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9. 29 방송분) |
2026년 6월 3일에 치러질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5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선거는 아직 8개월 가량 남았지만 선거제도를 고치는 일은 이미 골든 타임을 지나고 있고, 늦어도 연말까지는 마무리되어야 하는데요. 오늘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쳐야 할 선거제도 개혁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개혁과제는 바로 광역 시도의원 선거구제 개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도는 경남 도내 각 시군을 대표하는 지역 대표를 뽑아 도의회를 구성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민주적 대표성이 약하고 정당 지지율 만큼 의석이 배분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행 경상남도 의회는 전체 64명의 의원 중에서 60명이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이고, 4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반대로 전라남도 의회는 60명의 의원 중에서 56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이고, 국민의힘과 기타 정당을 합쳐서 4명입니다.

경남 국민의힘, 전남 더불어민주당 압도적 다수, 선거제도 바꿔야 한다
경남과 전남만 이렇게 구성된 것이 아닙니다. 영남 지역에서는 경남도의회 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대구광역시, 경북도 의회가 모두 국민의힘이 절대다수인 2/3가 훨씬 넘고 의석 비율은 91~9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호남에서는 전남도의회 뿐만 아니라 광주, 전북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인 2/3가 넘고 의석 비율도 91~93%를 차지합니다.
충청이나 수도권의 경우 영호남보다는 사정이 좀 나은편이기는 합니다만, 대전, 충북, 충남, 강원, 서울, 인천의 경우 국민의힘이 절대다수인 2/3가 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의석 비율은 영호남 만큼 쏠림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제1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65~87% 사이입니다. 한편, 세종과 제주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의석 비율은 60~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교적 사정이 좀 나은 편입니다. 유일하게 경기도의회만 제1당이 77석, 제2당이 76석 그리고 소수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3석을 차지하여 비교적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고, 사안에 따라 소수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케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의회가 구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결과는 왜 지역별로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을까요? 영남에서는 국민의힘이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능력있고 뛰어난 인재들을 공천하였기 때문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 정당이 시, 도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소선구제’를 통해서 1선거구에서 최고 득표를 한 1명만 뽑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의 선거구 2개를 합쳐서 2명을 뽑거나 3개를 합쳐서 3명을 뽑게 되면 특정 정당에 2석, 혹은 3석을 모두 차지하는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지방선거 투표 결과를 가지고 2개 선거구, 혹은 3개 선거구를 합쳐서 득표율대로 계산해보면 특정 정당이 2석, 3석을 다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구요. 또 다른 사례로는 시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확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동시 지방선거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유권자가 시의원, 도의원, 시장, 도지사 그리고 교육감 투표를 한꺼번에 합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보면 소선거구제로 뽑는 경남도의회는 국민의힘이 64석 중 60석을 차지하였지만, 1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도를 채택한 창원시의회의 경우 전체 45석 중에서 국민의힘은 27석, 더불어민주당은 18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경남도의회도 기초의회처럼 중대선거구제도로 바꾸어서 도의원을 선출하게 되면 지금과 같이 제1당이 94%나 당선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광역시도의회 선거,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
경남, 전남에서 제1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 사회 전체로 보면 전혀 바람직한 제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영남과 호남에서는 단체장과 90%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제1당이 같은 정당이기 때문에 단체장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아니라 제2당과 협상이나 타협없이 4년 내내 제1당이 원하는대로 의회가 운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할 뿐만 아니라 의회 제1당 역시 누구도 견제할 수 없게 됩니다. 제1당과 제2당의 경쟁이 없으면 지역주민도 무시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요. 예컨대 지역의 주요 현안을 결정할 공청회, 토론회, 간담회 같은 주민의견 수렴 절차 없이 제1정당이 당론으로 정하는 대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더라는 것입니다.
1면씩만 뽑는 소거구제의 폐해는 또 있습니다.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때문에 대규모 무투표 당선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만 509명이 나왔습니다.지역구 광역의원 108명, 지역구 기초의원 295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99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구요.
심지어 기초단체장도 6명이나 무투표로 당선된 것입니다. 정당별로 보면 전체 509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282명, 국민의힘 226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구요. 심지어 전국 14개 선거구는 상대 정당 후보자가 없어서 2006년 지방선거 비례대표 도입 이후 단 1번도 선거가 치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사정이 좀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예컨대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의회 110석의 중에서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였고,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2/3가 넘는 76석을 차지하였기 때문입니다.

무투표 당선막고, 결선투표제, 지역정당 도입도 서둘러야
즉 시기에따라 정치지형이 유리한 정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여 견제 기능이 상실되는 것은 영호남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후보를 발굴하고 좋은 후보를 공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곡되어 있는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인데,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비례대표 의석을 국회만큼이라도 더 늘여야 합니다.
아울러 광역의회 뿐만아니라 기초의회도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한데요. 기초의원 선거는 현재 한 선거구에서 2~3명을 선출하고 있는데, 최소 4명 이상 선출하도록 선거구 획정이 되어야 1당의 독점 구조를 깨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단체장 선거는 모든 유권자가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기초,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결선투표 과정에서 정당 간 정치세력간 연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정당을 허용하여 지역정치가 중앙 정치와 국회의원에게 예속되는 구조를 깨뜨리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지역정당을 통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고질적인 제1당의 독주를 막고 지역주의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만큼들의 대표가 선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