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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차 타고 570km 달린 황당 사연 ?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⑧

 

YMCA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스텝 참가 10년 만에 하루 종일 자전거 대신 차를 타고 500km 넘게 달리는 기막힌 경험을 하였습니다. 재작년까지 모두 8번을 자전거로 완주하고 작년부터는 사진 촬영 스텝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차를 타고 자전거 대열을 앞뒤로 쫓으며 하루 종일 사진을 찍어도 하루 10km 정도 달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자전거 국토순례 라이딩 3일차에는 하루 종일 차를 운전해서 무주-의령-산청-진안-산청-논산을 왔다갔다하면서 하루 종일 무려 570km나 달렸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무주 토비스콘도에서 3일 차 라이딩을 출발하는 데, 참가 청소년 한 명이 "자전거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자전거를 어쨌냐고 물었더니, "어제 오전 라이딩을 시작하고 10~15km쯤 달렸을 때 배탈 설사 증세로 버스를 타고 자전거는 트럭에 실었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트럭에 실었다는 자전거가 깜쪽같이 없어져버린겁니다. 혹시 다른 참가자가 자전거를 바꿔 타고 갔을지도 몰라서 첫 번째 휴식지까지 이동해서 전체 자전거에 달린 명찰을 세 번이나 살펴보았지만 찾고 있는 자전거는 없었습니다. 

 

버스에 탄 참가자들의 자전거가 트럭에 실려있다

샘 내 자전거가 없어졌어요? 분명히 트럭에 실어준다고 했는데...

 

길가에 두고 온 자전거를 챙겨달라고 무전기로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 봤다는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비팀에서 무전을 못들었거나 무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냥 두고 왔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지만 수백 만원씩 하는 자전거라서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지요. "정비팀에 확인해보니 무전을 받고 놓친 자전거는 없다.", "무전을 받지 않아도 늘 자전거를 살피는데 길에 두고 온 자전거는 없다"고 확신하더군요. 

 

무주에서 논산으로 가는 첫 번째 휴식지에서 20~30분 동안 몇 사람의 스텝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그냥 앉아서 발만 동동 구를 것이 아니라 일단 현장에 직접가서 찾아보고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도 물어보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직접 가서 찾아보지 않으면 나중에 계속 후회가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 촬영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자전거를 두고 온 장소를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는 참가 청소년과 둘이 승용차로 전날 숙소였던 의령청소년수련관으로 가서 전날 라이딩 코스를 따라 가면서 자전거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장소라면 자전거를 길가에 눕혀 둔 그대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와 인근 마을분들이 챙겨놨을지도 모른다는 두 가지 기대를 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사진 맨 오른쪽 비앙키...잃어버렸다 되찾은 자전거

하필 사라진 자전거는... 수백 만원하는 고가 '로드 자전거'

 

무주군 적상체육공원에서 의령군청소년수련관까지 162.8km를 두 시간 걸려 도착하였습니다. 의령군청소년수련관에서부터 전날 라이딩했던 길을 따라 천천히 운전하면서 자전거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청소년은 비교적 전날 라이딩 상황을 잘 기억하였고, 대략 15km 정도 지나서 '아홉사리재'를 넘기 전에 자전거를 길가에 두고 버스에 탔다고 하더군요. 

 

버스에 탈때 같이 자전거를 타던 로드가이드가 "버스에 먼저 타면 자전거는 트럭에 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스를 탔다는 위치까지 차를 타고 가며 살펴봐도 길가에 자전거는 없었습니다. 첫 번째 휴식지였던 대양면사무소까지 약 20km를 달리면서 좌우를 살피고 민가도 살폈지만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양면사무소에 도착하면서 포기하기 전에 "자전거는 누군가 가져간 것 같다"며 근처 마을을 한 번 돌아보고 자전거를 주웠다는 분이 있는 지 탐문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고 하는데, 전날 휴식 장소였던 '대양면 복지회관' 앞에 애타게 찾던 자전거가 거짓말처럼 멀쩡히 서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보니 전날 휴식지에 도착해서 트럭에서 내려놓은 자전거가 다음 날까지 그대로 있었더군요. 

 

하루 전 날 일어난 상황을 복기해보면 이렇습니다. 배탈이 난 자전거 주인 청소년만 버스에 탄 것이 아니라 '아홉사리재'를 넘을 때 많은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버스에 타고 자전거는 정비트럭에 실었던 겁니다. 휴식장소인 대양면사무소에 도착하자 다음 구간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트럭에 실었던 자전거를 모두 내려줬겠지요. 배탈 난 청소년이 타던 자전거도 포함해서.

 

자전거 대신 하루 종일 차만 570km를 탔던 참가 청소년

애타게 찾던 자전거는 대양면사무소 앞에 멀쩡히 서 있고...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건 자전거를 잃어버린 참가자는 고개 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배탈이 났기 때문에 다음 구간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냥 버스에 타고 있다 병원까지 다녀왔고, 대양면 복지센터에 함께 내려놓은 주인 없는 자전거는 급하게 출발 준비를 하느라 아무도 챙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24시간이 넘게 지나도록 자전거가 세워둔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지요. 조용한 시골 동네를 떠들석하게 지나갔던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단' 명찰이 자전거에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막상 자전거를 찾았을 때는 너무 기쁘고 흥분되어 잠깐 동안 아무생각이 없어졌습니다.  자전거가 서 있던 모습 그대로 기록 사진이라도 찍어뒀어야 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바퀴를 분리하여 승용차 뒷 좌석에 싣고 논산을 향해가고 있는 국토 순례단을 뒤쫓기 위해 서둘러 출발하였습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지요. 왜 불길하고 황당한 일은 연속해서 일어나는지요. 의령군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할 무렵부터 자동차 에어컨이 말썽을 부렸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갑자기 너무 작게 나오더군요. 한 여름 폭염에 에어컨이 고장난 차를 타고 논산까지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어 근처 카센타를 검색하였더니 단선 IC로 가는 길목에 정비공장이 있었습니다. 에어컨 안 나오는 차를 타고 20여km를 이동하여 정비공장에 들어갔지요. 

 

에어컨 배관이 얼어 붙었다고 하면서 몇 가지 응급처치를 하고 테스트를 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여 차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충전을 하고 아침에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카메라를 잘 챙겨서 차 안이나 트렁크에 실어야 했는데,  트렁크 위에 올려두고 전화 통화를 하느라 깜박 잊어버렸습니다. 한 참 후에 에어컨 수리가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가 결제를 하고 나오면서도 카메라 가방을 까맣게 잊어버린겁니다. 

 

산청 정비소에서 에어컨 수리, 여기서 트렁크에 카메라 가방을 올려놓고 그냥 달렸다

 

트렁크 위에 올려 둔 카메라 가방...깜박하고 그냥 출발

 

산청에서 논산까지 150여km를 가야한다는 급한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에어컨 수리를 마친 차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카메라 가방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점심도 굶고 휴게소에서도 화장실만 다녀오면서 쉬지 않고 논산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진안휴게소 5km 전방쯤을 달리고 있을 때, 국토순례 진행팀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산청에서 카메라를 두고 오셨어요. 산청 신안파출소에서 카메라 찾아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전화기에서 "카메라"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그야말로 쇠망치로 한 대 얻어 맞는 느낌이 들면서 멘붕이 되었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저의 실수인데, 끊어오르는 '화'를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옆자리에 탄 아이 때문에 대놓고 화를 낼 수도 없으니 더 답답하고 짜증스러웠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 자체만으로 짜증스러운데, 갔다가 또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너무너무 기막히고 한심하더군요. 

 

왜냐하면 트렁크에 실고 달렸기 때문에 차가 달리는 도로에 떨어졌을 것이 분명하고 멀쩡한 상태일 가능성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 마음이 순간순간 바뀌더군요. " 한 편으로는 카메라가 안 망가졌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래도 잃어버리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돈이 적게 들겠지"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자전거 값에 버금가는 카메라와 렌즈를 몽땅 날릴 뻔 했는데  파출소로 와서 찾아가란 연락을 받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지요. 

 

잃어버렸다 되찾은 카메라와 렌즈

 

자전거 찾은 기쁨도 잠깐...왕복 200km 달려 카메라 되찾아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산청까지 되돌아 갔다 올 생각에 답답하고 짜증스러웠지만, 찬찬히 생각할 수록 그래도 찾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진안 IC에서 차를 돌렸습니다. 88.3km를 달려 산청군 신안파출소에 들러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 카메라를 돌려 받았습니다. 

 

카메라를 습득하여 파출소에 맡겨주신 고마운 분께는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눈 앞에 없는 분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카메라를 줏어 그냥 가져 갈 수 도 있었고 못 본채 그냥 지나 갈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 파출소에 맡겨주셨더군요.  카메라 가방이 길 가운데 떨어져 있으니 차들이 가방을 피해 지나가긴 했는데 아무도 그걸 챙기지 않아서 차를 세우고 챙겨다고 했습니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카메라는 영영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분께 어떻게 연락을 아셨냐고 물었더니, 연락처가 없어서 SD카드를 컴퓨터에 꽂아보니 청소년 국토순례 사진들이 들어 있어서 전날 길 안내를 해줬던 순찰차 근무자와 통화해서 연락처를 확인했다고 하시더군요. 그제야 어떻게 진행팀으로 연락이 되었는지 알겠더군요. 창피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파출소에도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무주토비스 콘도에서 적상체육공원 - 의령군 청소년 수련곤 - 대양면사무소 - 원지1급정비 - 진안IC - 산청군 신안파출소 - 논산 리더스펜션까지 하루 종일 570.5km를 달렸습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다시 찾아 온 제 옆자리 참가 청소년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국토순례에 왔다가 자전거 대신 하루 종일 차만 570.5km를 타고 다닌 겁니다.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15년 만에 제가 경험한 가장 황당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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