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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운전 면허 반납하면 교통사막에 갇힌 꼴

by 이윤기 2026.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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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12. 22 방송분)

 

내년이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최근 3년 동안 30% 가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발생률은 8.6%가 감소하였는데, 고령자 교통사고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구요. 특히 올해는 고령자 급발진 사고도 많았는데요. 오늘은 고령자 운전 면허증 반납과 교통사막화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지방정부 243곳 중에서 220곳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일정 수준 보조금을 주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률은 매우 저조한 상황인데요. 2023년 전국 반납률은 2.4%에 불과하였구요. 2024년 상반기에는 반납률이 1%대로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이 통계를 들으시면서 요즘 65세는 아직 중년이라고 해도 될 만큼 건강한 분들이 많아서 충분히 운전이 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문제는 75세 고령자들의 운전면허 반납률도 7.3%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2018년 1.04%에서 꾸준히 상승하여 2023년에 7.3%가 되었지만, 더 이상 반납률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하여 정부는 6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적성검사를 매 5년 마다 받도록 하고, 7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를 3년으로 줄여서 시행하고 있으며, 치매검사까지 받도록 했지만 면허 반납률이 높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운전 면허 반납률이 낮은 이유?

운전면허 반납률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이유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근본적인 첫 번째 원인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거나 혹은 대중교통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교통사막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75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률을 보면 부산, 인천, 서울, 대전, 대구, 경기, 광주 순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모두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이고, 대부분 인구가 도심에 밀집해서 살고있는 지역들입니다. 반대로 반납률이 낮은 지역은 충남, 경북, 전남, 경남, 제주, 강원 순인데, 모두 대도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열악한 지역에 속하는 곳입니다.

부차적이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요인은 운전면허 반납에 따른 인센티브가 적거나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 다른 광역시보다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하는 부산시가 운전면허 반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10만원 상당의 교통사랑카드를 제공하는데, 의료기관, 음식점, 목욕탕 등에서도 이용이 가능하고, 기초자치단체별로 1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남의 경우는 2024년까지 5년 동안 운전면허를 반납한 운전자는 총 1만 7942명에 불과한데요. 창원, 양산, 김해, 진주가 1만 3715명으로 7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군 지역의 운전면허 반납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하다는 것인데요. 도시 지역은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만 지급하고 있는데 비해 거제, 사천, 함양군은 20만원, 고성군은 30만원을 지급하는데도 운전면허 반납 사업이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고령운전자들이 운전면허 반납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농촌지역과 지방도시의 대중교통이 너무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대중교통 접근성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연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을 ‘교통사막’으로 규정한다고 하는데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대중교통 서비스가 부족해져서 주민들의 이동권이 크게 제한되는 지역을 의미하며, 버스, 택시 등 필수 교통수단이 사라지면서 병원, 마트, 학교 등 생활 필수 시설 접근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본은 인구의 30%가 교통사막에 거주, 한국은?

 

일본은 인구의 약 30%가 교통사막에 거주한다고 한다는데요. 농촌이 아니어도 기차역에서 500m 이상, 버스 정류장에서 300m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교통사막’ 거주자로 분류합니다. 일본은 작년 7월부터 이들 지역의 교통 사막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토교통성에 <교통공백해소본부>를 설치하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답니다. 

우리 경남의 경우도 군 지역, 농촌 어촌 지역에서 교통사막화가 시작된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만, 어찌보면 승용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그러저럭 적응해서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구요.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운행하거나 100원 택시 사업을 통해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고령자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할 수 있을 만큼의 인센티브로는 역부족입니다. 특히 앞으로도 농어촌 인구의 지속적으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인구 감소 지역의 대중교통 공급은 여전히 큰 숙제꺼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교통사막화 현상은 농촌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창원에 사는 저는 평소 승용차를 이용하지만, 일부러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고, 100km 이상 되는 출장을 갈 때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서울이나 충청권 출장의 경우 예매가 어렵기는 하지만 KTX나 SRT를 이용하면 되지만, 그외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는 경남에서 가장 큰 도시인 창원에 살면서도 교통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교통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시외버스인데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일부 노선은 사라지거나 경유지가 추가되었고 운행횟수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여수나 순천으로 가는 차편은 하루 세 번 밖에 없습니다. 첫차가 아침 10:10 분에 출발하고 막차가 18:20분에 떠나기 때문에 막차가 떠나고 다음 날 첫차가 운행할 때까지는 교통사막이 되는 것입니다. 청주, 충준, 전주, 군산, 수원, 부천, 원주, 강릉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운행 횟수가 적고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행사 시간이나 회의 시간에 맞춰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아 결국 이용을 포기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운전면허를 반납받을 때, 운전면허졸업장을 수여해서 고령운전자의 운전 은퇴를 예우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상징성은 있지만 실효성 있는 혜택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선진국들의 사례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일본 아이치현의 경우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택시요금 할인, 마트무료배송, 은행 예금 금리 우대, 그리고 시내버스 무료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구요. 미국의 경우에는 고령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야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운전금지, 운전거리 제한 등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다고 하는데요. 농촌지역에 충분히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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