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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사람이 주택 1880채? 이게 말이 되나?

by 이윤기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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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4월 12일 방송분)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부동산 투기 문제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결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엄정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 광풍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처음 폭로되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만, 대통령과 전 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권의 엄정한 대처와 광범위한 조사와 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당초 예상보다 처벌을 받거나 구속 수사를 받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사건 발생 초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들까지 있어 국민들이 모르는 엄청난 부동산 투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간간히 LH직원 아무개가 구속 수사를 받는다거나 다른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뉴스만 간간히 전해질 뿐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 동원해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차명 거래와 탈세, 불법자금, 투기와 결합된 부당 금융 대출까지 끝까지 추적해달라”고 지시하였는데도 경찰, 검찰 그리고 금융당국까지 모두 발벗고 나선 조사와 수사가 더디기만 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아직 섣부른 판단이기는 합니다만, 사건 초기부터 선거만 끝나고 나면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국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예측을 하게 되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이 3기 신도시에 땅을 구입한 LH직원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욕망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LH사태 분노! 왜 니들만 해먹어?

LH사태가 터졌을 때 분노한 국민들은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국민들은 LH 직원들의 개발지역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한 것에 분노했다면, 다른 어떤 국민들은 그런 개발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분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보면 공직자들이 땅을 사들인 그런 신도시 개발정보가 나에게도 있었다면, 영혼을 끌어서라도 투기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5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부자가 되었습니다. 

산업화 이후 지난 50~60년 동안, 마침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땀흘려 농사를 짓거나 열심히 노동을 하여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아울러 장사를 하거나 회사를 경영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부자가 된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어른들도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아무개가 땅을 사서 부자가 되었다거나 어떤 친척이 아파트를 샀는데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훨씬 많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을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아주 가끔은 들었지만 가장 많이 듣을 이야기는 친구 누가 땅을 사서 얼마가 올랐고 친척 누구는 아파트를 사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한때 복부인이라 불리던 전문 투기꾼에서부터 우리 주변에 살고있는 평범한 이웃들까지 만연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나도 그런 개발이익을 알았다면, 영끌이라도 해서 땅을 샀을텐데 하고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것은 우리 안에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우리는 그런 욕망을 갖게 된 것일까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은 모두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은 식욕이나 생리적인 욕구처럼 태어나면서부터 갖게된 욕망은 아닙니다.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체득된 욕망인데, 어떻게 이런 욕망이 체득되었을까요? 그건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집과 땅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면서 학습된 욕망이라고 보아야 할겁니다. 

문제는 나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하는 학습된 욕망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바로 내로남불입니다. 이른바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부터 시작하여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투기 문제를 바라 볼 때는 대체로 다 내로남불합니다. 

 

 

부동산 투기는 다 같이 내로남불

그 첫 번째 현상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폭로로 시작된 중앙부처 공직자와 지방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공시지가 현실화를 문제 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서 주택을 여러채 소유할 수 없도록 해야하고, 보유세인 재산세를 현실화해서 다주택 보유나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종부세와 공시지가 현실화에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을 참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또 청약 열풍입니다. 당첨만 되면 5억은 번다고 해서 5억로또라고도 불리웠는데요. 최근 저희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지요. 창원시에서도 30평대 아파트를 5억원대 분양가로 분양 받았거나 마이너스피로 구매하였는데 현재 시가가 10억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앉은 자리에서 5억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상당수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고 분노하기보다 부러워하고 있으며,  “나는 왜 안목이 없어 저기에 투자하지 못하였나 ”하고 자책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아파트들을 여러 채 매입한 서울에 거주하는 투기꾼들은 창원에 내려오지도 않고 지역 부동산 사무소에 전화해서 매물 나와 있는 것 전부 사달라고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5억에 분양 받은 아파트 시가가 10억을 넘어가자 창원시 성산구와 의창구는 지난 연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는데, 이번에는 마산과 진해 그리고 김해의 아파트 청약 열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고점을 찍은 의창구, 성산구 아파트값은 내려올 줄 모르고,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매매가 어려워지자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한 재개발지역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18:1을 기록하였고, 김해에서 분양한 또 다른 아파트도 1253가구 분양에 1만 6681명이 모였다고 하며, 진해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도 분양을 완료하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봄에만 해도 창원시는 전국에서도 가장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도시로 분류되었습니다만, 불과 1년 사이에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해소하고 또다시 분양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것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분양가의 2배에 시가가 형성되었다고 하는 창원의 모 아파트는 분양 당시 일반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0:1이었고, 30평대 아파트로 5억 여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또 다른 아파트의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은 대략 400:1이었습니다. 

 

주거와 투기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왜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요? 그건 LH 직원들처럼 부동산에 투자하여 돈을 벌고 싶어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실수요자도 있다고 하겠지만 실수요자들도 대부분 청약 경쟁률이 높은 곳에 분양을 받아 시세차익을 얻고 싶어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재건축이나 재개발 가능성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들은 싸게 내놔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증언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4%를 웃돌고,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도시는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집이 없는 사람이 많고 아 예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집을 거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LH 사태 이후에 여러 가지 대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찾아내기 위해서 공무원들과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전수조사 하자거나 공무원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게 하자거나 하는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아 저렇게 하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게다 싶은 확실해 보이는 대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땜질식 처방만 계속되고 있다보니...작년 국정감사 기간에 나온 자료를 보면 주택을 국내 최다주택 보유자 A씨는 1806채나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A씨는 2016년 1246가구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2017년에 239채, 2018년엔 319채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합니다. 집을 많이 가진 10명이 가진 주택만 5598가구나 된다고 합니다 .

LH사태 이후 공무원이나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 온갖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발생한 곳에만 적용되는 핀셋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1사람이 주택 1880채...이게 말이 되나?

그러다보니 앞서 말씀 드린 10명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중에도 다주택자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에 다주택자는 40%가 증가하였고, 특히 3주택 보유자는 10년 전에 비하여 47.5%가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도권지역 다주택자는 42%가 증가하였고, 3주택 이상 보유자가 10년 전 대비 63%나 늘어났습니다. 또 경기도 지역의 경우 다주택자가 52% 증가하였고, 3주택 이상 보유자도 무려 71%나 증가하였습니다. 

정부가 각종 규제 정책을 비웃듯이 더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부동산 부자 국민들이 지방도시의 고가 아파트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창원 지역 고가 아파트들도 수도권에 있는 부자들이 쓸어담고 있다는 소문을 정확하게 뒷받침하는 통계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재보궐선거가 끝나면서 LH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흐지부지 될까봐 걱정입니다. 가장 확실한 대책은 단순할수록 가장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예외 조항을 줄이고 주택으로는 임대사업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막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주택을 1채만 소유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하자고 하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겠냐?고 반박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최근 한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한정 소유를 늘릴 수 없는 것들이 이미 있습니다. 

 

예컨대 옛날에는 돈이 많은 부자들은 여러 부인을 둘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배우자는 1명 밖에 둘 수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동시에 대학을 2군데 다닐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 놓았습니다. 또 있습니다. 의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동시에 2개의 병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고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온갖 예외 조항을 싹 없애고 주택도 1가구에 1채만 소유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단순하고 확실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