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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일본 자전거 여행

대마도, 하늘 가리는 숲...섬 전체가 자연공원

by 이윤기 201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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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여행 이틀 째, 작은 어촌 마을 미네를 출발하여 이즈하라까지 가는 51km 구간을 달렸습니다. 첫째 날 오후 2시에 히타카쯔를 출발하여 오후 7시에 미네에 도착한 58.7km 일정에 비하면 아주 여유 있는 라이딩이었습니다.

 

가급적 일찍 출발하자는 목표를 세웠지만 밥도 안 먹고 길을 나설수는 없어 피크 민숙에서 6시 30분에 아침밥을 먹고 7시 30분에 출발하였습니다. 이즈하라로 가는 길에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 만제키바시 등을 여유있게 둘러보고 미쓰시마마치 해수욕장에서 해수욕까지 즐긴 후에 오후 4시 30분 이즈하라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둘째 날은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다녀오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382번 국도를 따라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대마도를 남북으로 잇는 가장 큰 국도(유일한 국도)라 첫 날 다녔던 지방 도로에 비하여 차량 통행이 많은 편이었고, 대형화물차도 많이 다녔습니다만, 운전자들이 자전거 주행을 방해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속도가 느린 자전거를 뒤쫓아 오면서 경적을 울리는 일도 없었고, 추월 가능한 구간이 나올 때까지 자전거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것을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운전자들이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대하는 마음이 우리나라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지는 미네에서 이즈하라까지...382번 국도 라이딩

 

첫 날 힘든 라이딩에 비하면 둘째 날은 훨씬 여유가 있었습니다.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미네를 출발하여 382번 국도를 따라 약 10km쯤 달렸을 때, 와타즈미신사로 가는 갈림 길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좀 황당했던 것은 이즈하라쪽에서 오는 길에는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 가는 길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있었는데, 미네 방향에서 이즈하라로 가는 길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었습니다.

 

<쓰시마 관광안내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 갔는데, 이 지도가 기대만큼 정밀하지 않았습니다. 382번 국도를 달리다가 와타즈미신사로 가는 갈림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니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늘을 찾아 잠깐 쉬고 있었는데, 마침 이즈하라 방향에서 와타즈미신사를 향해가는 라이딩팀을 만났습니다.

 

저희 일행이 휴식을 하고 있던 바로 그 갈림길이 와타즈미신사로 가는 길이더군요. 대마도 갈 때 같은 배를 타고 갔던 이 단체팀을 이때 처음 만났는데, 오후에도 여러 번 다시 만났을 뿐만 아니라 셋째 날 이즈하라 시내를 여행할 때도 자주 만났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이 단체팀 분들의 소개와 강력한 권유로 쓰시마공항 근처에 있는 '미쓰시마마치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예기치 않은 행복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팀에는 여러 차례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다녔던 리더들이 있어서 많은 정보와 경험을 나눠 받았습니다.

 

아무튼 '도요타마초 니이'에서 쉬고 있다가 단체 라이딩팀을 만나는 바람에 쉽게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와타즈미신사는 물의 신사로 대마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입니다. "바다의 신을 모신 해궁으로 용궁 전설이 남아 있는데, 본전 정면  다섯개의 도리이 중 바다 위에 서 있는 두 개의 도리이는 조수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어 신화의 세계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신사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바다 신을 모시는 신사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인데, 수백년 수령을 자랑하는 해송들이 신사 뜰에 심어져 있었습니다. 와타즈미신사는 제법 높은 오르막을 올랐다가 긴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있습니다. 본전 건물보다 바다에 세워진 '도리이'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휴식을 하면서 자판기에서 시원한 이온음료를 뽑아 더위를 식혔습니다. 와타즈미신사를 둘러보고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향해 출발하려는데 자전거 한 대가 펑크가 났더군요. 대마도 여행을 하는 동안 유일한 자전거 펑크였는데, 준비해 간 펑크 패치로 간단히 수리를 마치고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해발 150미터...대마도의 하롱베이 '에보시타케 전망대'

 

에보시타케 전망대는 '대마도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해발 160여미터에 불과한 그리 높지 않은 전망대이지만, 와타즈미신사가 있는 해수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코스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신불간 간월재나 지리산 성삼재나 정령치에 비하면 훨씬 낮은 곳이지만, 이틀 동안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올라가는 업힐 구간이라 가뿐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와타즈미신사를 출발하면서부터 도보로 걸어가야 하는 에보시타케 전망대 입구까지 대마도의 다른 오르막보다 훨씬 가파른 구간을 올라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대만도에서 아소만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유일한 전망대이며 깍아지른듯한 산과 푸른바다가 절묘하게 펼쳐진 최고의 비경"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육안으로 거제도를 볼 수 있고 한국 휴대전화 전파가 잡히기도 한다고 소개되어 있었는데, 제가 갔던 날은 구름에 가려 거제도를 볼 수도 없었고, 한국 휴대전화가 터지지도 않았습니다.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와타즈미신사로 가는 길은 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합니다

 

시원한 내리막길을 따라 해수면에 자리잡고 있는 와타즈미신사까지 달리고 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와타즈미 신사를 알리는 첫 번째 도리이가 서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아 다시 382번 국도를 향해 달렸습니다.

 

여기서 단체팀과 다시 헤어졌습니다. '도요타마초 니이'에 점심식사 예약이 되어 있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저희 일행은 '이토세' 방면으로 우회하여 다시 382번 국도를 따라 만제키바시를 향해 달렸습니다. 단체팀 리더로부터 만제키바시로 가는 직전 바닷가 언덕에 있는 식당을 소개 받아 이곳에서 싸고 맛있는 도시락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과 커피 등 음료를 파는 이 식당은 대형 유리창을 통해 대마도 동쪽 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네를 출발하여 이즈하라로 가는 자전거 여행이라면 '니이'에서 점심을 먹지 않으면 중간에 식당이 없기 때문에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더군요.

 

 

만제키바시에서 꿀맛같은 낮잠을 즐기다

 

오전내내 땀을 흘리고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밥보다 물이 먼저였습니다. 식당 주인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얼음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두껑이 큰 플라스틱 주전자로 여섯 통을 나눠먹고서야 갈증이 해소되어 물이 모자라지 않더군요. 이 식당 주인은 끝까지 싫은 표정한 번 짓지 않고 얼음물을 가져다주었고, 식당을 나설 때는 각자의 물병까지 모두 채워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식당을 지나면 곧장 만제키바시가 나타납니다. 만제키바시는 한반도 침략이 본격화 되던 1900년에 일본 해군이 함대의 통로로써 인공적으로 파낸 해협입니다. 원래 대마도는 하나로 이어진 섬인데, 배가 지나갈 수 있는 운하를 만들고 그 위에 다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해협은 만조시 여러겹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때문에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관이 아주 멋진 곳이라고 합니다. 높은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아찔한 느낌이 들었고 푸른 바닷물에 현기증마저 일더군요. 만제키바시를 지나면 다리 근처에 큰 휴게소가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한 낮의 무더위를 피하고 체력을 관리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긴 휴식을 하였습니다. 자판기와 화장실이 있고 나무 그늘과 파고라 그리고 벤치가 있어서 자전거 여행자들이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처음엔 20~30분 쉬어갈려고 자리를 잡았으나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 1시간쯤 낮잠을 즐겼습니다.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출발하여 쓰시마공항까지는 382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오르막과 내리막리 끊임없이 반복되는 좀 지겨운 길입니다. 이즈하라로 오가는 차량이 늘어나고 대형화물차들의 통행도 잦아졌습니다. 라이딩이 점점 지겨워질 무렵 쓰시마 그린파크 입구에서 단체 여행팀 리더분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5분만 가면 미우다해수욕장 못지 않은 ''미쓰시마마치 해수욕장'이 있다고 하면서 꼭 해수욕을 하라고 권유해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자전거를 타다가 바닷물에 들어갔다나오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어 자전거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피곤히 확 사라질 것이라며 적극 권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이곳 해수욕장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탈의시설과 샤워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처음엔 썩내키지 않았지만,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바뀌더군요. 자전거 타던 옷을 그대로 입고 30분 정도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피로를 풀었습니다.

 

온천욕 부럽지 않은 해수욕...미쓰시마마치 해변

 

샤워장에서 바닷물과 모래를 깨끗히 씻어내고 다시 자전거를 탔더니 마치 온천욕을 하고 나온 것처럼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 처럼 개운하더군요. 미쓰시마마치 해수욕장에서 이즈하라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둘러보고 해수욕까지 즐겼지만 오후 4시 30분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 원래는 대마도 최남단 대한해협과 쓰시마해협의 경계를 조망할 수 있는 쓰쓰자키까지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이즈하라까지만 라이딩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만제키바시에서 1시간이 넘는 달콤한 낮잠 휴식을 즐기고 미쓰시마마치 해수욕장에서 온천만큼 상쾌한 해수욕을 즐긴 덕분에 쓰쓰자키까지 다녀오면 한밤중에나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대마도 자전거 여행은 382번 국도를 따라 가는 것이 가장 쉽고 안전한 길입니다만 대신 단조롭고 지루한 길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땡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82번 국도를 조금만 벗어나 지방도로나 현도를 다니면 마치 자연공원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대마도는 히타카쓰와 이즈하라 그리고 몇몇 시골의 큰마을들만 빼면 섬 전체가 커다란 자연공원입니다. 첫날 지나온 단풍나무 길을 비롯한 대부분의 편백나무길들은 한 낮에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숲길이었습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이 대마도 자전거 여행의 백미였습니다.

 

이른바 <슈시 단풍가도>는 약 7km에 걸쳐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더욱 장관이 연출된다고 하는데, 여름에도 뜨거운 태양 빛을 가려주는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참 좋았습니다.

 

둘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거쳐서 382번 국도로 우회하는 지방도로와 현도 역시 도로 좌우는 모두 빼곡한 삼림으로 덮혀있었습니다. 키큰 편백나무 군락을 만나면 그늘진 나무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이 내려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달릴 수 있습니다.

 

대마도는 오르막 내리막길을이 많아서 힘든 코스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2박 3일만에 남북을 완전히 종단하는 빡빡한 일정을 짜지 않고 하루에 40~50km만 달리는 여유로운 계획을 세우면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그렇게 힘든 곳은 아닙니다.

 

오르막길이 많아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섬을 종단하는 382번 국도 대신에 거미출처럼 얽힌 지방도로와 현도를 따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면 섬 전체가 자연공원이나 다름없는 대마도의 자연과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막상 다녀와보니 자전거로 대마도를 여행하기에 2박 3일은 너무 바쁘고 빠듯한 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