자연 생명이야기 <바다의 풍경>


<바다의 풍경>은 일본작가 하아타니 겐지로의 최신 작품입니다. 교사 출신의 작가이며, 현대 일본 아동문학의 대표적 작가라고 할 수 있는 하이타니 겐지로는 암투병 끝에 지난해 말 생을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서 문명의 그늘 속에서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 참된 교사로서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과 참된 교사로서의 길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국내에 일본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는 일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한 30여권이 넘는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만 하여도 <태양의 아이>, <하늘의 눈동자>, <바다의 노래>, <내가 만난 아이들>과 같은 책이 번역되었고, 그 외에도 많은 작품이 양철북 출판사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바다의 풍경> 역시 양철북에서 번역 출간하였습니다. 가히 하이타니 겐지로 전문 출판사라고 할 만합니다. 이 출판사는 2006년 여름 방학에 독자들과 함께 하이타니 겐지로 일본 문학기행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올 여름방학에도 일본문학기행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바다의 풍경>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소키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이라고 할 만 합니다. 그렇지만, 사춘기를 보내는 십대들의 '성장통'만을 이야기로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 자연파괴와 도시화에 대한 우려, 농업과 어업의 가치와 소중함, 문화의 토대와 뿌리가 되고 있는 농업과 어업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가히 하이타니 겐지로다운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농업이나 어업은 경제원리로 설명할 수 없어

<바다의 풍경>에는 한미FTA 체결로 농업과 어업을 비롯한 1차 산업의 심각한 피해가 예측되는 작금의 우리 상황에 대하여 성찰하게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팔아서 농산물을 사다 먹겠다는 이야기가 왜 틀렸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1차 산업이 무너지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먹을 것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번 돈으로 사 먹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야."
"자급자족을 못하는 것은 땅이 좁아서가 아니라 농업이나 어업에 공업과 똑같은 경쟁원리를 들이대기 때문이야."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을 읽다보면 참 개성이 강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다 문득 작년에 출간된 <하늘의 눈동자> 주인공이었던, '린타로'가 자라서 '소키치' 같은 개성이 강한 청소년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에는 늘 권위적이지 않고, 세상이 강요하는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관계 맺기를 위하여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등장합니다. <하늘의 눈동자>에 나오는 소노코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고다니' 선생님 그리고 <바다의 풍경>에서는 소키치의 담임으로 등장하는 '시마오 선생님'이 그런 사람입니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선생님 보다 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따뜻한 어른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바다의 풍경>에선 도시락집을 하는 트럼펫 연주자 시마씨와 할머니 그리고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를 연상시키는 교사 출신의 작사가 와카마쓰 선생과 같은 등장인물이 그렇고, <하늘의 눈동자>에서는 린타로의 할아버지 그리고 다쓰로가 바로 그런 인물들이었습니다.

이오이시 근처의 작은 섬인 '아와지'에 살고 있던 주인공 소키치는 학교 교육에 충실했던 우등생이었으나,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갑자기 '등교 거부' 학생이 됩니다. 그렇지만 등교거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몸을 가꾸는 운동, 도시락집 아르바이트 그리고 이웃어부들의 고기잡이를 돕는 등 '소키치'는 건강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뿐인 혈육인 누나는 물론이고 담임인 시마오 선생님, 그가 가장 좋아하는 히라이 할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 누구도 '소키치'가 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소키치 역시 누구에게도 자신이 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소키치는 누구보다 섬을 사랑하였고 고기잡이 일을 천직으로 여겼던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섬의 자연을 파괴하는 송전탑 건설에 참여하였는지 그리고 누나가 운영하는 토산품운영은 아버지가 참여하였던 송전탑 건설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쫓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교육원리를 주장한 교육학자, 하이타니 겐지로 


게으르면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없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바다의 풍경>을 통해 어업과 농업이 망가져가는 안타까운 현실, 어업을 포기하는 섬 어부들의 마음, 그리고 농업과 어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에 따가운 질책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예습을 안 해온 학생을 향하여, 사와키라고 하는 교사가 "그렇게 게으름을 부리면 농사꾼 밖에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여 학생과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격분하여 학생인 세이치가 사와키 선생을 때리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수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이 자리에서 교사에게 주먹질을 했던 세이치가 전하는 말은 세상의 모든 교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나는 장남이니까 아버지의 농사일을 물려받을 거야. 예습을 안 해 온 건 내 잘못이니까 야단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면 그렇게 게을러서야 어떻게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있겠냐고 야단쳐 줬으면 했어!"(본문 중에서)

교사뿐만 아니라 많은 어른들의 뇌리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농사꾼이나 어부,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잘못된 직업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으름을 부리면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없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세이치의 울부짖음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습니다. 아마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입니다.

소키치가 아버지의 삶을 쫓아가는 동안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하여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움을 얻고 성장해 나갑니다. 섬으로 이사 온 히데요 가족, 시마 아저씨, 오키나와 소녀 리쓰와 오키나와 사람들, 와카마쓰 선생님, 시마오 선생님 그리고 노부스케를 비롯한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하여 참다운 삶을 배우며 성장해 나갑니다.

특히,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를 연상시키는 '와카마쓰'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뭇 생명에 관하여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도시 사람과 시골이나 섬사람은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 모든 인간은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문명이라는 캡슐 속에 갇혀 사는 우리는 그 사실을 곧잘 잊어버리지. 어떤 생명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법인데 도시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해. 하지만 자연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의 숨결 하나하나가 이웃한 생명에게 온기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생명을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하지."(본문 중에서)

자연과 생명이 공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

자신만의 문제로 여겼던 것들을 함께 나누며 '타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된 소키치는 조금씩 자신의 내면에 있던 따뜻한 마음을 회복해갑니다. 아버지의 삶을 쫒아가면서 아와지 섬이 한창 개발되고 송전탑이 놓여지는 시기에 경제의 발전과 자연파괴 사이에서 고민하며, 전기회사가 받아들일 만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아버지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 송전탑 공사로 인하여 파괴되는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나바씨와의 만남을 통해 아버지에 관해 품고 있던 의문에 답을 찾게 됩니다. 아버지인 '요시지'가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지켜낸 '류긴큰별나비', '숲푸른개구리', '반점무늬대나무' 서식지를 찾아가며, 인간과 자연에 대해 아버지가 가졌던 생각들과도 만나게 됩니다.

이나바씨가 기억하는 소키지의 아버지 '요시지'는 바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모두 학자야. 다만 산지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 않을 뿐이지. 인간의 지식은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생명이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지혜로 빛날 수 있는 법이야."(본문 중에서)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모든 생명은 평등하며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생활과 문화 속에 살아있다면, 그 삶도 그 사람이 만든 물건도 얼마나 아름다울까."(본문 중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런 생각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각, 그리고 호주의 참사람부족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아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들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키지의 아버지와 섬사람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연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의 숨결 하나하나가 이웃한 생명에게 온기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쫒아가는 일에 매달려 등교거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술집에도 드나들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도쿄라는 대도시를 다녀온 것도 '소키치'에게는 모두가 공부였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소키치는 진짜 세상을 배우기 위하여 1년 동안 휴학하면서 나만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게 됩니다.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모든 생명은 평등하며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진" 오키나와를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소키치는 이런 공부를 통해 졸업 후에는 "우리 섬사람들이 우리 섬의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아끼며 우리 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등교거부, 학교 밖에도 나만의 길이 있다

사회와 학교가 깔아 놓은 레일을 얌전히 따라가지 않고 내 손으로 새로운 레일을 깔고 싶다는 것이 소키치의 생각입니다. 이미 깔려있는 레일 위만 걸으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 레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작가 연표를 보면, 하이타니 겐지로는 1980년부터 아와지 섬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1991년에는 오키나와 토카시키 섬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바다의 풍경>에서 이렇듯 생생하게 섬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체험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의 풍경>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작가가 여러 해를 살았던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과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는 생각이 삶과 문화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소위 도시의 문명인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 입니다.


바다의 풍경 1 - 10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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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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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에 1에 이르는 8억5000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 본문 중에서

아프리카 전인구의 36%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인구의 18%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약 14%가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유럽과 옛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나라들도 기아 문제를 안고 있다. 지구 행성에 살고 있는 65억명 중에 이렇게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지구 행성에서 단 하루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전쟁보다도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기아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쉽고 명료하게 밝혀 놓은 책이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보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음에도 세계는 전쟁과 환경파괴, 에이즈에 대한 관심에 비하여, '기아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하게 대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장 지글러는 사람들이 기아 문제의 심각성과 그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들 '카림'과의 대화 형식으로 정말 쉽게 쓰인 이 책에서 지은이는 전쟁과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만, 기아의 심각성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며 피상적인 정보만 접하게 될 뿐이라고 한다.

스위스 출신의 학자이자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현재 기아의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굶주림과 죽음을 미끼로 돈을 벌고 있고, 그런 돈벌이 시스템들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작동하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역사적 사실과 꼼짝할 수 없는 증거를 통해 알려준다.

굶어 죽는 것은 운명인가?

'우리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는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대기근이 발생하면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기 때문에 하늘이 아니면 구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정말 굶주림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인가?

오늘날 세계는 산업혁명 이후 눈부시게 생산성이 향상되어 물질적인 결핍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세계인구는 65억명이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식량이 제대로 분배만 된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서구 부자나라의 적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기근이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는 '자연도태설'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산소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산물을 제거한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 주장은 18세기 말 영국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라는 사람이 발표한 인구법칙에 관한 논문에서 기원한다. 그는 인구증가를 식량증가가 따라갈 수 없으므로 가난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산아제한을 해야 하며, 질병과 배고픔은 지구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하였다.

1798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지금도 여러 대학과 제네바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 그리고 유엔 책임자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무수히 인용되고 있으며,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들의 양심의 가책을 줄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이 남아돌아도 굶어 죽는 이유

1984년을 기준으로 120억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농업 생산력임에도, 세계 인구의 7분의 1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으며,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식량 분배 문제의 또 다른 측면에는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육류소비문제가 있다. 식량 분배는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소, 닭, 돼지와 같은 동물들이 엄청난 양의 곡물을 소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곡물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피드 롯'이라고 하는 거대한 공장식 사육시설에서 연간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서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잠비아 같은 나라의 연간 필요량보다 더 많다." - 본문 중에서

장 지글러에 따르면, 곡물이 부족한 더 큰 이유는 미국 시카고 미시간 호수가에 있는 곡물거래소에서 세계 곡물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물급 곡물투기꾼들 때문이다. 앙드레S.A(스위스), 컨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내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와 같은 메이저 곡물 투기꾼(화이트칼라 강도)들이 세계 식량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 자국의 농업을 보호와 가격 보장을 위하여, 엄청난 양의 남아도는 식량을 폐기 처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웃나라의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보다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에 대하여 FAO나 WFP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일 뿐이며, 오직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세계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1974년 < World Food Surveys > 보고서에서 "10년 후가 되면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고픈 배를 부여잡고 잠자리에 들이 않을 것이다"라는 선언문은 여기 없이 빗나가게 된 것이며, 1996년 FAO가 주최한 세계식량 서미트에서 "2015년까지는 지구상의 기아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모든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라고 하는 결의를 하였지만 믿을 수 없는 구호라는 것이다.

기아로 돈을 버는 기업 '네슬레'

기아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기업은 '화이트칼라 강도'라고 불리는 국제 곡물 투기꾼들뿐만이 아니다. 이 책에는 세계 제2위의 식품 회사인 네슬레가 1970년대 칠레에서 저지른 만행에 관하여 상세하게 폭로하고 있다.

좌파 인민전선의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당시 칠레의 분유지상을 독점하고 목축업자와 독점계약을 맺고 있던 네슬레사에 분유를 제값을 주고 사려고 하였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미국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정책을 반대하였고, 미국 기업들이 누려왔던 특권들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해 정책을 폈으며, 네슬레 역시 같은 이유 때문에 개혁정책에 반대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분유를 배급하겠다는 아옌데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얼마 후에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쿠데타가 일어나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1991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육지의 4분의 1이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매년 600만 헥타르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지중해 남쪽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약 10억 인구가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식량과 식수부족을 겪는 수백만의 '환경난민'이 이미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곳곳에서 심각한 살림 벌채가 이루어짐으로써 사막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실 사막화의 책임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그렇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자들의 몫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사막화 방지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자그마치 43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는 누구도 이 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환경난민'을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과 토지가 없는 환경난민들은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 주변부의 빈민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막화로 인한 토지 황폐화 선진국의 값싼 농산물 때문에 무너지는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굶주림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있는가?

장 지글러는 토지개량도, 사막화 대책도, 빈민가의 인프라 구축도, 농업지원도, 우물파기 프로젝트도 결국 헛수고로 끝나버릴 응급조치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록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희망의 단초가 되었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의 혁명가 '상카라'의 개혁정책이다.

상카라는 자주관리정책을 통한 분권 정책, 인두세 폐지, 철도건설 사업 그리고 토지국유화와 재분배정책을 통해 공무원의 월급도 줄 수 없었던 나라에서 4년도 지나지 않아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을 만큼 농업생산량을 늘리고 도로, 상수도를 건설하는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그의 개혁정책은 외국세력의 조종을 받은 혁명 동지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무너지고 만다. 체 게바라보다도 더 젊은 나이에…. 그리고 부르키나파소는 다시 보통의 아프리카 나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1970년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이 니카라과에서 시도했던 급진적인 농업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수백 년에 걸친 가난과 굶주림을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던 니카라과는 개혁정책은 레이건의 침공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오늘날 기아 문제의 해결은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라고 말한다.

"인도는 오늘날 자급자족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 그런데도 인도에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수가 7000만 명에 이른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수출국에 속한다. 그런데도 대도시와 시골에서 아이들이 매일 같이 굶주리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장 지글러는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는 세계 질서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시장 질서가 제3세계 나라들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 지구적인 민간단체,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노조들의 세계적 연대만이 이들과 맞서 기아와의 투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파블로 네루다'를 인용하면서 세계 시민사회의 희망을 말한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 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10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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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과 2010.03.06 09:34 address edit & del reply

    세계적으로 식량이 남아 돈다는데 지구한쪽에서는 굶어 죽있는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의 눈동자 보고 잇으면 참 맑고 한없이 착해 보입니다.

    • 이윤기 2010.03.07 21:44 신고 address edit & de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구호단체에 돈을 내는 것만으로는 결코 가난과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세상을 개혁해야겠지요.

  2. 김기현 2010.03.06 09:4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꼭 권하고픈 책이예요. 현실을 직시하고 똑바로 알기, 문제해결의 출발입니다.

    • 이윤기 2010.03.07 21:46 신고 address edit & del

      총무님도 보셨군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3. asdas 2010.03.06 19:18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나의 운세 궁금하지 않으세요? http://freeonsee.oo.ag 에서 확인하세요 ^^

  4. 세계의 절반? 2010.03.06 22:49 address edit & del reply

    아프리카 전인구의 36%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인구의 18%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약 14%가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그럼 기아률이 세계 50%?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기아률이 가장높은 아프리카가 36%이면 세계 기아률은 절대 36%를 넘을수 없죠...

  5. 외계인 2010.03.08 22:21 address edit & del reply

    예전 자전거 종주단 할 즈음에 이 책 사서 봤어요
    이 책을 보면서 안타까운 현실에 분노를 하면서도
    지금 우린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그런데 그런 자기합리화가 "우리일이 아니니깐!!"
    하는 마음을 담고있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습니다
    여하간 읽고나면 절대 편할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경우든 체벌은 교사의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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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아이들에게 배운 것>


<아이들에게 배운 것>을 쓴 하이타니 겐지로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늘의 눈동자>, <바다의 풍경> 등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세계적인 어린이 문학작품을 쓴 일본 작가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은 대표작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하여 40여 권에 이른다.

현대 일본아동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서 이른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는 나약한 인간성을 성찰하고,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 그리고 참된 교사로서 살아가는 길을 보여준 작가였다.

특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연기적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생명사상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과 참된 교사로서 길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그가 작품 활동과 생활 속에서 깨달은 인생철학을 압축한 것으로 '어린이는 인간의 뛰어난 원형'이라는 생각과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교육원리를 잘 보여주는 어린이론과 교육론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NHK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인간대학'이라는 교양강좌 시리즈에 약 2개월에 걸쳐 방영했던 내용을 활자로 옮겨 쓴 12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첫 번째 에세이 '어른보다 어른이 아이들' 편에서는 어린이 잡지 <기린>에 실린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몇 편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가는 작품은 1학년 야마쿠치 마사요가 쓴 것이다.

인형은
백화점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나는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온 세상에
나는 딱 하나
그런데 엄마는
나를 야단친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 나오는 여러 편의 아이들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닿은 글이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글이다. 다른 글을 한 편 더 읽어보자.

사람을 키우는 가치 있는 교육이란?

"소가 병이 났습니다. 가즈마사네 집 소보다 엄청(심한) 병에 걸렸습니다. 내가 소 외양간에 들어가서 소 다리를 지푸라기로 문뎠더니(문질러 주었더니), 눈물이 마음 속에서 울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6학년이 되도록 맞춤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사와 마사히코라는 어린이가 소에 대하여 쓴 산문 글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교육은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어린이가 생명에 대해 품는 연민을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이라고 보는 것도 교육이 아닐까요? 혹은 그런 것은 무시하고 표기법이 잘못됐으니 고치라고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느 쪽이 사람을 키우는 가치 있는 교육일까요?" (본문 중에서)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하세요? 많은 경우 우리는 머리로는 쉽게 생명에 대한 연민을 품는 아이의 마음을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표기법을 고치라고 교육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면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지만, 많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면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이제 자신과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에 어린이가 배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른은 더 이상 배우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울 뿐만 아니라 배움은 반드시 어떤 상대를 통해서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배우고 변화하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동료가 필요합니다. 동료란 선생님이기도 하고 부모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혹은 자연이기도 합니다. 책도 그중에 포함되겠지만 책은 어차피 사람이 쓴 것이니 그냥 사람의 변형이라고 생각합시다." (본문 중에서)

나와 상대는 서로 배우는 관계이고, 그것은 교사와 어린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초임 교사 시절에 만났던 '마코토'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2학년인 마코토를 만났을 때는 학교에서 이 아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말썽꾸러기였다고 합니다.

어느 미술시간, 마코토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도화지를 여러 장 가지러 나옵니다. 역동적인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여러 장을 연결해서 그리는 것이 불편하자 더 큰 종이를 달라고 합니다.

젊은 하이타니 선생은 더 큰 종이를 요구하는 아이를 위해서 윤전기에 사용하는 두루마리 종이를 사다주고 넓은 강당 바닥에 펼쳐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러자 마코토라는 말썽꾸러기는 대형벽화를 완성시키고, 돔을 그려 장식하는 굉장한 그림을 그려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마코토를 통해 어린이들이 가진 가능성, 엄청나게 큰 가능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 시간에 한 장의 그림만 그려야 한다는 것은 교사가 만든 틀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린이가 그 틀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큰 힘을 보일 때에는 교사가 그 틀의 제한을 없애 주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마흔 명의 아이를 맡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맞는 마흔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말 합니다. "마흔 명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하나의 답만을 가르친다면, 그것은 교육도 뭣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는 마흔 명이 아니라 나이가 같은 전국에 있는 수만 명의 아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하나의 답만을 가르치는 교육도 뭣도 아닌 짓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경우든 체벌은 원칙적으로 교사의 패배다

체벌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도 초임 교사 시절에 아이들을 때린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아이를 체벌한 것은 미숙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합니다.

"체벌은 원칙적으로 교사의 패배입니다.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교육적 배려에서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체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선생은 교육은 혼을 키우고 묶어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사물은 사용할수록 닳아 줄어들거나 없어져 버리지만, 교육에 의해 배양된 사람의 혼은 마음속에 살아남아, 살아가면 갈수록 더 커져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는, 슈운코라는 중학생이 쓴 글을 통해 수업이란 무엇인가 하는 또 다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나는 무척 지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숙제를 해야만 하고, 나는 학원에 가지 않았지만 다니는 사람은 어디 자유시간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즉 생각하는 시간이 없었던 겁니다. 공부 말고 더 소중한 것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슈운코라는 아이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지요? 학교 공부나 수업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슈운코의 글입니다.

"우리들보다 오래 산 어른들이 가르쳐 줬으면 하는 것은 수학이나 영어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소중한 것이 뭐냐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런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온갖 규칙으로 아이들을 속박하는 것은 교육의 패배라고 규정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억눌리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숙제를 잊어 버려서 이유를 말하라고 야단맞고, 이유를 말하니까 '변명하지 마라' 하고 또 야단맞았다." (본문 중에서)

답을 찾아내려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

또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같은 답,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교사의 자세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습니다. 이런 교사의 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지요.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내려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수업시간에는 그러한 사실이 잊히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발로 걸으려고 하는 아이일수록 문제아 취급을 당하고 마는 겁니다." (본문 중에서)

그는 이런 교육현장의 관행을 <하늘의 눈동자>라는 작품에 나오는 린타로를 통해서 고발하고 있습니다.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린타로이지만 학교에서는 늘 엉뚱한 아이 취급을 당하고 마는 것이지요.

또한 작가는 자신이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교사였던 하야시 다케지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이 쓴 감상문을 통해 바람직한 수업과 좋은 교사가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하야시 선생님이 모두에게 말을 걸 때도, 웬지 나에게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다 같이 수업을 받고 있을 때도 왠지 주위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야시 선생님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건다. 나는 선생님이 말을 걸으셨을 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난처했습니다. 하나만 나는 틀려도 돼 하는 기분으로 대답했습니다. 하야시 선생님의 공부는 즐거웠습니다. 늘 하는 공부보다 즐거웠습니다. 조금 단순했지만, 조금 어려웠습니다." (본문 중에서)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진정한 교육은 생명교육

마지막으로 하이타니 겐지로는 생명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하여 말합니다. 오키나와 섬에서 체험을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하여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이 섬에는 잠수 물고기잡이를 전문으로 하는 어부는 몇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한 번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은 곳에는 짧으면 보름, 길면 몇 개월 동안 다시 가지 않고 '비워' 둡니다. 물고기의 성장을 기다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본문 중에서)

또한, 잠수 물고기잡이 어부들은 숙련도와 상관없이 어획량을 똑같이 나눈다고 합니다. 솜씨가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함께 고기잡이를 나가면 늘 똑같이 나눈다는 것입니다. 하이타니 선생은 <아마존의 교장선생님>이란 에세이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서는 자연과 관계 맺는 생명에 대한 생각을 들려줍니다.

"한 그루의 나무에 열매가 열리면 그 3분의 1은 우리들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서 신께 감사하고 따 먹는다. 다른 3분의 1은 우리들의 자손을 위해서 따지 않고 나무에 남겨 둔다. 나머지 3분의 1은 우리의 생명 이외의 생명들을 위해서 나무에 남긴다." (본문 중에서)

"나는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생명의 의미를 배웠다.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무수한 생명이 그 생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상, 내 생명 또한 다른 생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상이 인간의 성실함을 낳고 상냥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생명'속에는 수많은 '죽음'이 살아 있으며 온갖 고통과 번민이 깃들여 있다. 그것이 흙속의 양분처럼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고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작가의 말)


그는, 진정한 교육에는 '생명의 교육'이 그 배경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도 사람의 행복을 위해 활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깔보거나 남의 불행 위에서 지위나 재산을 얻는 도구, 자연을 파괴하거나 때로는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교육은 반드시 모든 생명에게 도움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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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N 2010.01.10 07:52 address edit & del reply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글의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공감을 하고있습니다 ^^ 한국의 교육방식에 회의를 느낍니다. 이제껏 보고 들은 많은 교사들의 수업방식이 소개된 책 내용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들의 수업방식은 아이들을 위한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정답에대한 집착을 가르치는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글 속 아이가 말하는것이 쉽게 공감되는것을 보면 어쩌면 그만큼 우리의 교육방식이 잘못된것임을 증명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윤기 2010.01.11 17:36 신고 address edit & del

      하이타니 겐지로는 참 많은 영감을 주는 교사이자 작가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사람은 교사의 역할을 할때가 있습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 입니다.

자전거 헬멧 안 쓰면 애들만 다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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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왜 14세 미만 어린이만 적용하나?

얼마 전, 국토해양부가 자전거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자전거 이용자 증가에 따라 매년 늘어나고 있는 자전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여러 가지 종합대책을 세워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자전거 도로의 설치기준 강화,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하여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 대한 설치 기준 강화, 자전거 도로 안전 진단 실시, 야간 운전을 위한 안전장비 설치 의무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책은 바로 ‘14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안전모 착용 의무화와 음주운전 금지 규정’입니다.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안전모 착용 의무화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포함시킨다고 합니다. 미국, 호주를 비롯한 외국에서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100달러 미만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모 착용 의무화나 음주운전 금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전모 착용 의무를 만 14세미만 어린이 탑승자에게만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통문화운동본부나 도로교통안전공단 등에서 조사한 성인과 청소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특별히 14세 미만 어린이들만 안전모 착용을 기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인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안전모 착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14세미만 어린이 탑승자에 대해서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에 따라서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 의무를 다르게 적용하지 않는 것처럼 안전모 착용 의무 규정을 도입하려면 자전거를 타는 모든 국민에게 착용의무를 지우던지 아니면, 모든 국민이 똑같이 그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자신의 안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2008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때도 어린이 안전모 착용과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신설하려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슬그머니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론의 반대 때문에 어린이에 대한 헬멧착용을 의무 조항은 슬쩍 끼워 넣었지만 벌칙조항을 만들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여론의 반대를 피해가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할 수 없는 14세미만 어린이들에 대해서만 헬멧착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는 선거권도 없는 만만한 국민이기 때문에, 혹은 나이가 적기 때문에 어른들이 마음대로 불평등한 의무를 부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 어른들이 먼저 본을 보이도록 법률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BS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12월 29일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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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비단안개 2009.12.31 11:34 address edit & del reply

    어른들은 워낙 세파에 시달려 웬만한 건 견딜 수 있으니 그러지요.
    이 얼마나 갸륵한 배려입니까.^^

    이윤기님
    한 해 동안 수고하셨고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2. 괴나리봇짐 2009.12.31 12:07 address edit & del reply

    갱블 덕분에 부장님을 알게 돼 올 한해도 즐거웠습니다.
    마산에 갈 일이 내년엔 좀 생길 것 같은데, 기회 닿으면 꼭 한번 뵜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도 엄청난 활약 기대할게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3. 허정도 2009.12.31 14:28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부장님,
    한 해 동안 좋은 글 많이 읽었습니다.
    새해에는 더더욱 유익한 글 기대합니다.
    가족들과 즐거운 연휴 보내기 바랍니다.

붕어빵 하나에 행복한 꼬맹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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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난생 처음으로 붕어빵을 구워 보았습니다. 
매년 10월에(올 해는 3일) 동아리 활동을 하는 YMCA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축제'를 합니다.친환경수세미도 만들고, 벼룩시장도 열고, 천연염색도 하고,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과 가공식품 판매도 하고 여러가지 먹거리마당도 열립니다. 먹거리 마당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바로 '우리밀 붕어빵'입니다.



축제 때마다 붕어빵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가장 인기있는 간식이라 올 해는 밀가루와 팥을 넉넉하게 준비하였더니 평화축제를 마치고도 재료가 많이 남았습니다. 행사 다음날 YMCA 회관에서 평화축제때 팔고 남은 붕어빵 재료(밀가루, 팥)로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제가 붕어빵을 굽는 동안 유치원 꼬맹이들 1층으로 내려와 군침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붕어빵을 구워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성공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붕어빵 틀에 밀가루를 붓고, 적당량의 팥을 넣고 다시 밀가루를 붓는 연속 동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후배 한사람과 손을 맞춰 둘이서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제가 밀가루를 붓으면, 후배가 팥을 넣고, 제가 다시 밀가루를 붓고 붕어빵 틀을 한 칸씩 돌리면 후배가 붕어빵 틀이 반대편에 오면 뒤집어 줍니다. 금새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아서 고소한 붕어빵을 빨리빨리 구워낼 수 있었습니다.

 

붕어빵 굽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지더군요. 한 시간쯤 붕어빵을 굽고나니 제법 동작이 손에 익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부터는 후배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빵틀을 돌리며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한 시간 넘게 대략 200여 마리의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모두 나눠먹고도 재료가 남아 YMCA 회관을 오가는 회원들에게도 골고루 나누어주었습니다. 붕어빵을 먹어 본 회원들은 회관 앞에다 붕어빵 틀을 내놓고 장사를 한 번 해보라고 '농담'을 건네주더군요. 붕어빵 잘 굽는다는 칭찬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사실 갓 구운 붕어빵은 따끈따끈 할 때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굽는 사람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때 먹어야 하는 것이지요. 붕어빵은 식으면 몸통이 쭈글쭈글해지고 밀가루도 질긴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따뜻할 때는 밀가루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나고 팥도 뜨끈뜨근하고 김이 모락모락나오지요. 이때가 가장 맛있는 때 입니다. 제가 구운 붕어빵이 맛이 좋다고 해준 분들은 모두 갓 구워낸 붕어빵을 먹어보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밀가루 반죽과 속을 넣는 팥 양이 똑같이 끝나지 않아서 남은 팥은 단팥죽을 끊여 따끈따끈하게 먹었습니다. 붕어빵 반죽만 만들 줄 알면 아이들에게 가끔 간식으로 해 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만, 사실 반죽은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은 것 입니다.

YMCA에서 준비한 붕어빵은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간식거리입니다. 우리밀빵공장에서 우리밀과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반죽과 국산팥으로 준비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붕어빵 굽는 저는 아마추어 솜씨이지만, 재료 준비는 우리밀빵공장에서 기술자들이 해주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빵을 구울 수 있었고 맛도 좋았던 것 입니다.

붕어빵 틀은 경남한살림에서 빌려 사용하였습니다. 여러 단체가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 이 붕어빵 틀을 빌려서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앞서 붕어빵 틀을 사용하신 분들이 '질'(길)을 잘 내서 저도 쉽게 빵을 구워낼 수 있었겠지요.

아무튼 그날 갓 구워낸 붕어빵을 호호 불며 먹던 아이들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붕어빵을 먹는 아이들 표정이 참 행복해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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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인연 2009.12.20 12:58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일 하셨네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니 행복한 하루를
    보내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 이윤기 2009.12.21 08:41 address edit & del

      네,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이는 행사 같은데서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거다란 2009.12.20 13:47 address edit & del reply

    이윤기님 시사인 메타블로그에 링크되있는 거 아십니까? 논객과 전문가 각 100인 씩 추천받아 rss 등록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추천했는데 오늘 보니 있군요. 또는 그 전에 알아보고 링크되어있는 건지... 추천해도 괜찮죠. ^^ http://www.sisain.co.kr/blog/

    • 이윤기 2009.12.21 08:40 address edit & del

      아 ~ 몰랐습니다. 그리고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링크 따라 시사인 메타블로그에 다녀왔습니다. 신변잡기도 자주 쓰는데, 시사인에 등록되니 좀 부담스러운 마음도 생기네요.

  3. 용팔 2009.12.22 09:43 address edit & del reply

    붕어빵의 행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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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여러 가지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던 온라인 회의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고, 활동가들은 줌이나 구글미트 활용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YMCA 활동가들이 하던 많은 일은 ..

아이들에겐 심리적 위로가 필요하다

아서 P. 시아라미콜리 & 캐서린 케첨이 쓴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하버드 의대 심리학 교수인 아서 P. 시아라미콜리의 사적인 고백과 35년 동안 만난 다양한 환자들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쓰인 <당신은 너무 늦게..

코로나-19, 자가격리 당해보셨나요?

새해부터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방송 원고를 포스팅 해 둡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새해부터 생방송 경남에서 ..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배너(사진) 넣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사진(혹은 배너 광고)를 넣는 방법을 기록해둡니다. 오늘은 제 블로그 오른쪽 맨 상단처럼 광고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이미지(배너광고)를 넣는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이미..

구글-드라이브 사진, 웹사이트에 올리기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이미지(광고 배너)를 넣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이미지를 넣는 방법은 <이미지 배너출력>이나 <HTML 배너출력>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서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