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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파장

by 이윤기 2025.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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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2. 3 방송분)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하였는데요. 취임식과 함께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다는 서면통지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측에 즉시 보내도록 하였습니다. 오늘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연말 시작된 계엄과 탄핵 정국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여객기 사고 등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국제 뉴스를 놓치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공언했던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할 뿐만 아니라 유엑기후변화협약 체제에서 체결된 모든 협정과 조약에서도 탈퇴하라는 행정명령을 시행하였습니다.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미국 내 과학 지형과 에너지 정책을 화석연료 중심으로 바꾸는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첫 번째 임기 때,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였던 전력이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지구온난화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면서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의 1.5~2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 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4년 전에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지만, 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정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파리기후변화 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채택되었고, 2016년 4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서명되었으며 여러 절차를 거쳐 11월 4일 공식 발효되었습니다. 그런데 파리기후협약 제28조는 협정이 발효되고 나서 3년이 지났을 때부터는 유엔에 통지서를 보내면 통지 1년 후 탈퇴할 수 있도록 정해두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인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명령했을 때는 3년 단서 조항 때문에 즉시 탈퇴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20년 11월에댜 효력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탈퇴 효력 발생 3개월만에  탈퇴를 철회했기 때문에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보 후 1년이 지나면 탈퇴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약 규정대로 1년 후 효력 발생을 기다리지 않고, “통보가 이루어지는 즉시 미국이 협정상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각종 의무와 규제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전 세계가 주목하고 긴장하는 것일까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게 되면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협약 당사국 간에 이루어지는 이행 점검에서 제외됩니다. 작년 유럽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기준 59억 6천만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 세계가 함께 감축 목표를 세우고, 평균온도 1.5도를 지키기 위해 함께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산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우려는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 사실상 ‘파리기후협약’ 체제 자체가 붕괴되거나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기구인 유엔이 있기는 하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협정은 ‘빈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파리기후협약 이전의 국제적인 기후체제는 1997년 일본 교통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 체제’였습니다. 

 

이 교토의정서 체제가 무너진 것은 2001년 미국이 탈퇴하면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당시 미국은 교토의정서 체제가 신흥공업국인 중국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으로 규정하여 1차 온실가스 감축 의무 국가에서 제외된 것을 문제 삼아 탈퇴하였는데, 파리에서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인류는 무려 15년을 허비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포기해버리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하여 신흥 산업국가들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포기하는 도미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찍도록 목표를 세우고 있고, 2030년부터 감축을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가장 앞장서서 압박하던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 중국 뿐만 아니라 인도를 비롯한 다른 신흥공업국들이 줄줄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 가입 국가 중 유일한 기후협약 탈퇴 국가?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지구상에 있는 200여개 국가 중 단 3개국 뿐이었습니다. 2015년 196개국이 협약에 참가하였으며, 이란, 리비아, 예멘만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미국이 탈퇴하면 4개국이 되는 것이고, 유엔에 가입한 국가 중에는 미국이 유일한 탈퇴국이 되는 것입니다. 기후협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내 온실 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이 청정에너지를 채택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후기금까지 지원하였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 이런 기금도 없어지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을 위한 세액 공제도 없앨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하여 1.6도 상승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요. 연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1.5도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파리기후협약이 목표로 하고 있는 1.5 임계치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세계기상기구도 앞으로 5년간 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1.9도 높은 상태를 오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변화를 막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인류 전체의 대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고, 혹한과 폭설 그리고 한파가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 수온 변화로 물고기들이 사라지는 온갖 재앙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풍력 터빈의 70%를 생산하며, 전기차 세계 시장점유율의 60%를 차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파리기후협약이 미중 패권 대결의 도구가 되어 인류를 멸종의 위기로 몰아가지 않도록 세계 시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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