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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LH 쪼개도 좋은데 경남에 있어야 한다

by 이윤기 202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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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3월 29일 방송분)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lh공사 직원들의 광명, 시흥신도시 투기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한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지금은 석달이 지났네요)오늘은 진주에 LH 본사가 있는 경남 도민의 입장에서 LH 사태의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후폭품을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어떤 이슈나 악재보다 더 강력하고 정권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에 의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폭로된 후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앞다투어 맹폭격을 쏟아내고 있고, 언론은 경찰 수사를 앞질러 국토부 공무원, 국회의원, 시도지사와 지방의회 의원을 차례차례 검증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당과 야당은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놓고 유불리를 따지다가 결국 원칙만 합의해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되는 대통령 국정 수행지지도 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 이어지고 있고, 급기야 대통령께서도 “LH투기는 공정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로 용납할 수 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 “강력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내놨고, 급기야 대국민 사과를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튼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믿는 도끼 발등 찍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폭발하고 있고, 거대 공룡 공기업 LH를 해체해야 한다며 공분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참여연대와 민변이 의혹을 제기한 광명, 시흥 신도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LH 전, 현직 임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계속 불거져나오고 있고, 정부와 여러 지방정부의 땅투기 전수조사 결과 LH직원이 아닌 다른 공직자들의 땅투기 의혹도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땅투기 금지, LH 직원들만 문제일까?


선거를 앞둔 여당의 대응책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땅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여러 대응책이 나오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분명합니다. 사실 LH 직원들만 땅투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LH를 빼고도 가스공사, 한전, 공항공사를 비롯한 24개의 공기업이 있고, 한국산업단지공단, 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한 준정부기관도 78개나 있습니다. 아울러 LH를 관할하는 국토부를 비롯한 중앙부터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도 용납되어서는 안되고 정무직인 장관, 차관을 비롯하여 국회의원도, 도지사, 시장, 군수도, 시도의원도 부동산 투기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도 되는 특권을 가진 국민은 한 사람도 없어야 합니다. LH 직원 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도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막대한 불로소득이 생기는 땅투기는 국민 누구에게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공무원이나 공직자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도 땅투기를 통해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완전히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전에 땅투기를 막기 위해서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 신고를 의무화 하는 등의 법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땅 투기를 막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후 조세제도를 통해서 땅투기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세금으로 부당한 이익을 환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부세 인하하면서 부동산 투기 막을 수 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회에 보수정치권과 기득권 세력들이 사회주의 정책이니 빨갱이 정책이니 하고 반대했던, ‘토지공개념’을 법과 제도를 통해 정착시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쏟아지자 국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9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LH투기방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예컨대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토지 투기를 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인데, 타인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거나 누설한 경우에도 같은 형량으로 처벌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후속 대책 가운데는 경남 도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보면 염려스러운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LH 해체 주장입니다. 아무래도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기 때문인지, 여당의 전 현직 총리들께서 앞다투어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LH에 대해 해체수준에 준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해체 수준으로 LH를 바꾸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LH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를 통합한 후 비대한 조직(직원 1만 명, 자산규모 184조원) 내부에서 쌓여온 부정부패의 적폐가 터지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LH해체하면 부동산투기 막을 수 있나?

아울러 기구와 조직이 방대한 LH룰 개편해 상호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민의 주거복지기관으로 환골탈태시키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두고 몇 가지 대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주장들을 정리해보면, 

첫 번째로는 “LH통합 전 조직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로 회귀하자”는 주장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조직을 기능별로 나누는 LH를 3~4개 정도의 조직으로 해체 분할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신규택지 공급이나 신도시 토지개발 등의 총괄 업무만 남기고 실제 개발사업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공기업에 일임하자는 주장입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보기엔 세 가지 방안 모두가 우선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땜질 처방이 아닌가 싶습니다. LH가 비대해진 것이 과연 본질일까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로 나뉘어 있을 때는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없었을까요? 부패방지법도 없었을 때이니 결코 지금보다 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개발사업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공기업에 맡기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과연 LH 직원들에 게 맡길 수 없는 ‘생선’을 지방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당장 기사 검색을 조금만 해보시면 지방 공기업의 채용 비리를 비롯한 각종 부정부패와 관련된 기사가 수두룩한데 과연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두둔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땅투기 사태의 대책으로 LH를 해체하자거나 두 개 혹은 세 개로 쪼개자는 분들에게 꼭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LH를 쪼개도 경남혁신도시에 그대로 남을 것인가?

LH를 쪼개는 것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에라는 것에는 동의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꼭 쪼개야 한다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경상남도 진주 혁신도시에 내려와 있는 LH를 몇 개로 쪼개도 좋습니다만, LH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불과 얼마 전 이낙연 전 총리는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30%에서 50%로 늘이겠다고 하였지요. 실제로 LH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한 뒤 지역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거버넌스 경험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습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LH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나누던지, 역할과 기능별로 몇 개로 쪼개도 좋습니다만, 쪼갠 공공기관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대책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 어떤 조직 개편 정책도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LH를 왜 진주로 옮겼는지, 왜 진주에 혁신도시를 조성하였는지 잊지 마시고 대안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LH는 경남에서도 가장 낙후된 서부 경남지역을 활성화시키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에서 가장 먼 경상남도 진주에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투기문제는 지금 드러나고 있듯이 LH공사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에 만연한 문제입니다.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들이 다른 지면에는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한다며 보유세 인상을 비판하는 기사를 동시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땅을 사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 문제라면 아파트를 얻은 막대한 시세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왜 문제란 말입니까?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LH직원들을 발본색원하고, 중앙부처부터 기초자치단체까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샅샅이 조사하는 것만으로 결코 근절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LH공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소나기만 피하려고 하지 말고, 정부와 국회는 이번 기회에 집과 땅을 사서 절대로 이익을 남길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완전히 바꿔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