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황스자가 쓴 <북유럽의 매력 ICE>
인터넷으로 책을 고르면서 '황스자'라는 지은이 이름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알고 보니 그는 대만 사람이다.
대만 사람이 쓴 책은 처음 읽게 되었는데, 대만 이야기가 아니라 북유럽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을 잘 아는 박노자가 쓴 책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통해 북유럽을 만났다. 내가 보기에 <북유럽의 매력 ICE>는 전반적으로 박노자가 쓴 책보다 나은 부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박노자가 쓴 책은 처음부터 한국인 독자를 위해서 쓴 맞춤형일 뿐만 아니라 학자로서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사물과 사회현상을 보는 깊은 통찰력이 드러난다.
박노자는 북유럽 노르웨이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좋은 점만을 기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노르웨이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 노르웨이와 한국의 정치, 경제체제를 비교함으로써 사회문화적인 차이의 원인을 찾고 있다. 황스자가 쓴 <북유럽의 매력 ICE>는 사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차이들에 주목하지는 못한다. 그냥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솔직하게 느낀 대로 쓴 책이다.
그렇다면 북유럽이란 도대체 어떤 나라를 말하는가? 책을 읽다 보면, 노르웨이 이야기도 있고, 스웨덴 이야기도 있는데, 지은이가 말하는 북유럽 5개국은 대체 어느 나라일까? 책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아도 북유럽 5개국이 어느 나라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대체로 북유럽이라고 할 때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다섯 나라를 가리킨다고 한다. 다섯 나라가 함께 북유럽협의회를 구성하고 있고,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연구, 복지, 환경 그리고 국제문제에 관한 다양한 협의를 할 뿐만 아니라 북유럽 각료회의도 개최한다는 것이다.
북유럽의 매력은 지혜, 창의력 그리고 기품
이런 점들을 보면, 황스자가 쓴 <북유럽의 매력 ICE>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다섯 나라에 관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책 제목이 주는 또 하나의 의문 'ICE'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ICE에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떠들썩한 것보다는 침묵을, 그리고 격정보다는 냉정을 우선시하는 북유럽의 슬로 템포 경제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Intelligence(지혜), Creativity(창의력) 및 Elegance(기품)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고 한다. 그는 Intelligence, Creativity, Elegance 이 세 가지를 북유럽이 가지는 경쟁력의 핵심으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황스자가 쓴 <북유럽의 매력 ICE>는 이 세 가지 주제별로 각각 몇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번역자는 대만과 북유럽을 비교하면 쓴 이 책이 우리에게도 유익할 수 있는 것은 대만이 한국과 비슷한 동아시아 국가이고 경제적인 발전 단계도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일보다 여가 활동을 우선시한다. 평소에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하며,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심야버스를 타고 귀가하기도 한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데 익숙하다고 한다.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중산층도 예술, 음악, 건축 등의 창작을 구현할 수 있다. 이들 나라들은 균등한 부에 기초한 사회주의 국가이며, 정부는 수준 높은 교육 및 사회 복지를 제공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은 약 50% 정도 되는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불이 넘지만,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구매력은 대만보다 못하다." - 본문 중에서
북유럽인들은 명품을 고집하지 않으며, 유행을 좇아다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이 멋스러운 제품을 선택한단다. 국민소득이 높은 노르웨이에 루이뷔통 매장이 2006년에야 처음으로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를 고를 때도 튼튼하고 기름을 덜 먹는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지, 겉만 번지르르한 차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사치스럽지 않은', '균등한 부'라는 경제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북유럽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그들이 작은 일에도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본다. 작은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인생을 잘 알고 아울러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소비는 인생에 대한 태도와 품위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사람은 저마다 나름의 소비 철학이 있으며, 자신의 스타일과 가치에 어울리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물건들이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의 주인이 되어 돈을 쓰고 싶을 때는 쓰지만 평소에는 소박하고 간편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생활이다." - 본문 중에서
성은 일상적이고 즐거운 일
북유럽의 성교육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북유럽인은 아이들에게 성은 삶의 일부로 정상적이고 즐거운 일이라고 가르친다.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북유럽의 개방적인 성을 문란한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순전히 아시아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
오히려 아시아 나라들에서는 어떤 여성이 눈길을 끌면 통상적으로 외모와 몸매가 가장 먼저 입방아에 오르지 그녀의 능력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결국 이것은 보이지 않는 성차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북유럽의 술집에서 여성에게 술을 팔게 하는 것도 성차별이다. 북유럽 여성은 남성과 평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남성의 보살핌을 받는 걸 싫어하고, 자신이 약자라는 느낌을 받는 행동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모두 마찬가지다.
결혼 형태도 많이 다르다. 우선 동거가 일반화되어 있다. 동거는 두 사람이 함께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개인의 자유로운 신분을 유지하는 새로운 가정형태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노르웨이에서 출생 신고가 된 아이들의 부모 중 절반 이상이 동거상태라고 한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정치적으로도 많이 다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내각의 여성 비율이 50%에 달하는 정치적 남녀평등 국가다. 북유럽 여자들은 무척 독립적이고 강하다.
"북유럽에서 남녀평등 사상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원인은 정부가 법적으로 여성들의 취업권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적어도 1년의 유급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는 어린이를 사회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출산 및 양육 지원을 중요사업으로 간주한다. " - 본문 중에서
국가가 부모와 함께 아이를 보살피며, 경제적 보조 및 충분한 출산휴가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었고,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집안을 돌봐야 한다는 성역할을 타파하게 된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성역할 관념이 무너진 후에 가정이 더 화목하고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Finland Kakslauttanen _DSC18501 by youngrobv (Rob&Ale)
Welcome to the Ice Hotel by melolou
북유럽에서는 추위도 디자인해서 판다
"디자이너는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서, 심지어는 화장실에 가서도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그러니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경치나 사물, 또는 당시 발생한 일, 아니면 디자이너가 길에서 만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참신한 디자인은 모두 아름답고 흥미로운 흑은 뜻밖의 영감에서 비롯된다." - 본문 중에서
북유럽에는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자연(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의 경지와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철학이 있다고 한다. 북유럽은 이런 '고요의 힘'을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해서 가식 없는 쿨함과 경제력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예컨대 스웨덴은 너무 추워서 찾는 사람이 없는 랩랜드 지역을 '아이스 호텔'과 '아이스 바'라는 아이디어를 내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발전시켰다. 건물 전체가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이스 호텔은 겨울이 지나면 모두 녹아내려 이듬해 다시 지어야 한다.
아이스 바는 오랫동안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없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 때문에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마치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파는 아이디어와 다르지 않다. 이것은 교묘한 상술이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이루어낸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진 이런 뛰어난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인가? 대체로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는 창의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졌다. 또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떠올리는 데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다른 분야에 열정을 쏟아 부어 얻은 경험은 인생에서 진귀한 자산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르게 생각해보기'는 우리를 다양한 삶의 체험으로 이끌어준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창의력의 근원이 바로 삶의 체험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집 안에 물건을 사들일 때 어른들은 '흰 것은 때 타기 쉬워', '이건 풍수에 영향을 줘서 안 돼' 등의 말을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는 창의력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 본문 중에서
또한 창의력은 빠듯하게 채워지지 않는 느슨한 일상 속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채우기'에만 익숙하다. 모든 것을 잠시 뒤로 하고 휴식을 취하러 여행을 가면서도 여행 가방은 꽉꽉 채운다. 또한 항상 곳곳에서 들려오는 뉴스들로 머릿속을 꽉 채워야 안심할 수 있다. '비우기'를 해야 또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 같다.
지은이는 북유럽 사람들의 뛰어난 디자인 능력은 창의력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결국 창의력이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우기'와 '다르게 생각하기'는 북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우리 삶에도 지혜와 기품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황스자가 추천하는 북유럽의 매력
▲택시는 전부 벤츠다. 벤츠를 사고 싶어도 능력이 안되는 사람은 북유럽에 가서 택시를 타면 된다.
▲스노보드를 타면서 휴대폰을 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훗날 스키장에도 '스키나 보드를 탈 때는 휴대폰 사용을 금합니다'라는 경고문이 생길지 모른다.
▲버스 기사가 5분이나 할애해서 길을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모두 불평 없이 기다려준다. 버스 기사의 친절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진짜 궁금하면 박노자가 쓴 책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읽어라.
▲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이지만, 현지 여성들은 결코 문란하지 않다. 오히려 남녀가 평등하고 진실한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줄을 서서 술을 산다. 높은 관세와 엄격한 규제 때문에 '주당'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사회다. 술은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상품임에 틀림이 없다.
▲여자가 바깥일을 남자가 집안일을 고정관념을 타파한 사회, 그녀들은 평균 신장이 170cm가 넘고, 운동, 사이클, 남자 갈아치우기와 정치를 좋아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노르웨이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다. 노르웨이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워낙 영어를 잘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세탁하는 즐거움, 덴마크에는 세탁카페가 성업 중이다. 빨래방 같은 카페가 아니라 카페 같은 빨래방이 발로 번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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