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7. 21 방송분) |
지난 7월 2일 전국의 환경운동가 100여명이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홍보관 앞에서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저희 지역에서도 지난 14일 사천 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석탄발전소 SMR 전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는데요. 오늘은 문재인,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을 살펴보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표되고 있는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1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37년과 2038년 준공을 목표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3월까지 진행된 대형 원전부지 공모에는 경북 영덕군, 울산 울주군이 신청하였고, 소형모듈원전 부지 공모에는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신청하였습니다.

경북 영덕 대형원전 2기, 부산 기장 SMR 1기
약 3개월이 지난 6월 18일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4기가와트급 대형원전 2기 부지로 경북영덕을, 0.7기가와트급 소형모듈원전 1기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각각 선정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는 AI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를 핑계로 이미 발표한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에 더하여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적인 원전 건설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며, 신규원전 건설 기간 단축까지 선언하여 매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설인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두고 2017년 7월부터 3개월간 대한민국 최초의 대규모 시민 참여형 숙의토론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500여명의 시민참여단이 합숙 토론과 다양한 학습 토론을 거쳐 최종 조사에서 59.5% 찬성으로 원전 건설 재개를 권고하였습니다만, 동시에 53.2% 찬성으로 원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대진 1, 2호기, 천지 1, 2호기) 및 백지화를 선언하였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원전 건설에 대한 여론이 다시 높아졌고,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탈원전 정책은 폐기 되었습니다. 중단되었던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였으며, 체코, 이집트 등의 원전 수출을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2099년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시켜버렸습니다.

이재명 정부, AI 반도체 핑게 대고 원전 추진
이어진 이재명 정부 역시 환경 단체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202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승계를 공약했지만, 2025년 대선 때는 후보 시절부터 원전 수명 연장과 함께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함께 투자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으며, 대표 공약인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를 골자로 하는 ‘AI 기본사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습니다.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올해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수급이 더욱 불안해지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규원전 추진을 이어받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AI데이터센터 때문에 핵발전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은 명분부터 틀렸다고 강조합니다. 정부는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와 900조 원대 반도체 산업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한국데이터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실제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IT 전력 수요는 1.57GW에 불과하며, 정부가 제시한 49.4GW 전망은 중복과 가수요가 포함된 과장된 추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형원전은 인허가와 건설에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SMR의 경우 여전히 개발 중이기 때문에 2030년대 중반 이후, 즉 10년쯤 후에나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대통령 임기 중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당장 시급한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실제 전력 공급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핵발전으로 메우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계획이라는 비판을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검증되지 않은 전력 수요를 근거로 10년 후에나 가동이 시작될 수 있는 원전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과학적,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핵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전력 수요 부풀려졌다"
정부 측 자료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들이 있는데요. 한수원은 원전 출력을 수시로 낮추는 감발 운전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신규원전도 저출력으로 운행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정부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전 출력을 반복적으로 줄여 운행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설비 시설의 불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는데요. 프랑스도 원전 출력 조절 문제로 대규모 가동중단 사태가 있었고, 우리나라 한빛원전 사고 역시 유사한 사례라고 합니다.
최근 원전 건설 기간이 길어진 것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안전기준이 강화되었기 때문인데, 정부가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원전 건설 기간 단축을 공언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안전보다 속도를 앞세우겠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다시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정부와 한수원이 이번 발표는 다시 한번 영남권 주민들에게 핵위험 감수를 떠넘기는 결정입니다. 경북 영덕은 2015년 주민투표에서 91.7%가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였으며, 부산 기장은 고리 2호기 재가동과 3·4호기 수명연장, 고리 1호기 해체, 신고리 운영까지 겹친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고, 위험 지역이며, 경남 전역이 위험 반경에 포함됩니다.
원전 위험 영남권에 떠넘기지 말아야
추가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원전이 늘어날수록 초고압 송전망도 새로 증설해야 하는데,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수 많은 산을 깍아 초고압 송전망과 송전탑을 세워야 할 것이고,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과 지역 공동체 파괴가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탄소 중립과 RE100 선언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도 위험과 부담을 지방에 집중 떠넘기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기는 수도권이 더 많이 소비하고 방사능 위험과 핵폐기물은 지방이 감당하는 방식은 균형발전이 아닙니다. 지역균형 발전을 구호로 회치면서 원전의 위험을 떠는기는 방식이 또 다시 국가 발전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 회사들의 역대급 실적 발표,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된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로 부자나라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계획에 원전이라도 좋다는 생각을 위험합니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드시 재생에너지 기반 위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