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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2차 대전후 전쟁 안한 날 하루도 없었다

by 이윤기 201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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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세요? 어떤 자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한다고 주장합니다만, 조금만 사려 깊은 사람들을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와 평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인간이 전쟁을 벌이는가?'하는 철학적인 질문에 맞닥뜨리면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히로세 다카시가 쓴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는 책 제목인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하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뛰어난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체르노빌의 아이들>이라는 책으로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人 대안언론'이라고 불리는 히로세 다카시는 자신이 발언한 내용만큼이나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 작가라고 합니다. 그는 일본 우익과 재벌의 공공여난 위협과 폭력에 항거하는 평화활동가이자 다방면에 걸친 취재를 통해 심도있는 분석을 해내기로 정평이 나있다고 합니다.

 

이 책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역시 엄청난 자료 검토와 독특한 연구와 사유를 통해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는 책입니다. 히로세 다카시는 이 책을 쓰면서 1만 꼭지가 넘는 신문 기사와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보도를 접하였고, 수백 점에 이르는 자료를 읽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기관인 CIA와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가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자료들을 읽다보면 도대체 이런 자료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비밀스러우면서도 방대한 자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1945년부터 1991년까지 매년 일어난 전쟁과 내전, 테러, 쿠테타, 암살, 납치를 기록한 무려 47쪽에 이르는 분쟁지도라는 기억문(암호를 푸는 열쇠 말) 들고 전쟁의 원인을 찾아가는 서술 방식도 독특합니다. 아울러 암호의 천재 월리엄 프리드만의 암호문 해독법을 이용하여 왜 인간이 전쟁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독특한 과정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는 전쟁의 원인을 찾기 위하여 두 가지 열쇠를 준비합니다. 하나는 1945년부터 1991년까지 매년 일어난 전쟁을 기록한 47장의 분쟁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천재적인 전쟁군인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이라는 책입니다.

 

히로세 다카시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하고서는 전쟁의 본질을 탐구하는 암호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혈을 꺼리는 자는, 그렇지 않는 자에 의해 반드시 정복당한다. 전쟁은 가혹한 것이며, 여기에 박애주의와 같은 부녀자의 정이 개입할 여지 따위는 없다. 전쟁의 수단은 딱 한, 그것은 투쟁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성스러운 전쟁'으로 미화하지 않고 '폭력행위'라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히로세 다카시는 <전쟁론>에서 찾아낸 이런 단서들을 조합하여 마치 추리소설과 같은 방식으로 전쟁의 본질에 접근합니다.

 

그렇다면, 1945년부터 47장의 전쟁지도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세계 제 2차 대전 후에 하루도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날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베트남 전쟁처럼 3천 일이 넘는 긴 전쟁으로부터 단 하루의 테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날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천재적인 전쟁 군인 클라우제비츠가 1832년에 쓴 <전쟁론>에는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더라는 것입니다. 마치 암호문처럼 말입니다. 다음은 히로세 다카시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인용한 구절들입니다.

 

"전쟁은 단 한 번의 결전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전쟁 중에 양측은 서로가 서로를 도발하고, 투쟁은 제한 없이 발전하면 멈출 줄을 모른다. 전투력을 양성하고 유지하며 사용하는 것, 이 모두가 군사행동이다. 하지만 양성해서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전투력을 실제 사용하는 것만이 군사행동의 목적이다."

 

열두 살이란 어린 나이에 입대하여 일개 보병 병사에서부터 장군까지 비참한 포로생활과 전쟁의 승리를 모두 경험한 천재적인 전쟁군인 클라우제비츠는 세계 제 2차 대전보다 160년 전에 이미 전쟁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는 인간이 왜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를 찾기 위한 두 번째 실마리로 '무기'에 주목합니다. 저자가 인용한 자신이 살아가던 시대에 가장 뛰어난 무기를 발명한 두 명의 과학자의 서로 다른 예언은 흥미롭습니다.

 

먼저 통제 가능한 폭약을 만들어낸 알프레드 노벨의 예언입니다. 오늘날 노벨상이 있게 한 장본인이지요.

 

"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평화를 위해서는 순식간에 마을을 폭파해 버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무언가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언젠가 그것이 완성되면 인간은 그 파괴력에 공포심을 느껴서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봐 훨씬 오래전 천재적인 과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남겼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발명이라도 그것이 양식없는 인간의 손에 넘어갔을 때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 발명자는 그것을 영원히 비밀로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

 

저자는 지구상에는 이미 인류를 절멸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대량 살상 무기가 사용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우발적인 핵전쟁의 위협과 사고로 인한 핵폭발의 위험에 아주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에는 이미 5만발의 핵탄두가 대기 상태에 있지만 놀벨이 예언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47년 동안의 분쟁사를 보면 어떤 뛰어난 무기도 전쟁을 예방하는 효과는 없다는 것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83년까지 6개국이 총 약 1천 300개의 원수폭을 이 세상에서 실험적으로 폭발시켰고, 그 사이에 300회의 전투를 치렀지만 원수폭은 단 1개도 전장에서 폭발하지 않았다. 전장과 폭발지점이 일치하지 않는 무기, 그것이 바로 핵무기이다."

 

결국 강력한 무기에 대한 공포심이 전쟁을 억지시켜주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인간들은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두고 다른 무기를 사용하여 전쟁을 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원자무기를 제외한 생물무기, 화학무기, 화약무기, 날붙이무기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균폭탄, 독가스 무기, 인체실험, 화학무기의 개발과 사용 사례를 구체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기가 많을수록 전쟁 가능성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무기의 증대가 전쟁의 승산을 높이기 때문에 개전의 결단을 재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많은 무기를 가진 미국이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역사를 보면 조금도 틀린 결론이 아닙니다. 

 

결국 무기를 갖고서도 평화를 유지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군사력이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정신이 아슬아슬하게 군사력의 폭주를 억누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CIA KGB가 전쟁을 지시한다는데?

 

전쟁의 본질을 찾기 위한 세 번째 실마리는 누가 전쟁을 지시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히로세 다카시는 제 5장과 제 6장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CIA와 KGB가 지난 세월 동안 전쟁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어떤 일을 벌여왔는가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사실들을 공개합니다. 

 

스파이 활동뿐만 아니라 직접 군사작전을 통해 전쟁을 저지르고 적국뿐만 아니라 동서 양 진영에 속한 여러 나라의 수많은 요인들을 암살하고 수많은 정부들을 전복시킨 사례들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스파이 양성과정도 매우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아울러 CIA가 일으킨 8대 사건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는 진짜 이유는 국가나 민족의 수입보다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훨씬 본질적인 이유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갖고 하는 정치의 연속이다. 전쟁이란, 나의 의지 달성을 적에게 강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실력행사이다."

 

클라우제비츠에 따르면 전쟁은 결국 정치의 연장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정치와 전쟁은 별로 다르지 않으며 정치가와 군인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히로세 다카시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결국 집단 보다는 '개인적 의지'이며 모든 인류가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인간을 지배하려고 꽤하는 한 줌의 야심가들이며 그들은 하나같이 정치가와 군인을 지망하였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전쟁을 일으키는 그들은 미국인도, 소련인도 아니고 남성도 여성도 아니며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라고 결론내립니다. 적을 만들어 내는 놀라운 기질을 가진 인간들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미국의 거대한 군사력도 CIA도 실은 모두 클라우제비츠의 유산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레닌, 스메르쉬, 스탈린, KGB로 이어지는 또 다른 전쟁의 한 축도 클라우제비츠의 망령이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우리가 구분해야 하는 것은 전쟁을 획책하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평화를 지향하는 '바보 이반'이라는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에게는 늘 적이 필요하지만 바보 이반에게는 국경도 진영도 의미가 없고 싸울 이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이 민중을 전장으로 몰고 가고 민중을 학살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을 판별할 수 있어야 하며, 적을 만들어내지 않음으로서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그것은 바로 전쟁을 지향하는 인간의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모든 분쟁의 역사에는 전쟁을 꾸민 호전적인 의지를 가진 인물이 있었으며 그들은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력은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저 혼자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 10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프로메테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