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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사형제 박근혜는 찬성, 나는 반대 !

by 이윤기 201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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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초등학생 성폭생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도 시행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4일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였습니다.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을 보니 대통령이 되면 사형을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저는 예전에도 그렇게(사형을 집행하겠다고) 주장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사형집행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때 그(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형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고 합니다.

 

"사형 자체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끔찍한 일에 대해 ‘그러면 너도 죽을 수 있다’는, 그런 것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2007년 대선 경선 때에도 “궁극적으로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하지만 아직 상징적으로라도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마침 한겨레 신문 다른 면에는 사형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이 나와있었습니다. 형법에 사형이 형의 종류로 명시되어 있고, 1949년 이후 모두 920명이 사형에 처해졌다고 합니다.

 

사형제도는 형법 제41조에 ‘형의 종류’의 하나로 명시돼 있다. 1949년 7월14일 살인죄로 인정된 수형자에게 형이 집행된 이래, 1997년까지 모두 920명이 사형됐다.

 

정권별로 사형 확정자 규모를 보면, 박정희 정권 414명, 이승만 정권 335명, 전두환 정권 76명, 노태우 정권 60명, 김영삼 정권 12명 등이다.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30일 23명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15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는 국제앰네스티가 규정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형이 형벌의 한 종류로 그대로 남아 있어 법원의 사형 선고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각각 20명과 10명의 부녀자 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강호순씨와 여행 온 젊은이 4명을 배 위에서 살해한 ‘보성 어부’ 오아무개씨 등 현재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모두 60명이다.

 

오씨는 2008년 9월 사형제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심리했지만 2010년 2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헌법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 대상에 개인의 생명권도 포함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2년 9월 5일 한겨레신문)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은 어떻게 누가 어떻게 판단하나?

 

사형에 대한 통계 중에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숫자가 있는데, 바로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정권 기간 동안에 무려 414명이 사형에 처해졌고, 이승만 정권 기간에 335명이 사형에 처해졌다는 것입니다.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414명에게 사형이 확정되었는데, 비슷한 기간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 기간 동안 사형이 확정된 숫자는 148명 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가 집권을 하고 있는 동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던 것이지요.

 

대표적인 사범 살인 사례고 꼽히는 '인혁당 사건'을 비롯하여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민주인사들에게 사형을 선고하였고, 독재정권에 반대하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때 그(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120809_대구경북합동연설회 (9) by 박근혜 공식앨범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 박정희는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인사들을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희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범"이라고 단정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앞으로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라고 단정지을 지도 모릅니다.

 

만약 920명의 사형수 중에서 단 1명이라도 억울 한 죽음이 있었다면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불과 몇 십년 전에 인혁당 사법 살인을 경험하였습니다.

 

특히,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은 물론이고, 잘못된 재판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기도 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는데 이용되기도 하며, 사형집행자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정부가 힘이 없을 때도 이런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구한말 대한제국에서는 술에 취애 외국인을 폭행한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하였고, 궁궐을 경비하던 군인이 총을 소지한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검문 도오발 사고를 일으켜 외국인이 죽었을 때도 사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이것은 모두 사형선고가 매우 철저한 사실관계 규명과 신중한 법률 검토 후에 조금의 오류도 없이 결정될 것이라는 일반의 판단을 뒤엎는 사례들입니다. 실제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사법부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사형 선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사형제폐지 국가는 92개국으로 늘어났으며, 2008년 1월 1일까지 135개국이 법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미국의 평화운동가 콜먼 맥카시는 감방에 있는 12명의 사형수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죽여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어도 그들 가운데 피해자를 며칠이나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새장 같은 곳에 가둬두고 조만간 죽임을 당할 거라는 이야기를 날마다 전해주고, 그러다가 마침내 죽여버리는 그런 냉혈한 살인범은 만나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부가 사형이란 제도를 통해서 사람을 죽이는 경우 이외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극악무도한 살인에서도 사형 만큼 가혹한 '정신적 고문'을 한 뒤에 죽이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콜먼 맥카시가 말한 것 같은 '정신적 고문'을 매일매일 당하고 있는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가 60명이나 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훨씬 더 잔혹한 고문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극악무도한 살인범이나 나주 어린이 성폭행범과 같은 범법자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극악 무도한 살인범, 성폭행범에게는 사형을 선고하는 대신에 하면 감형이 없는 종신형, 혹은 100년, 200년, 300년 씩 감옥에 가두는 형벌에 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형 없는 종신형, 죽어도 형기가 끝날 때까지는 시신조차도 거두어 갈 수 없도록 하는 100년, 200년, 300년 감옥 형벌이 사형제 보다 못한 '경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 1명의 억울한 죽음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사형제에 찬성하고, 저는 사형제에 반대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집권 여당의 유력한 대통형 후보이고, 피선거권은 있지만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그냥 평범한 국민입니다.

 

제가 사형제에 반대해도 사형제에 찬성하는 박근혜 후보의 영향력이 훨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사형제에 반대하다면 제 아무리 대통령 후보 박근혜라도 어쩔 수 없겠지요.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