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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차장 지붕을 태양광 발전소로...

by 이윤기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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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8. 14 방송분)

 

장마, 폭우, 태풍 그리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 전기 요금 인상을 둘러싼 기후환경운동가들의 논쟁을 소개하면서 결국 전기요금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60%이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우리 경남지역의 태양광 에너지 확대 정책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8월 9일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 단체 회원들이 경남도청에서 도내 대형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들은 경남 도내에 있는 80대 이상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에만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도 무려 253MW의 전기를 설치할 수 있으니 경상남도와 18개 시, 군이 태양광 확대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였습니다. 

 

경남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체의 7.1%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경상남도에서 소비되는 전력 소비량은 35GWh인데 비하여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7.1%인 2542GWh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경남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전국 평균 8.3%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당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을 3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윤석렬 정부 들어 정책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1.6%로 낮춰잡고, 2036년이 되어서야 30%로 높이겠다는 후퇴 계획을 발표하자 경상남도 역시 정부 방침과 현실 가능성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경남의 전기는 고성 및 삼천포 그리고 하동의 석탄화력발전소 14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탈화석연료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는 RE100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IT기업과 반도체,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부터 RE100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만, 머지 않아 경남의 주력 산업인 철강 및 알루미늄, 석유화학, 조선, 방위산업, 항공우주산업에도 RE100이라는 새로운 환경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최근 경남환경운동연합이 경남도내 18 시군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주차장 태양광 발전 설치 잠재역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앞서 말씀 드린대로 80면 이상 주차 가능한 대형 주차장에만 태양광 시설을 해도 대략 253M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창원시와 김해시의 경우 각각 60MWh 이상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고, 양산20 MWh, 진주 17 MWh, 함안, 사천 11 MWh, 하동 10MWh, 통영 9MWh, 거제, 창녕 각 8MWh, 거창, 남해 각 6MWh, 함양 5MWh, 밀양 산청 각 4MWh, 고성 1MWh, 합천 0.5MWh로 의령을 제외한 도내 17개 시군은 모두 태양광 설치해 적합한 80면 이상 주차장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17개 시군 80면 이상 주차장은 태양광 발전소 적합부지 

이렇게 경남도내 주차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얻을 수 있는 253MW의 전기는 일반 가정용 3KW 태양광 설비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1년간 8만 4천가구가 생산하는 전기와 맞먹는 양이며 고리 원전 2호기 발전량의 절반에 가까운 전력량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은 각 지자체가 주차장 태양광 설치 현황 자료를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아 상당한 자료가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정도만 해도 탈석탄, 탈화석연료 정책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일정 크기 이상 주차장 태양광 설치가 의무화되고 있는데, 프랑스는 올해 2월 ‘주차장 면적의 50% 이상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친환경 에너지 장려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국내에 있는 주차면수 80면 이상의 대형 주차장을 가진 사업주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구분없이 태양광 발전 패널을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19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외 11명의 공동발의로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차장>법 개정안이 발의 되었습니다. “기존 주차장 부지와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발전설비를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활용하자는 법률개정입니다. 프랑스처럼 민간 주차장까지 의무화시키지는 않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설치되거나 혹은 재정지원이나 기금을 지원받는 모든 주차장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면 80면 이상의 공공 시설 주차장은 모두 태양광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폭염...차안에 둔 손 세정제도 위험하다

하지만, 기후환경운동가들의 기대만큼 법안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단체 회원들이 지방정부의 신속한 결단과 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입니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도 비판적 문제제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산지나 농지를 훼손하는 사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주차장 지붕을 태양광으로 바꾸는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호응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미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 보면,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그늘부터 주차를 하고 있습니다.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햇빛에 자동차를 주차해놓으면, 실내온도가 8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그늘을 찾아 주차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 전문가들은 여름철 자동차 실내온도가 70도를 넘어가면 일회용 라이터가 폭발할 수 있고, 80도가 넘으면 캔음료가 터질 수 있으며, 특히 에탄올 성분이 함유된 손세정제를 차 안에 두면 화재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동차에 손세정제를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 많은데, 에탄올은 인화점이 20~30도로 낮기때문에 여름철 자동차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땡볕에 장시간 차를 주차해두면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같은 전자기기들도 폭발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형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운전자들에게는 안전하고 시원한 주차공간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늘에 세워뒀다 출발하는 차들은 에어컨 사용량 사용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주 한 언론사가 주최한 기후위기 토론회에서 한 활동가는 지구가 점점 빠르게 뜨거워지기 때문에 “어쩌면 오늘이 가장 시원한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주차장 지붕위 태양광 패널 설치같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실천부터 빠르고 신속하게 해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