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제 코너는 올해 특집 방송 관계로 7월 14일, 21일, 28일, 8월 4일, 11일, 18일, 25일, 9월 1일, 8일, 15일 10주간 방송을 쉬었습니다.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9. 19 방송분) |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5년간 2000명씩 늘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사와 의대생이 집단으로 반대 행동에 나서고, 수련의 임용포기, 전공의, 전문의 사직 그리고 개원의사들의 파업 등 이른바 의료대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최근 창원에서 일어났던 구체적 사례를 통해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와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불편 그리고 후퇴하고 있는 혹은 불합리한 대형 병원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80대 환자 A씨는 갑작스런 구토와 설사 증상으로 동네 내과에 내원하였습니다. 병원 내원 중 혈뇨와 혈변이 확인되자 동네 의원에서는 상급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은 상급 병원으로 옮겨가기 위해 119구급대를 불렀다고 하는데요.
가족들이 병원에 도착한 119 구급 대원들에게 집에서 가까운 S대학 병원 응급실로 갔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지만, 구급대원들은 원하는 병원으로 갈 수 없다 하면서 병원마다 전화를 하더랍니다. 구급대원들이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S병원 응급실에 먼저 전화를 했지만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의창구와 성산구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차례로 전화를 해서 H종합병원 응급실로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응급실 뺑뺑이 보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직접 응급실에 가보지 않은 분들은 상황이 좀 나아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지난 1년 동안 응급실을 찾았던 경험이 없었던 A씨 가족들은 막상 내가 겪어보니 뉴스에만 안 나올 뿐 의료대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응급실 뺑뺑이......가족 아파보니 분통터진다
H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와 가족들은 밤 10시까지 약 8시간 동안 CT 촬영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H종합병원에서는 CT 촬영을 통해 복부 종양을 발견하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항생제 처방과 함께 종양에 대한 판단과 수술 여부는 대학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도록 권유하였다고 합니다. 이날 저녁 A씨는 각종 검사 비용으로 약 50만원의 진료비를 지출했지만 응급 처치와 항생제 처방만 받은 채 집으로 귀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A씨 가족들이 제가 일하는 YMCA 시민중계실에 소비자 고발을 한 것은 다음날 벌어진 일 때문이었습니다. H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발급해준 ‘진료 소견서’를 가지고, S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신청하였는데, S대학병원에서는 “진료 소견서만 가지고는 진료 접수를 해줄 수 없다”면서 “H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오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A씨 가족들은 H종합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전날 진료 기록 사본과 CT 영상 사본 발급과 함께 “S대학 병원에서 진료의뢰서 있어야 접수가 가능하다고 하니 진료의뢰서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하였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H종합병원에서는 “우리 병원 응급실에서 직접 S대학병원으로 전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진료의뢰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A씨 가족들로서는 어느쪽 말이 맞는지 알 수도 없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 마치 핑퐁게임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H병원은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 S대학병원에서는 진료의뢰서가 없으면 절대로 접수를 해줄 수가 없다고 하며 양측 모두 상대방 병원에 책임을 전하했기 때문입니다. S대학 병원에서 H병원으로 직접 확인을 하거나 혹은 반대로 H병원에서 직접 S대학 병원에 확인을 해줬다면 쉽게 어느 쪽이 틀렸는지 시시비비가 가려졌을텐데... 양쪽 병원에서는 서로 “도대체 그쪽 병원 누가 그렇게 말하더냐? ” 면서 서로 자기들 기준대로 할 수밖에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방송을 듣는 청취자 만약 여러분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A씨 가족들은 진료를 받는 것이 급한 일이었기 때문에 H병원을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맨 처음 갔던 동네 의원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병원은 23일 후에나 첫 번째 진료 예약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고, 결국 성산구에 있는 다른 대학병원에 이틀 후 진료 예약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진료의뢰서 발급, 병원마다 다른 기준으로 환자만 뺑뺑이
C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니 H종합병원이 끝까지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한 것도 납득할 수가 없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도 똑같은 부당한 일을 반복해서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YMCA 시민중계실로 상담을 해오셨던 것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어디로 연락해서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난감해 하실 텐데요. YMCA에서는 세 가지 경로를 안내해드렸습니다.
첫 번째는 경남도청 의료정책과에서 의료기관과 의료인 지도관리 업무를 하고 있고, 특히 의료법인과 관련한 지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으니 잘못된 사례를 알리고, 병원측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방법이 있다고 말씀 드렸구요. 두 번째로는 병원 관리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창원보건소를 통해서 잘못된 사례를 신고하고, 병원측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으로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잘못된 사례를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렸는데요. 많은 분들이 한국소비자원에서 공산품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을 처리하고 피해구제를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만, 한국소비자원에는 매년 1000여 건의 병의원과 관련된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되었고 2024년의 경우 996건이나 접수되었습니다.
병원 진료 과목별 접수 건수를 보면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내과 순으로 피해접수가 많았다고 합니다. 신청 이유는 치료결과에 대한 불만족이나 사후 A/S에 대한 피해가 577건, 계약 관련 피해가 7건, 진료비용 관련 피해는 18건이었습니다. 처리 결과를 보면 43%인 435건은 병원과 합의가 이루어졌고, 35%인 357건은 추가로 조정 신청이 이루어졌으며, 나머지 20%는 단순 정보제공에 그치거나 소비자가 취하하는 경우, 소비자원에서 처리가 불가능한 의료 분쟁이었습니다.
A씨의 경우 창원보건소를 통해 잘못된 사례를 신고하였는데, 보건소 측의 조사를 거쳐 이틀 후에 “원무과 담당 직원의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는 꼬리자르기식 해명과 함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합니다. A씨는 원무과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응급실 의사와 통화를 거쳐 진료의뢰서 발급을 못해준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의대증원 사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1년 반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환자들은 불만이 있어도 우선 진료를 받아야 하니 문제 제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어떤 기관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지 몰라 병원 직원과 말다툼만 하다 재수없는 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병원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경남도청 의료정책과, 병원 주소지 관할 보건소,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