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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진해, 모두를 위한 길 조사해봤더니...

by 이윤기 202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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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12. 8 방송분)

 

지난 12월 3일 창원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2025년 진해구 이동권 모니터링, <모두를 위한 길>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오늘은 창원시 진해구 지역의 이동권모니터링 결과를 중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이동권리 개선 방안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올해 진해구 이동권 모니터링 사업은 사단법인 디딤장애인성인권지원센터, 마산YMCA가 주관하는 창원시평화인권센터, 그리고 진해장애인복지관이 연대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마산YMCA 창원시평화인권센터는 2024년 <모두가 편한 식당, 카페> 조사활동을 진행하였는데,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조사하는 것이 가지는 한계를 절감하고, 지난 봄 디딤장애인인권성인권지원센터와 협업하기로 하였고, 올해 조사 대상지역을 진해구로 정하면서 진해장애인복지관까지 서로 활동과 성격이 다른 세 기관이 처음으로 협력하여 공동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계기는 2024년 12월 30일 이종화 시의원의 발의로 『창원시 장애인 및 보호자의 알 권리 보장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되면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 기반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올해 진해구지역의 이동권 모니터링을 위한 비용을 창원시가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인구 100만을 자랑하는 창원시에 등록 장애인은 얼마나 될까요? 2024년 12월 기준 등록장애인은 약 5만 명, 전체 인구의 5%, 즉 스무 명 중 한 사람은 등록 장애인인데,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서 공적 공간과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 수준은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며 특히 진해구 구도심 지역은 물리적 장벽이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장애인 이동권 확보가 왜 중요할까요? 간혹 뉴스에서 『장애인 이동권 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지하철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이동권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외식, 문화, 겨가 활동 제한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일이며, 경제활동 참여마저도 제약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소득증대와 지역사회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되며, 소비기반 약화까지 모두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편의시설, 10곳 중 8곳만 제대로 설치, 2곳은?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설치의무 대상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이고, 이중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적정 설치율은 79.2%였다고 합니다. 전체 설치율과 적정 설치율이 10%나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경우입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적정 기준을 지키지 않아 휠체어가 회전할 수 없다거나 출입문이 너무 좁아 횔체어가 다닐 수 없는 곳, 그리고 경사로가 있지만 경사도가 너무 가파르게 만들어져 있는 그런 경우들이 10%정도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대다수의 소규모 상업 시설은 현행법상 의무 설치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2025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전국 17개 시도, 7개 업종을 대상으로 500㎡ 이하 소규모 시설 1000곳을 조사했더니 77.1%가 장애인은 출입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마산YMCA 창원시평화인권센터에서도 작년에 창원 시내에서 장애인이나 유아차 이용자, 휠체어 이용자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카페를 조사하였는데, 75곳을 조사대상지 가운데 딱 3곳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올해 창원시 진해구 현장조사는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17일간 주간, 야간 조사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만 조사를 위한 준비는 8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조사에 참여하는 모니터링단을 교육하는 일이었는데요. 이동권의 개념과 국내 기준, 무장애 설계 원칙, 실제 보행환경 문제 사례 분석, 조사표 작성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현장 분석을 기반으로 단차 여부, 점자블록의 연속성 및 안전성, 경사도 기준 준수, 출입구 접근성,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 위험 등을 포함하는 구체적 조사지표를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차별은 공기와 같아서 쉽게 알아채기 어려워

 

창원 지역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조사였기 때문에 모니터링단을 교육하고 조사지표를 개발하는데 두 달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모니터링 결과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장애 당사자가 조사지표부터 현장조사까지 직접 참여함으로써 구조적 요인을 찾아내고, 정책실효성이 있는 개선 방안을 제안하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문제점은 경사 기준 미준수, 노면 파손, 보행 방해물, 야간조도 부족, 안전장치 미흡 이렇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도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보도가 있는데,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보며 왜 위험한 차도로 가는걸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경험이 있을텐데요. 그 이유는 보도로 다니는 것이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걸 이번 조사결과로 알게 되었습니다. 

 

즉 많은 보도들이 횡단, 종단 경사 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만들어져 계속 방치되어 있고, 가로수 뿌리, 파손된 보도블럭, 휠체어 바퀴가 빠질 수 있는 배수로 덮개 틈새 등도 모두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아울러 상가에서 내놓은 적재물과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있는 전동킥보드로 모두 휠체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무시무시한 방해요인이었구요. 음성신호기가 고장 나거나 점자블록이 중간에 그냥 뚝 끊어진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진해구 자은동 지역에는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4기가 모두 고장난 채 방치된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버스정류장에는 비장애인들이 편하게 차를 기다릴 수 있도록 대기 의자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까? 요즘 같은 겨울에는 온돌처럼 따뜻하게 유지되고 있어 저도 기분좋게 이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비장애인을 위한 버스정류장 의자 같은 편의시설도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를 들으면서 실제로 제가 자주 이용하는 집앞 버스정류장도 휠체어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보도에 있는 배수로 틈새가 휠체어 바퀴가 빠질 정도로 벌어져 있는 곳은 유아차 바퀴도 빠질 수 있고, 여행 캐리어나 전동킥보드 바퀴도 빠질 수 있으며, 여성들의 뾰족한 구두굽도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시설이라는 것이 발표자의 주장이었습니다. 

 

장애인, 고령자, 아동 등 이동 약자들에게 이동권 제한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존엄성 침해이며, 불평등의 문제, 부정의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차별은 공기와 같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말, 기득권을 가진 비장애인들은 모두 마음에 새겨야하겠습니다. 이 같은은 조사가 창원시 전역으로 확산되어 무장애 설계기준과 유니버셜 디자인이 삶의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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