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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의원 해외연수 연수비 180만원이 문제일까?

by 이윤기 201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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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점과 개선방안

지난주 목요일에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토론회였는데, 브레인파크 박동완 대표가 발제자를 하였고 김부영(한나라당) 도의원, 석영철(민주노동당) 도의원, 이수경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 그리고 제가 토론자로 참석하였습니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관광성 해외연수 문제가 지적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방의회가 개원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그 20년 동안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 중에 하나가 의원 해외연수 문제였습니다. 

발제자인 박동완 브페인파크 대표의 발제문에도 여러 가지 기막힌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좀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2007년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2006년 한 해동안 이루어진 해외출장의 절반이 외유성 관광이었다고 합니다. 

지방의회가 방문을 요청한 도시에서 오지 마라는 데도 출장을 강행하거나 국제포럼이 끝났는데도 포럼 시찰을 명분으로 연수를 떠난 경우도 있고, 출장 8일 중에 공무는 반나절만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관광으로 채워진 경우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해외연수 보고서 인터넷에서 베끼고 의원대신 여행사 직원이 작성?

이런 기막힌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대부분의 연수코스가 관광지를 중심으로 되어 있고, 일정 대부분이 관광이며 연수에 맞는 현지 방문이나 세미나 워크샵 같은 일정은 없거나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미 국내에 잘 알려진 뻔한 지역을 주로 방문하기 때문에 연수 보고서는 인터넷 사이트 있는 자료를 짜집기 하여 배껴 제출하거나 혹은 여행사 직원이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의원들이 주체적으로 현안과 관련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여 연수를 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여행사에 추천에 의존하기 때문에 방문국가와 지역이 한정되어 있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여행사의 추천에 의존하다보니 연수목적이 불분명해지고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인증샷만 남기고 관광으로 시간을 보내다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현실성이 없기는 하지만 행안부에서 지침을 마련하기도 하였고, 각급 지방의회에서도 내규를 만들어 대학교수 등 외부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거쳐서 해외연수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1~2회의 심사위원회를 통해 연수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수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사를 통해 관광이 대부분인 연수등은 걸러 내고 있지만 실제로 연수의 질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아 납세자인 시민들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변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수비 180만원으로는 부실한 연수밖에 못한다?

사실 부실한 지방의원 해외연수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행 제도는 의원 1명에게 180만원의 해외연수 예산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180만원으로는 거리가 먼 곳으로는 연수를 떠날 수 없으며, 180만원의 연수비용은 이월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규정 때문에 매년 시민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1년에 한 번식 해외연수를 나가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매년 연수를 가지 않으면 배정된 예산도 그냥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1년에 한 번은 어디라도 다녀와야 한다", "올 해 배정된 예산을 안 쓰면 그냥 날아가버린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습니다.

발제자인 박동완 브레인파크 대표도 이 부분을 많이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예산이 18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연수의 질이 더 떨어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180만원 예산으로 갈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일본, 몽고, 동남아 등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으며 실제로 연수 일정도 적은 비용에 맞추다보니 부실해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부족한 예산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관광회사의 가이드가 통역을 맡게 되기 때문에 엉터리 통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외국에서 받아 온 아까운 자료들도 국내에와서 번역되어 자료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활용이 되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하였습니다. 

해외연수 예산 특별회계로 관리하자

토론자로 참여한 현역 도의원인 김부영의원의 경우 임기동안 720만원을 적절하게 나눠 쓸 수 있게 하거나 개인당 180만원으로 규정하지 않고 총액을 적정 숫자의 의원들이 나눠서 연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더군요. 특별회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있는데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매년 1회씩 상임위별로 180만원씩을 모아 갈 것이 아니라 관심사항이나 연구주제별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의원 연수비가 유럽 등 선진국으로 견학을 다녀오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공론화 되면서 해외연수 비용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원 해외연수의 질은 높이지 않고 예산만 늘리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공감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주장도 제기 되었습니다. 현재 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불신이 높고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도 불신이 크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연수비 증액에 동의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해외연수의 질을 높이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의원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의원들과 시민들의 입장이 많이 다릅니다. 시, 도의원들은 의원 해외연수를 의원으로서 누리는 '권리'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납세자인 시민들은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가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와서 선진 사례를 국내에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들여서 해외연수를 다녀왔으면 선진 제도와 사례를 배워와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받고 왔으면 '돈'들인 표를 좀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재 예산이 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사전, 사후 준비까지 제대로 해내는 알찬 연수를 하고 와서  시민들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해외연수, 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다녀오면 어떨까?

이런 신뢰회복의 방법 중에는 현재 상임위 별로만 떠나는 해외연수의 틀을 바꿔보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 많이 되었습니다. 연령별, 관심사안별 혹은 연구모임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도록 관행과 내규를 바꾸고, 국내전문가나 시민단체 혹은 일반시민들과 함께 연수를 떠나는 획기적인 개선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연수 주제를 정할 때도 무엇을 공부하고 오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막연한 주제를 선정하는 관행을 버리고, 아주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현안문제와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 현안 중심의 연수 주제를 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많았습니다.

사전에 연수 주제와 관련한 학습 모임을 충분히 진행하고, 현지를 방문하는 동안에도 관광이나 외유성 일정을 줄이고 매일 웍샵 형태의 학습 모임을 진행하고, 연수 후에도 보고, 들은 것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받아 온 자료들도 번역하여 알찬 보고서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하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의정활동에 무엇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활용하였는지 납세자인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아 이래서 해외연수를 가는구나?"하고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족한 연수비 예산을 증액하는 것 보다 현재의 해외연수를 내실있게 진행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중요하게 확인된 것 중 하나는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학습효과가 높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제도적으로 잘 보완해나가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폭우가 오는데 해외연수를 떠났다." "태풍이 오는데 해외연수를 떠났다"하는 식의 보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연수의 특성상 2~3개월 이상 준비해야 하고 외국의 기관이나 단체와 방문 약속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