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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카드 1년 안쓰면 자동해지? 과연 그럴까?

by 이윤기 201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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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용카드를 1년 이상 안쓰면 자동으로 해지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일제히 나왔습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신용카드사드은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에 대해선 고객의 의사를 묻지 않고 자동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휴면카드 자동해지를 추진하고 잇는 것은 국내에서 발급되어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가 6월말을 기준으로 전체 신용카드(1억 2000만장)의 25%인 3300만장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표준약관은 소비자가 1년 이상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카드사들이 3개월 이내에 문자메시지(SMS)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휴면카드 사실을 알리고, 고객의 의사를 확인한 후 해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개월 이내에 고객의사를 확인하는 현행제도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고객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카드사가 자동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바꾸는 것은 그동안 시행해온 고객확인 절차 때문에 휴면카드를 줄이지 못하다였다는 평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제도 역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보입니다. 왜냐하면 전체 신용카드의 1/4에 해당되는 휴면카드는 소비자들이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 발급 받은 카드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선할인을 받기 위해서, 자주가는 금융기관 직원의 부탁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에 근무하는 친척이나 친구의 부탁 때문에,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면 나눠주는 크고 작은 경품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신용카드를 발급 받습니다.



금융당국, 카드 발급이 늘어나는 원인에 주목하라

따라서 휴면카드를 줄이는 노력은 신용카드 자동해지를 추진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신용카드 발급 마케팅을 규제하는 것이 진짜 해결책입니다. 지금도 대형마트나 영화관 같은 곳에 가면 크고 작은 경품을 미끼로 제휴카드 발급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정말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면 '1년 이상 안쓴 카드를 자동으로 해지'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신규 발급 이후 3개월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는 자동으로 해지' 되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신용카드 보급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포인트', '누적 거래 실적'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카드를 웬만해서 다른 카드로 바꾸지 않습니다. 신규 카드를 발급 받는 것은 순전히 카드회사의 '신규 발급 마케팅'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서도 카드사 모입인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불법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돈으로 떼울 수 있는' 과태료 처분으로는 이런 불법 영업행위를 근절시킬 수 없습니다. 불법적인 신규 발급 마케팅을 무력화시키려면 '신규 발급 이후 3개월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카드는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표준약관을 고쳐버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이번 조치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이 연간 신규카드 발급을 전년 회원 수 대비 3%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가 휴면신용카드의 해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금융당국의 근시안이 될지도 모릅니다.



신용카드 줄이려면, 제휴 혜택 통합하시라 !

신용카드 회사들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를 자동으로 해지하는 대신에,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카드사용을 권유하는 마케팅을 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휴면카드 소지자들에게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각종 혜택을 준다면서 카드사용을 권유하겠지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어제도 제가 사용하는 카드회사에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OO카드를 2개월 연속 매월 150만원 이상 이용시, 최대 4만 5천원 청구 할인'을 해주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물론 휴면카드 소지자들에게 이런 고액 사용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월 30만원 이상 사용시 최대 O만원 할인 청구' 같은 마케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신용카드 회사들이 휴면카드를 소유한 소비자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타 신용카드 사용자를 자사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것보다는 휴면카드를 소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휴면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은 이미 신용카드 회원으로 가입할 때,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였기 때문에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휴면카드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신용카드 회사 상담원들에게 카드 사용 권유 전화를 더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한편, 소비자들이 지갑 속에 여러장의 신용카드를 넣고 다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제휴 회사마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통신요금을 할인 받는 A카드, 주유비를 할인 받는 B카드, 영화 티켓을 할인 받는 C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 

금융 당국이 정말 신용카드 발급을 줄이고 경쟁을 줄이려면 신용카드 마다 따로따로 되어있는 제휴 혜택을 소비자가 필요한 혜택들만 묶어서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해주던지 적어도 관계사들끼리 묶어서 제휴 혜택을 통합 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카드 해지 신청, 금융 당국이 직접 받으시라
소비자단체에서 신용카드 해지 신청 받으면 어떨까?


소비자운동을 하는 제가 보기엔 금융당국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휴면카드 자동해지 기간 1년은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신규 발급 신용카드는 3개월, 이미 사용하던 카드는 6개월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신용카드 회사들의 직권해지 뿐만아니라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쉽게 해지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해지하려고 하면 카드사로부터 여러가지 방해(?)와 카드 사용 권유를 받아야 합니다.

개별 신용카드 회사 대신에 금융 당국에서 카드 해지 신청을 받아주던지, 혹은 소비자단체에 신용카드 해지 신청을 위탁하면 분명히 휴면카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소비자단체가 신용카드 해지 신청 접수(법적인 위임 절차)를 받아서 개별 소비자를 대신하여 신용카드를 해지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친다면 휴면카드는 물론이고 불법적인 신용카드 발급 마케팅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