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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하동군 100원 버스 창원시는 왜 못하나?

by 이윤기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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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4. 17 방송분)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의 1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6곳에서는 국민의 힘 시장, 군수가 당선되었고, 남해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군수가 당선되었으며, 하동군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 당했던 무소속 후보가 군수로 당선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방송에서 주로 서울이나 경기도 등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주민자치나 지방정부의 혁신 사례들을 주로 소개하였는데요. 오늘은 경남 하동의 지역 혁신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하동군은 의령군, 산청군, 남해군, 합천군 다음으로 경남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작은 기초자치단체입니다. 전체 인구 4만 300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지역인데요. 지난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인구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하동군은 합천군, 남해군, 산청군에 이어서 경남에서 네 번째로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높은 곳입니다. 

 

또 월 평균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비율을 나타내는 시군 빈곤 지표에서도 의령군, 합천군, 산청군에 이어 네 번째로 소득이 낮은 인구가 밀집된 지역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재정자립도 역시 13%에 불과하여 경남 전체 평균 33%와 비교해도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예컨대 다른 시군에 비해 살림살이가 넉넉한 자치단체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군수가 취임한 후에 여러 가지 새로운 복지정책과 혁신 정책들이 잇달아 도입되고 있습니다. 먼저 하동군은 지난 1월 1일부터 18세 이하 모든 청소년들이 단 돈 100원으로 군내 버스를 이욜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동군에는 42개 노선 11대 농어촌버스를 이용하는 청소년이 약 2500여명인데, 버스비 부담없이 단돈 100원만 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작년까지 초등생 600원, 중고등학생 850원이었던 버스요금을 100원으로 낮추고 요금 인하에 따른 손실보상금은 모두 군이 부담합니다.

꼴찌 하동군, 무소속 군수의 혁신

창원시의 경우 작년 6.1 지방선거 때 여러 시민단체가 청소년 무상요금 공약을 제안하였으나 공약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었으며,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 대한 시내버스 무상요금을 공약해놓고도 당선 후에는 단계별로 시행하는 것으로 후퇴하여 올해 10월부터 75세, 2025년 70세 이상, 2026년 65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대중교통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대중교통 정책의 일환으로 보행기나 배낭 수납공간을 갖춘 어르신 버스 도입을 추진하고, 어르신들과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저상버스 교체를 진행하고 있으며, 농촌 어르신들의 승하차를 돕고 짐을 들어주는 행복버스 안내 도우미 배치도 늘여나가는 등 교통복지를 높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18개 도내 18개 시군 중에서 최초로(어쩌면 전국 최초일 수도 있는데...) 하동지역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초중고등학교 학생 2316명을 대상으로 <통학 교통이용 전수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하동군 인구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중교통 수요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도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앞두고 있는 창원시의 경우도 다섯 개 구청을 순회하는 공청회 개최가 전부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발상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하동군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은 등하교시 버스 충분히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외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49%가 통학차량을 이용하지만, 31%는 가족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중학생의 경우 가족차량이 40%, 통학차량이 26% 순이었으며, 고등학생도 가족차량 37%, 통학차량은 24%로 나타났으며, 버스 이용은 고등학생만 7%가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공짜 버스 안 타는 청소년들...알고보니 노선 불편 때문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100원 버스 운행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등 학생들이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도 분석하였는데요. 조사 결과를 보면 등하교 시간과 버스 운행 시간이 잘 맞지 않고, 버스 이용 시 완행 노선이 길어 통학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해왔던 행정 관행대로라면 청소년 버스요금을 100원으로 낮춘 것으로 군수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하동군의 이번 조사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 새로운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하동군은 학업에 불편이 없는 교육환경 조성으로 정주 여건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통학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하동군장학재단, 하동교육지원청과 함께 행정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통학수단지원대책을 수립해 나가며, 당장 등하교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운행시간과 노선조정도 적극 검토하고 관내 다섯 개 고등학생 통학차량 임차를 위해 2500만원의 예산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한편, 하동군은 최근 초대 총괄건축가를 위촉하였습니다. 하동군의 총괄건축가 위촉은 경남 18개 시군 중에서는 7번째이고, 군 지역 중에는 남해군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총괄건축가는 공공건축과 관련하여 소관 행정구역 및 사업구역의 공간정책 및 전략 수립에 대한 자문 또는 주요 사업의 기획, 설계 및 시행과정에 대한 총괄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 도시, 조경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말하는데요. 하동군이 군 단위 공공건축의 질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그만 군에 웬 총괄건축가?

공공건축은 관공서와 공공단체에 의해 건립 운영되는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말합니다. 과거의 공공건축은 비용과 실용성에 치우쳐 있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공공의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건축물과 공간을 사용할 사용자의 필요를 담아야 하며, 도시와 자연에 어우러져 지역 문화와 역사를 보존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도시의 품격을 바꾸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소개 할 사례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언제든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하동군 시간제 보육서비스입니다. 경남도내에는 모두 47개의 시간제 보육서비스 제공 기관이 있는데, 모두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됩니다. 그런데 하동군이 새롭게 시작하는 7 to 23 시간제 보육 서비스는 맞벌이, 야간 경제활동, 병원진료 등 긴급한 사정으로 보육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보호자를 위해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도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월 90시간 한도내에서 1회 연속 5일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하루 전날까지만 예약하면 이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 도민들은 그동안 인구가 많고 예산이 많은 자치단체가 더 살기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경남의 작은 자치단체인 하동군에서 적은 인구와 적은 예산으로도 더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여러 혁신 사례들을 성공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