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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창원시 통합, 원점에서 재검토 필요하다

by 이윤기 201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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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창원시의회는 시청사 문제를 둘러싼 지역간 대립으로 단상점거와 몸싸움을 벌이고 새해 예산안을 제때에 통과 시키지 못하는 등 여러 차례 파행을 거듭하였습니다.

시의회가 지역간 대립으로 시청사 문제 결정을 위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창원시 통합과 시청사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지난 2월 8일 오후 7시 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마산창원YMCA협의회가 주최한 '창원시 통합과 시청사 문제'를 주제로 한 시민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시민토론회 다음날 토론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하여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였습니다. 아래 원고는 C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였던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미 지역언론을 통해서 소개되었지만, 창원시 통합과 시청사 문제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서 토론회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많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라디오 방송에서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아래 원고의 내용을 모두 소개하지는 못하였지만, 처음 작성하였던 원고를 다듬어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1.시민토론회 이름이 '통합 창원시의 미래를 생각한다'였어요? 그만큼 통합 시청사문제가 뜨거운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인데 이 문제가 지역 사회의 최고 관심사가 된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시청사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된 것은 마산, 창원, 진해 시민들이 모두 자기 지역에 시청사 유치를 희망하고 있고, 통합과정에서 청사위치에 대한 합의를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통합시의회가 결정하도록 하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1995년에 삼천포시와 통합한 사천시의 경우 심각한 갈등을 겪은 끝에 두 지역의 지도상 중간지점인 황량한 벌판에 시청사를 지어 양쪽 지역 주민들이 모두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또 1998년에 여천군, 여천시와 통합한 여수시의 경우도 청사를 여천에 두기로 합의하였지만 지금까지 시청사를 옮기지 못하고 기존 청사  3곳을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갈등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창원시 통합과정에서 명칭만 창원시로 결정하고 시청사 위치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자 못한 것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2.이 문제를 놓고 마산과 창원, 진해가 제각각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러다 자칫 큰 후유증이 생기지 않을 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큰 문제가 생기면 자치단체 차원에서 주민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치는게 상식인데...아직 이런 과정을 안 거친건가요?

창원시 청사문제는 조금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수렴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창원시 청사 위치 문제의 쟁점은 통합 준비 위원회에서 명칭은 창원시로 하고, 청사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하기로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쪽 과 그런 약속이 없었다고 하는 쪽의 충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갈등 양상은 시의회에서 지역별로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몸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사실은 지역주민들의 대리전 성격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박완수 시장이 지역을 순회하며 이른바 지역원로들도 만나고 하였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통준위에서 합의했던 "명칭은 창원시, 시청사는 마산,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수렴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3.그런면에서 어제 토론회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참 많았습니다.  어제 시민토론회에 참여하신 분들이 참 다양했다고요? 참석자를 소개해주세요.

예, 진해문화원 홍성철 부원장, 마산YMCA 이인안 시민사업위원장, 전점석 녹색창원21 상임대표, 그리고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조광호 진해되찾기 시민연대 상임대표, 그리고 경상남도 의회 김해연 도의원이 참석하였습니다.

각계의 여러분이 참여 하셨지만 소속 단체를 대표해서 나오신 것은 아니었고 자유로운 개인의 소신을 밝혀주셨다고 생각합니다.

4.어제 참석하신 분들은 크게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셨나요?

4. 여섯 분이 각기 다양한 의견을 주장을 하였는데 딱 한 가지 일치된 견해는 바로 통합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들을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통합 자체가 잘못되었고, 통합 이후에도 특정 지역이 소외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있었구요.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는 통합이었지만 어쨌든 통합이 이루어졌으니 법적기구인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 청사위치 1순위는 진해와 마산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대신 만약 청사를 리모델링하더라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구청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본청의 의미를 축소하면 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의견과 시청을 여수시 처럼 3개 시로 분할하자는 주장이 있었구요. 시청과 시의회를 다른 곳에 두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졸속한 통합이 혼란의 원인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지금이라도 통합에 대한 시민들의 뜻을 물어 절차적 정당성 확보하고 시민들이 결과에 대하여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분리를 두려워하지 말자",  "한 집에서 원수처럼 싸우는 것 보다 다시 사이좋은 이웃으로 사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5.진해의 경우는 다시 분리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민심이 거칠었는데, 어제 진해지역을 대표해서 나오신 분들의 의견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네 진해지역에 계시는 두 분의 발표자가 참석하셨는데, 홍성철 원장님께서는 통합이후에 진해지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만회할 수 있도록 균형발전과 약자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 그리고 앞으로 세 도시 중 진해지역의 성장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울러 청사위치는 통준위의 합의대로 명칭을 창원시로 하였으니 마산과 진해 중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셨습니다. 한편, 진해되찾기시민연대 조광호 상임대표는 진해지역의 현실에 대한 인식은 같이 하였지만, 그 해결 방법은 진해를 분리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현실적으로 분리가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하였는데 정부(행안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국회에서 법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충북 증평에 이미 그런 사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어차피 통합이 되었으니 현실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였고, 진해시 분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국회의원과 지역민들이 함께 노력하면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하였습니다.


6.문제가 이렇게 크게 불거지도록 만든 지역 정치권도 그렇고 눈치만 보며 수수방관하는 모습처럼 보이고 있는 창원시도 문젭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권의 책임이 큽니다. 각 정당들은 이념을 달리하는 정당과 지역으로 뭉쳐있고, 같은 정당끼리도 지역별로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행정구역 통합을 앞장서서 추진했던 국회의원들이 시의원들 뒤에 숨어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정치적인 책임을 지지도 않는 것이 갈등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권 그리고 선출직 시장이 자신들의 소신을 분명하게 밝히고 정치적 책임도 당당하게 져야만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결국은 지역사회 지도층이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이 문제를 책임있는 자세로 풀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저는 사회지도층이 모여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제도 몇몇 토론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애초에 통합이 잘못되었으니, 마산, 창원, 진해시 분리를 두려워하지 말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을 지속하더라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통합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한 절차적 정당성(예 주민투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시민들도 통합 결과(청사 위치 결정 등)에 대하여 책임을 나누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통합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시청사를 다른 지역에 주더라도 통합을 유지할 것인지 주민의 직접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사문제 뿐만 아니라 앞으로 2014년 시장선거는 물론이고 20년, 30년이 지나도 세 지역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이 지속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8.마지막으로 어제 토론회에 대한 총평을 해주신다면?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중간에 자리를 뜬 분은 1분 밖에 없을 정도로 매우 진지한 분위기에서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3개 지역이 시청사 문제를 가지고 지역 이기주의를 내세워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법적기구인 통준위가 결정한 ‘명칭은 창원시,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청사, 야구장, 상징물을 세 도시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의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명칭을 창원시로 했으니,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 중에서 정하고 난 뒤에 3개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하여 야구장, 통합상징물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의논해야 하는 것이지요.

결국 시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통합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통준위가 결정한 통합의 정신, 통합의 원칙, 합의 사항 그리고 상식에 따라서 시청사 문제를 먼저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시민토론회에서는 통합창원시의 화합과 발전을 위하여 명칭을 창원시로 정해놓은 것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명칭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더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