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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백팩 지퍼 교체... 3만원 적당할까?

by 이윤기 201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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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에 사용하는 가방이 몇 개 있지만 가장 애용하는 가방은 백팩입니다. 가방안에 노트북을 담아 다니기에는 백팩이 가장 좋은 것 같더군요. 2년 전 후배에게 선물로 받은 백팩을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난 봄부터 지퍼를 올리거나 내리면 부드럽게 오르내리지 않고 걸리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잘 표시가 나지 않았는데, 한 달쯤 지나고 보니 지퍼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지퍼가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갈라진 것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 맞물리는 프라스틱과 플라스틱 지퍼를 고정시켜주는 천 사이가 벌어졌더군요. 


아래 사진의 빨간색 부분이 튿어져서 벌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방 전체 중에서 가장 큰 수납 공간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지퍼라서 고치지 않고 사용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지퍼를 교환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방을 구입했던 회사에 전화를 걸어 A/S요청을 하였더니, 예상보다 절차는 간편하였습니다. 


전국 어느 곳이든지 가장 가까운 브랜드 매장에 가서 A/S 접수를 하면 본사에서 회수하여 A/S를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 매장을 방문하여 접수를 하였습니다. 매장 직원은 본사로 보낸 후에 A/S 비용이 결정되면 연락을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3~4일쯤 지났을 때 백화점 매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퍼를 교환하는 비용이 3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예상보다 A/S 비용이 훨씬 비쌌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금액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가방을 새제품으로 구입하는 가격이 8만 5천원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선물로 받은 가방이기 때문에 정확히 구입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8만 5천원에 팔고 있는 가방인데, 지퍼만 교환하는데 3만원을 달라고 하니 참 황당하더군요. 



하지만 수선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따져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회사의 품질 보증 기간이 1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구입 후 1년이 지나면 무상A/S를 받을 수 없으니까요. 


매장에서 일하시는 분은 본사에서 수선 비용을 알려줬고, 수선을 받고 싶지 않으면 그냥 돌여 받아서 가져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말은 친절하게 하였지만 요약하면 "3만원을 내고 수선을 받던지 아니면 그냥 가져가던지 알아서 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울며겨자 먹기로 수선을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겨우 2년 사용한 멀쩡한 가방을 지퍼가 고장 났다고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들어진 물건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소비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도적으로 이런 불합리한 A/S 비용은 개선이 좀 필요합니다. 큰 수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체 가방 중에서 지퍼 하나를 교환하는 비용이 새제품 구입 비용의 1/3이 넘는다면 차라리 새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낫겠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쓸수 있도록 하려면 고쳐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A/S를 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A/S 비용이 물품 가격의 몇 퍼센트 정도면 적당할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터무니 없이 비싼 수리비용이나 부품값, 수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촉진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사용하던 백팩의 경우 지퍼 교체 비용은 1만 원 ~ 1만 5천 원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정도 비용이어야지 사람들이 기꺼이 수선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지퍼 교체 비용이 3만원이라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