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9. 8 방송분) |
1953년에 지어진 마산 화교소학교 건물이 철거되었다고 합니다. 2011년 마산에 있던 삼광청주 공장이 철거되고 15년 만에 마산화교소학교가 사라졌는데요. 경남에 하나뿐이었던 화교 소학교가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20년 가까이 진척이 없는 창원시의 근대건조물 보존 정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8월말 근대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지인의 페이스북에 마산화교소학교가 철거되었다는 사진이 처음 올라왔습니다. 며칠 후 지역신문에서 철거 현장을 취재한 기사가 보도되었구요. 마산화교소학교는 경남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화교들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운영해온 소학교입니다. 1910년대부터 마산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중국인들이 일찍부터 소학교를 운영하다가 한국 전쟁이 끝날 무렵 지금의 땅을 사서 학교를 새로 지었는데, 당시 마산에 살던 화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고 품을 제공해 650여평 대지 위에 중국식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학교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절에는 6개반에 70여명의 학생들이 다녔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세대, 그리고 두 세대가 지나는 동안 3세 자녀들은 한국인과 구별없이 자라고, 일반 학교로 진학하였기 때문에 2011년 무렵에는 학생 7명에 교사 1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학교 운영은 멈추다시피하였고, 2016년에 매각을 결정하였지만 10여년 동안 매수자가 없었는데, 올해 8월에 마산합포구청 건축과에 해체 신고가 접수되었고, 교실로 쓰던 건물부터 허물었다고 합니다. 650여평 학교 터 전부가 팔린 것은 아니지만, 땅 일부가 팔리면서 건물이 철거되었고 학교 흔적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1899년 마산항이 개항되면서 마산에는 일본,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강점기 동안에는 일본 사람들이 정치, 행정뿐만 아니라 상권까지 장악하였습니다. 이런 식민지 수탈 과정에서 마산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방인으로 남의 나라 마산에서 살았던 중국 사람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짐작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이국땅에 살아가면서 말과 글을 잊지 않기 위해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한 학교를 세웠고, 학교를 중심으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일제의 수탈과 전쟁 시기를 살아냈을 것입니다. 일본 여러 도시에 남아 있던 조선학교들의 처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중국 사람들이 세운 학교 건물이 허물어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개항 도시 마산의 역사 일부가 사라져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건물은 이미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개인 소유 건물이기는 하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로 인정받았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국가나 도가 지정하는 근대건조물 지정을 받지는 못하였기 때문에 너무 쉽게 철거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근대건조물 지정은 소유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고, 근대건조물로 지정이 되어야 개보수, 수리 등을 할 때 창원시가 개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은 근대건조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창원시가 개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합포구청에 해체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창원시가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법적인 권한이 없다하더라도 해체 신고 사실을 문화유산육성과에 알리고,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시도했어야 하고, 지역 사회의 공론화라도 이루어졌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습니다.
창원시는 제 역할을 다 하였나?
아울러 근대건조물 지정이 안되어 해체와 개보수에 시가 개입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창원시가 조례라도 만들어 소유권이 바뀌면 신고라도 하게 만들고, 소유권이 변경되고 철거되기 전에 매입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라도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합니다. 아울러 협의에 실패하여 보전을 못하더라도 사진과 기록, 보전해야 할 물품들이라도 수습했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1909년 장군동에 세워져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삼광청주 양조장 건물은 시민사회의 보존 요청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완수 창원시장이 결단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 2011년 결국 철거됐습니다. 마산은 주택이 모자라지 않는 도시인데, 지금 그 자리에는 목포나 군산에 관광객이 몰리는 100년이 넘은 근대건조물 대신 도시 어디에나 있는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 있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마산에 남아 있는 지하련 주택, 원동무역 사옥, 전기회사 사택과 같은 근대 건물들도 화교소학교와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것인데요. 삼광청주공장이 철거된 후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근대건조물 보존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원동무역 사옥의 경우 독립기념관에서 국내독립운동사적지로 지정해놓았고, 지난해 제가 활동하는 마산YMCA 회원들의 노력으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정하는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되었습니다.
‘이곳만을 지키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건축, 역사 전문가들이 조선인 최초의 주식회사이자 민족자본을 통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였던 원동무역과 그 사옥의 건축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한 것인데요. 하지만 건물 주인은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계속유지 할 수가 없어 집을 허물고 주차장이라도 만들어서 수익을 높이고 싶다는 의견이지만, 창원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하련 주택, 원동무역 사옥, 전기회사 사택은?
아울러 지하련 주택과 전기회사 사택은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재개발 조합측과 원형보전을 전제로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기는 합니다만, 지역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기 때문에 언제 재개발이 이루어질지 요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전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이라도 원소유주가 집을 허물어버리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매 한가지구요.
더군다나 재개발과 함게 보전 계획이 세워지기 때문에 현재는 완전히 방치되어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거나 폭우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기라도 하면 창원시가 세워놓은 보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어시장 객주창고, 마산역 철도관사를 비롯하여 마산과 진해에는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들이 더 있지만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소유자에게 보존 부담을 모두 떠넘겨서도 안되고, 소유자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공공매입과 수리비 지원, 세제 혜택, 시민 활용 방안까지 포함된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구체적인 노력없이 근대 역사 도시 군산 목포 인천을 부러워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역사가 담긴 건물은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지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건물 하나를 보존하는 일은 낡은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민의 삶과 도시의 기억,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할 지역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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