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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대체복무, 군대보다 훨씬 길게하면 가능하다

by 이윤기 201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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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인권 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양심적, 종교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하였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인권 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한 지난 10일은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이 발표 64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우리나라는 유래가 없는 인권 후진국으로 후퇴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외치는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기가막힌 일들이 벌어졌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은 한국에서 인권 탄압이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을 여러차례 경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촛불집회를 비롯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부당하게 짓밟히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북한과 대치한다는 이유로, 경제성장이라는 이유로, 독재를 정당화하고 인권을 탄압했"던 박정희 정권과 촛불 집회를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명박 정권의 반 인권 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약속한 '10대 인권정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촛불집회, 인터넷상의 의견 표명 등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
둘째,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확대하고 투표시간을 연장하여 젊은이들과 비정규직, 직장인 등 모든 국민들의 참정권을 확대하겠다.
셋째,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을 제정하겠다.
넷째, 모든 국민이 인권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힘쓰겠다.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여 개별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를 제공하겠다. 기초노령연급 급여 확대 등을 통해 어르신의 인권을 더욱 보호하겠다. 취약아동과 청소년, 결혼이주 여성, 가정폭력 여성 등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도 강화하겠다.
다섯째, 안심하고 군대를 갈 수 있도록 군 인권을 보장하고 군 사법개혁을 단행하겠다. 계급별 생활관 설치,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으로 군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 그리고 군사법제도 역시 개혁하여 법치주의가 확립되도록 하겠다.
여섯째, 아동이나 여성 등 범죄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신속하게 지원하여 실질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도록 하겠다.
일곱째,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하여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 검찰, 경찰의 위법수사 및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
여덟째, 동아시아 인권평화 공동체를 추진하겠다. 동아시아 차원의 과거 인권침해는 정리되어야 하고,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비인권적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의 질서를 인권과 평화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질서로 만들겠다.
아홉째, 주요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겠다. 또한 양심과 신념에 기초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
열 번째,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겠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과 인사, 예산 등 모든 측면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세군데 밖에 없는 지방인권사무소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

 

10대 인권 정책은 모두가 중요한 내용들입니다만, 그 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바로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인권 정책을 진일보 시키는 정책이 바로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이기 때문입니다.

 

대체복무제는 세계 여러 나라가 채택한 보편적 인권정책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는 세계 여러나라들이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보편적 인권정책입니다. 공산권 종주국이었던 러시아(1988년)는 물론이고, 남북보다 더 치열한 대치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건국 초기부터)이나 미국과 대치중인 쿠바(1994년), 중국과 대치중인 대만(2000년)의 경우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동서독이 분단 상황이었을 때 서독의 경우에도 병역거부와 대체복무가 인정되었고,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에도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남북한이 대치중인 휴전 국가 대한민국에서 징병제 폐지와 모병제 도입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시기상조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번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받아들여 제도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두식 교수가 쓴 <평화의 얼굴>을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 가운데도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계가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거부감이 강한데, 널리 알려진 기독교 지도자 중에도 젊은 시절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례가 많다는 것입니다.

 

기독학생회(IVF)운동의 선구자가 된 '존 스토트' 목사는 젊은 시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군 면제를 받았으며, 성공회 사제로 한국에서 평생을 보낸 '대천덕' 신부 역시 대체복무를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나 <스포크 육아법>으로 유명한 스포크 박사, 권투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도 모두 병역거부자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하의 병역거부는 모두 독립운동으로 평가 받았지만, 해방 이후 평화주의자들의 병역거부는 모두 범죄로 처벌 받고 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처벌 더욱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1974년 박정희 정권이 군 입영률 100% 달성 지시를 내림에 따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을 영장도 없이 강제로 군부대에 입소시키는 불법이 자행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양심적, 종교적 사유에 따른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1만 명이 훨신 넘었고, 지금도 천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수감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계 인권 국가들의 보편적 기준인 '양심적, 종교적 사유'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대체복무, 차라라 군대가겠다고 할 만큼 길고 힘든 일 맡기면 된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양심적, 종교적 사유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시더군요. 지나친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 입대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군대 가는 사람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대체복무 기간을 연장하면 그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복지시설이나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할 수도 있고, 군 입대보다 대체복무 기간을 훨씬 길게한다면, 양심적, 종교적 사유가 아니면서 입영을 피하기 위하여 대체복무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더 이상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종교적, 양심적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범죄가가 되지 않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비롯한 '10대 인권 정책'만으로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약속한 10대 인권 정책은 "북한과 대치한다는 이유로, 경제성장이라는 이유로, 독재를 정당화하고 인권을 탄압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큰 딸 박근혜 후보,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는 도저히 약속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요.

 

독재자의 딸, 박근혜 후보와 오랫 동안 인권변호사로 살아 온 문재인 후보의 가치와 철학이 뚜렷하게 비교되는 공약이 바로 '10대 인권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