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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김어준, 조국은 아직...문재인 유일한 대안

by 이윤기 201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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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닥치고 정치>

2011년 가을, 겨울 대한민국에서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가 신드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문제를 맨 처음으로 폭로하였고, 정부와 여당을 발칵 뒤집어 놓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도 <나꼼수>입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유일의 ‘가카 헌정 방송’ <나는꼼수다>가 만들어져 팟케스트 1위를 달리는 바람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의 SNS 검열 국가가 될지도 모르게 생겼습니다.

각각 독특한 매력을 가진 네 명의 남자가 가카를 위해 만든 방송 <나는꼼수다>를 빼놓고 김어준을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만, 동시에 <닥치고 정치>를 빼놓고 김어준과 나꼼수를 말할 수도 없게 생겼습니다. 

탁월한 인터뷰어 지승호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어낸 <닥치고 정치>도 절반은 2011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탄생한 <나는꼼수다>와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정작 이 책의 시작은 ‘조국 교수’와 그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에  대한 평가로 이지만, 본론은 조국 교수와는 다른 감성으로 풀어내는 김어준식 ‘진보집권플랜’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진보집권플랜>은 역시 내 노라 하는 인터뷰어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서울대 조국 교수를 상대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집권을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는 책이었습니다.

2010년 연말 <진보집권플랜>이 출간되자, 2012년 대선은 다가오는데 박근혜 대세론에 맞설 만한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던 진보개혁진영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조국’이라는 새로운 선수의 등장에 환호를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진보집권플랜> 북 콘서트가 전국을 순회하였지요.

그런데 김어준은 이 책의 서문을 읽다가 덮어버렸다고 밝힙니다. “재수없을 수 있겠다. 그리고 재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진보집권플랜 B-”를 만들려고 출발하였는데, 2011년 6월 <문재인의 운명>이 출간에 맞춰 조국 바람이 저절로 잦아들어 마음속에 있던 문재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냈다고 합니다.

조국, 재수 없을 수 있겠다, 재미 없다

아무튼 이 책은 조국이 쓴 진보집권플랜의 ‘재수 없을 수 있음과 재미없음’ 때문에 시작되어 2011년 10월 문재인의 운명이 일으킨 바람마저 잠재운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100만부나 팔린 책을 소개하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바로 김어준식 ‘2012년 진보집권플팬’이기 때문입니다.

닥치고 정치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야당과 진보진영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차출해야 하는 선수는 바로 ‘문재인’이라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최근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 대하여 관심이 있거나 혹은 <나는 꼼수다>를 열심히 듣는 독자들이라면 다 인정하겠지만, 김어준은 남달리 ‘촉’이 발달한 사람입니다. 그는 순전히 추론을 통해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 꼼수가 숨어 있다는 ‘감’을 잡았으며, 지금 꼼수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김어준식 표현을 빌자면 ‘무학의 통찰’을 가진 그의 ‘촉’이 감지한 유일한 대안은 문재인이라는 것입니다. 2012년 진보개혁세력이 내놓을 선수는 ‘문재인’뿐이며, 이길 수 있는 패는 역시 ‘문재인’뿐이라는 주장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닥치고 정치>에 담긴 일관된 주장입니다.

김어준은 ‘무학의 통찰’로 볼 때 좌우는 이념이 다른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 다르다고 하는 신기한(?) 주장합니다. 좌우는 삶의 불확실성이라는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좌는 기질에서 출발하였지만 동물적 본능을 넘어서는 이성적 추론과 논리적 사고가 작도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김문수, 이재오가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변절’이 아니라 자연스런 복귀라는 것입니다. 비상식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상황 때문에 좌의 이념체계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이 기질은 우파에 속한다는 것이지요.

“젊은 시절 좌이 이념 체계를 받아들인 자들이, 가진 것이 늘어나면서 애초 타고난 기질대로 가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 욕망이 자기 염치를 이기는 시점에 그들은 돌아간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삶의 불확실성이라는 본질적 공포에 대처하면서 욕망에 충실하면 우, 염치를 알면 좌의 기질을 가졌다고 봐도 좋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은 사람들이 자기 욕망에 투표한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이명박의 정체가 뭐든 나한테 이익이 될 것 같으면 표를 줄 준비가 된 거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내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갈 것 같교, 내 자산이 늘어날 것 같고, 그렇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서비스는 해 줄 거란 착각을 한거지” (본문 중에서)

불확실성이라는 공포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자기들의 욕망에 투표하였기 때문에 이명박 같은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박근혜에게 이길 후보, 문재인 뿐이다 !

이런 주장들을 토대로 김어준은 박근혜 대세론의 대척지점에서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뿐이라고 단언합니다. 대중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지식인과 연예인의 기질을 동시에 갖추어야 하는데, 노무현은 그런 사람이었지만 문재인은 전혀 그런 기질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자질은 노무현 같은 대중정치인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화려한 화술이나 선동적인 수사나 매끈한 제스처가 아니라” 진정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박근혜 역시 지식인과 연예인의 기질을 발견할 수 없지만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될 수 있듯이 문재인 역시 그런 단점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고, 단점에 더한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대선 후보가 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정치공학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자질, 이 사람이 드러내는 품성, 그로 인한 아우라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소명의식, 정치공학적인 유불리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이라야 박근혜에게 이길 수 있으니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근혜는 이미 대중에게 사적인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야권에서 박근혜와 같은 애티튜드(태도, 마음가짐)를 가진 사람은 문재인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마음 줄 사람, 그리고 그 마음이 배신당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 거지. 감성이 발달한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그게 문재인이라는걸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이 유일하게 대결 가능하다를 넘어 문재인이 유일하게 이길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박근혜를 뛰어 넘는 애티튜드를 가진 사람이 문재인 밖에 없으며,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주장입니다. 이념이 사람을 구할 수 없고, 이익이 나라를 구할 수 없으며 결국 인간이 우리를 구해야 하는 시대라고 진단합니다.

이념과 명분과 놀리아 이익과 작전과 조지그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보편적 준칙을 담담하게 지온 정치인이 이 시대를 구할 수 있으면 그것은 곧 문재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문재인은 단순하고 담백하다. 특전사 나오고 사법연수원 차석 했으나 평생 구조와 프레임에 맞서며 인권변호사 하다 청와대까지 운영하고도, 자신은 절대 정치하지 않겠다고 첫사랑 부인과 시골로 내려간 사람, 그러던 그가 노무현의 운명을 결국 자신의 운명으로 역사로 받아들인다. 정치가 아니다. 인간 문재인의 도리다.” (본문 중에서)

김어준의 한결 같은 결론은 결국 문재인 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명박 시대를 살지 않았다면, 진보와 야당이 박근혜와 맞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문재인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명박 때문에 노무현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는 시대이고, 이명박 정권 5년을 견딘 후에 박근혜와 맞서는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에 문재인이라야 이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BBK 사건 비롯한 나꼼수 뒷 이야기...흥미롭다

지승호가 김어준을 인터뷰한 <닥치고 정치>에는 <나는꼼수다>를 통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는 BBK사건의 전모, 현재 진행형인 저축은행 사건과 검찰개혁 문제, 이재용의 불법 상속과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불법과 탈법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 있는 많은 내용은 <나는 꼼수다>와 겹치는 내용들입니다. 또 진보 진영의 강박적인 현실 평가나 대등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정치인들, 심상정, 노회찬, 유시민에 대한 평가도 담겨있습니다. 길고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문성근, 한명숙, 김두관, 이광재, 안희정, 송영길에 대한 평가도 있습니다. 

BBK부터 재벌 삼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여러 사람에 대하여 평가하고 있지만 <닥치고 정치>에서 말하는 김어준의 결론은 문재인입니다. 마치 <운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른바 정치권의 문재인 검증론에 대해서도 김어준은 ‘닥치라’고 합니다. 그는 “문재인을 검증할 자격이 있는 정치 인생 있으면 나와보라”고 말합니다. 검증은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또는 그는 대한민국 정치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이정희와 노회찬과 심상정, 유시민과 손학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서로 지지하고 연대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그동안 분열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지승호와의 인터뷰 대부분은 5월에 이루어졌고, 이 책은 10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드롬이 시작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안철수의 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정치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거대한 회오리”가 일어나겠지만 그것은 “정말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언급된 것은 큰 아쉬움입니다.

김어준의 이야기를 듣거나 김어준이 쓴 글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개그맨처럼 웃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는 심각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키득키득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심각하게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고 정치가 우리 삶의 스트레스의 근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계 1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나는꼼수다>를 성공시킨 그의 ‘통찰’을 이젠 아무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는꼼수다의 성공비결을 공개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지만 딱 뭐라고 번역하기 어려운 ‘애티튜드’와 ‘대중의 언어’, 그리고 ‘광고하면 스팸이고 전파되면 정보’라고 하는 신념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나는 꼼수다>는 쫄지 않는 자세, 덕 볼 생각하지 않는 자세로 대중의 언어로 이야기함으로써 진보의 프레임을 확장하겠다는 바람을 이루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36만부나 팔린 책을 소개하는 것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2011년 가장 주목 받은 책을 빠뜨릴 수 없어 서평에 몇 줄 덧 붙여봅니다. 


닥치고 정치 - 10점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