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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코로나-19, 자가격리 당해보셨나요?

by 이윤기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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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방송 원고를 포스팅 해 둡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새해부터 생방송 경남에서 ‘세상 읽기 코너를 맡아 주 1회 청취자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된 마산YMCA에서 일하는 이윤기 사무총장입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저는 YMCA 활동 외에도 대안교육,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이 많으며 소비자 권익 보호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이티 기술 활용 등에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저의 관심 사안을 중심으로 매주 청취자 여러분들을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함께 생각해 볼 첫 번째 주제는 코로나 19와 차별이라는 주제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모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그 이전 과거와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며 보냈습니다.

 

마산YMCA가 운영하는 창원시 평화인권센터에서 <코로나 19와 차별>이라는 주제로 시민의식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인권이란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말하는 사람의 인권은 평소에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전쟁을 비롯하여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위기나 재난이 닥쳤을 때 더욱 중요합니다. 공동체에 위기나 재난이 닥쳤을 때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인권의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청취자 여러 분은 코로나-19 때문에 차별이나 편견을 경험하신 일이 있습니까? 나는 차별을 경험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조사 결과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시게 될 겁니다.

 

 

마산YMCA... 코로나19와 차별 경험 시민의식 조사

 

마산YMCA 평화인권센터에서는 작년 9월부터 10월 사이에 창원 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차별 경험>을 주제로 하는 시민의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이 조사에서 97.5%는 코로나 확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심각하다, 약간 심각하다 응답하였고, 불과 2.5%만이 별로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응답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질문에서는 전국 상황에 비하여 창원시는 별로 심각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도 23.6%로 당시만 하여도 창원시는 상대적으로 확진자 발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편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23.6%가 매우 낮거나, 낮다고 응답하였고, 14.1%는 매우 높거나 높은 편이라고 응답하였으며, 감염 가능성은 반반이다하고 응답하한 경우는 62.3%를 차지하였습니다. 예컨대 절반이 훨씬 넘는 76.4% 창원시민이 본인이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고 나도 코로나 감염자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네 창원 시민 10명 중에 8명이 자신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답하였다면 코로나 때문에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일도 없어야 하는데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권과 차별인식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감염 책임에 관한 시민들의 생각이 어떤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방역지침을 준수한 경우에도 환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가 24%에 이르고, 방역지침을 지켰다고 해도 결국 코로나에 걸린 것은 환자의 부주의함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응답이 전체의 35%나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책임이라고 하는 응답자가 92%까지 증가하였으며, 다른 질문에서 자신이 확진자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편견에 시달리고 피해를 받을까봐 두렵다고 응답한 경우는 85%가 넘었습니다.

 

 

방역 지침 안 지켰다고 무한 책임 물을 순 없어

 

자신도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창원시민들이 자신이 아직 확진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확진자가 될 경우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연말부터 우리 주변에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을 지탄하고 원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정부 방역지침을 위반하여 코로나에 걸린 경우는 다양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지역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부 시민단체가 손해배상 청구까지 시작한 진주 이통장 모임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코로나 감염보다 주변 시선이 더 두렵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인권과 차별의 관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보이는 조사 결과는 만약 확진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 같아 두렵다는 응답 비율이 무려 80%나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확진되어도 주변의 비난이 두렵지 않다는 응답자는 9%에 불과하였습니다.

 

예컨대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로 여러 가지 불편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사회 전체가 코로나 19 확진자에 대하여 적지 않은 편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일종의 적대감과 차별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자가격리 당해보셨나요?

 

실제로 주변에 확진자나 격리자가 있으면...불안감이 증폭되는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 19가 폭 넓게 확산되고 한 달 가까이 확진자 숫자가 하루 1000명을 넘어가면서 같은 직장이나 모임에서 일하는 동료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14일 간 자가 격리 되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흔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이 자가 격리되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과 비난이 도대체 어딜 돌아다닌 거야?”하는 겁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는 단체의 활동가 중 한 명이 주말에 외식을 했던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코로나 검사를 받고 2주간 자가 격리 되었 때, 그 동료가 확진자로 판명되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 모두가 자가 격리될 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같이 두려움에 휩싸였던 일이 있습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많은 분들이 내가 확진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해보셨을 겁니다. 이럴 때 우리가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지난 며칠 동안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내가 방문했던 장소를 떠올리며 내가 확진되면 그 분들 모두에게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입니다. 이때 민폐를 해석해보면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기도 하고, 그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코로나와 차별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점들이 드러났습니다. 코로나 19감염 위험 때문에 주변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60%그렇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주변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차별이 싹트게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경험이 1년 동안 누적된 때문인지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은 코로나 19 때문에 더 차별 받는 집단이나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런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순서로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 23%, 확진자 18%, 확진자와 접촉자 13%, 특정지역 출신 9%, 성소수자 8%, 그리고 외국인 8%,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6% 순으로 응답하였습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에 대한 사람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상황이지요. 실제로 작년에 두 차례 특정 종교로 인한 코로나 확산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특정 지역 사람들을 코로나 전파자로 믿고, 차별하는 일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심지어 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오랫동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병원 수술실, 응급실에서 보호자가 쫓겨나기도...

 

코로나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가족 중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여 보호자로 함께 병원을 방문하였다가 쫓겨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작년 봄에는 대구에서 온 사람 또 한 동안은 광주에서 온 사람 그리고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온 사람의 출입을 막는 병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수술 환자의 보호자가 병원 밖으로 쫓겨난 사례를 비롯하여 이런 경험은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듣게 됩니다.

 

실제로 제 가족들도 이런 경험을 하였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나이 드신 어머니가 새벽에 갑자기 쓰러져 광주에 살다 추석을 지내러 온 동생이 구급차로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응급실 문 앞에서 광주에서 왔다는 이유로 응급실에 따라 들어가지 못하는 일을 경험하였고 결국 창원에 살던 다른 가족이 달려가서야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와 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대형 병원에서는 수도권에서 온 보호자들의 병동 출입을 막고 있으며, 병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을 방문하면 대부분 2주 이내에 서울이나 수도권을 다녀온 일이 있는 지 체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인들도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을 기피하고 경계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확진자를 비난하기...도를 넘지 않아야... 무증상 환자 많아...피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 19가 사람들 사이에 가림막만 설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벽도 쌓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시민의식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응답자의 89.4%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응답하였습니다. 예컨대 확진이 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거나 혹은 특정 지역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차별 받을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경험들 때문에 응답자의 92%는 코로나 19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차별에 대응하는 적절한 정부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도 두려워하지만, 코로나 19에 감염되었을 때 받게 되는 비난이나 주변의 시선을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다가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 확산은 증상자보다 무증상자에 의하여 더 많이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이 늘어난다는 것은 개인 방역수칙을 지켜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조심하고 조심해도 누구나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미 사회적으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소수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더 차별 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조심하고 조심해도 누구든지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 일인데 그로 인해 사회적 차별까지 겪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