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3. 16 방송분) |
오늘은 세계적인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조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위기상황에 처하였는데요. 미국의 대형 송유관 기업 ‘에너지 트랜스퍼’라는 회사가 “그린피스가 환경보호 시위를 벌여 건설 사업을 지연시켰다”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에너지 트랜스퍼’는 2019년에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미국지부 「그린피스 US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요. 오랜 법정 공방 끝에 6년 만에 지난달 미국 노스다코타 주 모턴 카운티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그린피스가 에너지트랜스퍼에 총 6억 66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원을 배상하는 평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오늘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를 겨냥하는 대기업들의 입틀막 소송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그린피스와 기후법률방어라는 두 국제 NGO는 에너지트랜스퍼가 벌인 이런 소송을 ‘Stratsgy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라고 하는데요. 머리글자를 따서 약자로 SLAPP(슬랩) 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번역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로 바꾸자면 ‘입틀막’ 소송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입틀막 소송, “승소가 목적이 아니라 소송 그 자체를 통해서 비판자의 입을 막고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줌으로써 공적 의제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 여론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석유재벌, 그린피스 입틀막 소송 통할까?
에너지 트랜스퍼의 이번 소송은 대규모 석유 송유관 공사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회사가 미국 북부 대평원과 원주민 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대형 송유관, 이른바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 공사를 추진하였는데요. 이 공사는 미국 노스타코타주에서 일리노이주까지 약 1900km를 잇는 거대한 원유 수송관 매설 공사입니다. 아마 1900km라는 거리가 잘 실감이 안 나실텐데요. 서울-부산 고속도로의 약 4배에 해당되구요. 약 1100km인 한반도 남북 직선거리의 2배나 되는 엄청난 길이입니다.
그린피스와 주민들이 송유관 공사를 반대한 이유는 송유관이 미주리강의 오아헤 호수 밑을 지나가기 때문에 기름이 유출될 경우 상수원이 오염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미국 원주민 보호구역에 있는 조상들의 묘지와 유적지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공사는 미국 중서부 주요 수계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수질 오염, 토양오염, 토지 훼손의 위험이 있으며, 화석연료 소비를 촉진하여 에너지 전환에 역행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이유로 환경단체가 공사에 반대하였는데요.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환경오염 우려를 받아들여 대안노선 검토를 지시하였습니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사를 재개하였습니다.
에너지트랜스퍼는 그린피스가 원주민과 연대하여 반대 운동을 펼치자 2017년 약 9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원주민들과 그린피스가 허위정보를 퍼뜨려 공사 지연과 금융피해를 초래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원 에너지 트랜스퍼의 핵심 주장을 입증을 증거가 부족하다면 소송을 기각하였습니다.

9억 달러(1조원) 손해배상 맞서 그린피스 네덜란드에서 역소송 제기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원 제도가 달라서 연방법원에서 기각된 소송이라도 소송의 내용을 달리하여 독립적인 사법권한을 가진 주 법원에서 다시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주 법에 따른 명예훼손, 불법침입, 공모, 재산접근 방해 등의 사유로 들어 노스다코타주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노스타코타주는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지역 여론과 배심원 구성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였고, 배심원들이 에너지 트랜스퍼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노스타코타주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2/3 수준으로 감액하였지만, 그린피스와 같은 민간 환경단체가 감당할 수 없는 역사상 최대규모의 배상 판결이 났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 시위와 반대운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활동과 화석연료 산업 퇴출을 주장하는 모든 활동의 손발을 묶고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즉각적인 항소와 함께 미국 기업 에너지 트레스퍼를 상대로 한 소송을 네덜란드 법원에 제기하였는데요. 기업의 무분별한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기 위한 유럽 연합의 슬랩방지 지침과 네덜란드 국내법을 근거로 역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에너지 트랜스퍼가 제기한 소송으로 그린피스가 입은 재정적 피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피해구제를 요청한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될 이 소송은 세계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편,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미국 사례로는 존 올리버 대 탄광 재벌 머레이 소송이 있는데요. 유명한 뉴스 풍자방송 진행자인 존 올리버가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산업 부활을 추진하자 열악한 노동환경, 진폐증과 같은 직업병, 광산 붕괴 사고에 초점을 맞춰 미국 석탄산업을 비판하면서 재벌 기업 머레이 에너지와 사주를 강하게 비판하였는데요. 방송이 나가자 머레이 에너지 측이 소송을 제기하였고, 존 올리버와 미국시민자유연맹이 힘을 합쳐 부당한 소송을 막아낸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서도 입틀막 소송 증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2020년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가 광양지역 대기오염 철 농도 조사 결과를 조작하였다는 혐의로 광양만 녹색연합 활동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였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포스코를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지역 국회의원이 중재하여 사건이 일단락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롯데월드타워가 환경단체를 상대로 7억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9년 롯데월드타워 지하 아쿠아리움에서 멸종위기종인 흰고래 벨루가 2마리가 폐사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흰고래 폐사로 여론이 나빠지자 아쿠아리움 측은 남은 1마리를 야생 방류하겠다고 밝혀놓고 차일피일 미루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발한 해양생물보호 환경단체인 ‘핫핑크 돌핀스’ 회원들이 2022년 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에 가서 수족관 표면에 ‘벨루가 전시 당장 중단하고, 야생 방류 약속을 이행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양면테이프로 부착하고 약 5분 동안 시위를 벌이다 쫓겨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환경단체의 기습 시위 이후, 롯데 측은 수족관 접착제 제거와 당일 아쿠아리움 운영을 방해받았다며 7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한 것인데요.
3년 간 소송 끝에 2025년 3월, 1심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핫핑크돌핀스 대표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전형적인 입틀막 소송에 맞서는 이 단체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심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가 네덜란드에서 맞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은 EU에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이 제정되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에서 에너지 트레스퍼가 그린피스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벌인 것은 노스타코타주가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15개 주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들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엄청난 손해배상 소송을 하여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은데, 오랜 논란을 거쳐 노란봉투법이 제정하고 이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 갔는데요. 오늘 소개 드린 그린피스 소송 사례를 보면 시민단체 활동을 억압하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