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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택임대차보호법 후퇴를 우려한다

by 이윤기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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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8. 29 방송분)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여러 가지 정책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저는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7월 27일(수)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TF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주책임대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공동 팀장으로 하는‘주택임대차 제도개선 TF’를 구성하여,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양부처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양 부처 고위직 공무원이 공동 팀장을 맡아, 지난 수해 기간에 반지하에 세들어 살다 재난을 당했던 그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택임대차보호 제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두 부처가 공동으로 연구를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이번 국토부, 법무부 공동 TF는 2년 전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 등을 재검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나 주택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들은 2년 마다 높은 임대료 인상과 이사를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주거 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아왔습니다. 실제로 주택이나 아파트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은 집값이 올라도 걱정 집값이 내려도 걱정하면서 살았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가 대폭 인상될 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걱정해야 했고, 반대로 집값이 내릴 때는 아파트나 집값이 너무 내려가서 이른바 깡통전세가 되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깡통 전세가 되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면서 울며겨자먹기와 같은 심정으로 따로 보험료를 부담하고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을 때,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늘어나는데, 세입자들은 주택가격이 오르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야 했고, 주택가격이 내려가면 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실제로 3년 전까지 전세를 살았던 저도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신혼 시절에는 대출이 많이 있는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받아서 대출을 상환하겠다”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의 이야기를 믿고 계약했다가 당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날려 본 경험이 있고, 불과 6-7년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전세 계약을 하고 들어 갔을 때는 2년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아파트 값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집주인으로부터 살고있는 아파트를 사던지 아니면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고 사실상 쫓겨난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하고 억울했던 것은 전세를 옮기면서 우연히 다른 부동산에 나온 매물을 확인하다가 제가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제가 냈던 전세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다시 전세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없는 설움을 체감했던 일도 있습니다. 또 불과 3년 전에는 창원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일이 있었는데,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 올 때, 제가 살던 33평 아파트 전세보증금과 당시 아파트 거래 가격이 똑같아져서 집주인이 보증금 내줄 돈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했던 경험이 있고,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깊이 후회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의 이런 경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시민운동을 해오면서 유난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심이 많았고,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로 임대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이 집단으로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피해사례를 지켜보면서 세입자보호조례 제정운동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1998년에 제가 일하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전국 최초로 마산시 세입자보호조례제정운동을 벌여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할 때 전세 입주자들은 ‘확정일자’를 받도록 안내하는 조례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사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세입자보호 조항들이 만들어지기까지 긴긴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이 있었고, 셀수 없는 많은 세입자들의 피눈물이 있었습니다. 재작년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가 도입되기까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무려 31년 걸렸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전월세 인상율상한제는 전세나 월세를 인상할 때 5% 이내에서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하는 것이고,(2억 전세는 2년 후 1천만원까지 보증금 인상 가능),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집을 크게 파손하지 않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가 2년 동안 계약원하는 지역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또 함께 시행된 전월세신고제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듯이 전세와 월세 시세를 확인할 우 있도록 신고하고 공개하는 제도인데 임대료 협상도 할 수 있고 깡통전세의 위험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하지만, 세입자보호제도가 잘 갖추어진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세입자들이 계약갱신권을 행사할 기회가 1회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2년마다 쫓겨나지는 않고 최소 4년 간은 이사 걱정없이 거주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도 5% 이하로 규제하도록 하여 2년마다 치솟던 전·월세 인상을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 선거 이후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은 전려 고려하지 않고,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고 주장하더니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폐지 및 후퇴까지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지난 7월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임대차 개선 제도 TF 구성을 발표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월세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시민단체들은 급격하게 상승하던 전국·서울 전체 주택과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2020년 7월말 임대차제도 개정 이후 상승세가 완화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당시 집 값이 치솟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더 급격한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