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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창원시, 작은 원전은 안전한가?

by 이윤기 202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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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4. 4 방송분)

최근 창원시가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소형모듈원전, SMR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지역 탈핵경남시민행동에 소속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이 반달하고 나섰습니다. 오늘은 창원시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안정적 에너지 확보를 위해 육성하겠다고 하는 소형모듈원전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흔히 줄여서 SMR이라고 부르는 소형모률원자로는 ‘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입니다. 보통 전기출력 300MWe급 소형원자로를 말하는데, 과거 미국핵잠수함과 핵 항공모함에 쓰이던 원자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장거리, 장시간 운항이 가능한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은 소형원자렬 발전소를 싣고 다니면서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일부 친원전론자들을 중심으로 SMR을 전력 생산에 이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최신 원전의 약 1/5 ~ 1/10 크기에 해당하는 규모로서 무엇보다도 소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형이기 때문에 대규모 원전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 제작 및 조립을 통해 만들 수 있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건설 기간과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지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에너지정책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원자핵 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 자리에 SMR을 짓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동중인 모두 57기의 화력발전소를 SMR 바꾸자는 것인데, 한 마디로 전국 57군데에 핵 폭탄을 설치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전은 규모가 작아질수록 건설단가가 높아진다

환경운동가들은 보통 원자력발전소는 규모가 작아질수록 건설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들이 지난 40년 동안 SMR을 상용화시키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자하고도 뼈아픈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라는 것이지요. 

인류가 계속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야 주장하는 원자력 산업 자본과 원자력 산업계, 원자력 학계는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에 꾸준히 SMR 상용화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대형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체르노빌과 같은 대재앙이 나는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이 기술을 상용화시키기 위해서 투자를 했던 미국의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에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이 회사는 최신 기술로 일반적인 소형모듈원자로의 2배 크기인 600MWe급 원자로 상용화를 위해 오랫동안 투자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600MWe급 소형모듈원자로 개발로는 채산성이 없었기 때문에 용량을 높여 1000MWe급 규모로 변경하게 되었고, 상용원전인 보글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잦은 설계변경과 공사기간 지연으로 약 7조원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다는 것이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주장입니다. 

또 SMR의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을 보유했다고 하는 미국의 뉴스케일이라는 원전기업 역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원전보다 1/10이나 더 작은 50MWe급 소형 모듈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역시 경제성을 이유로 77MWe 규모로 크기를 키우고 있는데, 여전히 경제성이 낮아 상용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경제성 낮아 상용화 미루고 있다는데...

창원시뿐만 아니라 작년 6월에는 전경련에서도 “미국의 뉴스케일이 SMR을 아이다호 주 에 있는 국립연구소에 실증로를 짓기로 했다”며 우리나라도 SMR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만,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립 연구소에 짓는 것이며, 여전히 조건부 승인이기 때문에 상용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조건부 승인을 하게 된 이유는 SMR의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천신만고 끝에 안전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실증로는 새로운 기술로 만드는 원자로가 기술적, 경제적으로 실용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실험형 시설에 불과하고, 언제 방사는 유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창원시가 SMR을 육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창원시에 소형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SMR은 크기를 작게 만든 대신에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술 개발의 과정을 보면 완전한 제품이 생산될 때까지 수많은 실패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실패를 창원공단에서 반복하자는 제안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SMR 육성을 주장하는 원전산업론자들은 소형모듈원자로는 전기출력 300MWe 이하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전 대비 10분의 1 크기로 작고, 크기가 작은 만큼 건설 부지 면적도 작고 사용 후 핵연료 배출량이 작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이 장점 때문에 반대로 작은 것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하고, 또 여러 곳에 만들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전역에 핵 지뢰를 심는 것과 같은 무모한 계획인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처럼 부품을 만들어서 현지에서 조립, 설치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창원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SMR은 완전히 경우가 다릅니다. 창원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창원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형 모듈원전, 한반도 전체에 핵지뢰를 심는 것

이른바 원전 마피아라고 불리는 자들은 기후위기와 탄소 중립을 위해서 SMR이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 주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만, 환경단체들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이익과 손실’을 가장 민감하게 분석하는 미국의 투자회사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폭염과 태풍 등 기상이변이 더 자주 발생하는데, 열을 식히기 위해 강가나 해안가에 지을 수밖에 없는 원자력발전소는 크기와 상관없이 후쿠시마와 같은 위험에 더 많이 노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더 위험하다는 것이 미국 투자회사들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작년에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원전 6기가 가동을 정지하였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조사결과 고리 3, 4호기는 강풍을 타고 날아 온 바닷물의 염분 때문에 전력 설비에 문제가 생겼고, 신고리 1, 2호기는 강풍 때문에 소전탑에 설치된 전선에 문제가 생겨 가동을 정지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기상이변으로 원전이 불시에 정지된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2020년 7월과 8월 두 차례나 발생하였는데, 한 곳은 호우로 인하여 터빈 발전기가 멈춰 일어난 사고였고, 다른 한 곳은 폭풍에 냉각탑이 파송되어 일어 난 사고라고 합니다. 후쿠시마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뻔 했던 아찔한 순간들이었던 것입니다.

환경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기후위기의 대안은 원자력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하여 원전을 짓자고 하는 것은 화약을 지고 불길로 들어가자고 하는 주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안전한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보면 원전은 미래기술이 아니라 과거 기술에 불과합니다. 

"원전은 기계입니다. 기계는 때때로 사고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때때로 잘못을 저지릅니다. 게다가 이 세상에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갑자기 파란 화면이 나오면서 멈추는 것과 똑같은 일이 소형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원전과 짓고 있는 원전을 모두 합치면 약 800기입니다. 친 원전 학자들은 원전 1기당 사고의 위험성은 2만년에 한 번이라고 주장합니다. 2만 년에 한 번이라면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해하기 쉽게 100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고 계산한다면 20년에 한 번 꼴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연 안전한 것인가요?”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투자를 했다는 것 때문에 화제가 된 SFR이라고 부르는 수듐냉각고속로라고 하는 또 다른 SMR 기술도 있는데요. 1995년 일본에서 이 기술을 실증한 몬쥬 고속로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2016년 폐로를 결정하였지만, 여전히 연간 2000억원의 운영비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굳어진 핵연료를 꺼낼 방법이 없어 총 11조원을 투자한 커다란 핵폐기물을 아직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